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사람들은 주역을 미래를 맞히는 책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주역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왔다.
주역은 거창한 이론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세상은 음과 양이 만나고 흩어지며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단순한 원리에서 시작한다.
이 원리는 팔괘가 되고, 다시 예순네 개의 괘로 발전하여 자연과 인간, 국가와 사회, 성공과 실패, 만남과 이별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수많은 모습을 담아냈다.
주역이 대단한 이유는 미래를 예측했기 때문이 아니다. 변화는 무질서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일정한 흐름과 질서가 있음을 깨우쳐 주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공지능은 산업과 일상의 질서를 바꾸고 , 오래 지켜 온 가치가 하루아침에 흔들리기도 한다.
정치와 사회는 갈등으로 나누어지고, 경제적 불안과 세대 간의 단절은 깊어지고 있다.
원칙보다 편법이, 진실보다 큰목소리가 힘을 얻는 세태에 사람들은 무력감과 허탈함을 느낀다.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며, 바르게 산다고 인정받는 것도 아닌 세상이다.
그러나 주역은 이럴때 절망에 빠지지 말라고 가르친다.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변화 앞에서 어떤 선택할지는 우리의 몫이기 때문이다.
주역의 첫 번째 괘인 건괘(乾卦)는 하늘을 상징한다.
하늘이 한순간도 쉬지 않고 운행하듯, 사람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수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려운 세상일수록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실력과 품격을 높여야 하며, 조건이 나쁘다고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곤괘(坤卦)는 땅을 상징한다.
땅은 모든 생명을 품지만 스스로를 자랑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큰 사람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아픔과 부족함을 품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다음 괘는 겸괘(謙卦)다.
높은 사람이 스스로를 낮출 때 사람들은 오히려 그를 높이 떠받든다. 높을수록 겸손해야 하고, 힘이 있을수록 절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권력과 명예가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가 행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크기를 결정한다.
태괘(泰卦)와 비괘(否卦)는 우리에게 희망과 경계를 함께 전한다.
태괘는 모든 것이 잘 풀리는 시기이고, 비괘는 막히고 어려운 시기다.
그러나 주역은 태도 비도 영원하지 않다고 말한다. 번영은 교만하면 쇠퇴하고, 시련은 인내와 지혜로 견디면 새로운 기회가 된다.
오늘의 세태가 아무리 답답하고 암울해 보여도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역사는 늘 혼란과 회복을 반복해 왔고, 인간의 삶 또한 무너짐과 일어섬을 거듭해 왔다.
어둠이 깊다고 빛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빛이 보이지 않을수록 스스로 작은 등불을 밝혀야 한다.
희망은 막연히 좋은 날을 기다리는 마음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매 순간 더 나은 선택을 이어 가는 태도다.
잘못된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채우며,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결국 변화의 주역이 된다.
주역의 마지막 괘는 완성이 아니라 미제(未濟)다.
이는 인간의 삶에 완전한 끝은 없으며, 배움과 성장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고, 혼란은 새로운 질서가 태어나는 과정일 수 있다.
흔히 우리는 성공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주역은 성공보다 성숙을, 결과보다 과정을, 운명보다 수양을 더 중하게 여긴다.
세상이 어둡다고 해서 우리마저 어두워져서는 않된다. 시대가 혼란스러워도 끝까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바른 선택은 더욱 빛나고, 묵묵한 노력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세상을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사람의 올바른 선택이 가정을 바꾸고, 조직을 바꾸며, 마침내 사회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된다.
주역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원칙을 지키며, 자신을 갈고닦으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아무리 어려운 시대라도 희망을 놓지 말고, 최선의 선택과 노력을 통해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라고 말한다.
변화는 운명이지만, 변화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우리의 몪이다.
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