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자주 가는 곳에는 신배나무 한그루가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의 가장 오른쪽에 보이는 나무가 신배나무입니다. 저 정도까지 크자면 세월깨나 흘렀을 겁니다. 제가 젊었을 때 그러니까 결혼도 하기 전인 79년도 쯤 되던 해 이 나무밑을 지나서 방아다리 약수터로 일행들과 산행을 하느라 지나간 적도 있어 이 신배나무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의 앞에 보이는 건물이 없었던 아주 오래 된 때였고 당시에는 화전민이 살던 집이 부근에 몇 채 있었을 뿐 거의 경작지 중간에 혼자 서 있었기에 그 자태가 특이하여 오래도록 머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훗날 지금의 건물 주인을 알게 되어 이 이 신배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몰라 궁금해 하는 그에게 신배나무의 효능과 활용법을 알려주기도 했었던 오래 된 추억도 떠오르는군요.

이 신배나무는 신배나무치고는 좀 오래 된 나무입니다.
흔히 나무의 나이를 추정할 때 나이테를 보라고 하지만 살아있는 나무의 나이테를 볼 수 있는 기술이 없어 나이를 정확하게 몰라서 우리들은 그냥 오래 된 나무 그리고 고목 정도로 그의 세월을 말하곤 했었을 뿐이었습니다. 신배나무는 해마다 정말 많은 열매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신배나무가 벼락을 맞았다는군요. 그래서 그 후 이 나무가 아래 처럼 되고 말았습니다. 카메라의 앵글과 거리 등에 따라 차이가 좀 있기는 하지만 분명 위에 보이던 신배나무가 아래의 모양으로 바뀐 겁니다.

벼락을 맞아도 정말 바로 맞았더군요. 정확하게 몸통 중간의 중앙을 저렇게 맞았으니 말입니다.
주인은 이 나무가 벼락을 맞은 후 한동안 식음전폐, 자리보전 하다가 뭔가 자신의 삶과 연계한 하늘의 계시라고 까지 생각한 나머지 가족은 물론 지인들까지도 일체 나무 부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하더니 번개맞은 나뭇가지들을 한데 모아서 무슨 의식을 하는 것 처럼 아니면 무덤을 상징하는 것 처럼 저렇게 쌓아두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신배나무가 번개를 맞은 지도 오래 되는 걸로 아는 데 '언제 벼락을 맞았느냐'고 물으면 항상 지난 봄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나무를 쌓아두고 고사까지 지냈으니 집 마당을 지키고 있던 고목에 대한 사후 의식은 제대로 치른 셈이지만 나이들어 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하여 맘이 편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저 단순하게 벼락맞은 나무 이야기로 그치고 싶지 않고 이 나무와 이어지는 하고 싶은 말과 떠오르는 생각이나 추억이 너무나도 많아 이런 글을 쓴다고 이해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혹, 이재에 밝은 사람이 이 글을 읽는다면 벼락맞은 나무 가치가 높으니 딜을 넣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집에서 기르던 애완견이 잘못되어도 맘이 편치 않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라는 점을 떠올리면서 그 애석함과 안타까움을 달래봅니다.
첫댓글 저 풍경이 다시는 못 보게된다니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