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북부 지역 신생아·소아 치료 공백 메우기 위한 신규 프로젝트
2023.12.28
딸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모르지만, 빨리 낫길 바라면서 함께 여기에 있습니다.”_9개월령 하디아(Hadia)의 모친 파리다(Farida)
이틀 동안 하디아는 음식을 먹길 거부했다. 심지어는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바나나도 거부했다. 하디아의 모친은 딸을 여러 의료시설과 의사에게 데려갔지만 딸의 상태는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딸이 건강해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모친 파리다는 누군가 추천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딸을 데려갔다.
사람들이 말한 건 뭐든 시도했어요. 수많은 의사들에게 데려갔었고, 처방전에 아주 많은 돈을 썼어요. 하지만 딸의 건강은 호전되지 않았어요. 심지어는 설사병을 앓기 시작하더니 증상이 더 심해졌어요.”_파리다(Farida)
현재 파리다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아프가니스탄 발흐(Balkh) 지역 소재 마자르이샤리프 위탁 병원(Mazar-i-Sharif Referral Hospital) 소아응급실에 앉아 있다. 하디아는 중증 급성 영양실조 진단을 받았다. 의사들은 이를 초래한 원인으로 심한 설사를 든다. 파리다는 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응급실 한 층 위, *쉐키바(Shekiba)는 신생아 중환자실(NICU)에서 퇴원 후 지난 이틀 동안 입원해 있는, 미숙아 병동에서 갓 태어난 딸 *아투사(Atoosa)를 안고 있다. 출산 예정일보다 3개월 빠른 28주차에 고작 1.2kg 몸무게로 태어난 아투사는 4주 동안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지냈다.
어린 딸이 인큐베이터 안에서 선을 코에 꽂고 전선을 몸 곳곳에 연결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었어요. 의료장비에서 계속해서 나는 삐 소리가 내 아이가 매우 아프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켜서 싫었어요.
딸이 너무 연약해 보였어요. 내 어린 딸이 나아질지 모르는 괴로움은 마치 뭔가가 내 속을 갉아먹는 느낌이었어요. 의사들이 딸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중환자실에서 미숙아 병동으로 옮겨질 거라고 말했던 날을 기억합니다. 믿기지가 않았어요! 저는 바로 남편한테 전화해서 우리가 집에 돌아갈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으니 전부 준비해 두라고 말했어요!”_쉐키바(Shekiba)
2023년 8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북부 지방의 소아 및 신생아 사망률 감소를 목표로 공중보건부와 협력하여 발흐 소재 마자르이샤리프 지역 병원(Mazar-i-Sharif Regional Hospital)에서 의료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현재 신생아 중환자실(NICU) 및 15세 이하 아동 대상 응급실(ER)을 운영하고 있고, 가장 위독한 환자들이 입원하여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분류 체계를 갖추고 있다.
42세 보호자가 데려온 18개월령 환자를 분류 중인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Oriane Zerah
마자르이샤리프 지역 병원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소아 응급실에 매달 평균 3,000명의 소아 중환자를 받고, NICU에서는 매달 평균 546명의 신생아를 받고 있다. 평균 병상점유율은 국경없는의사회가 NICU에서 활동한 이후 꾸준히 140% 이상을 기록했다. 현재 병원은 27개 병상의 두 배 이상인 60여명 신생아를 수용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용력과 공간 제한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계속해서 모든 신생아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면서도 탈진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추가 자원을 투입해야 했다.
우리는 압도적인 수요, 의료 체계 과부하, 자원 부족에 직면한 아프가니스탄 인구, 특히 취약한 신생아와 아동의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마자르이샤리프 지역 병원에 개입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병원에 오는 모든 아이들이 맞춤형 치료와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치료 가능한 질병 탓에 사망하는 아동의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원하는 병동에서 보이는 높은 병상점유율은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필요와 막대한 지역 내 의료서비스 공백을 반영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의료 체계는 인력 및 재원 부족, 주민 수요에 불충분한 대응과 같은 문제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의료 체계는 2021년 8월 정권 교체와 이에 따른 지원금 감소로 추가적인 부담을 겪어 왔다. 이로 인해 의료 인프라가 악화되고 의료 인력 부족은 심화하였고, 그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의료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며 보건 상황이 악화하고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
파리다와 쉐키바와 같은 어머니들의 경험은 국경없는의사회가 마자르이샤리프 지역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와 지원을 제공하여 채우고자 하는 의료서비스 접근성에 대한 필요와 중대한 공백을 보여준다.
30세 보호자와 함께 2023년 10월 발흐 지역병원을 찾아온 43개월령 아동 환자 ©Oriane Zerah
국경없는의사회는 198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며 변화하는 상황과 지역 필요에 맞춰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조정해 왔다. 발흐 지역 프로젝트는 국경없는의사회가 기존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행하고 있는 7개의 프로젝트에 추가된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마자르이샤리프 지역 병원에서 소아 집중치료실 및 중증 영양실조 아동을 위한 입원치료 병동, 종합소아병동으로 활동을 점차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원 보호를 위해 가명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