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2005년)에 일본 북알프스(3190m)를 아무런 고산증세없이 잘 산행하고
내 자신이 간뎅이가 약간 부어 작년(2006년)에 고산병을 우습게 알고 동남아 최고봉
말레이시아 키나발루(4095m)를 등정하며 고산증세로 하도 고생하여(특히 구토증세)
다시는 높은 산에 안가기로 마음 먹어 섰다
여자가 산고의 고통을 겪으며 아기를 낳고 그 순간에는 다시는 아기를 안 낳는다고
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또 아기를 낳는다고 하던데
내가 그 꼴이 되어 반년이 지나 올 봄에 동북아 최고봉 대만 옥산(3952m) 산행을
신청했다 아마도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서 그런지 세월이 약인지 그런 모양이다
이번에는 내 자신이 고산병에 대해 사전에 공부를 좀 하고 다시는 고산 산장에서
샤워를 하는 실수를 안 하기로 명심하고 우리 일행 30명은
4박5일의 일정으로 부산 김해공항에서 대만 부흥항공 비행기를 타고
2시간 20분 만에 약간의 빗줄기가 내리는 대만 중정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대만
남부지방으로 향했다
대만은 남한의 3분의1의 면적, 흔히들 담배 잎사귀모양, 고구마 모양을 하였다고 하며
태양의 북회귀선에 위치하고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은 나라다
동쪽은 중앙산맥으로 대부분 산이고 서쪽은 평야로 대부분 사람들이 서쪽(중국 방향)에 산다고 한다.
특히 조그만 섬나라에 3000m 넘는 고봉이 220여개나 된다고 하니 놀랄
따름이다 달리는 찻장 밖으로 흐린 날씨에 간혹 빗줄기가 내렸지만 가이드가 내일은
날씨가 좋을 것이라 했다 그러나 대만의 여름날씨는 변수가 많다고 한다.
우리는 가의시 TINON 호텔에 여장을 풀고 대만 전통 민속무용 관람과 온천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밤새 천둥 번개와 엄청난 폭우가 내려
옥산 산행을 불안하게 하였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저마다 우천 산행 복장을 준비하고
미니버스로 산행 시작지점인 탑탑가안부로 향했다 이번에 내린 비가 200년 만에
처음 많이 내린 비라고 한다. 폭우 뒤라 계곡물은 성난 파도처럼 굽이쳐 흐르고
건너편 산허리 절벽 곳곳이 임시로 형성된 폭포수가 공중에서 하얗게 떨어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점차 올라가는 도로변 절벽에도 폭포수가 떨어지고 도로 한복판에 바위 덩어리가 굴러 떨어져
버스가 갈수가 없어 일행이 내려 돌을 치우고 관봉 휴게소까지 가니 옥산 관리소 직원이 도로 유실로
오늘부터 한 달 동안 위험하여 입상통제가 되었다고 가로 막는다
모두들 허탈해 하며 걸어서라도 갈 것을 간청하였지만 통하지가 않았다
얼마나 어렵게 시간 내고 비용 들어 온 것인데! 국내산이야 다음에 또 오면 되지만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산행은 결국 포기되었다 혹시 무리한 산행을 하다가 불행한 일이 발생하는 것보다 낫지 않는가?
그리고 언젠가 다시 오리라 내 자신을 위로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리하여 산행하는
날짜 이틀을 관광으로 긴급 대체하는 일정으로 변경하고 원래 계획에 들어가 있던 관광 하루 반을
포함하여 총 사흘 반 동안 대만관광을 확실히 하게 되었다
관광 첫날
옥산 산행을 포기하고 바로 대만 중부지방의 일월담 국가풍경구(日月潭 國家風景區)로 갔다 옛날에는
하늘에서 보면 두개의 호수로 하나는 달의 모습을, 하나는 해의 모습이었다는데 이제는 하나로 붙은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호수 주변으로 많은 관광호텔들이 있었고 우리 일행은 호젓한 호수를 감상하며
점심식사를 하고 주변에 있는 절 같은 큰 사당을 관람하였다
다시 버스로 한참 달려 10년 전 우리나라 돈으로 330억 들여 지었다는 거대한 사찰
중대선사로 갔는데 사찰 규모에 압도되었으며 아름다운 조경수와 분재,석불등의
문화재가 전시되어 사찰 기분은 들지 않고 왠지 박물관 같았다
타이베이로 돌아오는 국도길 도로변에 가이드가 차를 세우니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부스
내에 있던 아가씨가 비키니 옷을 입고 빈랑을 들고 차에 오른다.
빈랑은 마약성분이 들여 있는 나무 열매로 합법적으로 판매한다.
주로 고속도로 진입로 부근에 많이 팔고 있으며 껌같이 씹는다.
우리 일행이 단체로 사서 나는 씹어 보니 써서 계속 씹을 수가 없었다.
많이 씹게 되면 이빨이 빨갛게 된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 담배 권하듯 대만 사람들은
빈랑을 권한다고 한다. 대 도시에는 야한 옷을 단속한다는데 도시와 시골 경계에는
비키니 복장으로 뭇 남성을 유혹하는가 보다
관광 둘째 날
아침에 타이베이 역에서 기차로 대만 동해안으로 세 시간 정도 가니 화련(花蓮)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태로각(太魯閣)국가공원이 있다
화련은 대리석으로 유명하며 대만을 동서로 연결하는 대 협곡이 있는 곳이다 거의
직벽에 가까운 대리석 절벽에 장개석 총통시절 동서횡단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만들은 도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
계곡물은 잿빛으로 지질 때문이라고 하며 간혹 버스 두 대가 한참동안 아슬아슬하게
교행을 한다. 바로 인근이 바다인데 2000m가 넘는 대협곡은 신비롭고 장관이다
오후에는 아미족 민속공연을 관람후 대리석 공장을 견학하고 저녁에 화련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40여 분만에 어둠이 깔린 타이베이 송산 국내공항에 도착했다
관광 셋째 날
오전에는 먼저 충렬사로 갔다 중국의 호화로운 궁정모습을 한 건물에 중화민국 혁명을 위해 죽은
33만 명의 영령을 모신 놓은 곳으로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뙤약볕 날씨에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나라 의장대에 비교하면 별로라 실망하였다
그 다음에는 고궁 박물관으로 갔다 이 박물관은 세계 4대 박물관 중에 하나로 5000년 중국역사의 유물 70만점이 소장되어 있으며 3개월에 15,000점이 교대로 전시되어 다 보려면 12년이 걸리는 셈이 된다.
주로 중국 역대 황제들이 사용하던 것이 많으며 특히 청나라 서태후가 사용하던
보물은 별도의 방으로 전시되어 있고 감탄을 연발할 정도였다
과거 장개석이 중국 본토에서 모택동과 싸우다 패전 한 후 군함 2대 분량의 보물과 황금을 실고
대만으로 쫓겨 왔다고 한다. 모택동이 추격하면서 보물의 파손을 염려하여 폭격을 못하였으며
지금 중국의 박물관에는 빈껍데기 뿐이라고 한다. 2시간 정도의 관람시간은 너무 짧아 아쉬웠고
하루 종일 천천히 음미하며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후에는 대만 북쪽 해안에 있는 야류(野柳)해양공원으로 갔다
바닷가에 있는 바위가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여자 젖가슴모양,클레오파트라 머리모양
그 모습도 다양하다 그 다음에는 화산지대인 양명산 국가공원으로 가서 노천 온천욕을 하고
타이베이로 돌아와 저녁에 발 마사지를 하였는데 과거 중국에서 할 때는 단순히
주무르는 수준이었지만 대만은 정말 아파서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창피스러워 참았는데 끝난 뒤
소감을 들어보니 다들 나와 같았다 하지만 할 때는 아팠지만 하고나니
한결 다리가 가벼웠다
관광 넷째 날
장개석 기념관인 중정기념관으로 갔다
장개석 어린사진부터 송미령여사와 결혼사진 등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받은 훈장, 특히 우리나라의
태극훈장이 있어 반가웠고 장개석이 타던 캐딜락 리무진도 전시되어 있었으며 넓은 공원내에는,
국립극장,오페라 극장이 있어 부럽기만 하다 세계 각국에는 대통령 기념관이 있건만 우리나라에는
그 만한 인물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잣대가 너무 엄격한 것인가 모를 일이다
이어 세계 현재 최고 높은 빌딩인 101층 101빌딩으로 갔다 5층에서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37초(하강 시는 46초) 만에 89층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하여 타이베이 시내를 보니 사통팔달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전망대 한 복판에 추풍기(초고층 건물의 상층부가 강풍에 흔들림을 방지하는
대형추)의 무게가 660톤이나 된다고 하니 입이 벌어진다
귀국길에서 일행 중 어떤 이가 이번 대만 옥산 등정을 못한 것을 두고
“보고 싶은 애인을 만나러 갔다가 못 보고 돌아오는 심정”이라는
의미있는 그 말이 자꾸 내 뇌리를 돌며 떠날 줄을 모른다.
“그래! 나에게도 산은 내 애인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저녁 무렵 저 멀리 넓은 창공의 붉은 지평선을 바라보며 대만을 뒤로 한 채 비행기
기수는 북으로 향한다. “언제 다시 옥산을 등정 할 수 있을까?......”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때 기내 저녁 서비스가 들어와 글을 접는다.
첫댓글 관광했던걸 잊은부분들이 많았는데 다시한번 새록새록 생각나게하는 글입니다.대단하십니다,꼼꼼이 정리를 잘하셨네요.
키나발루에서의 고산증세는 저도 확실히 경험했죠. 다음번엔 여행기가 아닌 산행기를 기대해 봅니다. 세세한 기록이 다시금 추억을 되살려 놓는군요. 잘 보았습니다.
글 잘보고갑니다 .감사감사 아름다운 여정이었습니다.
담 원정 기회 닿으면 동행합시다.멋진 산행기를 위해서라도.
스쳐 그냥 지날뻔 했는데 오늘 보니 글솜씨가 대단하십니다?
아쉬움이 많았지요 꿩대신 닭을 구경했고요. 한번더 도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