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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차맛어때 원문보기 글쓴이: 일미차미
초의스님이 내친 (이상한) 차를 찾았다!
햇볕차日晒茶․잭살(차)考차
- 강순형(110-011@hanmail.net)
이상한 차, 나타나다
쫌 센-심한, 거친 얘기다, 벼루다 쓰는 것이기 때문에. 널리 헤아려주길海諒 바라는 바다.
요 몇(10)해 사이, 이상하고 놀랄(여기선, 부정적인 말․뜻임) 일이 우리나라 차누리茶界에 벌어지고 나타났다. 바로, 화개골을 품으로 해 「잭살」차라는 「발효차」가 유행-넘치고 있는 거다.
(어리고 쇤) 차잎을 찌거나 덖지 않고 그냥 ①뜨뜻한 곳(에)서, ①-①시들리고→①-②비벼서(유념)→①-③띄우고(발효)→①-④말려서를 거쳐 만들어진 차가 잭살(차)․작살(차)․생生차․고뿔차 심지어-더하게는, 황차黃茶․발효차란 국적(?)없는 짬뽕 이름으로 나타나 야단-시끄럽다.
이것!? 바로, 발그레한 홍차紅茶 만드는 법 그냥 그대로 아닌가?! 그 질-솜씨와 위생의 좋고 나쁨-고하․호오는 내버려-차치하고 말이다.
무슨 숨긴 비법(秘法-또한, 부정적으로 씀)인양, 있는 양- 마악, 차 만드는 일에 띄어든 젊은 이들도 빠져 이 걸 만들면서 으쓱대며 우쭐, 뻐기면서 묵은 차인(?)들 우습게 알며 앞에 내놓는다.
화개의 지리산(악양․피아골․구례․산청)에서 옥과․보성․순천․사천에 저- 정읍에 이르기까지 난리다. 나아가, 묵은 차꾼들도 좋아하나 보다. 제다업자들까지 달겨들어 만들어 내니.
숨은그물-인터넷에, 이 차 기림으로 도배-칠갑(이) 되어 있는 한심한 실정-목불인견.
아니, 국적(이) 없는 게 아니다 한다. 화개골 주민들을 비롯한 일대의, 바로 앞세대까지도 차의-다 자란 (큰)잎 시들려․비벼․더운 곳서 말려서, 바로라도 푹푹 끓여 삶아 마시던- 고뿔(감기)․몸살나면 여기에 ①돌배나 대추․모과들 넣고 ②펄펄 끓여 달여서 ③꿀이나 설탕같은 단것 넣어 뜨겁게 훌훌 마시고는 ④더운 방에 이불 뒤집어쓰고 땀내면 낫게 해 주던 그 차라고 한다. 해서, 고뿔차라 이름붙였네ㅂ한다.
이러고 보면 그야말로 차로서는 아래인, 거친(차)-막차․황차荒茶인 것이다. 아닌가!?
더구나, 정작 요새 만든 그 고뿔차들는 그야말로 ①돌배나 생강들을 넣(지)도 않고 ②삶고-끓이지도 않고 ③단것 넣도 않고, ④그냥 뜨거운 물에 우려(서만) 마실 뿐이다.
그러면서, 약용의 약차라며 아닌 홍두깨로, 비싼 윗차上品茶 행세다.
더더구나, 정작은 찻물빛이 붉으니 노랑-황(黃yellow=thea-flavin茶黃素)차가 아닌 전혀! 다른, 성질․성분의 붉은(red=thea-rubigin茶紅素)쪽의 차인데!도 말이다.
초의스님이 내쳐버린 차
다성茶聖 초의(艸衣 意恂, 1786-1866)스님 말씀으로 가보자. 아다시피 초의스님은 차글茶書에서, 해남 두륜산 대흥사 일지암(一枝庵, 1825 낙성식)에서 350리(140Km)나 넘나드는 먼, 지리산 화개골의 쌍계사 칠불암-참선처를 2번이나 얘기한다. 그때나 이제나 선방-아자선방亞字禪房으로 이름난 곳인.
때문에, 이 2번이 전다박사煎茶博士 다승茶僧 초의스님 차의 가장 바로미터-씨앗核心이기도 하다.
1번째는, 『다신전茶神傳』끝(跋文)에 써있듯, 43살(1828) 여름에- 스승을 따라 이곳에(七佛啞院) 와, 『만보전서萬寶全書』(淸, 毛煥文, 1615․1723․1739본들 중의)라는 백과사전이 보여 그 속에 「채다론採茶論」같은 이름으로 들어있는 장원(張源, 明)의 『다록茶錄』(1595쯤)을 베낀(謄抄, 다음다음인 45살-1830해 봄에 일지암에서 똑바로 써正書․正抄, 『다신전茶神傳』이라 이름 붙임) 것이요. 戊子雨際, 隨師於 方丈山 七佛啞院 騰抄下來. (更欲正書 而因病未果. 修洪沙彌 時在侍者房 欲知茶道, 正抄 亦病未終, 故禪餘 强命管城子 成終. 有始有終 何獨君子爲之. 叢林 或有趙州風, 而盡不知茶道 故抄示可畏. 庚寅中春 休菴病禪 雪窓擁爐 謹書.)
2번째는, 52살에 쓴 『동다송東茶頌․東茶行』(1837, 여름)에 실린, 바로 이제 말하고자하는 「햇볕차」-일쇄차日晒(=曬)茶 얘기다. 이런 말씀이다.
「어찌하면 그대들 옥부대쪽 참선스님들께 가르쳐 드릴까?何以敎汝 玉浮臺 上 坐禪衆(12송 2구․46구)하며,
화개골에 4, 50리나 차가 신라부터 나있다智異山 花開洞 茶樹羅生 四五十里… 이 골짝 옥부대 아래 칠불선방洞有 玉浮臺(坮), 臺(坮)下有 七佛(亻天 )禪院에 참선하는 스님들은坐禪者,
①늘 늦은 쇤(차)잎을 따서常晩 取老葉, ②땔나무 말리듯 햇볕발에 말려서晒乾然柴, ③나물국 끓이듯 솥에 삶으니煮鼎 如烹菜羹, ④찻물빛깔은 붉다-진하고 흐린濃濁色赤, ⑤맛은 많이 쓰고 떫네味甚苦澁.
⑥그러(하)니, 하늘아래 내세울 차를 엉터리-속된 솜씨로 다 버려 놓았네政所云, 天下好茶 多爲俗手 所壞.(12송 주2․46구 주夾註」
라하며 보다시피, (칠불)선원의 차를 꺼내고, 깎아 내리고 있다.
바로, 참선스님들은 늦은 때의 크고 쇤 차잎을 따, 볕발에 말려 만들어, 솥에다 끓인, 붉은 차를 마시는 엉터리솜씨로, 차 다 버려놓고 있다는 말씀!
물론, 이것은 초의스님이 1번째인 1828해 여름, 그때 칠불암에 가서 본 것이겠다.
예서 보듯, 칠불선원의 참선스님-선승禪僧들은 차를 만들되,
첫물을 비롯한 어린잎이 아니라 두, 세물의 늙은 쇤잎을 따다, 볕에다 쪼여-쬐여 말려서 만들었다. 곧, 차를 솥에 덖거나 찐게 아닌, 「햇빛」「에서」 아니! 「햇볕」「으로 」만들었다. 이는, 햇빛 아래 내놓아 햇볕으로(만) 만든 것이다. 바로 햇볕차-일쇄차日晒茶다.
나아가, 더운 또는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 마시는 게 아니라, 펄펄 끓여 마신다는 것이다. 해서, 찻물빛이 (진하고 흐린) 더욱 붉은 빛이다.
더불어 여기에, 시들리고 비빈다는 말은 바로 없지만, 찻물이 붉다 했으니, 이 둘의 과정을 밟았음이 순리겠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 5가지를 알 수 있다. 또, 꼭 새겨記憶놔 둬야하는 것이기도 하다.
①쇤잎으로 만든다. ②햇볕을 쬐어 만든(시들리고, 비벼 말린) 햇볕차-일쇄차다. ③우리지 않고 끓여 마신다. ④찻물빛이 붉다.
그리고는, ⑤엉터리솜씨로 차 다 버려놓고 있다 함에서 보듯, (새롭고) 올바로․제대로 된 「녹차와 그 제다법」 알지 못함을 초의스님은 꾸짖고 있다는 거다.
물론, 여기서 엉터리솜씨俗手란, 차=찻물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끓이는 솜씨만을 말하는 뜻도 있을 수 있다.
뒤에 가서 다시 하기로 하겠지만 어쨌거나 이건, 요즘 뜨고있는 잭살․발효차․황차라고 하는 것과 아주 다른 것이다. 찻물이, 황차(黃茶=yellow tea)라고 부르는 노랑=노란(=thea-flavin=다황질茶黃質) 빛깔도 아니고!
또한, 바로 우리 앞세대의 화개골 주민들을 비롯한 일대의, 고뿔차 제다법도 아니다.
스스로들 말하고 인정․긍정하듯, 차는 미묘한 것이다. 그냥 한 꾸러미-통속으로 몰아 붙여버릴 것이 아닌 거다.
초의스님이 내친 그 차를, 오늘도 만들고 있는 분을 찾았다!
온누리世界 (장수건강) 3먹거리라고 하는 게- 토마도, 그냥 포도주가 아닌 붉은 포도주, 또 그냥 차가 아닌 녹차이듯-
녹차말고는 관심없는데다, 비뚤어진 황차니 발효차니 하는 그 이름이라, 내치며 언젠가 얘기 1번은 해야하나- 하는 중,
가장 믿을 수 있는 (차계․차학계)보고라 들먹인다는, 「정동황차亭東黃茶」라 알려진 차의 주인공인- 화개골 밑 악양골의, 99살이나 산 정학녀할머니(鄭鶴女, 1894말띠~1992-필자가 확인. 1985해 조사 때, 18살에 악양으로 시집와 제다법 배웠다 함)댁과 그 후손이 이제는 어떠한지 가보자는 본지 최석환발행인과 가보게 되어(본지 5, 6월호 기사소개) 어째 까칠한 이 글 쓰게 된 것이다.
정학녀할머니 때문에, 똑바로正確 말하면 하동군 악양면 정동亭東리의 부계浮溪마을 정할머니댁을 3차례 찾았고, 강말순(姜末順, 78, 1931염소띠- )할머니를 3번 만났다.
1번째는 4. 4. 청명, 이름만큼 맑은 날- 동백․매화 끝물에 섬진강 20리 우거진 벚꽃 흐드러져 가는 때, 낮밥을 잘 먹고 난 오후 3시에 최발행인과 사)한국차문화운동연합회 고성배회장 그리고 광양 어치골의 아름다운 대밭차 백운산녹차원 이호중대표와, 악양의 토백이 지리산차천지 이수동대표의 안내로 찾았을 때 부계浮溪=오롯내마을 뒤켠의 정학녀댁은 텅빈 허술한 폐가가 되어있었다.
바로 뒷집 강말순할머니 말씀이, 정할머니는 100수 못 채운 99살로 돌아가시고 자손들은 모두 밖으로 나가 살아 빈집이 된지 한참되었다 한다.
나아가, 강할머니에 의한 더 놀라운 사실은, 그 황차黃茶라는 차의 산 증인으로 알려지고 있는 정학녀할머니- 그 행부띠기(=행부댁宅-정학녀 택호)는, 차를 좋아해 늘 달고 살아 그 덕으로인지 오래 살긴 했지만 정작! 차를 만들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차는 어디서?라 물으니 곧바로, 이 고운(곱게 늙으심) 강말순할머니 말씀-자기나 자기 시어머니가 만든 차를 얻거나, 사다 자셨다(=드셨다)는 게 아닌가!!??
더 놀랍게도! 강말순할머니는 바로- 차ㅅ바닥茶界에 알려지게, 정학녀할머니를 처음으로 안내․소개한 변기하(邊基河, 1927토끼띠~1989-필자가 확인)할버지의 안사람-부인이었다.
이게, 어찌된 일?! 이미 남편 변할버지도 돌아간 오늘 강할머니 말로는, 차 많이 자시는 분을 찾길래 남편이 소개한 것이 아닌가, 여긴다한다.
아니면, 뭐 애써 나서서 내세울-자랑할 만한 거 아니라며, 어머니와 아내를 피한 것일까. 강할머니도, 지금도- 나온․나올 본지를 몇차례나 한사코 자식들에게는 보내주지 마라 하는 것에서도 뭔가가……
이 같으니, 당장 맘 급했다.
「그러면, 할머니는 어떻게 차를, 어디서 차를 알고 만드셨는가예?」「내요? 나는 이 집에 시집 온 17살 때부터 여기서 차를 만들었지예-입때까정(여태까지)」「어떻게 해서 만들었능교?」「정동亭東 본마을에서 여길 시집 척, 와보니 시어머니(柳禮順, 1902범띠~1989-필자가 확인)께서 차 만들고 있었지」「차는 어디서 따다가요?」「아, 우리집 뒤가 바로 차밭 아닝교!」
그렇다! 강말순할머니댁 뒤로는 아늑히, 차 심어진 언덕이 푸른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100m나 되게 길게 동서로 펼쳐진 낮은 언덕병풍 따라 나란히 동남쪽向으로 4채의 집이 앉았고, 강할머니댁은 왼쪽서 2째다. 그리고 바로 이 앞집이 정학녀할머니댁.
언덕 모두 대밭이고 속에 차가 있었지만, 이젠 양옥으로 변한 왼집(황씨-부인은 일찍 돌아감)쪽은 차 없는 대밭이고. 나머지는 차밭(대장사도 안되고, 차 키우느라 자름).
3째집(송씨, 빈집)의- 진주 사는 박할머니(82, 악양출생)도, 잘 살아 차 안만들고 차잎 팔기만!
4째집(이씨)의, 한 10년전에 80넘어 돌아간 박할머니도 차 별로 만들지 않았다 하며. 시방은 강할머니 혼자만 남아 차 만듦. 강할머니댁 소유의 뒤 차언덕은 200평.
「지금, 한창 찻철인데 차 만들었능교?」하니, 「무신 차를 지금 만드능교! 시방들 나오는 첫물차로는 안 만들고 나중 꺼로 만들제」한다. 그렇다! 늦차로 만든다 한다. 첫물차는 손수 따다가 저 아래 차공장에 팔고 있다하고.
차 만드는 게 어땠냐고 물으니, 「2․8 청춘 갓 어린 나이로 시집와 잠도 많은데, 생전 해보지도 않던 차를 시어머니와 만들고, 쬐금이나마 살림에 보태기 위해 밤잠 설치며 손보느라 엉기났제(괴로웠제). 잠은 퍼붓는데… 더구나, 새벽같이 일어나는데다 차 따 볕에 널어 시들키놓고 점심참에 퍼뜩 비벼 볕에 뽀짝(바짝)! 말려야 했제」「많이 했을 때는 한 40되나 해, 차 1되=보리쌀 1되랑 맞바꾸어 살림에 보탰지」하는 말로 한달음에 잇는다.
이제는 늙기도 하고 자식들(4남 1녀)도 다 밖에 나가 혼자 사니, 애들과 집에 쓸 것으로 조금 만들 뿐이라 한다.
맛을 쫌 보곱다 했더니, 지난해 만들어 먹고 남은 부스럭지만 있다며, 냉큼 마당가 물 받아와서는 이동용 가스불 위에 양은주전자 올려 차 두어줌 집어넣고는 나앉아 내려다보며 끓는 것 맞춘다. 60해(를) 묵은, 너무나 익숙한 솜씨다.
이윽고, 닳은 유리잔에 잘 익은 차 골고루 따르고는, 노랑설탕 내어놓으며 입에 써 안맞으면 타 먹어라 한다. 쓰거나 떫어 정- 못 마시겠으면! 설탕․꿀 넣으라는 것이다.
유리잔에 앉은 차빛이 너무나 붉고 곱다. 우리는 먼저 그냥 맛을 봤다. 덖지 않아 풋내가 돌면서 떫으나 깔끔하다. 이어서 감치는 단맛이 돈다. 「이 차 이름은요?」「없어, 기냥 잭살이라 불렀제」 다시 물어도, 그저 「잭살」이라고만 답할 뿐- 고뿔차․황차니는 하도, 듣도 못한 소리라 한다. 우리는 또 설탕을 타서도 마셨다.
이 차 만들 때 맞춰, 만드는 것 보러 다시 온다․와야한다! 이르고 돌아오는 길 내내, 우린 기쁨에 겨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 초의스님이 내친 그 차가 아직도 만들어져옴을 눈앞에 본 것과 그 사람을 제대로 만났다는 사실에.
드뎌, 그 햇볕차 만드는 것을 보다!
2번째는, 4. 20. 곡우날. 화개골의 진짜 황차(黃茶=yellow tea)와 여기에 찔레꽃과 인동꽃을 섞은 황차류꽃차花茶 만드는 걸 살피러 간(본지 7월호 실음) 그 앞날 저녁, 밤 7시 넘어 도시스런(?) 케익들고 문안 차 찾았다.
그런데, 아니!? 포크레인이 정학녀댁을 부수고 있다. 거의 끝나 마무리 참이었다. 강할머니는, 어그러(=기울어)져 쓰러져 가 보기 흉해 외아들(吳씨)이 사람시켜 허문다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새로 집 잘 짓는다나 하면서.
드디어, 3번째인 5. 17. 어제그제부터 28-30도 가깝다는 햇볕 쨍쨍한 더운 날 낮 12시에 다시, 정학녀할머니집이 사라졌다는 말에 최발행인․이호영대표 그리고, 오랜 차꾼 민영홍대표와 광주 여성 차꾼과 함께 갔다.
정할머니댁은 지난 4. 19. 저녁이래 이미 깨끗한 공터가 되어있었다-이른바 백구마당이었다. 최발행인은,「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지는구나, 우리가 저번에 와 찍은 게 마지막 사진이구나- 하동군에서는, 차계서는 이를 알까」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우리가, 강진 월남리의 백운옥판차白雲玉版茶란 상표 녹차를 최초로 만든 이한영(李漢永, 1868-1956)집 헐림을 막았던 일을 떠올리며(본지 2006. 8, 9, 10월호 및 2006. 10월 별쇄 증간특별호 게재) 애석해 했다.
정할머니댁이 사라져버리니, 강말순할머니댁이 바로 보이고 집 뒤의 차밭언덕도 한눈에 들어온다. 강할머닌 안 계셨다.
다만, 마당 한복판에 놓인 뜰마루=평상 위에 까만(?) 차 한무리가 널려 말려지고 있다. 그렇다! 바로 햇볕 쬐어-볕발에 말리고 만드는 곧, 햇볕차-일쇄차日曬(=晒)茶다! 그야말로, 내가 바라던 장면이 바로 이것 아닌가!
숭숭 가로질러 바람드는 대나무 평상 위에 깨끗한-잘 빨은, 빳빳이 깟깟한 광목보자기 위에 널린 차! 정신없이 사진 찍고있노라니 할머니 오신다. 읍내 병원 다녀오는 길이라며 불편해하시기에 더욱 맘 급해- 급히 차를, 따다 드렸다.
①시들리기(시들림․위조)-오늘따라 볕이 짱짱하고 좋다며, 어제 차를 말리고 있는 뜰마루平床 가를 치우고 시들키기(시들리기․위조) 위하여 널어놓는다. 어제 것도 다시 뒤집고.
바람 잘 통하는 햇빛 아래 그냥(生葉) 쇤잎을 놓아 볕발 쬐여(曬靑․曬乾) 물기-수분 증발-날리어 연하게-부드럽게 시들리기-일광위조日光萎凋하는 것이다.
이렇게, 볕 좋은 날 논밭 일 나가기 앞서 아침 일찍 따서 마당 평상에 널어놓고 나가서는, 점심하러 와 금방 비벼 다시 널어 말린다며, 저렇게 볕에 시들려야 하고 또, 비빈 뒤에도 볕에다 말려야 한다고 한다.
널리 하늘(하나님․하느님)이 도웁사-보우하사, 오로지 볕발로 시들리기 하는 그 사이, 우리는 조심히 올해 만든 일쇄차-햇볕차 그야말로 「잭살」이라는 차-맛 볼 수 있기를 부탁 드렸다. 강할머니는 흔쾌히 그제 만든 차를 내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스불 위 주전자에 두어줌 넣는다.
②비비기(유념․차마搓摩)-따가운 볕에 2시간이 흘렀다. 숨죽고 풀죽어, 빤짝이던 푸른빛의 빛남-윤․광택이 가시고 바래지며 시든 차잎을 강할머닌 살펴보더니-
시렁아래서 먼지 안들게 잘 싸둔 멍석을 가져 나왔다. 보는 찰나 다들 놀랬다. 아니! 저렇게 이쁜 비빔멍석이 있다는 말인가!? 강할머니가 손수 만든 것으로 가장자리를 붉은 천으로 잘 감싼 그야말로 1인용 멍석자리(90×60Cm)였다. 모두 놀라는 우리에게 「암, 연장이 깨끗하고 좋아야제」하는 할머니의 깔끔한 성품이, 풍기는 모습과 더불어 그대로 묻어난다.
두 손안에 넣어 (앞뒤로) 부드럽게 비비다가, 부드럽게되자 강하게 비비며 진을 뽑아낸다. 골고루 잘 비벼야 한다며, 첫제자로 삼은 이호중대표와도 힘조절을 함께해 보이면서, 너무 힘줘 부서져-바스라지거나 찢어지면 안된다, 잎이 그대로 다 살아나야 한다는 말씀이 아닌가!?
③산화․말리기(말림․건조)-(생)차잎을 다시, 볕에다 골고루 잘 펼쳐 널어놓는다. 바람 잘 통하는 햇볕아래 평상에서 이제, 볕 달게 쪼여-쬐여(曬靑․曬乾)
④발효(醱酵fermentation) 아닌! 발갛게 산화(酸化oxidation)시키면서,
⑤그야말로, 뽀짝(바짝)! 말려져 가-건조되면, 이 차-잭살은 다 만들어-완성되는 것이다. 곧바로, 햇볕차-일쇄차가 만들어지는 것.
다시말해, 이 차는 산화와 건조가 같이-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특징인 거다. 바람드는 햇빛 아래 볕(발) 쬐여 곧, 마르는 사이-동안 빨갛게 산화하니, 발효-띄우는․띄워가는 그런 것이! 없다.
바로, 햇볕 아래 고추 말리듯(태양고추!), 햇볕에 땡감-생감물로 천․옷을 빨갛게 감물 들이는 것(제주갈옷!)과 같다.
곧, 같은 철분의 타닌-탄닌(폴리페놀․카테킨) 성분이 빨갛게(산화제2철, Fe2O3) 산화되며 마르는 것이다. 때문에, 산화제는 햇볕(陽)! 물론, 그늘(陰)서 띄우는 발효제-곰팡이완 분명히, 전혀 다른 것!
60해동안 이 차 만든 강할머닌, 그것도 뽀짝! 말려야 제대로 만드는 것이고 맛이 깰끔(깔끔)하다, 최고 차다 한다. 하늘이 잘 도와주어 볕에서 시작하여 볕에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 말씀은 매우 중요하다. 비 오거나 날씨 나빠, 방에서라도 시들리고 비벼 말리면 맛이 다르다, 없다 한다. 깔끔한 맛이 아니라, 쉰내 맛이 난다는 것이다. 더구나, 잠자리도 적은 초가 3칸집에 말릴 때도 없으니, 마루에라도 널어놓으면 더 맛 떨어진다는 말씀이다.
강할머니는 6월까지만 만든다 한다. 어쩌다 아까워 먹으려 7월초 것만 따서 해도 맛이 다르다는 것이다.
⑥갈무리-겹겹의 한지에다, 봉지봉지 싸 작은 조막단지-옹기항아리에 넣어 보자기들로 또 싸 대광주리에 담아 처마 밑 시렁에 올려놓는 것으로 갈무리된다 한다.
⑦끓이기(자다․팽다)-김 올리며, 슬슬 끓여 익은(煮烹法․煮泡法) 뜨거운 차를 유리잔에 따뤄,
⑧마시기-마시자 햇차의 싱그러운- 곧, 일쇄차의 본 맛味인 풋내와 비릿하면서도 텁텁함이 입안에 풍긴다. 이어서 단내와 감칠맛鮮甘이 상큼히 뒷맛으로 감돈다. 그렇다. 살아있는活 깊고 익은醇, 마실수록 잘 넘어가는滑-목넘김이 시원하다. 그야말로 제대로 만들어지고 끓여진 한마디로, 鮮甘醇滑에 强活의 맛味을 지닌 햇볕차-일쇄차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어머니와 맏며느리같은 느낌이다. 뜸 잘 든․드는 가마솥 여운釜韻에, 싱그럽고 묵은 (식)초맛에, 후덕-크고 깊은 포근․푸근한 미덕의 그윽한 매력이 있다고 하면 넘 지나친 걸까.
⑨우린 발그레한 잎이 하나하나 그대로 살아있다, 튼실하다.
이 차는 적어도, 이 집안의 박씨(강말순 시집 온 5해 뒤 병사)→유예순→강말순 이렇게 3대이상 이어진 계보있는 것이다. 그러구러, 차밭도 아무리 못되도 150살은 더 먹었다하니, 이 제다법도 그 나이로 그렇게 그대로 뼈대있게 이어져내려 온 것이리라.
이렇게 만든 것이, 마시는 것이-이것이 그야말로, 진짜 「잭살」인 것이다. 더불어 이는, 초의스님 말한, 초의 스님이 내친 바로 그 차인 것이다.
여기서, 앞에서도 나온 유예순할머니(柳禮順, 1902-1989)는 누구인가!? 바로, 변기하할버지(邊基河, 1927-1989)의 어머니!
뿐아니라, 1985해에 청암 김대성(聽巖 金大成) 그 묵은 차꾼이 조사 때, 정학녀할머니(鄭鶴女, 이 때 92살)와 같이 있었던 할머니(이 때 84살)로 이미 이름 올려졌고, 얼굴소개도- 아이러니칼허게도 사실은 이 유할머니의, 찻잔 들고있는 사진이 실어졌다-뭔 까닭엔지.
바로 이 유할머니가, 성주서 18살에 시집와 시어머니인 박씨에게 차를 배우고, 다시 며느리 강할머니에게 전해준 것이다-3대로.
진짜 잭살․작살
곧바로, 초의스님이 말한-초의스님이 내친 그 햇볕차가 이제, 그대로 강말순할머니에 의해 바로 공개되고, 제대로 여태껏 이어져 왔옴을 보여준다.
오로지, 자연․천연의 힘으로 곧, 햇볕으로 햇볕의 힘으로 시들리고․산화․말려진, 하늘이 도우사-보우하사 이른바, 천우신조天佑神助로 만들어진 게 이 햇볕차=일쇄차인 거다.
보다시피, 하지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결코 잘 만들 수도, 많은 양도 만들 수 없는 귀한 차인 것이다.
무슨 숨은 비법(?)이 있는 차가 아니다. 가장 손쉬운 차다. 그러나, 어려운 차다. 자연-날씨 곧,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는. 우리는, 제대로 알고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 비법은 다른데 없다. 아니, 다른데 있다. 그것도, 쉽고도 단순-단출하며 간결한 하지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결코 안되는! 이 차가 그렇게 만들기 쉬운 게 아닌, 비법이란 것은 우리 인간에게 있는 게 아닌, 바로 자연-하늘의 힘 여기에 있는 것이다.
분명 초의스님 말씀에, 칠불암-선방禪房․선승禪僧 차는 햇볕에 말려 만들고, 끓여 마셨다. 더불어, 초의스님이 내치며 꾸짖은 것까지 떠올리지 않더라도 여기서, 내 개인적으로도 이 차 좋아하지도 100% 바람직한 차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하물며, 오늘날 장사 속의, 마구 만들어내는 다른식의 차를 일러 무얼 하겠는가. 전통이라 들먹이면서, (실내)시들리기→비비기→(실내)띄우기→(실내)말리기로 만들고는, 우려서 마시고 있으며 어린 차잎로도 마구 만들고 심지어, 가계로도 비비거나 기계로 확 말리면서 내놓는 잭살(차)․작살(차)․생生차․고뿔차․황차黃茶․발효차란 차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누가 뭐래도 이건- 차 제다법에 있어(서는), 가장 게으르고 가장 빠르며 가장 손쉬운, 다 수확의 방법임을 부인 할 순 없는 것 아닌가!-실내니 전천후고.
제대로 된 햇살 아래서 볕발 쬔 힘으로 산화와 뽀짝 말리는 차는 없다. 이른바, 태양고추․대추가 실내․건조기꺼랑 왜 다르다며 값비싼가. 오늘날, 그 차들은 짱짱한 햇볕에 모두 만들지 않는다, 그늘-방안에서 만드니 신선한 산소-공기 부족에, 햇볕 바로 쬔 산화 아니니 맛 깔끔하지 않고 쉰내같은-(온돌)房味․(지하실)倉味․霉味-것 남도 이 탓이다. 세상에! 뭔 비법인지, 띄운다-발효시킨다며 솜이불까지 덮어대는 판이니-
한심. 제대로 알고나 만들면 긍지도 갖고 뻐기기도 할 것이건만. 바탕-시원始原이 된 차가 오히려 그대로 변질 안되고, 순수하게 남아있고 이어져 온다. 우리는 이에 눈길을 모아 불켜 주어야 하는 것이다.
초의스님은 왜 내쳤을까-선종․선승과 차
초의스님이 이 차를 내침은,
①발달된 차가 아니다-원시적인, 더구나 녹차도 아니다-명나라 곧, 조선에 들어와 새로이 만들어지게 된, 낱낱인 차(낱잎차=別葉茶)=산차(散茶․散葉茶)인 우림 녹차에서 보면, 하늘아래 내세울 차를 엉터리-속된 솜씨로 다 버려 놓았다.
②따라서, 우림 녹차의 말가한 녹색 찻물빛이 아닌, 뒤처진 불그레한-붉은빛 차에,
③또한 아무런 격 없는, 달․구름-명월백운明月白雲과 함께하는 것같은 자리 살핌 없이-멋없이 그냥 푹푹 삶아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한편으론, 스님이 틀렸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차나 하는 스님=다승茶僧이면 저리 나무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참선하는 선방禪房과 선승禪僧! 자리틀고 나앉아 맘 하나 바로 세워 깨치는-불입문자不立文字 일체유심一切唯心 직지인심直指(旨)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을 따르는 본연의 자리라면 문제가 다르다.
여기에 차는, 그저 참선=좌선하는데 가장 방해되는 잠마구니=수마睡魔를 쫓는 도움물일 뿐이다. 삶은 붉은 차든 녹차든, 머리 맑아지고 잠 쫓는 각성제-카페인은 그대로 이기 때문. 그저, 잠 오며 머리 멍해지고, 맘 산란 몸 꼬꾸라질 때 그냥 아무 차 1모금 1잔이면 다시, 얼차려 정진에 나서는 보조물-도움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하나, 편 든다면 오늘의 칠불암 바로, 칠불선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어떤 곳인가!? 바로, 참선처로 이름난 곳. 그야말로, 절 곧, 선종에서 견성성불의 장좌불와 참선에 전력 매달리므로, 잠을 쫓는 것으로 무소유의 참구승들이 찾는 것이 바로 차인 것이다-각성제인 카페인 탓으로.
때문에, 차는 그를 도우는, 한낱 잠을 쫓아주는 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잠 쫓고 정신 돌아오게-맑게 해주는 것이라 높일쯤 일 뿐. 바로, 달마대사의 눈꺼풀이 떨어져 차(잎)가 되었다는 것도, 면벽 9해나 하는 (긴) 참선에서 온 탓임에랴.
그러므로 차가 참선스님의, 그저 깨닫기 위한 정진精進에 따른 잠 쫓는 도움물에 지나지 않는다면 정작, 차를 다르게 올려 놓아야할 아무런 뜻-의미가 없는 것! 카페인은 어느 차든 다 들어있고, 오히려 더 쓰고 떫다는 햇볕차가 더 효과적인 것이니, 더 맞는 것 아닌가.
하여, 우리의 청암 김대성이 이미 한 수 두었다. 이에, 「스님이 공부하기도 바쁜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 제대로 차를 만들어 마실 수 있겠는가?고 되묻는다면, 그 또한 대답이 궁해질 것이다」라고(『초의선사의 동다송東茶頌』, 2004. 6. 동아일보사, 160-161쪽).
그보다, 바로 쌍계사玉泉寺를 일으킨(中興, 840) 진감국사(眞鑑慧昭, 774-850)의 비(887, 崔致遠, 국보)에 드러난 선사禪師가 돋보인다.
「중국차漢茗도 공양해주면 나는 돌솥에다 가루도 안내고 그냥 넣어 달여 마셔, 맛보다 배만 적실 뿐이네라며, 속俗된 것보다 그 참眞에 다가가고자 했다. 有以 漢茗爲供者, 則以 薪爨石釜, 不爲屑而煮 之曰, 吾不識是何味, 濡腹而已 守眞忤俗, 皆此類也」는 스님의.
초의스님이 너무 차 얘길 하느라고- 달보다, 가리키는 손가락쪽을 내세웠는지 모른다.
바로, 칠불암-화개골절의 참선스님과 차 사일 밝힌 민요도 이렇게 내려오는데(雪坡 김기원교수 채집, 1957. 4)-
칠불七佛 밑에 자란 작살…(중략)/ 아자방亞(啞)字房에 시님네요/ 한잔 묵고 깨치소서/
두잔 묵고 도통하소/ 석잔 묵고 신선되소/ 자나깨나 정진하소
또 있다,
국사암國師庵 나한들은/ 진대밭長竹田 차싹 따서/ 6조와 차 마실 때/
금당암金堂庵 선지식들/ 코 만이 골아대네
넘기면서-
어떻게 만들었냐에 따라 차는, 그 마시는 찻물빛이 제대로 알려준다. 다시말해, 차물빛에 따라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대로 다 드러나는 거다.
쉽게 말하여,
①풀빛(綠)=초록빛=그리닌(thea-greenin=TG=茶綠素=thea-chlorophyll)을 그대로 살린 게 녹차,
②붉은빛(朱․紅)=루비긴(thea-rubigin=TR=茶紅素)은 산화(酸化oxidation)된-시킨 차고,
③노란빛(黃)=플라빈(thea-flavin=TF=茶黃素)은 띄운=발효(醱酵fermentation)된-시킨 차며,
④밤빛(栗)=갈빛(褐)=브라우닌(thea-brownin=TB=茶褐素)은 미생물=균=곰팡이로 띄운=발효(후․재?발효) 곧, 곰팡이뜸=균발효(菌醱酵mold-fermentation)된-시킨 차다.
나아가, 이 빛깔들의 많은 뒤섞임-성분비에 따라 어떻게 된 차인지 과학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 것이)다.
다음달에는 칼 뺀 김에, 잭살(차)=햇볕차=일쇄차를 이른바(의) 고뿔차라는 등과 비교-견줘 가면서 이․저리 풀어헤치고, 살펴보기로 한다.
올해는 그 햇볕차-일쇄차-잭살 5되밖에 만들 힘없었다는, 우리 소중한 강말순할머니의 건강과 장수를 빌고 또 빈다.
첫댓글 정말 아주 귀한 우리 차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처럼 재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