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 상사!!!"
2006년 8월 23일 소설가 박영한이 세상을 떠났다. 박영한은 1977년 월남전을 처음으로 문학화한 〈머나먼 쏭바강〉으로 문명을 얻었다. 그 후에도 그는 타계할 때까지 줄곧 리얼리즘 계열의 장편소설을 다수 발표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머나먼 쏭바강〉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베트남 전에 참가했다는 통상의 인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 참된 사랑에 대한 깊은 추구 등이 돋보인다.”
월남전이 한창 전개되고 있던 1960년대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소풍을 갈 때에도 다음 노래를 부르면서 줄 맞춰 행진했다.
“자유통일 위해서 조국을 지키시다
조국의 이름으로 님들은 뽑혔으니
그 이름 ✧✧부대 ✧✧부대 용사들아
가시는 곳 월남 땅 하늘을 멀더라도
한결같은 겨레마음 님의 뒤를 따르리라
한결같은 겨레마음 님의 뒤를 따르리라∼!”
그 기억을 떠올리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베트남 전에 참가했다는 통상의 인식에 대한 비판” 등의 평가는 새삼스레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대중가요 또한 〈머나먼 쏭바강〉 수준의 인식과는 거리가 까마득하다. 예를 들면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는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 상사
이제야 돌아왔네 / (중략)
굳게 닫힌 그 입술 무거운 그 철모
웃으며 돌아왔네 /
어린 동생 반기며 그 품에 안겼네
모두 다 안겼네 / (중략)
동네사람 모여서 얼굴을 보려고
모두 다 기웃기웃 /
우리 아들 왔다고 춤추는 어머니
온 동네 잔치하네 /
폼을 내는 김 상사 돌아온 김 상사
내 맘에 들었어요 /
믿음직한 김 상사 돌아온 김 상사
내 맘에 들었어요”
식이다.
장교가 아니라 하사관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대중가요다운 기교가 눈에 띈다. 문제는 어떠한 고뇌도 상처도 없다는 사실이다. ‘철학’을 담으면 노랫말이 어려워지고, 어려운 것을 싫어하는 대중으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한다. 게다가 군사정권에 낙인 찍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머나먼 쏭바강〉은 “내 맘에 들었어요!”라고 평가할 만한 수작이다.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는 “내 맘에 들었어요!”라고 칭송할 수준이 못 된없다. 왜 그런가? 〈머나먼 쏭바강〉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베트남 아가씨 빅뚜이에게 너무나 미안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