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와인은-
샤토 몽틀레냐·스택스 립 와인 셀러, 佛 와인과 시음 맞대결서 이겨 최고 인정받아
고형욱 와인칼럼리스트·쉐벵상 대표
‘야성의 절규’를 쓴 작가 잭 런던은 캘리포니아의 소노마 밸리에서 저술활동을 하다가 자연의 품속에서 사망했다. 그는 “공기는 와인이다. 소노마 산을 가로지르면 바다 안개가 다가온다.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즐겁게 만들어 줄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라고 이곳의 정경을 묘사했다.
캘리포니아에 포도나무가 처음 심어진 것은 1769년의 일이다. 프란체스코 선교사인 후니페로 세라(Junipero Serra)는 샌디에이고 근처에 포도나무를 심었고 그로 인해 ‘캘리포니아 와인의 아버지’라는 영광스런 별명을 얻게 된다.
골드 러시가 시작되자 많은 이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몰려들었다. 그러나 포도밭은 인간의 노력에 의해 꾸준히, 점진적으로 개간됐다. 1861년 찰스 크룩(Charles Krug)은 세인트 헬레나에 처음으로 상업적인 목적으로 포도원을 설립했다. 현재 영화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소유하고 있는 포도원은 원래 구스타브 니봄(Gustave Niebaum)의 소유였다. 구스타브는 1899년 파리 국제 박람회에서 자신이 만든 와인을 출품해서 금메달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렇게 캘리포니아 와인은 국제 무대에 명함을 내밀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는 유럽과 달리 뿌리 진딧물 병인 필록세라를 겪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금주(禁酒)법 시대를 맞아 포도원들이 집단적으로 도산하는 사태를 겪은 적도 있었다. 포도 재배 지역은 잘 알려진 나파와 소노마 밸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북쪽의 멘도치노부터 남쪽의 산타 바바라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지역에서 포도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막대한 양의 와인이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다. 포도원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E&J 갤로와 켄달 잭슨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3월 창업자인 어니스트 갤로(Ernest Gallo)가 사망했지만 E&J 갤로는 여전히 대중성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갤로는 연매출이 1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미국 최대의 와인 회사이다.
1970년대 주변의 와인 회사에 수확한 포도를 납품하던 제스 잭슨(Jess Jackson)은 1982년 처음으로 켄달 잭슨이라는 라벨을 붙여서 자신의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25년 사이 켄달 잭슨은 가족 경영과 품질 혁신을 강조하면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와인들을 생산하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개성 넘치는 소규모 포도원들이 존재한다. 션 새크리(Sean Thackrey) 같은 생산자는 일종의 부티크 포도원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생산량이 500상자밖에 되지 않으며 이메일을 통해서만 모든 판매를 하고 있는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 같은 컬트 와인들도 있다. 브라이언트 패밀리(Bryant Family)나 할란 이스테이트(Harlan Estate) 같은 경우도 극소량밖에 생산되지 않는 컬트 와인이며, 국내에 수입되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거래되곤 한다.
이러한 발전이 있기까지 캘리포니아 와인산업을 이끌어온 상징적인 인물은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일 것이다. 그는 1966년 자신의 포도원을 설립한 이래 성공 신화를 이끌어왔다. 로버트 몬다비는 “단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당신이 사랑하는 것을 찾아라”라고 강조하면서 90이 넘은 나이에도 청년처럼 활력 넘치게 일하면서 캘리포니아 와인을 전 세계에 알렸다.
1976년 파리에서는 묘한 테이스팅 행사가 벌어졌다. 캘리포니아와 프랑스 와인을 비교 시음하는 일종의 맞대결이었다. 예상을 깨고 우승한 건 캘리포니아 와인들이었다. 화이트 와인은 샤토 몽틀레냐(Chateau Montelena), 레드 와인은 스택스 립 와인 셀러(Stag’s Leap Wine Cellars)가 영예를 차지하면서 캘리포니아 와인의 높은 수준을 과시했다.
이미 캘리포니아의 양지 바른 언덕들은 포도나무들로 뒤덮이고 있었다. 시카고에서 출판업을 하던 존 쉐이퍼(John Shafer)는 1972년 도시 생활을 접고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었다. 그렇게 해서 찾아온 곳이 나파 밸리였다. 와이너리 건물들을 짓던 건축가 조셉 펠프스(Joseph Phelps)도 1972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포도원을 설립한다. 지질학자였던 톰 조단(Tom Jordan)도 땅을 사들이면서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 같은 시기 켄우드(Kenwood)사(社)는 잭 런던이 살았던 땅을 사들여서 와인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병에 ‘야성의 절규’를 연상케 하는 늑대가 그려진 잭 런던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다.
생산자들은 이곳의 대지가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토양임을 깨달았다. 거기에 인간의 세심한 노력이 깃든 결정체가 캘리포니아 와인이다. 유럽의 전통적인 와이너리들도 캘리포니아로 눈길을 돌렸다. 모엣 샹동(Moet et Chandon), 크룩, 멈(Mumm) 같은 샴페인 하우스들이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면서 거품의 축제 속에 빠져들게 했다. 로버트 몬다비는 샤토 무통 로칠드와 합작으로 오퍼스 원(Opus One)을 생산해서 프리미엄 와인의 존재를 알렸으며, 보르도에서 가장 비싼 와인 페트뤼스를 만드는 무엑스 집안도 캘리포니아로 진출해서 도미누스(Dominus)를 만들고 있다. 이미 전통을 확립했고, 거기에 새로운 개성이 더해지는 곳이 캘리포니아인 것이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