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분류 : 한국문학 한국어학
지은이: 김수업
옮긴이 :
면 수 : 616
값 : \28,000
출간일 : 2002/10/15
판 형 : 신A5
ISBN : 89-423-4030-x 9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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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주문권수 입력: 권
책 의 줄 거 리 ( 머 리 말 )
책을 펴내면서
우리 말꽃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로 먹고살면서, 우리 말꽃의 바탕과 얼개를 붙들지 않을 수 없어《배달문학의 길잡이》(금화출판사, 1978)를 펴냈다. 그러다 우리 말꽃의 모습과 속살을 밝히는 일이 나날이 쌓여 새롭게 드러나는 바람에 15년 만에 다시《배달문학의 갈래와 흐름》(현암사, 1992)을 펴냈다. 그리고 다시 10년 세월을 지나니 우리 말꽃의 속내를
밝히는 걸음이 더욱 빨라져 아주 새로운 구석들이 많이 드러났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이런 책을 펴내야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리석게도 우리 말꽃의 바탕과 얼개에 매달려 한 삶을 보낸 셈이다.
그러는 동안 한결같이 마음을 사로잡은 바람은 깨끗한 우리 말로 우리 말꽃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글자를 우리 한글로 쓰는 것만 아니라, 말을 우리 배달말로 쓰고 싶었다. 그것이 내게는 힘겨운 짓인 줄 알면서도 그런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이탈리아의 단테(1265~1321)가 성 프란체스코에게서 눈을 뜬 뒤로《토박이말 드높이기》를 써서 돌리고는 라틴말을 버리고 이탈리아말로《신곡》을 지어 세상을 바꾼 일이나, 프랑스의 몽테뉴(1533~1592)가 그리스와 라틴 고전에서 얻은 앎과 깨달음을 파리 시장바닥에서 쓰는 토박이말에 담아내려고 하면서 책이름조차《에세》(1580~1588), 곧 ‘시험한다’고 했던 일들을 마냥 부러워했던 것이다.
사실, 우리네 학문은 역사가 깊지만 참다운 우리 말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문을 처음 시작하면서 중국 글말에 기대어 일천 수백 년 동안을 중국 글말로만 학문을 했기 때문이다.
고구려의 태학(372년 세움)과 신라의 국학(682년 세움) 같은 데서 학문을 시작하고, 고려의 국자감과 경사 육학을 거쳐 조선의 성균관․사학, 향교․서원, 서재로 이어졌다 하겠으나 모조리 중국 글말인 한문으로만 학문을 했다. 20세기에 와서 비로소 우리 말로 학문을 한답시고 벌써 백년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학문하는 사람들은 우리 한글조차 온전히 쓰지 않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글자를 한글로 쓰는 사람들은 요즘 꽤 늘어났지만, 우리 겨레의 말을 제대로 가려 올바른 글말을 쓰려는 학자는 아직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말은 생각의 집’이기 때문에 참다운 우리 말에 담아야 참된 우리 생각일 수 있다. 참다운 우리 말로 우리 생각을 담아내야 우리 삶을 밝히는 학문이 된다. 학문을 참된 우리 말로 이루어낼 때 비로소 우리의 생각이 살아나고, 우리네 삶이 바로 일어설 수 있다. 낯설고 눈에 얼마쯤 껄끄러울 줄 알면서도 구태여 우리 토박이말을 끌어다 쓰는 까닭
이 거기 있다. 마무리니 들머리니, 갈래니 가락이니, 걸음이니 도막이니, 속살이니 짜임새니, 이야기니 노래니 놀이니, 이런 낱말은 이미 학문하는 사람들의 글에도 제법 오르내린다. 앞장서는 사람이 있어야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 생겨나고,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 생겨나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서 큰마음을 먹고 마침내 ‘문학’도 ‘말꽃’으로 바꾸
어 써보기로 한다.
보다시피 책은 네 대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대목에서는 우리네 말꽃을 알아보는 바탕을 새롭게 가다듬으려고 했다. 우리 말꽃의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인가 하는 데서부터, 속살이 어떠한지를 살펴서 그것들을 어떻게 갈래지어 볼 것인가를 밝히려 했다. 그리고 뒤쪽 세 대목에서는 셋으로 갈라진 갈래에 따라 하나씩 그것들의 속살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살피려 했다. 그러니까 첫대목은 뒤에 따르는 세 대목에 들어가는 들머리라 해야겠고, 알맹이는 뒤쪽 세 대목에 들어 있다고 보아야 옳다.
책의 얼개는 그렇다 치더라도, 담긴 속살이 아직은 성글고 어수선하다. 쓰는 낱말들이 낯설고 글월이 서툴러 그렇기도 하지만, 갈래를 세우는 말미와 잣대가 흔들리고, 풀이하는 솜씨가 어설프고 모자라서 더욱 그렇다. 제 힘에 버거운 일을 겁도 없이 벌여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문학을 버리고 말꽃이라 하듯이, 우리 겨레의 말꽃을 여러 가지에서 새롭게 들여다보려고 했는데, 그것들은 하나같이 내 힘에는 겨운 일이었다. 말꽃을 삶에서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려는 일, 말꽃의 갈래를 삶의 흐름에 따라 지으려는 일, 입말꽃을 말꽃의 바탕으로 보면서 전자말꽃도 싸잡으려는 일, 무엇보다도 남다른 우리 겨레의 삶과 힘을 말꽃으로 드러내려는 일들이 내 힘에는 너무나 버거웠다.
사실이 그러하니 마땅히 책을 내놓지 말아야 옳았다. 하지만 나로서는 힘껏 해도 이게 고작일 뿐이기도 하고, 어설픈 채로 내놓으면 오히려 여러 분들의 분발을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기로 했다. 허술하고 모자란 구석들이 많은 걸 보면 거리낌없는 나무람과 가르침을 쉽게 주실 뿐 아니라, 그것을 바로잡아 메우고 채워볼 마음을 여러 분들이 일으킬 수 있으리라는 속셈이었다. 새로운 사람들이 나서서 우리 겨레의 말꽃을 올바르고 참되게 밝혀주는 날이 앞당겨지리라는 바람을 간직한 것이다. 제 분수를 모르고 주제넘은 생각에 사로잡혀 설익은 책을 이렇게 내놓았으니, 읽으시는 분들이 서슴없이 꾸짖고 바른 길로 이끌어주시기를 바란다.
끝으로, 들쭉날쭉 거칠고 성글면서 짧지도 않은 글을 꼼꼼히 읽어 보고 여러 가지 좋은 지적을 해준 입말교육모임과 이야기말꽃모임의 여러 분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유달리 더운 올해 한여름에 책을 만드느라 땀흘리며 정성을 다해 주신 지식산업사 김경희 사장님과 손수 일하신 여러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누를 수 없다.
2002년 광복절에
지은이 김수업
서 평 / 저 자(편 집 부)로부터의 글
목 차
차 례차 례
책을 펴내면서 / 3
하나 뜻매김과 갈래짓기_ 9
가. 뜻매김 10
1. 문학과 말꽃 10
2. 배달말꽃 17
가) 배달말로 이루어진 말꽃 20
나) 입말․글말․전자말을 싸잡는 말꽃 28
나. 갈래짓기 34
1. 갈래짓기란? 34
2. 배달말꽃 갈래짓기 36
가) 우리 것을 우리 눈으로 38
나) 말꽃을 보는 눈 42
다) 갈래를 보는 눈 45
라) 갈래가 생겨난 바탕 47
마) 갈래가 벌어진 길 54
바) 배달말꽃 갈래의 얼개 59
1939년 경남 진주에서 나고, 경북대학교 사범대학과 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서 국어교사를 양성하며 국어교육의 개혁에 힘쓰고, 삼광문화연구재단과 진주오광대보존회를 이끌면서 전통문화가꾸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모국어교육학회와 배달말학회를 학문활동의 터전으로 삼아, <배달문학의 길잡이
>, <국어교육의 원리>, <배달문학의 갈래와 흐름>, <국어교육의 길> 같은 책을 펴냈다. 지금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