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유감
- 빈자일등(貧者一燈)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이 등불을 밝히고 서원을 빌었다. 지혜의 광명을 얻어 일체중생의 어두움을 없애게 하겠나이다. 밤늦도록 난타의 등불만이 꺼지지 않았다한다. 부처님오신날은 이렇게 등불을 밝혀 지혜를 밝히고 자비실천을 결의하는 날이다. 초와 등이 스스로를 태워 어두운 세상을 비추듯, 부처님오신날은 가장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줘야한다.
-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다?
불교의 석가탄신일은 1975년 뒤늦게 국가 공휴일이 되었다. 부처님오신날은 KBS 연합TV 등 공중파가 생중계하는 유일한 종교기념일이다. 2014년 세월호 직후 열린 봉축법요식을 제외하면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전례가 없다. (MBC는 몇년전부터 중계를 안하고 있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 참석은 봉축법요식 이틀전에 결정되어 준비된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여 세월호 메시지를 발표하였다. 매우 정치적인 결정이였지만, 사회적 약자 초대와 헌화는 준비된 대로 진행되었다.
대통령이 참석하게 되면 그 행사는 대통령 중심의 행사가 된다. 경호, 카메라 위치, 참석자까지 대통령실이 다 스크린하고 협의해야 한다. 대부분 대통령실의 의견을 수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행사 참석은 미리 의도된 행사 참석으로 최소 2주 전부터 상호 협의된 것이다. 올해도 사회적 약자 초대는 준비되고 있었을 것이고, 행사계획을 살펴본 대통령실은 불편한 사람들을 제외할 것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태원 참사 유가족, 해고 노동자 등이 매우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물론 조계종 스스로 대통령 심기를 살펴서 사회적 약자를 제외하자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상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먼저 하지는 안했을 것이다.
(성탄절 미사도 명동성당에서 공중파 생중계를 해오다, 군부독재 시절 김수환추기경 ‘말씀’을 문제삼아 중단되어 현재까지 생중계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 조계종의 납득 안되는 안타까운 해명
12년 넘게 사회적 약자 초청을 수행한 담당자는 크게 낙심했고, 내부게시판에 부처님에 대한 참회의 글을 올렸다. 대통령 내외 참석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를 초대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모두 생각했다. 그후 한겨레신문과 인터뷰를 한 대변인(조계종 기획실장)은 상월결사가 주장하는 전법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제외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전법을 위해 사회적 약자를 제외했다? 전법을 위해 계층별 헌화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일주일후 총무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했는데, 굳이 해석한다면 일체중생을 아우르기 위해서?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포교를 위해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해고노동자 등을 초청하려던 것에 대해 정치적 논란이라고 표현한 것은 대통령을 의식한 것이라 보인다. 이는 달리 말하면 대통령실의 의견, 요구였을 가능성이 많다.
전직 총무원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 이건희 삼성회장 조문을 했다. 하지만 억울하게 분신 사망한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 조문은 하지 않는다. 장례식장인 서울대병원이기에 조계사에서 5분 거리밖에 안된다. 왜? 정치적인 조문이 될까봐? 그래서 일체중생을 다 생각해야 해서 사회적 약자를 초대 안한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미리 발표한 봉축사를 통해 “모든 차별과 혐오, 갈등과 폭력, 빈곤과 질병이 사라지기를 발원한다”고 했다.
종정 성파스님도 미리 발표한 종정법어를 통해 “오늘 우리가 밝힌 자비의 등불은 좌절의 상처를 입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오만해진 사람들에게는 회심의 눈을 뜨고 자기를 낮추게 하는 하심의 등불”이라고 하셨다.
부처님오신날 더더욱 그러해야 하거늘,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사회적 약자를 초대안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조계종 내부게시판에 올린 참회의 글은 현재 삭제되었다고 한다.)
- 현직 대통령 참석이 계속된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전국에 생중계되는 봉축법요식을 이용한 박근혜 대통령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은 종교계, 불교를 든든한 지지기반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주요 종교행사에 참석하고 있고, 매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다 좋은 일이 아니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행사인가를 생각하면 답은 명료하다. 더구나 불교기념일만 공중파가 생중계한다. 불교가 강조하는종교분리, 종교차별이라는 차원에서도 조계종이나 대통령실에서 심사숙고할 문제이다.
부처님오신날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라도 빈자일등의 정신으로 대통령 참석을 정중히 사양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 2014년 대통령 경호원과 경찰로 조계사 안팎이 둘러싸인 풍경이 얼마나 낯설었던가? 세월호 영령들에게 얼마나 부끄러웠던가?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을 대하는 모습은 어떠한가? 조계사 안팎으로 에워싼 경찰과 경호원들을 봐라. 과거 대통령 행사보다 더욱 강화된 경호, 통제된 행사를 경험하는 불자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종정-총무원장스님의 공식 메시지처럼 “어렵고 상처 받은 이웃을 보살피는 자비”가 느껴지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연합뉴스 인터뷰 - 총무원장 진우스님>
○ 그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해고노동자, 재해 사망자 유족 등 사회적 약자를 초청해 헌화했는데 올해는 연령대별 신도로 헌화자를 바꿨다. 이런 결정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 사회적 약자로 지칭되는 해당 단체와 개인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그러나 불교는 중생 구제의 종교다. 불교적 교리로 보면 연기적·인과적으로 모든 중생은 윤회고를 겪고 있다. 모든 중생, 하물며 영가까지도 천도하는 종교로서 이제는 불교 본연의 일체중생을 모두 아우르자는 의미에서 이번에 관행을 바꾸게 됐다. 한편으로는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 더 폭넓게 모든 영역과 계층을 포괄하자는 포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종 총무원장 "정치인, 평안한 마음 가져야 올바른 판단"
https://v.daum.net/v/20230526070311164
(세계일보) 조계종 종정·총무원장스님, 어렵고 상처 받은 이웃 보살피는 자비심 강조
https://v.daum.net/v/20230522152019173
(불교닷컴) 헌법 성경에서 나왔다는 윤, “국정철학은 불교서 나와”
https://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55910
누구를 위한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인가?
https://cafe.daum.net/jokbunion/98FJ/218
혹시나 작년처럼 황당한 일이 없으리라 기대했건만..... 종단 봉축법요식 직후 점심은 강남 봉은사로 건너가 비공개 진행... 참으로 종단을 능욕하는 일이요 자승원장과 정치권력의 유착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