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억제전략에 대한 화두는 “재래전 력을 통한 북핵 억제는 가능한가”이다. 하지 만 본고는 이러한 기존의 논의가 핵과 재래식 이라는 ‘이분법적’인 틀에 제한되어왔다고 판단한다.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하여 기존의 재래식 억제전략의 ‘충분 유무’를 중점으로 논의가 천착하여, 소위 ‘핵잠재력(nuclear latency)’을 확보한 국가들, 즉 재래식 억제전략을 원칙으로 하지만 유사시 핵을 확보・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들의 ‘잠재적 억제력’을 포괄적으로 조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서 한국 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확장억제와 독자적으로는 재래식 억제전략을 발전시켜왔지만, 그 가운데 높은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비롯한 핵 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 및 핵물질 생산 능력을 확보한 핵기술국가이다.
한국은 일본과 같은 핵물질 능력은 없지만 핵탄두를 탑재・운용할 수 있는 첨단 투발수단 및 타격능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고는 크게 3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첫째, 본고는 억제개념과 핵잠재력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비핵국가의 억제전략으로써 핵잠재력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해보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비핵국가의 억제 수단으로 ①핵 잠재력, ②첨단 재래식 응징(보복) 능력, ③거부능력이라는 3가지 층위로 구분하여, 핵 잠재력을 비핵국가의 ‘잠재적・보험적 억제력’으로 조명하였다. 둘째, 이러한 비핵국가의 3층위 억제전략을 바탕으로 한국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는 일본의 사례와 한국의 현황을 분석하였다. 셋째, 핵잠재력에 입각한 한국의 억제전략 발전 방향을 제시하였다.
한국의 독자억제력을 위한 과제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에도 핵탄두 수를 늘리고 주요 투발수단인 미사일과 플랫폼을 다각화해왔다. 한국은 2010년대부터 핵WMD 대응능력을 추구하며 한국형 3축체계라는 구상속에서 군사력을 건설해왔으나, 북한은 핵과 재래식 군사력을 첨단화하여 다양한 수준의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양욱 2021).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의 전략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천착하고 있다. 비핵이나마 첨단전력으로 북한의 핵위협을 억지해야 한다는 시도, 한국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아가, 확장억제 차원에서는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여 미국의 핵우산을 공고화해야한다는 주장, NATO와 유사한 핵공유체제를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는 논의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들은 모두 한계점이 지적되어 왔다. 비핵전력으로 핵국가를 억제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반론, 한국의 독자적 핵옵션은 NPT 및 국제사회의 제제 속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마찬가지로 동맹기반의 전술핵 재배치나 NATO식 핵공유체제는 핵운용의 실제키는 미국이 독점한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주한미군에 전술핵이 재배치되거나 NATO식 핵공유체제가 수립되어도 핵탄두는 미군의 전적인 관리와 통제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특히, NATO의 동맹국들은 미국이 허용시 자국 전투기에 실어 투하하는 운송 역할에 제한되어 있으며, 독일의 경우 83%에 이르는 유권자들이 전술핵의 전면 철수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반미감정을 야기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이슈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고는 핵잠재력을 그동안 핵과 재래식 전력의 구분, 독자능력과 동맹기반의 확장억제체제를 아우르는 새로운 제3의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물론, 핵잠재력도 ‘잠재적・보험적 억제력’이란 차원에서, 마찬가지로 제약이 있다. 완전한 핵연료 주기를 갖춘 일본조차 현재의 핵잠재력은 군사화하는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임박한 위협에 대한 군사적 억지 측면에서는 한계 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같은 비핵국가는 핵잠재력을 잠재적 ・ 보험적 억제력으로서 지속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가운데, 동맹기반의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을 병행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비핵노선을 견지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본고가 제시한 3가지 층위 에서의 억제력을 확보해나갈 것을 제시한다. 첫째, 비핵국가로서 NPT 및 한미 원자력 협정을 준수하되, 한국의 상대적으로 낮은 핵잠재력을 높여나가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핵기술 수준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인식을 바탕으로 위기의 정도에 따라 핵잠재력을 높여나가는 방안과 수단에 대한 선제적인 전략구상, 각 핵잠재력 단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시 유지 및 발전시켜야 하는 군과 민간 부분의 기술은 무엇인지 식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둘째, 첨단 재래식 부분의 거부적 억제능력으로 한국의 정보감시정찰자산과 미사일 방어부문의 능력을 지속발전시켜야 한다. 전자의 경우 최근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 도입 및 425 프로젝트(위성)를 추진하며 점진적인 발전을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의 첨단 자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여 독자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미사일 방어의 부문에서도 최근 ADD가 L-SAM이 사실상 사드의 능력을 대체할 수 없다고 평가한 것을 감안하여 미사일 방어의 범위와 효과를 확대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육해공 및 다영역에서의 정보력을 결합하는 첨단 정보감시정찰자산과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표적화된 타겟을 효과적으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응징(보복)적 억제능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야 한다. 현재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정밀 탄약, 최신 고폭력의 현무-4 미사일, F-35를 비롯한 공군의 첨단 타격능력은 북한의 도발 비용을 높임으로써 효과적인 응징(보복)적 억제력으로 기능한다. 정밀유도무기(PGM: Precision Guided Munition)와 드론과 같은 신기술의 도입 및 첨단화를 지속해야 하며, 전자기탄(EMP), 사이버공격무기 등도 적극 개발함으로써 신뢰성있는 응징(보복)의 의지를 전달하며 적국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해야한다. (한국국방연구원 조 비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