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배워야 하나(아태시대 우리들의 국제문자 한자를 배웁시다 1) 한자경제권 급부상 "정보화 필수"
• 북한도 국교부터 2천자 교육
발행일 : 1994.02.07 / 1 면 기고자 : 남상균
종이신문보기
조선일보는 오늘부터 한자를 배웁시다 를 연재합니다. 세계는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으며, 국제화-개방화는 이 시대의 거대한 흐름입니다. ur파고 가 보여주었듯 우리가 이 조류를 거역할 경우 무한경쟁 적자생존 약육강식 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 영원히 낙후될 것입니다. 국제어 습득은 국제화의 출발 이며, 한자는 십수억 동북아인이 사용하는 국제문자입니다. 세계경제대전 에서 살아 남으려면 경제대국 일본과 중국을 비롯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등 한자경제권 에서 사용하는 글자를 알아야 한다는게 이 기획의 취지입니다. 조선일보는 이를 위해 하루한자 도 함께 싣습니다 <21면>이 난은 고려대 공재석교수(중문학)가 맡습니다. 공교수는 대막에서 갑골문자를 연구한 자학의 권위자입니다. <편집자 주>
김영삼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때"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으며, 외국어 교육은 어릴때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대통령자문기구인 21세기위원회는 김대통령에게 이런 건의를 했다. "국제인 양성을 위해서는 국민학교부터 영어와 한자교육을 해야 한다. " 그런가 하면 며칠전 공로명주일대사는 "우리간판과 안내판 등에 한자를 병기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 한자를 써야한다고 지적했고, 서울대는 올 학기부터 고전읽기 를 의무화했다.
한자를 익히자는 여론이 서서히,그러나 광범위하게 형성되고있다. 한글세대인 30대사회인들이 뒤늦게 한자공부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자연스러워졌고,일부 대학생들은 방학 등을 활용해 집중적으로 한자를 공부하고 있다. 심지어 국교생이 한자를 배우는 모습도 낯설지 않게 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지금까지 한자옹호론자 들은 거개가 어문교육 차원에서 한자교육을 강조했다. 우리 말의 70%가 한자어인 상황에서 한자를 모르면 바른 어문생활도, 바른 국학연구도, 바른 전통문화의 계승도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일리있는 얘기이나 한글전용론자의 반론도 만만치 않아 한글전용 국한혼용 은 정책당국자와 학계의 영원한 숙제였다. 그러나 국제화시대가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한자는 이 시대의 생존도구 라는 새 목소리가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채 국민사이에 파고들고 있다. 주로 경제차원에서 접근하는 신한자옹호론자 들의 주장은 한자는 엄청난 인구가 사용하는 국제문자이며, 특히 eu nafta 등에 맞서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동북아경제권이 탄생할 경우 그 촉매제 로 귀결된다. "지구상에서 한자가 통용되는 인구는 줄잡아 14억을 넘고 있다. 세계인구 약 54억의 26%에 해당할 뿐더러 영어권 인구 15억과 거의 맞먹는다.
국제화시대에 꼭 갖춰야 하는 것중 하나는 외국어실력이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내지 아시아경제권형성에 즈음해 한자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성균관대 이대근교수(경제학)의 논지다. 대한항공등 20여기업으로 구성된 한진그룹. 작년 6월 한글세대인 대리급이하직원을대상으로 한자자격제도시험 을 쳤다. 시험범위는 교육부선정 1천8백자. 70점이 합격선이며, 불합격자는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12월에 이 시험을 또 쳤다. <2면에 계속>
*서구 공항안내판에 표기 영-미 대학도 교육
< 한자를 배웁시다 -1면서 계속>
자연 젊은 직원들은 머리를 싸매고 공부할 수 밖에 없다. 이 업무를 맡고 있는 김호택차장의 말. "작년부터 매년 두차례 이 시험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한자를 모르는 세대들이 그만큼 업무에 더디다는 판단때문입니다. 특히 중국 일본등 한자문화권 관련업무를 다룰때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지요. 처음 한글세대들이 컴퓨터 시대에 웬 한자 했지만 컴퓨터에 입력되는 한자가 점점 많아지는게 현실 아닙니까. "금호그룹도 비슷한 제도를 시행중이며,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은 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부터 한자과목을 신설한다고 공식으로 밝혔다. 날로 뜨거워 지는 기업의 한자공부열기는 각급학교 교육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칠것이 뻔하다. 세계경제전쟁에서 기선을 제압한 일본, 1인당 gnp가 2천달러면 미국의 경제규모를 능가한다는 중국, 아시아의 4룡과 이들을 쫓는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들은 모두 한자문화권 이거나 화교경제권 이다.
국제화시대에 이들 나라의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면 최선이지만 최소 통용되는 문자, 즉 한자라도 알면 더없이 편리하다. 한자를 모르면 일본의 첨단기술 서적을 볼 수 없고, 일본 연수도 불가능하다. 중국시장을 뚫는 데도 힘이든다. 때문에 일어 중국어를 배우는 전단계로 한자를 공부하는 사람도 많다. 학생과 직장인을 상대로 한자학습지 언어 한자 를 발행하는 양우출판사 대표 김영선씨는 "학습지를 보는 성인중 약 절반이 중국어나 일어를 배우고 있는 직장인"이라고 말했다.
90년 이후 우리나라의 국립국어연구원을 비롯한 일본과 중국의 학술기관들은 수차례 합동회의를 열어 국가별 상용한자, 약자, 한자교육문제를 다루었다. 한자가 동북아지역 국제문자임을 증명하는 사례다. 국제경제, 국제학계를 들먹일 것 없이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지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한자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이들 나라는 도로표지판, 간판, 상품이름 등에 빠짐없이 한자가 있다.
한자만 알면 낯선 목적지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고, 쇼핑도 즐길수 있으며, 식당에서 음식도 주문할 수 있다. 연방여행사 김주업회장의 이야기. "한자를 아는 세대는 학력이 낮아도 동북아에서 필담 으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한글세대는 고학력자도 쩔쩔맵니다.
준국제어 를 아느냐 모르느냐 차이지요. "요즘 구미에서는 국제공항 안내판에 한자를 병기하는 등 한자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무역관계자들 중에는 한자를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영국 런던대학과 미국 예일대학에서는 아예 교육용 기초한자를 각각 1천2백자와 1천자씩 선정, 관련학과생에게 가르친다. 한글전용으로 알고 있는 북한조차 국교부터 고교까지 2천자를 배운다. 유치원서 시작하는 일본의 지독한 한자열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모두 생존경쟁에서 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우리는 70년이후 의무교육과정(국교)에서 한자가 사라져 버렸다. 흔히 한자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는 지력전쟁터, 아는 것이 힘인 세상이다. 한자를 배우느냐, 마느냐는 필요성 여부 로 결정되어야지 난이도 가 기준이어서는 안된다.
기고자 : 남상균
본문자수 : 3132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북한
• 중국
• 아태시대 우리들의 국제문자 (한자를 배웁시다 2)
• 중, 국제어 한자 다시 배운다
• 간체자확대 포기 정자로 복귀
• 북한 "한자 알아야 합영유치" 교육열기
발행일 : 1994.02.08 / 2 면 기고자 : 남상균 남상균
종이신문보기
로동신문 의 나라 북한은 한글전용인가, 국한혼용인가? 해답은 이렇다. 과거 1백% 한글전용이었으나, 지금은 국교서부터 정식으로 한자를 가르친다.
그것도 대학생이면 3천자를 공부하는 엄청난 수준 이다. 의무교육을 통해 2천자를 배우는 그들은 김일성원수(원수)와 남조선원수(원수)를 헷갈리지 않는다.
삼천리금수강산이 일제놈 들의 쇠사슬에 얽매여 몸부림치던 그 비운의 나날에 생사존망의 위기에 놓인 우리 인민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혁명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원수님께서는 조국과 민족을 건질 원대한 뜻을 품으시고 압록강을 건너가시였다. 현재 북한의 고등중학 2년생(우리나라 국교6년생에 해당)이 배우는 교과서 내용 가운데 일부다. 생사존망의 존 을 한글로 쓴 것은 학년에 따라 가르치는 글자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음을 말해준다.
김일성은 광복후 진주한 소련의 비호아래 전통문화를 파괴하면서 한자를 전폐, 철저한 한글전용을 택했다. 절대권력자의 결정인 만큼 이 정책은 일사불란하게 실시됐다. 그러나 60년대 들어 바뀌었다. 물론 김일성이 번복했다.
64년 김일성은 한글전용에서 후퇴하는 교시를 내렸다. 한자문제는 반드시 우리 나라의 통일문제와 관련시켜 생각하여야 합니다. 지금 남조선사람들이 우리 글자와 함께 한자를 계속 쓰고있는 이상 그러니 일정한 기간 우리는 한자를 배워야 하며 그것을 써야 합니다.
66년 그는 한자교육을 강조하는 교시를 다시 내린데 이어 70년에는 각급학교에서 가르칠 구체적인 글자 수를 지정하는 3번째 교시를 내릴 정도로 이 문제를 진두지휘했다. 지금 한자기초가 약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3천자 정도면 충분합니다. 초중에서 기술학교까지 2천자 정도, 대학에서 1천자 정도 . 우리 학제로 따지면 국교5-6학년때 5백자, 중2때 까지 1천5백자, 고교까지 2천자, 나머지는 대학때 배우는 셈이다. 말이 쉬워 3천자이지 웬만한 고전을 술술 읽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북한이 우리보다 먼저 이조실록 국역을 끝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북한 국교생의 한자실력은 87년 따뜻한 남쪽나라 를 찾아 북한을 탈출한 김만철씨 일가의 막내 광호(당시 국교5년에 해당)가 보여주었다.
광호는 "북한에서 어떤 과목을 배웠느냐"는 기자 질문에 " 혁명1 혁명2 음악 한문 등을 배웠다"면서 "어떤 신문에서 내 이름의 집 호 자를 호경 호 자로 잘못 썼다"는 얘기까지 했다. 한자에 관한한 같은 또래의 우리 국교생과는 딴판이다. 김현희 김신조씨 등이 이름을 한자로 정확히 댄 것도 한자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왜 한자교육에 열을 올릴까. 통일에 대비해 남조선이 쓰는 문자를 알아야 한다 고 이유를 댔지만 속셈은 딴 데 있었다. 그가 한자교육을 처음 지시한 60년대 중-후반은 북한이 일본 중국과의 무역에 눈을 돌린 때였고, 3번째 교시를 내린 70년은 김일성의 말과 달리 우리가 한자교육을 포기한 해(한글전용 선언)였다. 그네들 표현을 빌리면 합영 (외국과 기업합작)을 추진키위해서 였다.
한자를 모르고서는 조총련 등 일본내 자본, 중국기업, 동남아 화교 돈을 끌어들이기 이만저만 힘들지 않다는 것을 안 것이다. 요즘 하는 말로 국제화-개방화를 위해서였다. 놀랍게도 한자 종주국 을 자처하는 중국도 한자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기네들만 사용하는 간체자, 즉 중국한자 를 두고 동북아, 넓게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어 한자 를 다시 공부하고 있다. 중국 역시 공산화이후 문자정책을 혁신했다. 비공반유를 부르짖으면서 한때 문자의 로마자화 까지 추진했던 모택동은 생전 3차에 걸쳐 2천2백38자의 간체자(이중 2자는 중복)를 만들었다. 화를 로 바꾸는 등 글자 모양이 종전과 전혀 달라 사실상 새 문자 제정 이었다. 문맹퇴치 를 명분으로 내건 간체자보급은 아들이 아버지가 남긴 글을 읽지 못하는 등 숱한 문제를 노출했으나 70년대 들어 중국이 국제무대에 본격 등장하면서 진짜 골칫덩이가 됐다. 일본 등 주변국에서 사용하는 한자, 즉 원래 자국문자를 막상 자신들이 모르게 된 것이다. 국제교류를 포기할 것인가, 원래 한자로 돌아갈 것인가? 중국은 후자를 선택했다. 중국은 모택동이 죽자 즉각 추가 간체자 사업은 철회했다(77년). 그리곤 모가 추방을 선언했던 원글자(중국은 이를 번체자라고 함) 공부를 못본체 하고 있다. 만만찮았을 수구세력을 감안할때 대단한 전환이다. 오히려 집권층은 원글자로 신문까지 내고 있다.
현재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두 종류로 찍는다. 간체자판과 우리가 아는 한자로 찍는 정자판이다. 중국은 이를 외국인을 위한 해외판 (for overseas edition)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내에서 더 많이 본다. 나이 많은 세대는 정자판밖에 읽을 수 없고, 젊은 세대는 국제문자 습득을 위해 본다.
중국이 최후에 어느 한자를 선택할지 짐작할 수 있다. 국제화시대를 맞아 중국마저 새롭게 평가하는 한자. 한자가 국제어임을 증명하는 사례이자, 우리가 배워야 하는 이유다. <남상균기자>
기고자 : 남상균 남상균
본문자수 : 2560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한자조기교육 강화
• 민자
• 기업 인사시험 치르도록
발행일 : 1994.02.09 / 1 면
종이신문보기
민자당은 한자조기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측에 대해 조기 한자교육강화를 촉구하기로 했다.
민자당의 이세기 정책위의장은 8일 당 고문단회의에서 당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한자교육을 유도하는 방안의 하나로 대기업의 입사시험에 한자교육 정도를 시험하도록 하는 시책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이연홍기자>
일본
• 유치원서 논어선집 교재로(한자를 배웁시다 3)
• 국교땐 천자 배워 한자정보화 선도
발행일 : 1994.02.09 / 2 면 기고자 : 남상균 남상균
종이신문보기
한자교육에 가장 열심인 나라는 일본이다. 우리는 흔히 일본은 자국문자(가나)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자를 배울수 밖에 없다 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도 종종 한자제한론이나 폐지론이 대두되었다. 특히 전후 맥아더 사령부는 일본의 재기를 막기위해 군벌과 재벌을 해체하면서 교과서를 모두 로마자로 교체하려고 까지 했다. 그러나 국력은 독서량과 비례하며, 독서력은 독해속도가 빠른 한자에서 나온다 고 믿는 일본인들은 교육문제만은 간섭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해 한자를 지켰다. 그때 일본인들은 "당분간만 사용하겠다"면서 상용한자 1천8백50자를 선정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눈치를 보아가며 오히려 한자교육을 강화했다. 현재 일본의 워드프로세서에는 무려 1만2천1백54자나 되는 한자가 들어 있다. 사용빈도가 높다고 분류된 것은 2천9백65자이지만, 많이 알아 손해 볼것 없다 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1만이 넘는 한자를 기계화 했다. 기계화가 어려운 한자는 정보화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는 지적을 일축하면서 오히려 한자를 활용해 정보화를 선도하는 일본이다.
일본인은 한자를 국민학교 1학년때 80자를 시작으로 국교 6년간 1천6자, 중학교에서 9백39자를 배운다. 바로 상용한자다. 의무교육과정인 만큼 전 국민이 모두 배우는 이 1천9백45자에는 1945년 패전을 잊지 말자 는 무서운 의미가 담겨있다. 일본의 독특한 사람이름을 적는 인명용 상용한자 2백84자는 이와 별도다. 인명용 한자도 패전당시는 92자 였으나 야금야금 늘렸다. 그러나 실제 일본의 한자교육은 유치원에서,그것도 매우 높은 강도로 시작한다. 물론 교육당국과 교직자,학부모의 견해가 일치한결과다. 동경의 한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한자교재 두가지를 보자.
제1교재는 랑송집 . 첫 페이지를 열면 시작하는 말, 백번을 읽으면 뜻이 저절로 통한다 는 구절과 함께 만엽집선 이라는 제목아래 문장이 이어진다. 춘과 하래 . 만엽집 은 일본 고대사를 읊은 시가집. 원서를 쉽게 편찬했다고는 하나 우리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요약본을 유치원생이 배우는 격이다.
제2교재는 경악할 정도다. 책 이름은 론어선집 . 자왈온고이지신 . 우리로선 대학생, 그것도 한문전공학과생들의 교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수준이다. 20페이지 안팎인 이들 교재의 맨 뒷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인쇄되어 있다. 맺는 말, 자기 나라의 고전을 모르고서는 예지의 21세기에 국제인이 될 수 없다 . 21세기 인간은 국제인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제 나라의 고전은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일본은 유치원생에게 6백여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또 있다. 한자교육은 기업도 거든다. 해마다 정초면 일본의 조미료회사 카메라메이커등 중견기업들이 유치부, 국민학교부로 나누어 신춘문예 처럼 신춘붓글씨 를 공모한다. 그래도 모자라는지 일본에서는 요즘 제2한자교육 붐 이 일고 있다. 한자학원이 속속 늘어나고 기업에서도 사원한자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컴퓨터보급으로 한자를 읽을 줄은 알아도 쓸줄 아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흘려버릴 일이 아니다. 이같은 정부 학계 기업 가정의 노력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10여년 전만해도 일본의 대중소설에는 한자어에 토(후리가나 읽는 법)가 달렸지만 요즘 나오는 책에는 고유명사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웬만한 한자는 전 국민이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과 비교할때 우리는 어느 수준인가. 대학을 나와도 고전은 커녕 신문조차 제대로 못읽는다. 대학교수의 80.8%가 국제화-정보화 사회에서 경쟁에 이기려면 국민학교에서 1천자 정도는 가르쳐야 한다 는 등 한자교육강화를 주장(93년 12월 한국리서치사회조사연구소 조사)하는 데도 교육정책은 한글전용 이다. 올해를 한국방문의 해 로 정해 놓고도 도로표지판에 한자를 병기하지 않아 일본이나 대만등 동남아 관광객을 쩔쩔매게 만드는 나라.
한글로만 된 도로표지판을 보는 외국인은 우리가 아랍문자만을 쓰는 중동국가의 도로표지판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일 것이다. 외국 관광객들이 불편할것 이라고 여길 일이 아니다. 글로벌시대에 거대한 공동문자권 에서 떨어져 있음으로써 머잖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남상균기자>
기고자 : 남상균 남상균
본문자수 : 2143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우리실력(아태시대 우리들의 국제문자 한자를 배웁시다 4)
• 부모이름 못쓰는 대학생 많다
• 일상한자어 뜻몰라 잘못쓰기 일쑤
• 국교교사-젊은문인 다수가 기초글씨도 "감감"
발행일 : 1994.02.12 / 2 면 기고자 : 남상균 남상균
종이신문보기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유행어는 토사구팽 . 어느 정치인이 이 말을 던지고 정계를 은퇴하자 신문사에는 무슨 뜻이냐 는 독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유방과 한신의 중국고사에서 나온 유래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글자 자체를 못읽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우리 문화재 조선왕조의궤 가 파리에서 돌아올 때도 비슷했다. 이중 의 는 부의 축의 등으로 사용빈도가 극히 잦은 글자다. 결혼식장이나 상가에 봉투 를 들고 가면서도 겉봉에 쓴 글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정말 한심했던건 ur협상으로 신토불이 가 등장했을 때다. 국어대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조어 에 가깝지만 한자 1백자만 제대로 공부했다면 뜻을 물어볼 필요가 없는 기초자로 된 성어다. 그런데도 너무 많은 사람이 무슨 말인지를 몰랐다.
우리 국민의 한자실력이 형편없다는 얘기를 할때 흔히 대학생을 예로 든다. 최고학부를 다닌다는 미래의 동량 들이 신문하나 제대로 못읽는 고학력 문맹 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불행하게도 실상은 더 참담하다.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 전국의 17개 대학 1~3학년생 1천5백명을 대상으로 평가한 대학생의 한자실력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우선 자신이 다니는 학과를 제대로 못쓰는 경우가 허다했다. 의예과 교육학과 화학과 행정학과 . 이런 기상천외한 전공자가 절반을 넘는 54%나 됐다. 읽기에서 항복 을 맞춘 학생은 38%였으며, 한자쓰기에서 자매 를 제대로 쓴 경우는 고작 9%였다. 전체평균은 54.2점. 주최측이 다룬 한자는 교육용기초한자 1천8백자 가운데서도 기초중 기초 라고 고른 1천자 범위내였다. 더욱이 이들은 거의 명문대생 이었다. 또 다른 조사결과는 더욱 놀랍다. 7개대 신입생 1천3백49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이름을 한자로 쓰게했더니 아버지 이름을 못쓴 학생이 23%, 어머니 이름을 못쓴 학생이 29%나 됐다. 부모이름조차 못쓰는 우리 대학생 이라는 일부의 우려가 결코 기우만은 아닌 것이다. 휘트니 휴스턴, 마이클 잭슨 등 외국연예인의 이름은 영어로 척척 쓰면서 부-조의 합자조차 못쓰는 사실은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서울 모대학 한문교육과의 어느 교수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한문을 전공하겠다는 학생들의 한자실력이 워낙 형편없어 신입생에게 내주는 첫 과제가 사자소학 10번 써오기"라고 말했다. 4자소학 은 조선시대 요즘의 유치원생 또래가 공부하던 생활윤리서로 부 모 충 효 같은 기초한자 4백57자가 반복해서 나온다. 일본의 유치원생이 론어선집 을 공부한다는 사실을 우리 대학생이 짐작이나 할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기성세대는 괜찮은가. 한글전용세대인 30대 중반 이하는 대학생과 다를 게 없다. 이들의 실력은 일상생활에서 예사로 틀린 어법을 구사하는 데서 짐작할 수는 있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로송나무 아래서 남은 유산 물에 빠져 익사한 화인은 전기누전 시 모음집 대상을 수상했다 부상당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 한자세대에겐 더 없이 거북한 표현이 유행가에서부터 신문 잡지에 이르기까지 예사로 등장한다. 국민학교 저학년때 어법이 정확해야 한다면서 선생님이 예로 드는 역전 앞 류의 홍수다.
우리 말은 약 70%가 한자어여서 한자를 모르면 구조적으로 바른 말과 글을 쓸 수가 없다. 한자문맹은 말과 글의 달인이어야 할 한글세대 문인들에게까지 번져있다. 패하 강변에 군사를 매복하여 숨겨두었다가 날카로운 유시가 심장을 꿰뚫었던 개선하여 돌아오던 .
어느 소설가가 한 페이지 분량의 원고에서 뜻을 몰라 잘못 사용한 한자어다. 프랑스가 미국문화유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세계 각국이 국경없는 경제전쟁과 함께 문화전쟁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말과 글이 올바르지 못한 국민은 결코 문화선진국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진짜 심각한 건 대학생과 회사원이 아니다. 청주교대 안승덕교수(국어교육)가 국민학교 남자교사 2백3명 여자교사 82명 등 모두 2백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들의 실력을 보자. 나이는 남자가 평균 38세(26~54세), 여자는 31세(25~44세)였으며, 근무연수는 14년(3~30년)이었다. 문제는 국민학교 1~6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 가운데 왕자 교실 고국 태극기 등 사용빈도가 높고 널리 쓰이는 1백개를 한자로 쓰기. 안교수는 "기초한자 1천8백자 가운데 상대적으로 쉬운 9백자 범위 내에서 문제를 냈다"고 했다. 놀랍게도 모두 정답을 쓴 한자어는 선생 과 대학 둘뿐이었다.
교사업무와 관련있는 방학 수업 교실 도 부지기수로 틀렸으며, 수십명은 소년 소녀 마저 엉뚱하게 썼다. 태극기 를 제대로 쓴 교사는 19%(54명) 밖에 안됐다. 한자세대 교사를 빼면 결과는 이보다 훨씬 나쁠 것이다. 이 조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서의 기초 한자어도 제대로 못쓰는 교사들이 2세교육을 맡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통문제가 아니다.80년대 들어 대학교에 첨단공학을 배우는 제어계측과 란게 생겼다. 생소하지만 제어계측과 라고 쓰면 무슨 공부를 하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그러나 한글전용 인 우리 정부의 교육부 문서 등에는 이 한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일본은 한자로 가르친다. 이래 가지고서는 일본과의 발전거리가 점점 멀어져갈 뿐이다.70년 한글전용정책 이후 그에 따른 부작용은 문화-과학-국제 등 온갖 분야에서 이미 충분히 나타났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개혁을 부르짖는 문민정부가 이 문제에는 묵묵부답이다. <남상균 기자>
기고자 : 남상균 남상균
본문자수 : 2776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국교 한자교육 건의
• 전통문화협
• "국제경쟁 이기려면 필수"
발행일 : 1994.02.13 / 1 면
종이신문보기
전통문화협의회(회장 이응백서울대 명예교수)는 12일 교육부에 국민학교부터 한자교육을 하자 는 건의서를 냈다.
이회장은 교육부에 전달한 한자 교육정책 부활 건의서 를 통해 "70년이후의 한글전용정책은 당시 군사정권이 이론적 검토나 여론 참작없이 하루 아침에 시행한 것"이라며 "국민을 문맹으로 만드는 한글전용정책을 버리고 한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의서는 또 "한자는 독서력을 키워주므로 국력배양을 위해 필수적일뿐 아니라 언어이론가들의 의견대로 조기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 "교육당국은 95년의 6차교육과정개편때 국교 한자교육을 필수과목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회장은 "경쟁국 일본과 북한이 국민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한자교육을 외면하면 국제경쟁에서 뒤떨어질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남상균기자>
학부모 97% "한자교육 고맙다"(한자를 배웁시다 6)
• 아태시대 우리들의 국제문자
• 교재 만들어 하루 2자씩 지도
• 국교졸업후 신문 줄줄읽어 반대교사들 "보람느낀다"
발행일 : 1994.02.14 / 2 면 기고자 : 신사국교교장 곽인성
종이신문보기
한자습득의 요체는 국민학생 때부터 배우는 조기교육이다. 그러나 70년 한글전용정책 이후 국교 교육과정에서 한자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때문에 한자교육에 찬성하는 학교장과 교사들은 자습시간 등을 활용, 재량껏 가르친다. 14년째 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는 서울 은평구 신사국교 곽인성교장(65)의 체험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14년째 한자 가르친 서울 신사국교장의 체험기
80년 신설국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부터 교장직권으로 한자를 가르쳤다. 국어교과서에서 한자어를 가려 교재를 만들고 1학년을 제외한 전학년생에게 매일 아침 자습시간 20~30분을 활용, 2자씩 지도했다. 이렇게 5년간 계속하면 졸업할 때까지 상용한자 약1천자를 가르칠수 있다. 국민학교의 한자교육에 관해서는 이론이 있을수있다.
그러나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것이 현재는 물론 장래에 필요한 참교육인가를 고민하던끝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자지도를 하게 되었다.
첫째,과거에는 국민학교만 졸업해도 신문을 줄줄 읽고 공무원이나 일반직장인으로서 별 무리없이 업무를 처리할수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고등교육을 받고도 한자를 제대로 배우지못한탓에반문맹이 되어생활에불편을겪고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둘째, 우리는 오랫동안 한자를 사용했고 현재도 널리 쓰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말의 약 70%가 한자어로 되어 있다. 한자를 모르면 일상생활이나 공부는 물론 학문연구에 도 이만저만 불편하지가 않다.
셋째, 모든 교육이 조기교육 추세일 뿐 아니라 어려서 익힌 것일 수록 학습의 토대가 되고 평생의 바탕이 된다. 따라서 기억력이 뛰어나고 언어약진기에 해당되는 국민학교때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교단 경험을 고려했다.
넷째, 국제화시대 정보화시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영어와 컴퓨터교육이 중요하듯이 영어권인구와 맞먹는 한자문화권에 사는 우리에게 한자교육은 필수적이다. 최근 각 분야에서 국제화-세계화를 지향하는 현실을 감안할때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다섯째, 한자교육은 단순한 문자교육에 그치지 않고 수신, 즉 사람이 바르게 살아가야 할 길을 가르친다.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오늘날에는 한자교육이 도덕교육을 겸한다. 위와 같은 생각으로 시작한 한자교육의 성과및 반응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자는 어렵기 때문에 국민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는 일부의 지적은 기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교내 한자시험이나 경시대회결과를 보면 타교과성적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작년 10월에 있었던 전국한자능력검정시험 에 6학년 어린이가 3급(1천8백자 해독)에 합격하는 등 성과는 기대이상이다. 한자지도에 반대하거나 적극성을 보이지 않던 교사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보람을 느낀다는 수가 압도적이다.
둘째, 한자를 배우면 학습흥미도와 이해력이 향상되어 학력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 이는 한자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자지도를 반대하던 한 2학년 교사는 한 달이 못되어 아이가 쓴 한자공책을 가지고 와서 자랑하기도 했으며, 생활이 어려운 어떤 2학년 자모는 공부를 않던 아이가 한자를 배우면서 학습에 흥미를 갖게 되어 너무 기쁘다면서 누룽지를 가져온 일도 있다.
때때로 졸업생들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중학교 1학년인 어떤 학생은 국민학교때 한자공부를 다소 귀찮게 생각했는데 중학교에 와서 보니 더 열심히 하지 않았던게 후회된다는 글을 보냈다. 새로 나오는 어려운 낱말의 뜻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고 다른 공부에도 크게 도움이 되어 국민학교때 한자를 배우지 않은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이 된 제자로부터도 비슷한 편지를 자주 받는다.
셋째, 학부모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절대 찬성이다. 그동안 몇차례의 설문조사와 여론을 종합해 볼 때 거의 모든 학부모들은 한자지도를 반긴다. 필자가 처음 한자를 지도했던 국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찬성이 97%였다. 학부모들을 만날때 마다 한자를 가르쳐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일간지를 거침없이 읽을 때 대견스럽고 친척들이 부러워하는 것을 보면 학교가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어떤 학부모는 전학간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자 교장 선생님께 건의하여 전교생에게 한자를 지도토록 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일들은 한글세대인 현재 국교생 학부모들이 누구보다도 한자교육을 갈망하고있는 표시라고 볼수 있다. 이들의 열망은 곧 전국 학부모들의 열망이라고 보아도 지나친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필자는 이달말 45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한다. 교단경험으로 볼때 교육에는 꼭 가르쳐야 할 내용과 시기가 있다. 한자는 꼭 가르쳐야 하며, 어릴때 가르칠 수록 효과적이다. 누구든 불편없는 생활을 하면서 문화적인 삶을 누리려면 한자를 모르고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신사국교교장>
기고자 : 신사국교교장 곽인성
본문자수 : 2420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한자 알아야 아태시장 개척(한자를 배웁시다 7)
• 기업인이 보는 한자교육 필요성
• 동남아,중국어가 비즈니스어
• 화교가 경제권 표지판-공문 한자병용
발행일 : 1994.02.15 / 2 면 기고자 : 럭키금성해외사업추진위원회사장 천진환
종이신문보기
한자를 익혀야 하는 이유는 올바른 국어교육과, 아-태지역이 선도하는 국제화시대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이다. 국가경쟁력확보를 위해 한자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럭키금성해외사업추진위원회 천진환사장의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주>
필자는 수년간 동남아지역본부를 맡아 중국과 동남아 여러 나라를 수시로 방문했다. 자연히 그 지역의 거대한 화상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한자의 위력에 놀란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당시 경험으로 볼때 "동남아에서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한자는 꼭 알아야 한다"는게 필자의 확신이다.
싱가포르 국제공항. 동남아에서 외국인의 왕래가 매우 빈번한 곳 가운데 하나다. 이 국제공항의 주요 표지판에는 어김없이 한자(중국어)가 영어와 함께 병기(병기)되어 있다. 더욱이 시내로 들어서면 간선도로의 이정표라든지 입간판에서 손쉽게 한자를 발견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요즘 싱가포르에서는 중국과 경제교류가 확대되면서 한자를 배우자 는 캠페인이 전개되는가 하면 공문도 가능한한 한자로 쓰도록 하는 등 한자열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 나라의 공식국어는 말레이어이지만 한자가 영어와 함께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필리핀에 갔을때 일이다. 현지 어느 회사와 합작해 미국에 진출키 위해서였다. 회사이름이 스페인식이라 회장과 사장도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중국계였다. 몇마디 중국어로 인사말을 던지자 엄숙하게 앉아있던 그들의 표정이 믿을수 없이 변하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지기를 만난양 분위기가 바뀌면서 상담은 급진전,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홍콩.
이 세상에서 동과 서가 조화를 이룬 국제무역-금융의 중심지이다. 홍콩을 다니다 보면 아주 좁은 골목의 표지판도 영어와 한자로 되어있을 뿐 아니라 그곳에 상주하는 영국 독일 덴마크 등지의 서양인들도 한자문화에 매우 익숙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명함에 자신과 회사의 이름(명)을 영어로 쓴 뒤 꼭 그 음이나 뜻을 따서 한자로도 써 놓는다. 어떤 경우는 우리보다도 한자상식이 풍부해 놀랄때도 있다. 심지어 한문의 좋은 구절을 외워 자랑스럽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자녀 이름도 영어식외에 한자로도 지어주며, 그 이름을 애용토록 가르친다. 우리 못지않게 동양적인 것이다. 함께 식사를 할때도 한자투성이인 중국요리 메뉴판을 보고 자연스레 주문한다.
동양, 구체적으로 근무지 문화를 이해하려는 그들의 노력에 머리가 숙여질 정도다. 이같은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서도 마찬가지다. 왜 이럴까. 동남아의 상권을 화교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작금의 세계경제환경 변화로 중국문자, 즉 한자가 세계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양의 경제 혹은 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세계경제의 중심이 서구로부터 아시아 태평양으로 움직인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대만, 동남아각국 등 한자문화권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시장을 개척하고 이 지역의 문화-역사-사고방식을 이해하려면 한자에 대한 지식이 필수 불가결이다. 국경없는 경제시대를 맞아 무한경쟁의 무역전쟁을 치러야 하는 마당에 자원이 빈약한 우리로서는 한 손에 상품지식, 또 한 손에 언어라는 무기를 들고 발로 뛰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구촌이 좁다면서 동서로 뛰고 남북으로 날아야할 우리의 미래인 젊은이들에게 한자지식은 엄청난 무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간 한자사용에 관해 여러 의견이 대립,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일부 국민들의 머리 속에는 한자는 무척 어렵다 는 선입감이 내재되어 있고, 그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자는 과연 어렵고 효용가치가 없는 것일까. 필자는 한자를 어려워하는 이에게 개념을 바꿔 한자는 곧 세계글자 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영어를 열심히 배우는 이유는 그것이 미국과 영국을 뛰어넘어 세계 공용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계 인구의 약 25%가 중국인이고, 그들은 지구촌 곳곳에 포진해 한자를 쓰고 있다. 한자는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가치없는 문자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이 어느 정도의 한자 실력만 갖추고 이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세계 어느 곳에 가든지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럭키금성 해외사업 추진위원회 사장>
한국어문교육연구회(회장 남광우)한국국어교육학회(회장 진태하) 한자교육진흥회(회장 이재전) 국제한자진흥협의회(회장 정병학) 동악어문학회(회장 강기진) 현대문학회(회장 홍일식) 한국국어교육연구회 등 국학관련 7개 단체는 국민학교에서 1천자 정도의 한자를 가르쳐야 하고, 각급 교과서는 국한혼용으로 해야한다는 건의서를 15일 교육부에 연명으로 냈다.
이들은 70년이후 한글전용폐해를 지적하는 성명 건의 청원을 40여차례 했다면서 그동안 이 운동에 동참을 서명한 거의 모든 언론사를 포함한 2백47개 단체와 전-현직 총리와 장관 74명,전-현직 대학총장 37명,-예술원회원 1백13명, 학술-문화단체장 학자 교수 4백3명 전-현직 국회의원4백88명,언론-출판인 85명 등 각계인사 1만3천6백49명의 명단도 함께 제출했다. <남상균기자>
아태시대 우리들의국제문자
• 임원택서울대명예교수(한자를배웁시다 8) "한자는 한문의 생산성 높인다"
• 민족의 정신적 자본 반드시 복권돼야
발행일 : 1994.02.16 / 2 면 기고자 : 임원택
종이신문보기
학술원 회원인 원로경제학자 림원택교수(72 서울대명예교수)가 한자를 배웁시다 를 읽고 글을 보냈다. 림교수는"학문은 가장 강력한 생산수단이며,한자는 학문의 생산성을 높인다"고 한자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령으로 오른손이 불편한 림교수는 왼손으로 원고를썼다. <편집자주>
1백50년전 독일이 영국보다 후진국일때 력사학파의 시조 f 리스트는 영국을 추월할 수 있는 이론으로 정신적 생산력이 물질적 생산력을 생산한다 일국의 물질적 자본이 발전하는 최진력은 일국의 정신적 자본의 발전이다 라는 2개의 테제를 제시했다.
1차대전후 독일의 거물 마르크스주의자인 k 카우츠키도 학문은 민족생존경쟁에 있어서의 무기 라고 했다.
일본은 삼도통부(런던대 교수)의 말대로 베스트 컬렉션(the best collection) 전략으로 근대화를 이루었다. 즉 일본=영국의 베스트+독일의 베스트+미국의 베스트+중국의 베스트+희랍의 베스트 라는 전술로 인류가 5천년에 걸쳐 이룩한 문화를 불과 1백년만에 모두 흡수, 거대한 정신적 자본 (책의 축적)을 만들어 냈다. 그리곤 그것을 1백% 가동해 세계제일의 정신적 생산력 물질적 생산력 체제를 구축했다. 한편 케인지언 머니타리스트, 공급중시 경제학 등이 나라를 망쳐 미국이 세계제일의 부채국이 된 86년에 나타나 리스트식 국민경제학을 주장한 사람은 p 드러커였다. 그는 21세기는 포스트 자본주의-지식경제시대 가 된다고 했다. 초기 저작에서는 지식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 라고 하던 그가 최근 저작에서는 지식이야말로 오직 하나의 생산요소 라 하고 있다. 지금 미국 독일 일본에서 진행중에 있는 21세기형 자본주의 라는 것에 관해 그들 나라에는 하나의 정식이 확립되고 있다. ①생산력면에서 학문의 전문화 기술의 세분화 중소기업=부품생산의 세분화 를 통해 산업구조의 세분화 라는 대방향을 달리고 있으며 ②이것은 또 생산관계면에서 드러커가 말한대로 종업원 자본주의 지식노동자 중심사회 , 그리고 스톡 에코노미 플로 에코노미 의 큰 방향을 달리도록 만들어 놓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경쟁의 승패는 전문화 세분화 차별화 의 정도에 따라 나게 되어 있다. 이를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학문의 생산성 이라고 드러커는 말하고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문자의 생산성 이다.
일본인은 한자개념용어를 종횡무진으로 사용해서 세계제일의 정신적 자본 (책)을 만들어 냈고, 또 그것을 통해서 세계제일의 정신적 생산력 , 즉 학문의 생산성 을 확보함으로써 매년 사상최대의 흑자를 올리고 있지 않은가. 과거 내가 직접 경험한 바를 얘기하면 그들은 국민학교때부터 교과서와 정신적 자본 을 병행해서 국민을 교육시켰다. 일본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탕천수수박사는 4살때 부터 사서오경을 조부의 매를 맞아 가면서 배웠다. 그의 노벨상 수상 중간자이론 은 물리학 책이 아닌 장자를 읽고, 즉 정신적 자본 덕분에 발견한 것이다. 일본은 각급학교 입시때 교과서와 정신적 자본 의 흡수도를 함께 테스트한다. 대학입시의 경우 인류 5천년의 정신적 자본 흡수도를 총테스트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광복후 교육의 잘못으로 일제때도 책방에 흔해 빠졌던 칸트 헤겔의 책 한권 볼 수 없게 되었고, 우리 5천년 역사상 처음보는 정신적 자본 정신적 생산력 의 공동화 현상을 가져오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국민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혀 국제경쟁력이 없는 교과서만 가지고 시험, 또 시험 의 난센스가 진행되고 있다.
얼마전 변형윤교수(서울대명예교수)를 만났더니 "감투에도, 돈에도 욕심이 없고 전력을 기울여 손자에게 천자문 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어쩌면 나하고 그렇게도 같은가. 손자 방에 들어가 본다. 60년전 내가 그 나이때 읽었던 책보다 훨씬 못하다. 저명출판사 사장을 만났더니 이렇게 말하는게 아닌가. "이게 남의 나라 같으면 망해가는 꼴을 재미나게 감상이나 할텐데 우리나라이니 어떻게 하겠느냐. " 그는 "한자 섞인 조금 어려운 책은 안 팔리니까 찍지를 않는다"고도 했다. 온 나라가 절망상태에 있을 때 작년말 월간조선의 한자복권 과 올들어 조선일보의 한자를 배웁시다 기사로 문예부흥의 봉화가 올랐다. 나는 광복후 50년만에 처음으로 용기를 가지고 정론을 펴고 있는 필봉을 보았다.
대기업에서도 한자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교육개혁위장으로 이석희교수가 임명된 일이다. 그는 교개위장에 임명된후 "한자를 다시 쓰게 해서 없어진 정신적 자본 정신적 생산력 회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런 마당에 국회는 순 한글로 된 고시를 냄으로써 반시대성 반민주성 을 노출시켰다. 그것은 지식사회지향에 역행되므로 반시대적이다.
또 부의 악분배가 지식의 악분배보다 훨씬 죄가 가볍다. 지배층은 국민이 많이 아는 것을 두려워 하므로 지식의 민주화를 방해한다. 지식이야말로 가장 민주적인 힘의 원천이다(knowledge is the most democratic source of power) 라고 한 a 토플러의 말에 의해서 반민주적이다.
이 기회에 청산되어야 할 스톡 에코노미의 온상이 되고 있는 국회를 근본적으로, 그리고 철저히 고쳐야 한다는 것이 종래부터 품어온 나의 생각이다. 국회의원 누구라도 좋으니 여기에 대해 꼭 대답해 주기 바란다.
끝으로 한자복권을 통해 정신적 자본 정신적 생산력 회복을 개혁의 대목표 로 알고 다른 매스컴도 같이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기고자 : 임원택
본문자수 : 2756
학습현장
• 고전배우며 한자-심성교육
• 문성중(한자를 배웁시다 10)
• 입학때 천자 10번쓰기 숙제
• 상문고
• 신문사설서 어려운 글자 뽑아 시험
• 대원여상
발행일 : 1994.02.19 / 2 면 기고자 : 손정미 손성미
종이신문보기
18일 오후 2시10분 서울 구로구 독산동 문성중학교(교장 백필균 63) 2학년 1반 교실. 난로에 타들어가는 갈탄이 초봄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 졸음이 쏟아지는 6교시 한문시간. 그러나 제28과 오군이장(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 을 배우는 학생들은 칠판 가득 쓰인 한자와 김성남교사(33 여)의 강의에 깊이 빠져 있었다.
이 과의 기인장사(그 사람이 죽게 될 즈음) 에 나오는 장 자를 학생들이 제대로 읽지못하자 김교사는 "장군의 아들도 몰라?"라고 해서 한바탕 웃겼다. 당나귀 려(려)자를 가르치며 김교사가 "당나귀는 말 사촌쯤 되나"라고 묻자 한 학생이 "이문세가 말 사촌이에요"라고 답해 또한번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교사의 한문강의지론은 "한문교육은 재미있고 실용적으로, 그러나 진지하게"이다.
이 반의 신은동군(16)은 "한문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신문에 이미 배운 글자가 나오면 반갑고 신이난다"고 말했다. 훈장 인 김교사도 한문 열성파다. 벌써 3년째 매주 4일씩 종로구 구기동에 있는 민족문학추진회의 국역연수원을 다니며 사서삼경을 비롯한 고전과 조선시대 법전을 익히고 있다. 김교사는 "우리 전통문화에서 한문의 중요성을 안 이상 더 깊게 연구해 학생들에게 체계적이고 깊은 한문수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학교의 백필균교장도 한문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해 몸소 실천하고 있다. 백교장은 한문이 학생들의 국어와 국사과목에 도움을 줄뿐 아니라 심성교육에도 필요하다고 느껴 3년전부터 겨울방학을 이용, 원하는 학생들에게 직접 명심보감을 가르치고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듣기를 더 좋아하는 중학생들이라 수강학생은 20명 안팎이나 거르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학생수가 적어 추운 겨울방학 교장실 난로에 불을 피워놓고 일일이 공책에 한자를 쓰게하고 뜻 풀이를 해주고 있다.
지난 겨울방학때도 빠지지 않았다. 백교장은 "학생이 크게 늘지는 않지만 한문을 배운 학생들은 생각도 깊어지고 몸가짐도 반듯해진다"고 했다.
서초구 방배동 상문고(교장 상춘식 53)는 학교교육보다는 숙제를 내줘 한자를 교육하는 방법을 써 효과를 보고 있다. 상문고는 입학을 앞두고 있는 신입생들에게 예비소집때 한자숙제를 낸다. 한자 1천자를 10번씩 쓰도록 한다. 천자문 50번쓰기로 시작된 한자쓰기 숙제가 주어진 것은 고교평준화가 실시된 74년부터. 한자교육이 바른 우리말 구사, 어휘력 증가 등 국어교육에 필수적이라는 상교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입학하고나서도 마찬가지다. 1-2학년 문과 학생들은 학기중에 1천2백여자에 달하는 한자를 3번씩 되풀이해 쓴다. 처음에는 연필로, 다음에는 볼펜으로, 세번째는 사인펜으로 한자쓰기 교본을 써나간다. 까맣게 손때가 묻고 표지가 너덜너덜해질 때쯤이면 한글세대인 30대의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는 것이 이 학교교사들의 귀띔이다.
이같은 한자교육으로 올해 이 학교 졸업자중 대학 본고사를 치른 80명의 절반이 훨씬 넘는 50명이 한문을 선택과목으로 정해 한자교육의 덕택을 톡톡히 봤다. 한문을 가르치는 곽치영교사(37)는 지난 겨울방학 1학년 학생들에게 고사성어 6백여개를 10번씩 써오도록 숙제를 내 19일 종업식때 거두기로 했다. 성동구 중곡동 대원여상 교실의 칠판이나 게시판에는 매일 2~3자씩의 한자가 써 붙여진다. 학년별로 난이도가 달라 고학년으로 가면 어려운 한자가 등장한다. 어려운 글자는 담임교사가 의미를 풀이해준다. 글자는 공문서나 신문사설에서 뽑힌다. 학생들은 이 글자를 자습시간이나 쉬는 시간마다 익혀야 한다. 2주일에 한번씩 토요일은 한문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한문교사 김정운씨(37)는 "졸업후 취업하는 학생이 많아 생활에 도움을 주도록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은숙양(17 1학년)은 "신문을 읽을 때에도 도움이 되고 다른 과목을 이해하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손정미기자>
기고자 : 손정미 손성미
기업 현장
• 한자필담으로 상담 성사도(한자를 배웁시다 11)
• 아태비즈니스 주요매개 역할
• 업계 한글세대 사원 한자재교육 바람
발행일 : 1994.02.20 / 2 면 기고자 : 이거산 이거산
종이신문보기
학교 , 자신감 .
한자를 갓배우기 시작한 어린 학생들이 쓴 것이 아니다. 국내 굴지의 a그룹 사원연수과정에서 교육생들이 제출한 리포트에서 발견된 오자들이다.
일류대학 졸업생뿐 아니라 대학원과정까지 마친 사원들이 보인 한자실력에 교육담당자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상상을 초월한 한자를 접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대기업 b사에서 일어난 일. 한 직원이 이재민 을 나재민 으로 읽었다. 나재민 은 곧 부서에서 그의 별명이 됐으나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타부서 직원들은 그의 이름이 나재민 인 줄로 오해, 그를 자주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런 현상은 특정 기업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국내 대부분 기업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한자를 엉터리로 쓴 보고서를 받아본 경험은 비일비재하다. 전혀 엉뚱한 글자를 쓰는 경우도 없지않다. 오자를 일일이 수정해야하는 작업은 번거로울뿐 아니라 그 자체가 낭비다. " 대기업인 c사 임원 얘기다.
예의가 중시되는 비즈니스 현장. 그러나 한자로 된 명함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엉뚱하게 발음했다가 첫인상부터 구겨버리고 수준을 의심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명함 뒤편 영문표기를 보고 짐작하는 직원이 적지않다는게 기업체 종사자들의 말이다. d기업 중간간부는 기자가 상사의 한자이름을 확인하자 영 을 길 영 대신 "물 수자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위에 점이 있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이런 현상이 국내에만 한정된다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이제는 세계2위의 경제대국 일본, 인구대국 중국, 화교가 상권을 쥐고있는 동남아국가에 이르기까지 한자를 공유하는 아태지역이 세계경제의 리더로 비상하는 시대다. 그들이 아끼고 가꿔온 한자는 아-태지역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한자를 등한시한 우리는 아-태지역 경제전쟁에서 그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92년말 중국측이 발주한 프로젝트 입찰에서 일본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대기업 e사의 경험. 이 회사는 중국측이 급히 요구한 보충자료를 일본업체보다 번번이 늦게 제출했다가 "왜 당신들은 행동이 느리냐"는 핀잔을 받았다.
원인은 한자 사용여부였다. 일본업체는 일단 한자를 주로 사용한 자료를 내서 중국측을 급한대로 만족시켰다. 반면 e사는 영어와 한글 자료만 제출, 중국측에 번역하는 수고를 안겨주면서 굼뜨다는 인상만 잔뜩 심어주었다.
f사 관계자는 일본의 거래업체 간부들이 한국출장때 공항에 마중나온 젊은 사원들과는 한자필담이 잘 안된다고 푸념한다고 전했다. 영어대신 한자필담은 상담과정에서 단순히 윤활유 역할뿐아니라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필담경험이 있는 비즈니스맨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대정공 김무일상무는 베트남에서 겪은 경험담을 소개했다. "50대인 베트남측 관계자는 불어를 했지만 나는 불어가 서툴렀다. 대화가 형식적으로 흐를 때 한자필담을 제의하니까 그는 흔쾌히 응했다. 그후 상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중국 복건성출신 화교가 많은 싱가포르에서 현지채용인을 교육하고 업무를 시킬때 한자가 무척 유용했다. 특히 복건성은 한자발음도 우리와 비슷해 조직내 친밀감도 향상시킬 수있었다. " 삼성전자 정혜영과장 얘기다. 한자는 결코 죽은 문자가 아니다. 우리만 한글전용=나라사랑 이라는 도식에 얽매여 한자를 매장했을뿐이라고 비즈니스맨들은 안타까워했다.
"한자문화권에 속하지않는 사람이 중국에서 느끼는 언문장벽은 굉장히 심하다. 반면 한자에 익숙한 우리는 친근감을 쉽게 느끼며 그만큼 모험심도 커진다. 그런 친근감은 12억 시장을 뚫는데 큰 무기가 된다. " 한자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중소기업 h사 s사장의 웅변이다. <이거산기자>
기고자 : 이거산 이거산
일 바이어들 한자명함 반색
• 기업현장(한자를 배웁시다 12)
• "정보력과 직결" 대기업서 앞장
• 일부그룹선 고과-신입사원 시험 보기도
발행일 : 1994.02.21 / 2 면 기고자 : 이거산 이거산
종이신문보기
우리 사회가 중요성과 시급성을 깨닫지 못한채 내팽개쳐뒀던 한자교육. 업무와 비즈니스현장에서 그 큰 구멍을 절감하다못한 대기업들이 "우리라도 구멍을 메우겠다"고 나섰다. 지난 2월초,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은 올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시험에 한자과목을 포함시킨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이제 최소한 이 두 그룹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라면 한자교재를 뒤적이지 않을 수 없게된 셈이다. 현대그룹은 한자시험 추가뿐 아니라 한자교육 강화도 추진하고있다. 3월부터는 신입사원과 전직급에 대한 그룹차원 교육과정에 한자과목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계열사별로 곧 직원들의 한자수준 평가시험을 실시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영어시험을 치러 인사고과에 반영하듯 한자실력도 직장내 승진 요건으로 승격된 셈이다. 그래서 입사준비생뿐 아니라 회사원들도 다급해졌다. 학창시절 괄시했던 한자가 비즈니스현장에서 필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해오다 이제 의무적 기초소양 이라는 발등의 불로 바싹 다가섰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김창수총무부장은 "부서 직원중 70%가 일일한자학습지를 구독해 한자를 익히고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럭키금성그룹 대우그룹 기아그룹도 한자교육이 대세라 여기고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 대기업 샐러리맨들은 뒤늦은 한자바람에 휩싸이게 됐다. 그러나 금호그룹은 진작부터 한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자교육에 나섰다. 지난 91년초 박성용회장이 지시한 직후부터다.
금호는 부장이하 모든 사무직 사원을 대상으로 3단계 교재를 배포, 자율적으로 학습토록 했다. 초급수준인 3단계는 상용한자 1천자, 2단계는 1천4백자, 1단계는 1천8백자 습득을 목표로 설정했다. 기간은 3단계가 3개월이며 1~2단계는 각 2개월씩. 분기별로 실시하는 시험에는, 모든 직원이 연간 2차례이상 응시해야 인사고과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있다. 목표수준에 미달한 사원은 재시험을 치르도록 하고있다. 금호는 한자교육을 정식으로 시키기 전부터 사내 모든 서류에 한자를 많이 사용토록 독려했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뒤늦게나마 한자의 중요성을 깨닫고 교육확대와 관련 제도마련에 나선 것은 한자가 지닌 현실적인 힘과 유용성때문. "이미 한자문화권 국가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게 증대했다. 한국과 이들 나라간 교역량이 증대할 것은 확실하다. 현대그룹과 이들 국가간 교역량은 35%수준이나 늘어날 전망이다.
한자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해졌다. "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홍성원이사의 배경설명이다. 대기업 한자교육이 단순히 비즈니스목적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간 경제전 양상을 띠고 있는 국제환경속에서 어문능력은 곧바로 정보수집력이 된다. 삼성전자 인사팀 이선상과장은 "우리는 한자교육을 등한시해 한자문화권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사장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어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한자지식이 충분하면 일본신문을 웬만큼 해독할 수 있고 일본어 습득도 빠르다는 지적은 한자가 갖고있는 유용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글전용에 젖어있던 회사측의 무심한 배려탓에 사원 스스로 한자사용에 앞장서가는 사례도 없지않다.
a사 수출파트 b과장은 회사에서 만들어주는 명함을 아예 쓰지 않는다. 늘 한글과 영문으로만 만들어주기때문이다. 일본담당인 그는 바이어들이 한자명함을 받으면 무척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그는 회사명함은 제쳐두고 자비로 한자명함을 만들어 쓴다. 현대그룹 홍성원이사는 "이제 한자는 옛사람이 배우던 글자라는 인식에서 탈피해, 일어 불어 독어처럼 매우 중요한 제2외국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이들 대기업의 이니셔티브는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며, 사회전체 한자교육체계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이거산기자>
기고자 : 이거산 이거산
국교현장
• 광양제철국교(한자를 배웁시다 13)
• 10년째 자습시간 한자공부
• 서당교실 개설 예절교육도
• 창신국교
• 아침마다 "하루 한단어" 읽기-쓰기
• 신사국교
발행일 : 1994.02.23 / 2 면 기고자 : 강호철 강호철
종이신문보기
"오늘 배울 한자는 저축(저축)이에요. 쌓을 저, 저축할 축". 황인주교사(39 여)의 선창에 50명 학생들이 합창으로 호응한다. "쌓을 저, 저축할 축!"
"이번에는 순서대로 써볼까. " 뜻과 음을 익힌 학생들이 칠판에 적힌 순서대로 허공에다 글씨쓰는 시늉을 한다. 학생들의 눈빛이 진지하기만 하다.
다음은 공책에 직접 써볼 차례. 일제히 공책을 펴고 한 자씩 꾹꾹 눌러 쓴다. 공책 1쪽이 채워지자 황교사는 이번 주에 배운 한자들을 복습시킨다. "바랄 희, 바랄 망" "영화 영, 빛 광" . 서울 은평구 신사국교 5학년8반의 아침 자습시간 모습이다.
어린이들의 합창은 다른 교실에서도 들려온다. 곽인성교장이 부임한 90년부터 아침 자습시간에 1학년을 제외한 전교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곽교장이 낱말을 직접 골라 교재까지 만들었다. 하루에 한 단어씩 공부하면 2백20개 단어를 익힐 수 있도록 만들었다. "처음에는 어린 학생들에게 한자교육은 무리 라는 반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호응이 무척 높다"고 곽교장은 말했다.
다른 학교도 가보자. "땅 지, 모 방 지방" "어미 모, 계집 녀" "질문있는데요. 모 방이라는 모 는 뭐죠 ", " 계집 녀 에 나오는 계집은 뭐예요. 왜 그렇게 이름을 지었죠 . " 봄방학을 며칠 앞둔 지난 16일 오후1시 서울 종로구 창신국교의 3학년 2반 교실도 한자 배우는 소리로 떠나갈 듯하다. 학습방법은 신사국교와 비슷하다. 따라읽게 한다음 종이에 따라쓰게 한다. 아이들은 공책에 쓴 한자를 서로 비교하고는 즐거워한다. 수업시간이 끝나도 자리에 앉아 읽기-쓰기를 계속하는 어린이들도 많다.
창신국교가 여름-겨울 방학을 이용해 서당교실을 개설한 것은 지난 92년 전한준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이다. 당초에는 방학때만 한자공부를 했으나 지난 겨울방학때 학부모들의 반응이 아주 좋아 방학이 끝난 뒤에도 한자익히기를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8명의 교사들이 자원하여 서당교실에서 훈장노릇 을 열심히 한 결과이다. 학부모 조미자씨(37)는 "6학년에 다니는 동엽이와 3학년 동원이가 방학때 서당에 다니더니 예절바른 아이가 됐다"며 흐뭇해 한다.
조씨는 "신문에 모르는 한자가 나오면 옥편을 가져다 찾아보는 애들이 대견스럽다"며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다른 과목 공부에도 더욱 흥미를 느끼는 것같다"고 말했다.
국교 한자교육의 원조는 아무래도 전남 동광양시 광양제철국교(교장 전권 63)를 꼽아야 할 것이다. 이 학교의 한자교육 역사는 벌써 9년을 헤아린다. 85년 개교와 동시에 자습시간 한자공부를 시작했다. 당시만해도 국교에서 한자를 가르치려면 교육청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한글 전용론자인 학부모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한자교육이 강행됐다.
이 학교에서는 1-2학년은 1년동안 1백80자, 3-4학년 2백자, 5-6학년은 2백50자씩을 배우게 돼있다. 한글세대 교사들은 처음 쑥스러워 하며 한자교육에 나서지 않으려 했지만 이제는 배우면서 가르치는데 익숙해졌다.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고 흥미를 느껴가며 한자를 배울 수 있는 교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한자만 빼곡하게 들어찬 책이 아니라 그림까지 곁들인 그럴듯한 교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미 저명한 미술대 교수에게 삽화제작을 의뢰해 놓았다. 전교장은 "내년부터는 정규과목으로 편성, 1년에 34시간씩 한자를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이 학교의 한자학습 효과가 알려지자 다른 학교에서도 교재를 다투어 요청해왔다. 서울, 부산, 대구 등에까지 이 학교의 한자교재가 보급돼 이제 영-호남 지방에선 검인정을 받지 않은 교과서 가 돼버렸다.
전국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한자를 가르치는 국민학교수가 얼마나 될까. 아직 공식 통계가 없는 물음이다. 창신국교의 전한준교장은 전체 국민학교의 80%는 재량껏 한자를 가르치고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강호철기자>
외국인도 한자배우기 모임
• 연세어학원(한자를 배웁시다 14)
• 여성대상 수료땐 자격증-양원주부학교
• 맹자강의 일반인 수강생 "열기"-민족문화추진회
발행일 : 1994.02.24 / 2 면 기고자 : 박기연
종이신문보기
"하늘 천, 따 지, 나라 국, 내 천" "하늘 촌, 타 지, 나라 쿡, 내 촌" 금발 학생들의 발음이 영 어줍다. 그래도 이런 따라읽기를 10여차례 반복하면 어느 정도 음이 정확해진다. 연세대 어학원에서 한자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의 모습이다.
어학원은 본래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이다. 그러나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치려면 한자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에 희망자를 대상으로 1주일에 두 번 한자교실을 열고 있다. 이들이 아직 초보수준에 머물고 있긴 하지만 틀림없는 한자광이 돼가고 있다.
"국자의 구는 국경을 뜻합니다. " 교사의 설명에 지미라는 미국학생이 손을 번쩍 든다. "국경이 뭐냐"고 묻기위해서다. 교사는 잠시 망설인다. 생각끝에 "국경은 바운더리(boundary)의 뜻입니다" 그때서야 10여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천자의 가로 두줄은 하늘의 모양입니다. 이 두 줄을 빼면 무슨 글자일까요?" 이번엔 미8군소속 군인인 스코트씨가 손을 들었다. " 사람 인 입니다. " 교사는 미소를 띠며 이 간단한 글자의 의미를 가르친다.
"천자는 하늘을 사람이 받들고 있는 모양입니다. 동양인들, 오리엔탈 피플(oriental people)의 하늘을 받드는 마음이 깊이 스며있는 거죠. "브라질 교포로 어학원에 다니는 전유남양(22 브라질 puc대학 2년)은 "한자를 모르니까 의미를 이해할 수 없어요. 신문보기도 힘들고 . 연세어학원 도 한자어죠. 한자를 배우면 한글이 쉬울 때가 많아요. "
지난 1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마포구 대흥동 양원주부학교(교장 이선재 58) 한문교실. 30여명의 주부들이 교사 전옥경씨(29 여)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고교 한문교과서 하(하)권에 나오는 어부사 . " 거세개탁이어늘 아독청하고 중인이 개취어늘 아독성이라 시이견방이로다 여기서 써 이 는 어떻게 해석하죠?" 미혼여성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수강생들은 주저없이 "까닭"이라고 답했다. 다시 "볼 견은요"라는 질문에 "당하다"는 답들이다.2년전에 입학, 중학 수준의 한자를 익히기 시작했던 주부들이 한문 음독은 물론 이제 뜻도 척척 풀이한다.
비록 중-고교를 못나온 주부들이지만 한문실력은 요즘 대학생들의 수준을 넘는다. 이들이 이 정도의 한문실력을 갖추게 된 것은 이 학교가 교육에 대해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기 때문. 1년과정인 중등반에서는 중학 한문책 3권, 고등반에서는 고교 한문책 상(상), 교양반은 하(하)권을 가르친다. 명심보감 과 론어 강의도 있다. 이 학교는 교과서외에도 1년에 2권씩 한자쓰기교본을 쓰도록 하고 있으며 총 7단계의 한자읽기능력급수시험 을 치러 자격증을 주고 있다. 비공인 이지만 시험은 엄격하다. 3백여자씩 주어지는 한자를 읽지 못하면 여지없이 낙방이다. 재시험을 쳐야 한다.
6급에서 특급까지 시험을 다 통과하면 2천3백여자의 한자를 습득하게 된다. "이제 중학생인 딸아이가 우리 엄마는 한자박사 라고 친구들에게 자랑까지 해요. "
91년 입학한 주부 신선자씨(42)의 설명이다. 역시 19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구기터널옆 민족문화추진회(회장 이원순) 제1강의실. 맹자강의를 듣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60여석의 강의실이 빼곡하다. "인유계견방즉지구지하되 유방심이불지구니라(사람들은 기르던 개나 닭이 도망가면 찾으려 하지만 자기의 양심이 도망가면 찾지 않는다)"(맹자의 고자 장 ). 정태현교수(59)의 가르침에 수강생들은 교재 여백에 뜻을 적어넣느라 여념이 없다.
대학생인 오수진군(20 경희대 한의예2)은 "한의학을 전공하다보니 한문에 관심이 많아져 등록했다"고 했고, 대학시절 중문학을 전공한 서민자씨(30 여 인사동 고서점 근무)는 "국역연수원 연수생으로 한문공부를 하다 그만두었지만 다시 계속하고 싶어 다닌다"고 했다. <박기연기자>
관광안내판에도 한자가 없다(한자를 배웁시다 15)
• 한글-영어뿐 일관광객 등 불편
• 은행 등 주요기관 간판 한자병기 아쉬워
발행일 : 1994.02.25 / 2 면 기고자 : 선우정 선우정
종이신문보기
"김포공항앞에 관광안내도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더군요. 한자가 있어 어찌나 반갑던지 . 하지만 정작 지도에는 한글과 영어로만 적혀있었어요. "(시오바라 도시히코 20 일 동경도 풍도구 남지대)
시오바라씨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 15일. 한국인 친구에게 알린 날짜보다 사흘전이었다. 혼자 서울을 암행 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시내에 들어선 시오바라씨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서 구입한 책자 세계を행き방(세계를 여행하는 방법) 한국편 이 무용지물이 될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3백쪽정도 되는 책자에는 지명이 한자-일어-한글로 표기돼 있었지만 시청앞 거리의 간판은 온통 한글뿐이었다. 도로표지판도 커다란 한글밑에 달라붙은 작은 영문자가 전부였다.
그는 책자를 일일이 뒤져 일본어를 보고 발음을 안 다음 영문자로 다시 맞춰보기도 하고 한글 모양과 대조하기도 했다. 시청앞 도착 40분 뒤에 10분거리에 있는 중앙박물관을 겨우 찾았다. 시청 앞에서 박물관까지 시오바라씨가 발견한 한자는 조선일보 간판과 충무공리순신장군상 등 두개뿐.
평일이라 박물관 안팎엔 온통 일본사람인데 입구의 안내판은 한글과 영어였다. 경복궁 도 ky ng-bokkung 이라 쓰여 있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일본책에서 겨우 비슷한 발음의 명소를 찾아내 경복궁 이 왕궁 이라는 것을 알았다. 박물관 전시실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한글 밑에 토를 달아 한자를 드문드문 써놓았지만 내용이 잘 연결되지 않았다. 한국식동검 문화쇠퇴 한경 청동의기 간두령 식이었다. 거리의 간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식집과 중국집만 한자로 적혀 있었다. 관광안내서엔 좋은 음식점이 많이 소개돼 있지만 글자꼴을 맞춰보는 식으로는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시오바라씨는 부근에 보이는 일식집에서 김초밥 몇 개를 집어먹고 오후 3시쯤 마침내 한국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글과 영어뿐인 표지판,안내판,간판에 불과 몇 시간만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지난 해 한국을 방문한 와카즈 미네스케씨(일 동경도 문경구)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처음 환전했던 공항의 조흥은행 을 시내에서 찾지 못한 것. 공항에만 은행 으로 표기됐을뿐 시내 모든 은행이 한글간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환전을 뜻하는 양체 (りょぅガぇ)란 일본식 한자 표기를 보고 은행을 찾았다고 한다. 일본 교토에 거주하고 있는 윤응수씨(65)는 최근 일본인 친구와 함께 일본인들이 꽤 많이 드나드는 유명 음식점에 갔다. 그런데 화장실에 한글로 절수 라고만 쓰여 있었다. 결국 절수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인뿐이었다. 한자로 절수 라고 써놓았다면 손님 모두가 실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윤씨는 말한다.
윤씨는 또 겉봉투에 회사주소로 이사장님께 라고 쓴 편지를 받고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윤씨가 다닌 회사에는 이사장과 이사장이 함께 있었던 것. 결국 편지내용이 사람들 앞에 공개되고서야 제주인을 만났다고 한다. 한국지리를 공부하는 토머스 나이트씨(26)는 미국에서 한자를 배웠으면서도 6개월동안 한국어책을 손도 못댔다. 같은 한자문화권의 중국-일본책은 한자가 있어 1개월정도 언어를 배우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한국어책은 그러나 한자가 없어 독해가 불가능했다. 나이트씨는 지금도 책을 읽을 때 한국어 사전을 쉴 새없이 뒤적거린다. 사전에 쓰여진 한자를 봐야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한글세대들이 많아짐에 따라 김철수씨(40 서울 관악구 신림동)가 겪는 고통은 이제 참기 어려울 정도다. 같은 동네에만도 김철수 가 여러명이기 때문이다.
엉뚱한 전화는 물론 수백m 옆집에 사는 김철수씨를 찾는 손님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 김철수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두 집 모두 문패는 한자지만 방문객들이 한자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김철수씨는 요즘 세탁소에 옷을 맡길 때 한자이름을 꼭 적어줘 옷이 바뀌는 일을 없도록 하고 있다. <선우정기자>
sw '한자학습'
• 한자공부도 이제 컴퓨터로(한자를 배웁시다 16) 자녀에 우리말 가르치다 개발
• 5단계 3만단어 입력 학습점검 기능도
발행일 : 1994.02.26 / 2 면 기고자 : 이규창뉴미디어기획팀 이규창
종이신문보기
안방에서 컴퓨터를 벗삼아 한자공부를 얼마든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부모의 한자실력이 시원찮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컴퓨터가 아이들의 훌륭한 독선생 노릇을 해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평범한 아빠가 아이들의 한자공부를 위해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까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보자료실장 여운방씨(47)가 그 주인공. 그가 2년여에 걸쳐 밤잠을 설치며 만든 소프트웨어 한자학습 에는 한석봉의 어머니 못지않은 정성과 사랑이 담겨있다.
여씨가 대학졸업후 kdi에서 일하다 미국유학을 결심한 것은 지난 78년. 아들 창은이가 다섯살, 딸 수연이가 두살때였다. 어렵사리 4년동안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여씨 가족에게뜻밖의문제가 생겼다. 국민학교 3학년에 편입한 창은이가 도무지 학교수업을 따라가지못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우리말이 채 입에 익기도전에 미국으로 가는바람에 한글이 전혀 낯선 외국어가 되고 만 것이다. 심지어 시험문제도 옆에 앉은 친구가 읽어줘야 겨우 답을 쓸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답답해 미칠 것 같았어요. 국어시간이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죠. 한글단어를 모르니 덮어놓고 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 창은이는 부모님들이 걱정하실까봐 말씀도 못드리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했다고 말했다. 여씨 부부의 심정도 바늘방석이긴 매한가지였다. 따로 독선생을 둘 처지도 안되고 그렇다고 마땅한 적응교육시설도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여씨는 아이들의 어학공부를 돕는데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창은이가 고3에 올라가던 90년 겨울부터 이른바 한자카드 교육을 시작했다. 앞면에 한자단어를 쓰고 뒷면에는 음과 뜻을 적어 매일저녁 반복학습을 시켰다. 1년반동안 여씨부부가 만든 한자카드는 1천여장. 지성을 들인만큼 효과는 만점이었다. 처음엔 짜증을 내던 아이들이 1년남짓 지나자 공부에 부쩍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우리말에도 자신감을 갖게된 것이다. 어려운 한자가 섞여있는 신문사설도 술술 읽어 뜻을 이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마침 유학시절 cai(computer aided instruction 컴퓨터를 보조도구로 사용하는 교육방법)에 관심을 두었던 여씨는 내친김에 컴퓨터로 배우는 한자공부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한자와 컴퓨터실력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만만하게 대들었지만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배우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국민학생용부터 일상생활용, 행정전산망용까지 등급을 다섯으로 나누고 각각에 맞는 한자단어 3만여개를 골라 입력했다. 그뿐아니라 한자부수 2백14개를 코드화하고 다양한 색인방법까지 일일이 설계해 집어넣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한자학습 은 자식사랑의 부정이 금방 느껴질 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테면 다른 소프트웨어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학습관리 기능과 학습진도 보기 같은 메뉴가 들어있다. 학습관리는 아이들이 어디까지 공부했는지 학부모들이 틈틈이 확인해 볼 수 있는 기능이고, 학습진도보기는 지난번 배운 것중에 틀린 것을 반복하고 새 단어를 예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시중에 적지않은 교육용 소프트웨어들이 나와있지만 대부분 눈속임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품질이 형편없습니다. 학부모들이 믿고 아이들에게 권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의 품질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 여씨는 한자학습 을 만들때 기존교육용 소프트웨어 제작풍토에 자극을 주어보겠다는 목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자학습 은 지금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여씨의 부친은 해방후 서울신문 사회부장을 지내다 납북된 여상현시인. 우리말을 지극히 사랑했던 부친은 친구들이 아이를 낳으면 봄시내 와 같은 고운이름을 즐겨 지어주곤 했단다. 여씨도 우리말을 진정 아끼고 발전시키려면 한자공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아이들 공부시키려고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더니 이제는 고3짜리 딸보다 본인이 더 열심히 한자공부를 합니다. 이젠 남의 아이들 공부를 시켜야 한다나요?" 부인 조혜선씨(44)가 웃으며 말했다 <이규창 뉴미디어기획팀>
한자사용 여론조사 설문내용-응답
• 한자우선 39.4% 영어우선 38.2%
• "신문한자 다 읽을수있다" 11.8%뿐
발행일 : 1994.02.27 / 2 면
종이신문보기
님은 한자를 모르면 생활하는데 얼마나 불편하다고, 혹은 불편하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1)매우 불편하다 30.8% 2)약간 불편하다 50.6% 3)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16.1% 4)전혀 불편하지 않다 2.5%
님은 한자가 외국 글자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글자라고 생각하십니까?1)외국 글자 43.0% 2)우리 글자 54.3% 3)모름/무응답 2.6%
어떤 사람들은 신문이나 책 등에서 "한글만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한자를 섞어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님은 어느 쪽 의견에 더 찬성하십니까?1)한글만 써야한다 34.8% 2)한자를 섞어써야 한다 62.8% 3)무어라 말할 수 없다 2.4%
한글만 써야 한다 고 생각하시는 이유는?1)한자를 몰라서/배우지 않아서 31.7% 2)우리글이므로 23.1% 3)쉽다/편하다 20.9% 4)한자는 어렵다 7.6% 5)한글로도 충분하다 6.6% 6)한자는 외국어 2.8% 7)한글사용이 많으므로 2.8% 8)차세대를 위해 2.3% 9)한글 발전을 위해 1.1% 10)기타 1.2%
한자를 섞어써야 한다 고 생각하시는 이유는?1)의미전달이 정확하다 57.9% 2)익숙하다/편하다 7.8% 3)교육상/한자배울 수 있다 6.8% 4)한자사용이 많으므로 6.6% 5)개방화/국제화시대이므로 5.0% 6)한자도 우리말의 일부 4.9% 7)예부터 사용해 왔으므로 4.6% 8)한자문화권이므로 1.2% 9)문장이 간결 1.2% 10)한글로 표현안되는 말이 있다 0.7% 11)기타 1.8% 12)모름/무응답 1.5%
국민학교에서 영어와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면 님은 어느 것에 더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1)영어교육 38.2% 2)한자교육 39.4% 3)둘다 20.9% 4)둘다 가르칠 필요없다 1.6%
님은 국민학교때부터 한자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 는 의견에 얼마나 찬성 혹은 반대하십니까?1)매우 찬성 38.7% 2)약간 찬성 43.8% 3)약간 반대 12.8%4)매우반대4.7%
(찬성한다면) 국민학교에서는 한자를 몇자정도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1)500자이내 38.1% 2)500자 13.8% 3)600자 3.1% 4)700자 2.2% 5)800자 1.2% 6)900자 1.1% 7)1,000자 27.0% 8)그 이상 8.1% 9)모름/무응답 5.5%
님은 한자를 많이 알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다 는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지 않으십니까?1)동의한다 54.9% 2)동의하지 않는다 43.4% 3)모름/무응답 1.7%
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소홀히 하면 중국,일본 등을 중심으로한 아시아 경제권에서 국가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지 않으십니까?1)동의한다55.8%2)동의하지않는다38.2% 3)모름/무응답 6.0%
현재는 한글과 영어로만 표시되어 있는 교통안내 표지판에 한자를 같이 표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럴 필요없다고 생각하십니까?1)한자를 같이 표기할 필요가 있다 41.4% 2)그럴 필요없다 57.2% 3)모름/무응답 1.4%
님은 신문에 나오는 한자를 어느 정도 읽으실 수 있습니까?1)거의 모두 읽을 수 있다 24.7% 2)대충 읽을 수 있다 60.4% 3)거의 읽을 수 없다 14.9%
그럼, 님은 신문에 나오는 한자 10자중 몇자 정도나 읽으실 수 있습니까?1)하나도 못읽는다 3.8% 2)1~4자 17.5% 3)5자 18.8% 4)6~9자 48.2% 5)10자 모두 11.8%
국교 한자교육 건의
• 전통문화협
• "국제경쟁 이기려면 필수"
발행일 : 1994.02.13 / 1 면
종이신문보기
전통문화협의회(회장 이응백서울대 명예교수)는 12일 교육부에 국민학교부터 한자교육을 하자 는 건의서를 냈다.
이회장은 교육부에 전달한 한자 교육정책 부활 건의서 를 통해 "70년이후의 한글전용정책은 당시 군사정권이 이론적 검토나 여론 참작없이 하루 아침에 시행한 것"이라며 "국민을 문맹으로 만드는 한글전용정책을 버리고 한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의서는 또 "한자는 독서력을 키워주므로 국력배양을 위해 필수적일뿐 아니라 언어이론가들의 의견대로 조기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 "교육당국은 95년의 6차교육과정개편때 국교 한자교육을 필수과목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회장은 "경쟁국 일본과 북한이 국민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한자교육을 외면하면 국제경쟁에서 뒤떨어질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남상균기자>
한자 알아야 아태시장 개척(한자를 배웁시다 7)
• 기업인이 보는 한자교육 필요성
• 동남아,중국어가 비즈니스어
• 화교가 경제권 표지판-공문 한자병용
발행일 : 1994.02.15 / 2 면 기고자 : 럭키금성해외사업추진위원회사장 천진환
종이신문보기
한자를 익혀야 하는 이유는 올바른 국어교육과, 아-태지역이 선도하는 국제화시대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이다. 국가경쟁력확보를 위해 한자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럭키금성해외사업추진위원회 천진환사장의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주>
필자는 수년간 동남아지역본부를 맡아 중국과 동남아 여러 나라를 수시로 방문했다. 자연히 그 지역의 거대한 화상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한자의 위력에 놀란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당시 경험으로 볼때 "동남아에서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한자는 꼭 알아야 한다"는게 필자의 확신이다.
싱가포르 국제공항. 동남아에서 외국인의 왕래가 매우 빈번한 곳 가운데 하나다. 이 국제공항의 주요 표지판에는 어김없이 한자(중국어)가 영어와 함께 병기(병기)되어 있다. 더욱이 시내로 들어서면 간선도로의 이정표라든지 입간판에서 손쉽게 한자를 발견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요즘 싱가포르에서는 중국과 경제교류가 확대되면서 한자를 배우자 는 캠페인이 전개되는가 하면 공문도 가능한한 한자로 쓰도록 하는 등 한자열기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이 나라의 공식국어는 말레이어이지만 한자가 영어와 함께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필리핀에 갔을때 일이다. 현지 어느 회사와 합작해 미국에 진출키 위해서였다. 회사이름이 스페인식이라 회장과 사장도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중국계였다. 몇마디 중국어로 인사말을 던지자 엄숙하게 앉아있던 그들의 표정이 믿을수 없이 변하더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지기를 만난양 분위기가 바뀌면서 상담은 급진전,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홍콩.
이 세상에서 동과 서가 조화를 이룬 국제무역-금융의 중심지이다. 홍콩을 다니다 보면 아주 좁은 골목의 표지판도 영어와 한자로 되어있을 뿐 아니라 그곳에 상주하는 영국 독일 덴마크 등지의 서양인들도 한자문화에 매우 익숙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명함에 자신과 회사의 이름(명)을 영어로 쓴 뒤 꼭 그 음이나 뜻을 따서 한자로도 써 놓는다. 어떤 경우는 우리보다도 한자상식이 풍부해 놀랄때도 있다. 심지어 한문의 좋은 구절을 외워 자랑스럽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자녀 이름도 영어식외에 한자로도 지어주며, 그 이름을 애용토록 가르친다. 우리 못지않게 동양적인 것이다. 함께 식사를 할때도 한자투성이인 중국요리 메뉴판을 보고 자연스레 주문한다.
동양, 구체적으로 근무지 문화를 이해하려는 그들의 노력에 머리가 숙여질 정도다. 이같은 현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서도 마찬가지다. 왜 이럴까. 동남아의 상권을 화교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작금의 세계경제환경 변화로 중국문자, 즉 한자가 세계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양의 경제 혹은 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세계경제의 중심이 서구로부터 아시아 태평양으로 움직인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대만, 동남아각국 등 한자문화권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시장을 개척하고 이 지역의 문화-역사-사고방식을 이해하려면 한자에 대한 지식이 필수 불가결이다. 국경없는 경제시대를 맞아 무한경쟁의 무역전쟁을 치러야 하는 마당에 자원이 빈약한 우리로서는 한 손에 상품지식, 또 한 손에 언어라는 무기를 들고 발로 뛰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구촌이 좁다면서 동서로 뛰고 남북으로 날아야할 우리의 미래인 젊은이들에게 한자지식은 엄청난 무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간 한자사용에 관해 여러 의견이 대립,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일부 국민들의 머리 속에는 한자는 무척 어렵다 는 선입감이 내재되어 있고, 그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자는 과연 어렵고 효용가치가 없는 것일까. 필자는 한자를 어려워하는 이에게 개념을 바꿔 한자는 곧 세계글자 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영어를 열심히 배우는 이유는 그것이 미국과 영국을 뛰어넘어 세계 공용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계 인구의 약 25%가 중국인이고, 그들은 지구촌 곳곳에 포진해 한자를 쓰고 있다. 한자는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가치없는 문자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이 어느 정도의 한자 실력만 갖추고 이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세계 어느 곳에 가든지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럭키금성 해외사업 추진위원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