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경기 헤비급 결승에서 문대성선수의 왼발 뒤 후리기는 태권도의 실전성과 스포츠로서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WTF(세계태권도연맹)은 단조롭고 소극적인 경기방식으로는 더 이상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인기를 누릴 수 없을 뿐더러 잘못하면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나도는 상황판단아래 태권도경기를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경기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K-1보다 재미있는 태권도경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정길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은 8일 기자 간담회에서 “올림픽을 치르며 태권도가 너무 재미없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다”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K-1 격투기보다 더 박진감 있고 재미있는 경기로 만들기 위해 경기규칙을 바꾸겠다”고 언론에서 밝힌바 있다.그리고 “이미 세계태권도연맹이나 국기원과도 이런 원칙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구체화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발 기술만 인정한 채 얼굴 공격 2점, 몸통 공격 1점이라는 단순한 점수 산정 방식을 바꾸어
△주먹 공격의 점수 인정 △난이도 차에 따른 점수 차별화 △경기장 이탈 때 감점 등이 새 경기규칙으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태권도대회도 야구나 농구처럼 세미프로수준의 실업리그를 출범, 외국용병선수들을 리그에 포함시켜 프로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태권도 프로화는 6월 선출된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 총재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대한태권도 협회는 WTF와 함께 공청회 등을 열어 널리 의견을 들은 뒤 경기규칙 개정작업에 들어간다.
[사진설명: 지난 7월17일에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k-1대회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초등학생들의 손을 잡고 파이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과연 태권도가 K-1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을까? 또한 태권도가 프로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태권도 프로화는 이미 국내 격투기계를 중심으로 시도되어 왔었다. 그 대표적인 대회가 바로 미르메컵 프로태권도 경기이다.
미르메 컵의 초기 경기 방식은 다른 격투기 경기처럼 링 위에서 하는 것이 아닌 매트위에서 글로브를 착용 복장은 태권도 복장을 하고 경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선수들의 파이팅 스타일도 “저 선수는 태권도를 한 선수다”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태권도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이 출전했다.
사실 국내 격투기 선수들 중 많은 선수들이 태권도를 베이스를 두고 있는 선수들이다.
스트라이킥의 박창석선수가 대표적인 태권도파이터이다. 그리고 스트라이킥에서 무패의 행진을 걸으며 임치빈과 쌍두마차를 이루고 있는 문정웅선수의 경우도 오랫동안 태권도를 수련했고 태권도에서 무에타이로 전향한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그리고 태권도가 일본 K-1에 진출을 놓고 네티즌 사이에 심한 논쟁이 있었던 김진우 선수가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김진우 선수는 K-1MAX에서 한국태권도 파이터라는 일본 K-1측의 홍보와 함께, 일본의 유명 파이터 스도겐끼와 태권도 스타일로 경기를 한적이 있다. 하지만 김진우는 킥복싱을 수련한 선수였고 프로모터의 사기극으로 그 전모가 드러났다. 이유야 어쨌든 김진우 선수가 태권도 이름으로 K-1에 등장했을 때 그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고 지금도 네티즌 사이에 그 문제를 놓고 술회하고 있다.
WTF출신의 세계적인 선수가 K-1에 오른 적은 없다. 단 ITF헤비급 챔피언 출신 피어게네츠가 K-1 무대에서 전설적인 파이터 앤드훅과 경기를 가져 태권도계의 이목을 끈 적은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KOK(King OF Kick)이라는 대회를 개최, 국내 메이저급 입식타격기 대회인 코마나 스트라이킥과 같은 무대에 국내외 유명 태권도 선수를 링에 올려 태권도 스타일로 대회를 개최한적이 있다. 하지만 대회는 참패, 2회 대회의 개최는 불투명해졌다.
이와 더불어 태권도 선수들의 등장은 이종격투기대회도 가끔 관중석을 술렁이게 만든다. 태권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기이기 때문에 태권도복을 입고 링에 오른 선수에게 모든 관중들이 응원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종격투기 링에서 태권도선수들의 화려한 발차기는 승패와 관계없이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대회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중의 하나이다.
[사진설명: 지난 7월17일 서울K-1대회 링에서 태권도시범을 보이고 있는 초등학생 태권도시범단, 태권도의 화려함은 k-1의 관심과 함께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분명 일본의 K-1이 태권도를 끌어들여 새로운 시장 개척과 함께 K-1의 재도약을 노리고 있는 것처럼 태권도가 갖고 있는 격투기 시장에서의 잠재력은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쉽게 예를 들어 문대성선수가 K-1에 나간다면 전세계 태권도계가 술렁이고 태권도를 수련하는 5천 만 명의 인구의 시선이 K-1으로 집중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태권도는 k-1처럼 될 수 없다.
태권도는 하지만 K-1처럼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여러 부분에서 찾을 수 있는데 가장 큰 이유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면 먼저 태권도는 K-1처럼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K-1는 쇼 프로처럼 잘 짜여진 이벤트에 더 가깝다. K-1에는 각본 시나리오 작가에 의해서 경기를 흥미로운 메치메이킹을 만든다. 파이터들의 경기는 실제이지만 경기를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링 시나리오 작가들의 몫이다. 그리고 무대,조명,음향 등 첨단 시설장비 등을 보면 꼭 무슨 유명 팝 가수 콘서트를 보는 듯 하다.
파이터들의 배경도 너무 특이하다. 먼저 그 대상이 전세계이며 수련무술 또한 제각기 이다. K-1에는 온갖 무술을 수련한 파이터들이 최강을 증명하기 위해서 링에 오른다. 스트리트 파이터부터 가라데. 킥복싱, 무에타이,복싱,산타 등 손과 발을 사용하는 타격기 무술의 최 강자들의 링에 오른다. 단일수련종목으로 참가 제한을 두었다면 지금의 K-1은 없었을 것이다.
K-1은 일본의 정도관 가라데 이시이관장을 통해서 K-1이 설립되었다.
물론 초기 K-1의 모습은 단순히 지금 국내에서 작은 규모로 열리는 입식타격기 대회와 별 다를 게 없는 초라한 대회였다. K-1이 세계적으로 그 명성이 알려지게 된 것은 다양한 무술을 수련한 선수들이 세계 곳곳에서 K-1링에 오르고 난 뒤부터이다. 하지만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K-1의 시작은 가라데 대회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1980년 6월, ‘이시이 카즈요시’는 소속 도장이었던 국제공수도 연맹 극진회관 소속 아시하라 도장을 떠나, 스스로의 유파인 <신일본공수도연맹 정도관>을 만들고 독립한다.그리고, 같은 해 <서일본 학생 선수권대회 개최>, 1982년에는 <제 1회 녹다운 오픈 토너먼트 전일본공수도 선수권대회>를 개최하고, 만화와 TV를 활용하여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전개하는 등 당시로서는 과히 획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선전 수단을 사용하여 공수도 선수권 대회가 개최되는 경기장 내부를 초만원 사태로 만들어버렸다
그 후 정도관 가라데는 다른 유파들의 도전을 받았고 더 나아가 다른 무술에 대한 도전과 확대로 이어진다.일본 K-1의 역사에서 킥복싱을 빼어 놓을 수 없고 킥복싱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입식타격기의 최강이라 할 수 있는 무에타이와의 대결구도는 전세계 격투기 메니아들을 들 뜨게 만들었다.
결국의 K-1의 출생과 성장 배경은 “과연 어떤 무술이 이세상에서 가장 셀까?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 중에 대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과 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K-1의 또 다른 궁금 중은 한국의 태권도가 K-1에 얼마나 강할까?라는 호기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한국의 태권도는 무술로서 성장하기 보다는 무도스포츠의 배경을 두고 일찍이 제도권에 안착 정치적,외교적, 사회문화적 가치로 활용되며 지속적인 양적 성장을 해오고 있으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공식종목으로서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이다.
이런 태권도가 경기방식을 뜯어 고쳐 K-1처럼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대회를 거듭나겠다고 하니 “과연 그게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이렇게 고개를 기우뚱 거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경기방식을 일부 바꾸어 경기를 보다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게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태권도는 K-1과 같은 재미는 스포츠 테두리 안에서는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다.
태권도가 K-1와 같은 흥미로운 대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위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벤트화 되어야 하며, 태권도무대에 태권도를 수련한 선수 뿐만 아니라 입식타격기를 수련하는 어떤 종목의 선수들도 링에 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엄청난 자본력도 받침이 된다는 전제아래에서 말이다.
그리고 경기규정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먼저 체급을 줄여야 한다. K-1이 헤비급선수들의 경기인 K-1 대회와 낮은 체급선수들의 경기인 K-1MAX로 나뉘어 치러지듯이 체급을 줄여,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의 선수가 큰 선수의 하체를 로우킥으로 공격, 무너뜨리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어야 한다.그런 극적이며 감동적인 장면은 관중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K-1을 지속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 준다.
“K-1과 같은 재미있는 태권도를 만든다”라는 말을 가지고 지금의 K-1와 앞으로 바뀔 태권도를 단순히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태권도를 가지고는 도저히 K-1과 같은 태권도대회를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협회의 발표는 새로운 태권도경기의 변화를 K-1을 기준으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좀더 어떻게 하면 지금의 재미없는 태권도를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해서 여러 가지 개선안이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필자도 K-1와 태권도를 단순 비교해서 태권도가 K-1처럼 될 수 없다고 단정짓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태권도가 풀어야 할 문제는 어떻게 하면 태권도를 재미있는 스포츠로 만드는 것일까? 이점이 바로 난제며 태권도가 안고있는 과제이다.
[사진설명: 2003년 도세계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작은 체구의 일본 선수가 서양의 거구선수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고 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
그 해답은 K-1의 발판이 되었던 극진 공수도 세계 대회에서 힌트를 찾고 싶다. 극진공수도 세계선수권대회에 한국기자로 초청 2박3일 동안 대회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극진공수도세계선수권대회는 4년에 한번씩 종주국인 일본 동경에서 열리며 전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파이터들이 자국의 자존심을 걸고 토너먼트 방식으로 대결을 벌여 마지막 한 사람의 최 강자를 가리는 대회이다.
참가 선수는 1000여명이 넘으며 체급도 없다. 신체 사이즈에 상관없이 대진에 따라서 싸우게 된다. 일본 선수의 경우 서양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키가 작아 불리하게 보이지만 실제 대련에서는 신체적 불리함 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키가 2m가 넘고 몸무게가 130kg이 육박하는 선수도 키 170cm몸무게 80kg의 선수에게 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경기 규칙에 있다. 태권도에 반칙으로 되어 있는 하체 공격은 극진공수도에서는 작은 선수에게 가장 유리한 공격방법이다. 그리고 얼굴공격은 발차기로는 가능하지만 손을 이용해서 얼굴을 때릴 수 없다. 이점은 신체가 큰 선수가 작은 선수를 상대로 싸우는 조건에서 몸을 쉽게 가격하지 못하는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극진공수도의 공격패턴을 보면 손이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고 발과 손을 이용한 컴비네이션과 상대의 힘을 역이용한 공격이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누구나 알다시피 극진공수도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들은 K-1무대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앤디훅, 휘리호, 사타케 마사아키, 면도날과 같은 킥을 구사하는 페이토자 등 수많은 가라데 파이터들이 K-1무대에서 프로파이터로서 명성과 부를 누리고 있다. 다시말하면 가라데 선수권대회는 K-1와 같은 프로무대로의 등용문과 같은 것이다. 일격 또한 극진공수도 파이터들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 격투기 대회 중 하나이다.
극진공수도세계선수권대회는 유료입장으로 5만원정도의 입장료를 내어야 하며 결승이 열리는 둘째날은 표가 매진이 된다. 관중은 양이틀 8만명의 관중들이 그 대회를 구경하기 위해서 동경체육관을 찾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작은 일본파이터가 거구의 서양 파이터 이기고 우승을 하자 일본 관중은 열광을 했다.
극진공수도 세계선수권대회가 태권도대회의 변화를 위한 잣대가 될 순 없지만 K-1의 역사적 배경과 일본 격투기 문화의 성공 뒤에 극진공수도가 있었으므로 참고의 가치는 있다고 보기에 소개해보았다.
태권도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무도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스포츠 형태로 지속적인 발전도 이루어져야 하고 별도의 전세계 태권도 파이터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태권도 선수권대회 (체급도 없고, 경기규칙도 하체나 주먹을 허용, 보호구 착용 없음, 단 손으로 얼굴가격 금지)가 열리면 어떨까? 물론 출전선수도 세계적으로 이름이 있는 선수들이어야 하며 경기방식도 토너먼트 방식으로 체급에 관계없이 여러 번 싸워 마지막 결승을 통해 세계 최 강자를 가리는 경기 방식이다.
경기는 지금의 공수도 대회나 K-1보다 훨씬 재미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태권도 선수들의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공격과 방어 기술은 현재 이종격투기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며 가장 이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태권도가 세계 격투기 시장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의 스포츠화된 경기에서 몇 가지 만을 고친다고 변화되지 않으리라 본다. 격투기의 발생배경이나 근래 유행하고 있는 이종격투기의 모든 시작은 어떤 무술이 최강일까? 누가 가장 셀까? 이런 식의 단순한 호기심을 풀어주기 때문에 얻어지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태권도 선수끼리 태권도 경기방식으로 경기를 하며 누가 셀까? 이런 식의 호기심은 식상 하다는 말이다. 새로운 태권도 경기방식 도입을 부분적으로 태권도경기를 지금보다 박진감 넘치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격투기 경기로 인식되어지기 위해서는 지금의 태권도자체로는 힘들다고 결론을 내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