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04년도 제 친구가 '박꽃같은 여자가 좋다"라는 처녀작을 발표한 후
제의견을 게제했던 내용입니다.조작은 김삿갓이후 이야기꾼이라는등 평판이 대단했었지요.
김동길교수께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출판기년회는 저가 사회를 보면서 대성황을 이루었는데
지금 이게시판에다 올리는 이유는 회원분들이 너무 삶에 열중하시고 있기에 조금 숨 돌리면서
쉬어 가라는 의미에서 입니다. 이 평도 당시 칭송이 많았던 글이기도 합니다.
친구 정래가 쓴 "박꽃같은 여자가 좋다"를 읽고서...
조작 (趙作)이란 말은 최근 내가 정래 (政來)에게 붙혀 준 신종 닉네임이다.
조정래작가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지만 왠지 아마추어 냄새가 나며 농익은 홍시보다는 설익은
사과향 같기 때문이다.
그와는 죽마고우보다는 불알친구가 더욱 어울린다.
고교시절 각종 글짓기 대회 산문부문은 정래와 내가 도맡아 놓고 상을 받기도 했다.
전교생이 모인 조례시간에 단상으로 나가서 교장선생님으로 부터 상장을 전해 받으면 박수소리도 요란했다.
왜 1등 2등 3등이라 하지 않고 장원 차상 차하라 하는지도 잘 몰랐으나 그저 상받는 사실에만 좋아 했던 순진한 우리였다.
그의 글은 깨끗하고 정직하다.
여자 자궁속 무균의 양수같다.
춘향의 다리속 색깔이 박속같이 희다고 했는데 조작의 글은 우리민족 백의처럼 희며
흰 쌀밥처럼 그냥 좋다.
태양의 색갈은 붉거나 푸르거나 희다.
그의 글은 흰색 태양같기만하다.
이 세상에 쌀익는 냄세보다 더 좋은게 또 있을까?
혹자는 목욕 후 미인의 비누 냄세가 좋다고도 하고, 건강한 여인의 음부 냄세가 좋다고 우기는 친구도 있긴하다.
그의 글에는 그러한 냄세가 몇겹으로 묻이 있다.
지금 흑색바람이 황사처럼 번지고 있다.
검은콩,검은쌀 검은깨 검은뱀(오사)을 찿고 까마귀는 씨를 말린다.
오징어먹물까지도....(검은 것이 정력에 좋다나)
고관들은 검은 돈으로 낭패당하기 일쑤이며 독한 냄세를 풍기고 있다.
그러나 조작의 글은 검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글은 박처럼 둥글면서 박속처럼 희다.
아련한 과거의 오솔길 같기도 하며 어떨 때는신작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주변의 모습을 글로 담아 내는 솜씨가 남다르다.
그의 글은 자주 감자 먹고 입안이 아리듯이 읽은 후 아련함과 애톳의 여운을 남긴다.
마치 연인과 만나서 안고 싶은 마음을 아끼면서 서성이는 듯하다.
갑순이 집 창호지 문살에 어린 그림자를 먼 발치에서 바라 보면서 애 끓어 하는 갑돌이 가슴처럼 ....
소녀의 조금 볼록한 젖가슴처럼 설레게 하는 제주가 있다.
그의 행동엔 격식이 없다.
흰고무신 차림으로 해외도 나가고
모임에 한복을 길치기도 하며
텍사스 카우보이 모자도 자주 쓴다.
때로는 리모콘을 휴대폰으로 여겨서 회사까지 들고 간 적도 여러번 있다.
한번은 헐렁한 바지를 입고 나왔길래 혹시 속에 사르마다 (팬티)를 입었는지 몹시 궁금했다.
뒤에서 확 볏겨 보았더니 박속같은 속옷을 입고서 거시기를 보호하고 있질 않는가 말이다.
양반은 꼭 속옷을 입는다는 사실에 안도하였다.
그의 글은 쇠죽 끓인 후 뜨거운 온돌바닥열에 축 늘어 진 부랄처럼 기교적 꾸밈이 없다.
역마살 낀 환자처럼 전국을 돌아 다녀서 그런지 소재가 늘 풍부하다.
그러나 산지에서 금시 택배 된 비릿한 어물처럼 고향냄세를 크게 벗어 나려 애쓰 질 않는다.
산속 옹달샘물로 등멱 감듯 그런 청량함이 있다.
저녁연기와 같고 굵은 서숙(조이삭)이 황혼을 받고 있는 천상 농촌 모습 그대로다.
아프리카 누떼의 선두가 아니고 중간쯤에서 헐떡이며 달리는 모습이다.
그는 돈밝힘 중독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 그런 글만 쓴다.
박곷앞에 "호"자를 붙혀도 손색이 없다. 호박꽃도 꽃이니까.....
그는 할머니도 여자라고 주장하며 속살은 늙지 않는다는 속설을 편다.
며칠 전 저자거리 선술집에서 함께 술이 거나하게 취하여 보았는데 어릴 때 제사 지내고 음복술로
서로가 술을 배운지라 이겨 내는 힘도 강한듯하다.
난 정래의 책이 스테디셀러가 되리라 확신한다.
그리고 박꽃이 밤에만 피지 말고 책을 읽는 모든 애독자 가슴에 사계절 내내 피길 빌고 싶다.
인지대수입으로 집평수 넓히는 속물스러운 행동과는 거리가 먼 친구이기에 ....
친구의 처녀작 "박꽃같은 여자가 좋다"를 읽고서 오랜만에 눈시울이 붉어져 보기도 했다.
독후감이 긴듯한데도 더길게 써도 된다는 다수의 박수에 위안을 삼는다.
(그후 조작은 "살 한 됫박" "어메는 나더러 숙맥처럼 살라 하네"란 주옥 같은
단편을 발표 하였으며, 태백산맥의 조정래와는 동명이인입니다.)
첫댓글 조작은 맛깔나는 글로서 숱한 여성들의(국내외) 심금을 울린 작가입니다.
글을 엮어 내는 솜씨가 탁월합니다.
구수한 입담도 좋아서 아줌마 팬이 많지요.
바쁘다는 핑계로 만남이 뜸하니 우리 삶이 늘 이렇게 속으면서 살아 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