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강아!거대한 암벽에 속살 숨기고 살지 왠 바람이 나 사람들 불러 이제사 앙가슴 태우나.
절정의 진초록 물결이 일렁이던 대관령 푸른능선을 뒤로하고 오대산 월정사 아래 진부면 민박촌 강원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던 우리는 새벽6시 다시 진고개로 향해간다. 겹겹히 포개어져 달려오는 산릉 세삼 아름다운 산들이 즐비한 강원도의 진면목을 이방인들에게 보여 줄려는지 그 위세가 대단하다. 산 허리를 휘감고 도는 실안개는 이별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훔쳐 보았는지 각자의 갈길로 가듯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가고 초로의 아무개씨 자동차는 고개마루 오르는것이 버거운지 연신 멈칫거리더니 잠시후 진고개 휴게소에 숨 몰아 쉬며 닿았다. 우리가 어제 줄창 지나온 구간(대관령-진고개)은 백두대간(지리산서 출발 25구간추정)길이라 하갑세 아우와 박종호 친구가 오늘 지나간다 이들과 전화를 하고 휴게소 식당에서 아침 요기를 마친후 다시 노인봉을 향해 출발했다. 좌측으론 밤새 달려온 호남의 어느 대간종주대가 동대산 구간을 향해가고 필자는 전날 너무 많이 걸은탓인지 매표소 짧은 오르막 오르기도 벅차다. 오가피 농원을 지나 안개속에 가물거리는 백마봉 능선은 정말이지 한폭 동양화다. 벅찬 비탈길 쉬엄쉬엄 올라 강릉분께 무릉계곡이 있는 소금강 산길을 전화로 설명받고 철쭉 울타리 쳐진 노인봉산장 위에 서니 황병산 소황병산이 마루금 그으며 잘가라 손짓한다. 노인봉 산장지기 성아무개씨는 간밤 유숙한 산객과 대간길 무용담을 날새도록 나누었는지 곤한 아침잠에 골아 떨어져 퇴촌지기 아우가 서너번을 불러서야 부시시 일어난다. 단지(질그릇 항아리)에 누룩술 한병(패트병)값이 금 20,000원, 비싼양주 사먹는셈치고 사자는 제의에는 동의를 했지만 영 마음이 개운치않다. 저 유명한 산지기는 이미 속세의 잇속은 다 초월하여 선사처럼 초연히 사는줄 알았는데.. 허긴 폭풍우 휘몰아치는 칠흑같은 밤바다에서 항로를 잃은 배가 희미한 등대불빛 하나를 보고 목적지를 무사히 찾아가듯 악천후 산길가는 산꾼들에게 또 이곳은 유일한 피난처요 휴식처가 될것이니 고맙게 생각하고 가야하지 않겠나. 붉은빛 감도는 금강송이 그 기개를 펼치며 한여름 푸른빛은 다 품어 오대산 능선을 보기좋게 수놓고 홀로 올라오는 산객의 눈빛은 청학동의 옥류에 씻은건지 표정과 눈빛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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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고개. 표지판 뒷쪽은 강릉시. 맞은편은 평창군이다.
▲ 백마봉쪽 능선들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 노인봉산장.왼쪽에서 2번째 단지속에 20,000원짜리 막걸리가 들어있다.
고고한 자태로천년을 이어온 옥빛 무릉계류
깊숙이 자리잡은 계곡. 그래서 수만그루 금강송은 옥빛 물빛을 만들어 아래로 아래로 내려 보낸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돌덩이가 성가시게 하는 비탈길은 무릅에 통증을 다시 주고 싱그러운 초록빛은 서너줄기 뻗어온 햇살을 받아 더욱 청초롭다. 너른 암반위에 부인의 다리를 베개삼아 망중한에 젖어있는 남자.(왕년엔 다 저런 시절들이 있었지)아이들은 물장구로 계곡위를 시끄럽게 만든다. 가촌아우는 배가 고픈지 옥류 흘러가는 암반위에서 막걸리 한잔씩만 먹자고해 모두들 신발과 양말을 벗고 계곡에 발부터 담그니 얼마나 물이 차거운지 3분을 버티지 못하고 암반위로 올라간다. 밑으로 낙영폭포가 잔잔한 소리를 내며 포말을 지우고 정넘치는 술잔에 금쪽같은 막걸리가 목젖을 적시니 무엇이 더 부럽겠는가? 수천일 수만시간을 하루도 거르지않고 바닥을 간지려 바위에 홈을 만들고 때로는 물줄기를 솟구치게 하다가 간혹은 수십미터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를 만드는 여름 소금강 계곡은 한시도 놀지않고 아름다운 조각일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도 가야지 속세로 가지만 기분은 좋다. 광폭을 지나 삼폭위 계곡 소가 있는 너른 바위에 자리를 잡고 경쾌한 물소리 들어며 라면도 끊이고 남은 소고기 구워 반주 곁들이며 점심식사를 하고 있던중 계곡위로 부부인지 연인들인지 혼탕에 들어가 있는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급적이면 계곡 목욕은 주변 은폐물을 확인후 벗고 입욕할것* 은구슬 수십만개 떨어지는 삼폭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망중한에 젖어본다. 수증기같은 냉기가 물줄기를 타고 얼굴을 스칠때 그 상쾌함으로 또 내일을 열심히 살아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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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정 서로 주고받고...
▲금쪽같은 막걸리다. 한방울도 흘리지 마세요
▲삼폭아래서
이제 다시 속세로 가야하나
일렁이는 물결로 다가오던 초원. 한 방향으로 물밀듯이 밀려오던 바람.파도보다도 더 회오리쳐가던 대관령의 초원 동행이 있으면 더욱 정겹고 동행이 없어도 외롭지않을 푸르디 푸른 그리움만 솟구쳐 오르는 그 능선 그곳은 진정 자유의 땅이요 산꾼에겐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수 있는 기력의 땅이였다. 그리고 오늘 노인봉 아래 금강의 작은 모습을 닮은 소금강은 빼어난 암봉과 옥빛 계곡물이 한시도 쉼없이 만나 천년의 조각을 만들고 있어며 적빛 금강송은 선비의 기개로 세속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해간다. 긴 거리를 걸어온탓에 다리는 갈수록 휘청거리고 베낭은 대부분 비워도 무겁다. 만물상에 도착했다. 가촌아우는 계류에 발담구고 정 쌓아가는 젊은 부부곁에서 강냉이 하나 적선받아 먹고있다. 어느해 늦은 가을이었지 산과 인연을 맺은지 얼마 되지않아 이곳 만물상(불)에서 적송과 조화를 이뤄가던 단풍을 보며 그해 가을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특히 맑은 물위로 떠가는 단풍잎이 왜 그리도 외롭게 보이던지... 그날 함께 있었던 지인이 내곁을 떠난지도 어느새 두해에 접어 들었다. 사람 무던히 좋아하던 분이었는데... 무릉폭포엔 사람들이 물줄기보다 더 길게 늘어 앉아있다. 무릉골 이무기가 천신만고의 노력끝에 용이되어 승천을 하듯 뒤틀리며 떨어지는 무릉폭의 물줄기는 환상이다. 무아의 경지와 세속을 이어주는 다리위로 사람들이 모두 소걸음으로 가는 이유를 내 다 안다. 노인봉 청학동 소금강 무릉계곡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도 내 다 안다. 대간길도 차떼기로 무리지어 가다보니 산꾼들이 산을 훼손하는일이 비일비재해 뜻있는 산객들은 이제 대간과 정맥 모두 인원제한을 들먹임을 내도 이제사 알것같다. 어릴적 울 아버지가 세상에서 사람발이 참 무섭다고 하신 까닭을 내 참말로 알것같다. 세속과 인접해있는 절 담장옆 금강송 한그루가 금강경을 독송하고 피서객 갈증 해소시키는 대리석 약수통에서 반야심경이 중생의 귀를 건드릴때 전화가 울린다. 강릉 그 분이 어디쯤이냐고 하길래 속세라고 하자 차를 보내겠단다. 이틀간 산길 안내는 물론 새벽길 달려오셔서 선자령으로 가는길을 세세히 가르켜 주신분 30분후에 택시가 도착하니 어디 들어가서 목이라도 축이라길래 동동주 한그릇 놓고 내려오면서 차곡차곡 접어둔 소금강을 담는다. 가촌.퇴촌지기 아우님들 이승에서 만난 인연으로 우리 변치말고 걸어 갈수 있을때 까지 산길 함께 갑시다. 참 무릉골에서 대관령까지 편안하고 그리고 저렴한 요금으로 태워다 주신 강릉 콜택시 허기사님. 선자령을 닮은 강릉분께 다시한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어느 산길을 가시더라도 늘 안전하고 행복한 산행길 되시길 빌겠습니다. 여러분 올해 납량산행을 놓치신분들 내년에는 필자 일행이 행복하게 타고온 천혜의 납량산행지 대관령 진고개 노인봉 소금강을 꼭 한번 탈것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여러분 지금도 눈감으면 푸른 초원이 물결져오는 대관령이 아련 거립니다./ 기산들 gisandu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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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폭 물줄기 아래서 회상에 잠겨있는 가촌
▲ 만물상과 퇴촌지기.
▲ 무릉폭포
▲ 위 무릉폭
▲ 속세가 가까운곳엔 언제나 우리의 희망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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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름 강원도 정말 좋았습니다. 한여름 써늘한 계곡에서 먹는 특한우와 한잔4,000원짜리 막걸리~~~ 산길도 좋았습니다.
좋은산행길 안내와 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부럽군요 언제든 갈수 잇다는것이...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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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이맘때쯤,강릉 경포대를 거쳐서 대관령 진고개 설악산 주위를 맴돌다가 강릉 소금강에 잠시 들려 일박하면서 만물상까지 올라갔던 기억이 나네요.정말 아기자기한 산이었죠,설악이 남성이라면 소금강은 여성에 가깝다고 할 만큼,카메라를 놓고가서 풍경을 담아오지 못했는데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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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따로없네요.참말로좋아보입니다........그리고 같이 떠나는 산객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