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씨와 꺽정이관장님
시집가기 싫다는 노처녀의 말, 죽지 못해 산다는 노인들의 말, 하나도 남는 게 없다는 장사꾼의 말, 우리
가 익히 아는 3대거짓말이다.
그런데 이 3대거짓말에 덧붙여 4대 거짓말이라고 할 만 한 거짓말 하나를 더 보태자면 남자들의 무용담이다.
“아그들아! 일당백이 뭔 말인지는 알제 잉. 내가 엊저녁에 딱 그 짝 났다.
백명은 쬐끔 못되고 칠팔십은 넘었을 것이다. 고것들이 떼거리로 달라 들어 죽을 뻔 해부렀다”
“나가 이정도인디 상대방은 어쪘겄냐? 말안해도 알겄지. 맞어 작살이 나부렀제!”
온실속의 화초처럼 곱게 자라(?) 예전엔 남자들의 세계를 잘 알지 못했는데 아들 둘을 키우다보니 이런
말들이 남자꼭지들에게는 일상어임을 알게 되었다.
몇 해 전 내가 아는. 나와 가까운 어떤 분이 마치 판다곰마냥 눈주위는 마스카라를 한 것 처럼 시퍼렇게
멍자국을 하고, 양쪽 볼은 왕사탕 하나씩을 물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는 김두한, 시라소니,
신마적, 구마적등과 함께 ‘장군의 아들’이라도 밤새 찍은 것인지 활동사진의 한 장면을 보여주듯 어제
저녁 있었던 활극을 새겨댄다.
"야! 말도마라. 지가 뛰면 나는 날아서 턱쪼가리를 걷어 찼제. 그때 뒤에서 어떤 놈이 달려들드라고. 나
는 동물적 감각으로 몸만 살짝 비켰제. 그랑께 지혼자 픽 나가 떨어져 불드라고. 우리덜 같이 제대로 운
동한 사람들은 굳이 힘써서 공격할 필요가 없어. 요리조리 몸만 사알짝 비틀면 지들이 자동으로 나가 떨
어져 불제”
하다가 곁눈질로 슬쩍 나를 살피고는 휙휙 소리나게 원투! 원투! 허공에 펀치를 날린 다음,
목울대에다가 잔뜩 힘을 싣는다.
“하아! 옛날 김일이 선배님이랑 운동할 때가 좋았는디. 김일이 선배님 몰라. 아하! 이제는 고인이 되셨
제. 박치기왕 김일이 선배님!”
나는 허풍을 떠는 그의 말은 듣는둥 마는둥 하고, 얼굴에 상처가 대체 몇 개나 되는지, 그의 얼굴에 주먹
이 몇 대나 스쳐갔는지 세어 보며 실실 웃느라 정신 없었다. 그나마 이가 말짱한 게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저리 공갈포를 쏘아대는데, 아구구! 이빨에 쥐나면 어쩌나!. 그리고 사흘이 지난 뒤 길을 가다 우연히 그
의 절친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데 눈길을 피하며 대뜸 그날 밤 ‘장군의 아들’ 주연배우의 안부
를 묻는다.
"갸, 괜찮습디여? 아직 멍이 안풀렸지라? 술을 좀 작작 먹어야제."
“그날 같이 술마셨나보죠? 누굴 되게 팼다고 하던데 상대방에서 신고하진 않았나 봐요?"
“예에? 고것이 뭔소리다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멋적은 표정으로 되묻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사흘
전날 밤 일어났던 활극의 진실이 허풍씨의 공갈포하고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확신하였다.
무슨 약속이 있는 것인지 단정하게 차려입은 그의 발길을 큰길 사거리인 그 자리에 묶어놓고 나는 PD
수첩의 기자라도 된 기분으로 아홉 개나 되는 꼬리를 감춘 여우처럼 의도를 숨긴 채 순진한 척 해대며
그 사건전모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의 입에서 삼일전 들은 허풍씨의 ‘장군의 아들’ 최고의 장면이 개그콘서트의 ‘초고속카메라’처
럼 정지화면으로 돌아가며 그날 밤의 진실을 쏟아냈다.
"아따, 긍께로 적당히 마셔야 헌디요 잉. 술이 문제지라우. 울엄니가 술은 미친약이라고 했는디.
고놈이
술을 먹으면 끝을 봐불라고 허지 않쏘 잉. 술먹다 봉께 같이 먹든 놈들 하나둘 다가고 나랑 딸랑 둘이 남었습디다.
포도시 막차타고 집으로 오는디,
지랑 나랑 백수생활험서 비얌잡아묵고 땔나무허로 다니던 옛날 생각난다고 험시로는 큰길 놔두고는 보
건대학교 옆으로 난 샛길 알지라우.
그리로 가잡디다. 어깨동무하고 고래고래 악쓰며 나훈아드라 홍세민이드라 ‘흙에 살리라’ 그 노래를 부
르며 오고 있는디라우.
‘초가사암간~ 지입을지잇~고 내~애 고오햐~양 저엉드은~따앙...... 내사~아랑 수운~이와 손을 마앚~잡고...’
그 대목쯤 되았을 것이요. 전남공고 야간생들인 갑습디다.
대여섯 놈이 모여서 한쪽귀퉁이에서 담배를 맛나게도 뽈고 있습디다.
그래서 우리 둘이 딱 멈춰서서 그랬지라.
‘옜끼 이놈들!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뭔 담배냐? 이놈들아! 삐따구 오구라지겄다!’
그라자 마자 고놈들이 냅다 달라 들어 우릴 깔아뭉개고 올라타고는 다짜고짜 두둘겨 패댑디다.
이팔청춘 세상 무설 것 없는 고놈들 대여섯을 술 취한 나랑 지가 무슨 힘으로 당허겄소 잉.
나는 그래도 좀 덜 취해서 얼른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지라우.
그란디 갸는 이빠이 취해서 인나도 못하고 고놈들헌테 다구리를 당했을 것이요.
대여섯 놈중에 한놈이라도, 이름만이라도, 알믄 학교에 가서 찾아내 혼찌검을 내주고 파스값이라도 받아낼 것인디...
쬐끔 챙피시롭지만 말이요.
그란디 갸를 눈탱이 밤탱이만들어 놓고는 모두 잽싸게 튀어서 그놈들 머리카락 한나 흔적도 없으니 그놈들을 어떻게 찾겄소?
그랑께로 어쩌것소 잉. 그냥 인생공부 했는갑다 해야제! 바빠서 먼저 갈라요.
나 참! 챙피시로와서 어따 말도 못허요. 허허 참! 담에 봅시다" 이야기를 마치고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진다.
에고! 에고! 동물적 감각? 김일이 선배님? 살짝 피하기만 해도 나가 떨어진다고? 피하긴 뭘 피해! 북어
포 퍼지듯이 되레 지가 작살이 났구만!
하지만 그의 알량한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가 날까봐 그 날의 진실을 모르는 것처럼 입에다 꾸욱 자물쇠
를 채우고 지금도 비밀을 지키고 있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 누가 이런 지상명제를 내렸을까? 진짜로 강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정말 강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한명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우리 아이가 다니는 전수관에서 택견과 풍물을 가르치는 관장님이다.
관장님의 무술단수를 합하면 무려 18단이 넘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무술실력 때문에 그가 강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무술합계18단인 그는 호남좌도풍물지도자, 택견지도자이고 그런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서예와 그림
에도 조예가 있다.
관장님은 구척장신 덩치는 최홍만이하고 싸우던 밥샙인가 하는 격투기 선수만 하다.
키 크고 덩치 좋은 사람들이 그렇듯 관장님은 모든 것이 사각형이다.
온몸이 커다란 양문형냉장고라면,
얼굴은 구리빛 도는 네모난 쟁반이다.
머리는 깍두기처럼 짧게 스포츠해 전자렌지고, 가슴이 잘 발달한 상체는 나이살에 허리가 약간 굵어져 김치냉장고다.
관장님을 처음 본 사람들 대부분은(나는 물론이고 구례의 부모님도)그렇게 큰사람은 처음 본다고 말한다.
우리의 전통무예와 풍물을 전수해주는 일을 하기 때문인지 관장님은 일년내내 사시사철 개량한복을 입
고는 단정하게 대님을 치고 가죽으로 만든 미투리를 신고 다닌다.
그의 자태는 곱상하고 날렵한 홍길동
은 절대 아니고 투박하고 육중한 임꺽정이다.
턱에 수염만 기른다면 조선 명종 때 황해도와 경기도를 호
령하던 의적 임꺽정이 환생이라도 한 것 같은 모습이다.
내가 꺽정이관장님을 처음 만난 것은 큰애가 일
곱 살 되던 해였다.
아들과 같은 유치원에 다니던 친구의 엄마가 친척이라며 소개해줘 같은 유치원친구
들 서너 명이 전수관에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꺽정이관장님은 덩치만 산만큼 컸지 수줍음을 잘 타는 성
격이어서 별난 이야기도 아닌데도 대화하면서 엄마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지 못했다.
안면을 튼 지 일 년 정도가 지난 다음에야 이야기하며 겨우 힐끔힐끔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꺽정이관장님을 정말로 좋아했다.
애들이 꺽정이관장님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나는 혹시 애들을 뇌
물 같은 것 (과자를 준다든 지, 영화를 보여 준다든 지, 선물을 준다든 지)으로 애들의 환심을 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했다.
꺽정이관장님의 인기비결은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련시간에 항상 애들과 같이 매트에서 구르고, 명상시간에는 함께 명상하고,
풍물을 치는 날이면 같이 어깨 들썩이며 박자를 맞추고 그러다 보니 정이 든 것이다.
아이들을 두 팔로 안아서 차에서 내려주는 몸짓하나에도 다정함이 듬뿍 배어있다.
엄마들과 이야기 할 때면
수줍어 말을 더듬으면서도 정작 아이의 엄마보다 더 아이들을 염려하고 아이들이 인성이나 성장에 도움이 될 만 한 내용을 조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예의에 어긋나거나 버릇없이 굴면, 또는 운동을 게을리
하면 눈물 콧물 쏙 나오게 혼을 내는 무섭고 엄한 훈장님이기도 하다.
특히
고학년들은 조금이라도 꺽정이관장님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할 경우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
택견은
우리의 전통무예인데 태권도의 겨루기를 택견에서는 ‘대걸이’ ‘맞서기’라고 한다.
간단하게 규칙을 말하면
‘대걸이’는 상대방을 넘어뜨리면 이기고,‘맞서기’는 상대방을 넘어뜨리거나 발길질로 얼굴을 가격하면 이긴다.
이크! 에크! 이크! 에크!
하며 굼실 굼실 거리는 것을 품(品)밟기라고 하는데,
오른 발은 품(品)자의 오른쪽네모에 왼발
은 품(品)자의 왼쪽네모에 두었다가, 품(品)자의 앞쪽네모를 한 발씩 춤추듯 번갈아 가며 밟으며 몸의
균형을 잡으면서 상대방의 허점을 노리는 기본동작이다.
이때 물레방아 돌리듯 하는 손동작을 활개짓이
라 한다.
이 품(品)밟기를 하다가 틈이 보이면 전광석화처럼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다.
택견은 상대방을 때려 눕히는 공격적인 면보다 방어적인 면을 중시한다.
그래서
상대방을 넘어뜨릴 때도 다치지 않도록 배려한다.
공격하고 난 다음 상대방이 넘어지면 상대방을 잡아주어 다치지 않게 배려하고 발길질에 상
대방이 얼굴을 정통으로 맞으면 얼른 다가가 상대를 위로한다.
태권도나 다른 무술에서는 일단, 이단, 하는 것을 택견은 한동 두동이라 한다.
즉,
동으로 급수를 매긴다. 방어와 자기수련을 위한 무술이므로
두동이 안 된 수련생들에게 주먹기술을 가르치지 않으며 주먹기술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
택견의 묘미는
굼실거리며 활개짓하는 품(品)밟기와 걷어차기, 후려차기, 째차기, 곧은발질, 는질러차기, 내어차
기, 덧걸이, 낚시걸이, 안우걸이, 뱅뱅이질, 딴죽등 화려한 발기술에 있다.
꺽정이관장님이 가르치는 전수관에,
지금은 중학교 2학년인 큰애는 일곱 살에 시작해 5학년까지, 작은애는 네 살때 덤으로 형을 따
라 다니다가 이년뒤부터 정식관원이 되어 오학년이 되도록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녀 지금까지 여덟 해
동안 인연을 맺고 있다.
작은 아이는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들도 제법 많은 꺽정이관장님의 전수관에서
는 경력으로는 제일 고참이다.
그러다 보니 작은애는 관장님과 정이 들어 부자지간 이상으로 친근하게
지낸다.
전수관에서 우리집이 제일 멀다 보니 전수관을 오가는 차안에서 이얘기 저얘기 하지 않는 이야기가 없단다.
작은애한테 꺽정이 관장님이 들려준 공갈포가 아닌 진짜 무용담이 하나 있다.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다고 한다. 시내에 있는 어떤 공원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시간이 남아
먼저 도착해 벤치에 앉아 철쭉이며 목련등 화사하게 핀 봄꽃들을 바라 보며 봄날을 만끽하며 있었다.
그때 팔뚝에 담뱃불로 지진 흉터와, 참을인자를 새긴 문신, 하트모양에 꽃힌 화살 문신등을 새긴 사내들 대여섯 명이 껄렁껄렁 건들거리며 꺽정이 관장님 앞에 터억 서드란다.
마침 꺽정이관장님이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어서 그의 얼굴을 살피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엣지있는 꺽정이관장님을 보고 흠칫하더니만 자기들은 쪽수가 있는지라 그것을 믿었는지 참을인자 문신의 사나이가 용감무쌍하게 나섰단다.
“형씨! 담배좀 빌립시다!”
꺽정이 관장님은 울컥했지만 화창한 봄날 기분을 잡치기 싫어 점잖게 대답했다.
“미안 합니다만.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하트에 꽃힌 화살문신이 나섰다.
“담배를 안핀다고라우. 그라믄 담배값이라도 주셔야지!”
원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더란다.
“무어라고요? 돈을 달라구요?”
그러자 이번엔 팔뚝을 담뱃불로 지진 흉터의 사나이가 나섰다.
“이 양반아 귓구녕은 뽄으로 뚫어놨소? 입 아픈 디 몇 번을 말해야겄소”
조무래기들 다섯 명쯤이야 못해볼 것도 없지만은 그렇다고 전통무예를 가르치는 택견인인 꺽정이관장님이 이 양아치들과 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난감해 하다가,
순간 그들의 시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돈을 꺼내기라도 할 것처럼 지갑을 열고는 명함을 그 담뱃불지진 흉터에게 전하고는
“제가 이런 일을 하느라고 돈이 없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라며 다시 한번 정중하게 이야기 했단다.
얼떨결에 명함을 받아든 담뱃불지진흉터가 명함을 찬찬히 보더니 당황해하며 참을인자와 하트에꽃힌화살에게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옆에서 얼쩡거리고 있던 놈들에게까지 그 명함이 한 바퀴 다 돌았다.
담배불지진흉터가 먼저 슬슬 뒤꽁무니를 빼기 시작했고 뒤이어 참을인자와 하트에꽃힌화살이, 그리고
나머지 사내들이 줄줄이 도망가더란다.
이 이야기를 하며 작은애는 꺽정이관장님을 정말로 자랑스러워했다.
작은애가 대회에 나가 응원하러 갔다가 꺽정이관장님이 맞서기 시범을 사범들과 하는 것을 몇번 보았는
데 시나리오를 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리얼로 하였다.
이크! 에크!
품밟기를 하다가 순식간에 나오는 그 큰 덩치의 꺽정이관장님의 발길질에 차이거나 걸이기술에 걸리면
상대방은 퍽퍽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가 떨어진다.
낙법을 하여 충격을 줄이기는 한다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 나는 살벌하고 무섭기도 하였다.
매트위에서는 한 마리 야수같지만 전수관을 벗나나면 단 한 번도 완력을 쓴 적이 없다.
도복을 벗으면 야수 같던 모습은 온데 간 데 없어진다. 오히려 정반대로 그가 유하고 아이 같은 심성의
소유자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꺽정이관장님과 함께 있으면 해맑아지고 즐거워 하는것 같다.
또 자상하게 아이의 심성을 어루만지는 손길도 느낄 수 있다.
올여름 우리애들은 여름방학 내내 택견을 쉬었다.
꺽정이관장님이 운동을 하지 말고 집에서 놀기만 하라는 것이다.
몇년째 날마다 운동을 해서 아이들이 근력은 있지만 뼈가 덜 자라 왜소한 편이니 충분히 쉬고 잘먹으면 놀라운 변화가 있을거라 하였다.
물론 큰애도 5학년 겨울에 관장님의 조치대로 쉬어서 두달만에 키가 10센티미터나 자랐었다.
그 덕인지 작은 애도 올여름 부쩍 자라 제법 늠름해졌다.
나는 가끔 꺽정이관장님께 내가 놓칠수 있는 아이들의 장점이나 단점, 인성이나 성품등을 묻기도 하고 때론 아이들의 장래에 관한 이야기들도 툭 터놓고 이야기한다.
꺽정이관장님도 자기 아들이나 진배없다며 우리 아이들의 세밀한 모습까지 미주알 고주알 사소한 것까지 모두 이야기해준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 이웃 백명의 도움이 필요하다”
는 서양속담이 있다.
꺽정이관장님은 백명의 이웃중 오십여명 정도의 몫을 해내는, 우리 애들의 몸과 마음의 사부임이 틀림없다.
화창한 봄날 공원에서 시시껄렁한 건달 대여섯명을 줄행랑치게하고 자기보다 한참이나 젊은 사범들은
매트에 꽂아버린 꺽정이관장님은 남자들이 동경하는 강한남자가 틀림없다.
그러나
강한남자 꺽정이관장님은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거들먹거리며 다니지 않는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꺽정이관장님은 그저 우리 애를 비롯한 아이들과 제자들에게 정성과 애정을 쏟아붇
는 자상하고 인자한 모습의 사내일 뿐이다.
이런 꺽정이관장님을 지켜보며 나는 강하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독수리나 호랑이 같은 맹수들이 평소에는 날카로운 발톱이나 이빨을 드러내지 않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에는 시퍼런 눈빛만으로도 상대방을 혼비백산하게 만들듯,
결정적인 순간이나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 상대방을 제압할수 있어야 진짜로 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꺽정이관장님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나는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처럼, 진짜로 강한 것은 자상함과 인자
함같은 우리가 흔히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들과 같은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