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급식 등 봉사 인연에서 후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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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목동큰절 법안정사 부부불자회는 매월 둘째 주 목요일이면 파주 진인선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의 묵은 때를 씻기고 있다. |
1993년 창립한 목동큰절 법안정사 부부불자회(회장 엄재선). 지부별 가정법회, 매달 3000배 철야정진 등으로 신심을 무장한 144쌍의 부부가 함께 신행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게 15년 동안 부부불자회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비단 신행뿐만이 아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으로 회향하는 봉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결을 찾아 지난 12월 13일 파주에 위치한 노인요양시설 사회복지법인 보현회(이사장 임조) 진인선원 목욕봉사에 나서는 부부불자회를 따라 나섰다. 진인선원은 2001년 개원한 노인요양시설로 현재 무료와 실비시설을 포함해 치매나 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150여 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부부불자회 진인선원 목욕봉사팀 12명이 다 모인 이날도 언제나처럼 이들은 진인선원 내 법당을 참배하고 경건하게 보살행을 다짐했다. 오전 10시. 3팀으로 나뉜 목욕봉사팀은 각 방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아이고 아파, 아프다고. 살살해.”
“할머니, 시원하시면서 엄살 피우시긴. 이렇게 팔 들어보세요.”
진인선원 관음원 내 목욕탕 안에서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목욕타월이 피부에 닿는 것이 싫은 할머니와 할머니의 몸을 씻는 자원봉사자간의 애교 섞인 입씨름이다. 세월을 이기지 못한 깡마른 몸에 따가운 타월은 어지간히 싫은 모양이다.
우여곡절 끝에 목욕을 마친 할머니가 나오면 탕 밖에선 수건을 들고 있던 봉사자가 몸을 닦기에 바쁘다. 한기를 느끼기 전에 속옷이며, 양말, 바지를 입혀놓고 나면 어느새 정오. 얼굴엔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렇게 정신없이 목욕 봉사를 마치고 나면 팔이 뻐근하고 입에선 단내가 나지만 마음만은 한결 가벼워진다.
“의무라고 생각해요. 세상은 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잖아요. 모든 것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서로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거예요.”
부부불자회 목욕봉사팀이 진인선원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진인선원에 막 한 동의 요양시설이 들어설 무렵이었다. 그 때부터 매달 둘째 목요일이면 앞마당 텃밭에서 무며 배추를 수확해 김장도 담그고 청소며 식사보조며 닥치는 대로 봉사를 했다. 인연은 개인적인 후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아내의 보살행은 가정에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사실 직장 생활로 바빠 남편은 봉사에 참여하는 일이 적다. 그러나 봉사현장에서 풍기는 화목한 분위기와 하심하는 습관이 가정으로 이어져 금슬까지 좋아진다는 것이다.
법안정사 부부불자회는 진인선원 목욕봉사팀 만이 아니다. 양천구 내 복지시설에서도 그 활동 영역을 갖추고 있다. 장애인복지관과 신월복지관, 신목복지관 급식을 비롯해 독거노인 말벗까지 다양하다. 또 영등포 보현의 집과 서울노인복지센터 급식, 승가원장애아동시설 장애아동 보조 봉사까지 부부불자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특히 부부불자회 소속 홍일래 씨는 칠불회를 만들어 군 보병 7사단 637포병대대 군장병들의 병영생활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희승(55·정도화) 씨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 진정한 보살행”이라며 “어르신들이 있기에 지금 우리의 살림살이가 가능했고 이렇게 보살행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목욕을 마친 봉사자들이 하나 둘 진인선원을 빠져나갔다. 계절은 겨울인데 서울로 돌아오는 차안이 봉사자들의 웃음소리로 훈훈해진다.
파주=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