정부가 탈원전 시대를 선포한 가운데 6월 19일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영구적으로 가동을 멈췄다. 값싼 에너지를 추구한 과거와 달리 이제부터는 안전한 에너지로 정책 방향을 바꾼 것이다. 탈원전 시대,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원 정책은 어디로 향할까. 교과서 내용을 중심으로 국내 자원 현황과 특징, 한계를 살펴보고 미래 에너지 수급을 위한 선결 과제를 가늠한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김운기 교사(서울 영란여자중학교)·윤선희 교사(경기 송운중학교)·조지욱 교사(경기경영고등학교) 참고 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연구원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요 공약으로 내건 정책이다. 골자는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 우리나라에는 부산, 울진, 경주, 영광 등 네 곳에 원자력발전소가 있는데, 현재 국내 총 발전 전력의 31.5%를 담당한다.
경기경영고 조지욱 교사는 “우리나라는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화력발전의 대안으로 원자력발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원자력발전의 폐기물 처리 기간과 비용을 감안할 때 원자력발전이 경제성이 있다는 주장을 인정하긴 어렵다. 게다가 정부의 이번 탈원전 선언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감안해 장기간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므로 원전 전면 중단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지적한다.
원자력발전의 치명적 단점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방사선과 방사능이 포함된 폐기물 처리다.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는 나라가 늘기 시작한 것도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결정적이었다. 서울 영란여중 김운기 교사는 “학생들도 수업 시간에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을 사례로 원자력발전의 문제점을 배운다”고 설명한다.
TIP 원자력발전 속 과학
원자력발전은 우라늄 원자에 중성자를 흡수시켜 세슘과 루비듐으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열을 이용해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키고, 그 증기로 발전기의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과정을 말한다. 핵이 분열하면서 나오는 열의 양이 막대하기 때문에 값싼 연료비로 발전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식. 단, 막대한 방사능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경제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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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 적일까 아군일까
1954년 옛 소련의 오브닌스크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섰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프랑스 영국 일본 등 31개 국가에서 가동되는 원전은 모두 448기다. 이번에 폐쇄 결정된 고리 1호기는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로 1978년 4월 29일부터 약 40년간 운행됐다. 원자력발전은 방사능 위험 외에도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다른 발전에 비해 매우 큰 것이 단점. 실제로 고리 1호기의 해체 사업 기간은 최소 15년, 소요 비용은 6천억 원이 넘을 전망이다.
탈원전과 전기 요금 인상
탈원전을 둘러싼 찬반 논란의 쟁점 중 하나는 탈원전이 전기 요금 상승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기 수요가 많은 여름철과 맞물려 전기 요금이 폭등할 것이라는 것. 하지만 미래 전기 요금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자연 인상분 외에 물가 상승과 유가 등 전반적 요소를 고려해 인상 폭을 예측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2030년까지 40년 간 순차적으로 진행하면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므로 우리가 체감하는 전기 요금 인상분은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교과서 플러스 공사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중단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공사를 중단할 경우 손실 규모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 5월 말 기준으로 종합공정률이 28 .8 %에 이른 상태로 이미 집행된 공사비만 약 1조6천억 원에 이른다. 매몰 비용은 집행된 공사비에 보상 비용까지 합쳐 약2조6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지역경제와 주민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원자력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는?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인구 증가와 산업화로 석탄, 석유 등과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이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한 전 지구적 환경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1990년대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을 억제하고 신·재생 에너지 비용을 높이는 추세다. 경기 송운중 윤선희 교사는 “신·재생 에너지 개발은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에 비해 경제성이 낮은 것이 문제다. 하지만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하고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중요성과 필요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신·재생 에너지 공급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11%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TIP 신·재생 에너지란?
처음에는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신하는 대체 에너지를 뜻했다. 신에너지와 화석 연료를 재활용해 쓰는 재생 에너지로 분리된 개념. 하지만 지금은 크게 구분 없이 태양광과 풍력, 해수 등 자연 자원을 이용하거나 새롭게 발견한 바이오 연료 등 미래 청정 에너지를 통틀어 신·재생 에너지라 부른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