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의 국제화 교육의 현실
우리나라가 국제화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은 굳이 숫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모두가 공감하는 바다. 우리나라의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0년대에는 평균 33.7%, 2002년에는 54%, 2003년에는 59.8%에 이를 정도로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다. 즉 수출로 한국인들이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기업들이 어느 정도의 매출규모에 이르면 내수에 의존한 성장은 한계에 이르게 되고 결국은 세계 시장을 노크하기 위해 해외영업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대다수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시 공인된 영어성적을 요구한다.
우리 대학은 한강 이남에 위치한 대학들 중에 국제화에 가장 앞서가는 대학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현재 29개국의 121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체결하였고, 매년 50여명의 교환학생들을 보내고 받고 있다. 외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전용기숙사(KELI, CLIK, JIKU)를 열어 매일 200여명이 ‘굿모닝’으로 아침을 열고 ‘굿 나이잇’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으며, 내년 초에는 ‘인터내셔널 라운지’를 오픈하여 이 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외국어를 써야하는 등 다양한 국제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거나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캠퍼스의 국제화를 가늠하는 다른 지표들로 눈을 돌려보면 우리의 모습은 무척 초라해진다. 현재 비어문학계열에서 전공과목을 외국어로 가르치는 외국인 교수는 거의 없으며, 교환학생들을 위해 영어로 강의되는 과목(대외협력처 국제부 주관)은 학기당 20개 정도 개설되고 있으며 그나마 그것도 주관 부서가 개인 교수들에게 사정사정하여 그 명맥이 유지되는 것들이 많다. 현재 일반 학과(외국어 관련 학과 제외)들이 영어로 강의되는 전공과목들을 학기당 20-30개 정도 개설하고 있지만 학생과 교수들의 무관심으로 그 수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지난 9월 실시된 계명토익에 총 1,121명이 응시하였고 그 중에 131명(11.65%)이 700점 이상, 58명(5.2%)이 800점 이상이었다. 만일 이 통계치를 우리대학의 전체 학생수(약 2만명)로 나눈다면 그리고 계명토익에 응시한 학생들은 비교적 영어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학생으로 가정한다면 최근 대기업들이 1차 서류전형에서 요구하는 기본 토익점수(700-750점)를 통과할 수 있는 학생들은 5~10% 미만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우리 대학의 국제화 교육(좁은 의미로는 외국어교육)은 소수의 학생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물론 다수의 교양영어 과목들이 개설되고는 있지만 다면적 국제화 교육에 보다 효과적인 교환학생제도, 외국어 전용기숙사 제도, 기타 특수 프로그램(FISEP 등)에 참여할 기회를 갖는 학생들은 500 여명 남짓하며 이는 전체 학생의 2.5%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국내외 대학들이 국제화 교육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우리들의 발걸음이 바빠질 뿐이다. 자매대학인 홍콩침례대학은 3년 전부터 일부 전공을 제외하고는 모든 정규과목을 영어로 강의하고 있다. 국내 선진 대학들도 전공강의를 위한 외국인 교수의 채용을 늘리며, 영어로 강의되는 과목을 확대하거나 전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특정 단과대학을 지정하는 등의 획기적인 노력들을 하고 있다. 미국 조지 워싱턴대학교의 분교가 2006년 제주도에 개교된다면 현재 우리대학의 많은 국제화 프로그램은 그 빛을 바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이 국제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무엇을 하여야 할까? 모름지기 우리 학생들에게 외국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회를 더 확대하며, 외국어 능력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양질의 외국어 교육 및 국제적 감각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더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수학경비 일부를 부담하는 one-way방식의 교환학생제도를 학대하고, 여름방학에 시간이 많은 선진 외국대학의 교수들을 초빙하여 하계국제대학을 개설하는 방안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무진, 경영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