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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솟은 봉수산 푸른 기슭에-금마초등학교 제5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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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지식인 스크랩 칭기즈칸 : (20) 왕의 귀환
미루나무 추천 0 조회 261 12.04.29 16:5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기획특집] 테무진to the칸(20) 왕의 귀환

 

2011.07.26.화요일

필독

 

테무진to the칸 

지난기사  

 

 

 

(1)짓밟힌 소녀

(2)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3)아버지를 위한 나라는 없다

(4)살인의 추억

(5)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6) 달콤한 인생

(7)아내가 결혼했다

(8)복수는 나의 것

(9)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0)테무진 라이징

(11)13익(翼) 전투

(12)레저렉팅 테무진

(13)내 이름은 칸

(14)에너미 앳 더 게이트

(15)패자의 역습

(16)킬링필드

(17)배신의 계절

(18)컨스피러시

(19)사막의 폭풍

 

 

 

 

 

 

 

 

 

Intro

 

오래 기둘리셨다. 아시다시피 지난 1년간의 테이터가 증발했기 때문에, 위에 걸어놓은 지난 편들은 백업된 자료들이고 따라서 링크가 제대로 살아있지 않다. 일단은 기사검색창에서 제목으로 검색해 찾아 읽는 수밖에 없다. 이 시리즈는 1편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으면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기사 <왕의 귀환>을 읽으려면, 바로 전편인 <사막의 폭풍>만큼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1

 

(전편에 이어) 퇴각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테무진 수뇌부와 그 주변의 1300, 망구트족과 오로도드족을 합쳐 1300- 이렇게 2600명 가량이 남았다. 1300명 씩 칼카 강(현재의 할하 강)의 물줄기를 사이에 끼고 나란히 퇴각하는 길이었다. 식량 문제가 생겼다.

 

전쟁에서 대패한 직후 도망가는 길이다. 가축이고 비상식량이고 챙길 여유가 없었다. 태반이 빼앗기거나 여기저기 흩어졌을 것이다. 물론 그래도 남아있는 가축과 물자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테무진은 따로 자신을 위해 물자를 징발하지 않았고, 퇴각하는 길 내내 백성들을 그들의 재산과 함께 놓아 보냈다.

 

쫓기는 와중이었지만 먹지 않으면 죽는다. 2600명의 빈털터리들은 잠시 퇴각을 멈추고 사냥을 했다. 테무진과 부하들은 네르제를 했을까? 네르제란 사냥감이 되는 초식동물 떼를 몰아서 원형으로 포위한 후 한번에 잡는 초원의 전통 사냥법이다. 초원을 거쳐 간 유목-기마민족들이 다 네르제를 해 봤다. 여진족(만주족)과 거란족 전사들은 각각 금나라와 요나라를 세운 후에도, 정기적으로 네르제를 하면서 자기들의 전통을 잊지 않았다. 아래 이미지는 네르제를 표현한 그림이다.

 

 

네르제는 일종의 군사훈련이기도 하다. 회전의 기본 목표인 포위섬멸을 연습하기 매우 좋다. 그 외에 동료들과의 통일된 행동을 배우고, 각종 신호체계 등을 숙달하는 것이다. 문제는 네르제가 굉장히 뻑적지근한 행사라는 거다. 축제 때, 중요한 전쟁을 앞두고 군사훈련을 할 때나 할 수 있는 사냥법이다. 줄기차게 쫓기고 있던 테무진 잔여병력이 과연 네르제를 할 수 있었을까? 확신할 순 없지만, 아마 닥치는 대로 개인사냥을 했을 것 같다.

 

테무진은 사냥을 명령해놓고, 사냥하겠다는 사람 하나를 뜯어말리고 있었다. 누군고 하니, 바로 카라칼지드 전투에서 투멘 투베겐족의 리더 아칙 시론에게 창을 맞고 부상을 입은 쿠일다르였다(지난 편을 얼릉 참고하시라).

 

쿠일다르 세첸, 제발 좀 쉬십시오. 아직 상처가 다 낫지도 않았잖습니까.”

 

이정도 기스난 거 가지고 뭐... 사냥 몇 번 휙휙 하면 알아서 낫는 그 정도 상처 아니겠습니까? 허허~”

 

열혈가이 쿠일다르는 테무진이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고 씩식하게 사냥감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냥은 잘 했던 모양이지만, 역시 대장이 하는 말은 듣는 편이 좋다. 쿠일다르는 무리하게 움직이다가 상처가 악화되어 죽고 말았다. 이 무슨 블랙코미디도 아니고, 실로 아까우면서도 어처구니없는 죽음이었다.

 

그러게 내가 오바 좀 하지 말랬더니...”

 

그러잖아도 쓰라린 패주길에 충성스러운 부하까지 잃은 테무진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테무진은 칼카 강변의 젖은 땅에 쿠일다르의 뼈를 안장했다.” 그냥 묻은 게 아니라 뼈를 안장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아마도 화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소수정예 전사 집단 망구트족의 수장 쿠일다르. 이렇게 허무하게 가고 말았다.

 

어쨌든 슬퍼할 틈도 없이 패주는 계속됐다.

 

 

2

 

식량문제가 해결되자 이번엔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옹기라트족이 야영하는 곳을 지나게 된 것이다.

 

 

 

 

 

 

옹기라트족, 보르테의 고향부족 아닌가. 테무진의 외가였다. 그러나 혈연은 혈연이고 정치는 정치다. 테무진과 자무카의 경쟁구도 속에서, 줄곧 자무카를 지지해온 부족이다. 결국 적이었다. 절박한 패주 길에 적을 옆에 끼고 도망간다는 건 위험한 짓이다. 자무카의 명령을 받고 달려든 옹기라트족에 꼬리를 물리기라도 하면, 뒤이어 따라온 자무카의 본대에 전멸당하는 수가 있다.

 

테무진은 옹기라트족을 자기 편으로 돌리기 위해 주르체데이를 보냈다. 그냥 보낸 게 아니라, 주르체데이의 군사들을 모두 딸려 보냈다. 군대를 보낸 것이다. 애초에 부탁 반, 협박 반을 하러 보낸 거다. 처가에 대한 예의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테무진이 주르체데이에게 내린 명령은 이렇다.

 

옹기라트 사람들이 우리는 옛날부터 딸을 예쁘게 키우기로 유명한 사람들이라는 얘기를 하면 우리 편으로 귀순시키세요. 제 아버지 예수게이가 장인어른(데이 세첸, 보르테의 친아버지)에게 들었던 말입니다. 보르테와 저는 그 자리에서 혼약을 맺었지요. 이 말을 한다는 건 그때의 일을 기억한다는 뜻입니다. 저를 적으로 삼지 않겠다는 얘깁니다.

이 말 외에 엉뚱한 말을 하면, 이끌고 가신 부하들과 함께 옹기라트족을 정벌해 버리십시오. 지금 우리에게 중간은 없습니다.”

 

주군의 처가이다 보니, 주르체데이는 예의를 다해 테무진의 뜻을 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데리고 간 자기 부족 전사들을 어디 짱박아 놓은 것도 아니고, 당연히 옹기라트 사람들 눈에 다 보인다. 바보도 아니고, 테무진의 연합 제안을 거절하면 그 자리에서 피박살이 난다는 걸 모르겠는가. 옛날부터 옹기라트 사람들은 싸움엔 별 관심이 없었다. 딸들을 예쁘게 키워 여기저기 칸들과 결혼시키는 게 옹기라트족의 생존법이었다. 이런 사람들이었으니, 주르체데이와 그의 병사들이 이리떼처럼 보였을 것이다.

 

뭐 어쩌겠는가. 옹기라트족은 테무진이 배려(?)한 계획대로 체면상으로는 혈연관계를 잊지 않은포지션을 유지한 채 테무진에게 귀순했다. 옹기라트족, 졸지에 대전투에서 패해 한 순간에 실패자가 된 칸을 지지하게 됐다. 본인들도 한숨이 나오지 않았을까.

 

반면 테무진은 도망가는 길목에 버티고 선 적을 동지로 바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약간의 여유가 생긴 테무진은 독특한 정치적 이벤트를 벌인다. 자신의 적들에게 며칠 동안 쉬지 않고, 긴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메시지의 주제는 간단했다. 자신이 적들에게 얼마나 공정하고 신의 있는 인간이었으며, 거꾸로 적들이 얼마나 파렴치한 배신자들인지를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3

 

전쟁에 패한 군주가 도망가면서 보내는 긴 메시지. 뜬금없다. 왜 그랬을까.

 

정보전달의 의미는 없었다. 당사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역사라, 다시 상기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들이다. 죄책감을 주려고 벌인 일도 아니다. 그딴 거 저쪽에 던져봐야 뭐가 남나. 일부 역사학자들이 오해하듯이, 자신을 추격하는 자무카와 옹 칸, 셍굼의 마음을 돌리려는 것도 아니었다. 난세의 초원이 무슨 아침드라마도 세트장도 아니고, 전쟁에 이겨 놓고 아 생각해보니 우리가 참 잘못이 많았구나 하며 칼을 거둘 일은 눈곱만치도 없다.

 

초원사람들 다 들으라는 게 테무진이 메시지를 보낸 이유였다. 초원문화에서 사자(使者)들이 웅변식으로 전달하는 말은 실시간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속도로 퍼져나간다. 이에 대한 설명은 이미 지난 기사에서 충분히 해 놓았다.

 

 

 

 

 

 

테무진은 초원 전체에, 자신이 선량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남겨놓고 싶었다. 싸움은 졌지만 여론에서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확고하게 이기려는 의도였다. 초원 대중의 심정적 지지를 얻어놓으면 훗날 만에 하나 재기할 기회가 생겼을 때 조금이라도 유리해질 터였다. 그러나 단순히 인간적인 바람도 있었을 거라 본다.

 

그는 군주, 칸이라는 직업을 정리하려 하고 있었다. 테무진은 사람들에게 도덕적인 군주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았을까. 재기하지 못한 채 쓸쓸히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의 이름만큼은 아름답게 남길 바라지 않았을까. 그토록 도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도덕적이었기 때문에 악인들에게 배신당했음을 사람들이 언제까지고 알아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르네 그루쎄는 테무진의 메시지를 단 한 구절로 절묘하게 묘사했다 - ‘법정 진술글타. 이제 초원에서 물러나는 원고 테무진이 피의자들을 앞에 두고 초원 모든 사람에게 들려주는 최후의 진술이었던 거다. 우리도 테무진의 진술을 들어보자. 너무 길어서 중요한 내용 위주로 축약했으니 그런 줄 아시라.

 

(옹 칸에게)

칸 아버지, 왜 나를 공격했습니까? 누가 당신을 부추겼습니까? 나의 칸 아버지여, 우리는 영원히 신의를 지키자고 맹세하지 않았던가요? 우리는 신뢰로 뭉친 동맹자였습니다. 그러던 우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보십시오.

 

그 옛날 당신은 칸 자리를 두고 당신의 삼촌과 싸우다가 겨우 백 명만 데리고 목숨만을 구해 달아나 나의 아버지 예수게이에게 한 번만 도와달라고 매달렸지요. 나의 아버지는 당신에게 칸 자리를 되돌려주었습니다. 나는 예수게이의 적장자입니다. 따라서 이 일은 당신이 나에게 입은 첫 번째 은혜입니다.

 

그 뒤로 우리는 신의를 지키며 동맹을 유지했지요. 그러다가 당신이 먼저 동맹을 깼습니다. 내게 알리지도 않고 나이만과 전투를 치렀지요. 혼자 약탈품을 독점하려고 그랬겠지요.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비참하게 패배해서 당신은 카라 키타이로 갔다가, 위구르로 갔다가 여기저기 전전하면서 겨우 염소 다섯 마리를 끌고 낙타의 피를 마시면서 한번만 살려달라고 나에게 오지 않았던가요?

 

자, 그래서 나는 당신을 도와주었습니다. 특별 세금을 거둬서 당신을 보름 만에 다시 통통하게 살찌게 했습니다. 커레이트의 칸 자리도 되돌려주었습니다. 금나라에 가 있던 당신의 동생 자카 감보도 구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당신과 자카 감보를 해치려는 메르키트군도 대신 물리쳐 주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되찾아준 그 권력으로 당신은 또 나를 배신했습니다. 내가 타타르를 칠 때 당신은 그 틈을 이용해 몰래 메르키트를 쳤지요. 나는 타타르를 이기고 얻은 물자를 당신과 나눴지만 당신은 내게 줄 것을 안 주고 꿀꺽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참았습니다.

 

그 후에 우리는 나이만에 원정을 갔었지요. 돌아오는 길에 강적 쿡세우 사브락을 만났습니다. 내일 아침 싸우기로 하고 야영할 때, 당신은 나를 쿡세우 사브락의 입에 던져놓고 혼자 도망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당신과 당신의 군대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더군요. 그 황당함이란...

 

그러나 쿡세우 사브락은 내가 아닌 당신을 공격했지요. 당신과 당신의 못난 아들 셍굼이 위기에 처하니까, 대체 무슨 염치인지 몰라도 그 지경에서도 내게 구원을 청하더군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도왔습니다. 내 가장 소중한 부하들을 사지로 보내 목숨을 걸고 셍굼을 구하게 했습니다.

 

나는 비겁한 당신을 왜 이렇게 도와야 했던 걸까요? 그 대가로 또다시 배신당해 지금 이런 고초를 겪고 있는데 말입니다. 당신은 왜 이다지도 비겁한 인간입니까?

 

자, 할 말이 있습니까? 있으면 얼마든지 해 보시지요. 두 명의 사자를 보내 해명해 보시지요!

 

 

4

 

왜 두 명의 사자일까? 문자가 없는 초원에서는 오직 암기를 통해 상관의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원래 문자가 없는 문화권의 사람들은 암기력이 뛰어나다. 몽골초원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일부 내용을 잊어먹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 역시 동일한 내용을 암기한 다른 한 사람이 보완해주는 식이다. 또한 빠른 시간 내에 방대한 내용을 암기해야 하는 상황에선 각자 다른 파트를 암기해 갈 수도 있다. 그래서 두 명이다. 서로가 서로의 스페어다.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사자를 보낸다는 것은 그만큼 전달 내용이 중요하다는 뜻이고, 바꿔 생각하면 상대방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의미가 된다. 다시 말해 두 명의 사자는, 상대에게 보이는 격식과 예의다. 옹 칸 당신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라는 암시였다.

 

그러나 옹 칸,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옹 칸은 반박을 하기는커녕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잖아도 죄책감에 몸부림치던 노인네의 입에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 죄도 많구나! ... 나는 인간의 도리를 어기고 의무를 저버렸다.”

 

셍굼과 귀족들에게 떠밀려서 시작한 전쟁이었다. 전쟁이 시작된 이상 부족의 칸으로서, 적으로 설정된 테무진을 파멸시켜야만 했다. 그래도 옹 칸은 자기가 최소한 죄책감을 느낄 줄은 아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화살 다듬는 칼로 새끼손가락을 찔러 피를 내며 선언했다.

 

내가 또 한 번 죄를 지으면 이렇게 피를 보리라.”

 

그리고는 피를 작은 통에 담아 테무진에게 보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추적을 중단하거나 마음을 고쳐먹은 건 아니다. 사실 이 행동엔 다소 치졸한 면이 있다. 테무진의 법정진술에 당해낼 수 없으니 나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미안한 감정은 느끼는 인간이라고 초원사람들에게 궁색하게 어필한 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단다. 아니 그럼 지금까지 저지른 배신은? 고작 새끼손가락을 요령껏 찔러 흘린 피 조금으로 퉁치겠다는 심산 아닌가.

 

옹 칸의 쇼는 테무진은 물론이고 초원 사람들에게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테무진은 옹 칸에 이어 자무카와 자신을 배신한 몽골 왕족 알탄과 코차르 그리고 셍굼에게 사자를 보내 그들이 비겁한 배신자임을 재확인시켰다. 이중 알탄과 코차르에게 한 말이 특히 인상적이다.

 

나를 몰아냈으니 이제 몽골 왕족인 너희들이 몽골을 다스린답시고 나대고 다니겠지. 잘 해봐라. 다만 우리의 소중한 세 강, 오논 강과 케를렌 강과 툴라 강의 발원지는 절대 남에게 내주지 마라. 다른 어떤 부족도 그곳에서 게르를 치고 야영하지 못하게 하라. 그곳은 우리 몽골인들의 영원한 고향이니까.”

 

테무진은 다시 한 번 옹 칸에게 사자를 보냈다. 이미 시간이 적어도 이틀 이상은 흘렀을 시점이다. 테무진은 주변의 초원 사람들에게 테무진의 메시지 내용이 퍼졌을 것이 분명하다. 옹 칸이 아무 할 말도 없이 달랑 피 몇 방울 보냈다는 사실도.

 

법정 싸움에서 완전히 승기를 잡은 테무진은 이제 초원 사람들이 심정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자신에 편에 서 있을 것이 확실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테무진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 아는 인물이었다. 사건 전개상, 초원 대중이 선량한 피해자인 테무진이 옹 칸에게 한 방 먹이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은 단계였다.

 

그래서 테무진은 두 번째 메시지에서 옹 칸을 ‘칸 아버지가 아니라 토그릴 아우라고 팍 낮춰 부른다.

 

왜 아우냐고? 원래 넌 나에게 아우라는 말을 들을 자격도 없는 새끼다. 겨우 너 같은 새끼가 알탄과 코차르에게 울루스(나라, 백성)을 챙겨주네 마네 깝치고 다니는 거냐? 그나마 내가 널 아우라고 불러주는 이유는 우리의 조상님들끼리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네 집안 사람들은 대대로 내 조상의 게르 문지방에서 굽실대던 우리의 노예가 아니었던가?”

 

커레이트 왕가가 몽골 왕가의 노예집안이었다... 근거 없는 얘기였다. 근거 없는 얘기라는 건 다시 말해 욕설이다. ‘내가 니 애비다하는 식이다. 테무진은 옹 칸에게 욕을 퍼부은 것이다.

 

이윽고 테무진은 적 모두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모두들 나에게 각자 두 명씩의 사자를 보내라!”

 

어디 할 말 있으면 해보라는 뜻. 아무도 사자를 보내지 못했다. 다만 셍굼은 여기서도 조잡한 품성을 드러냈다. 할 말이 없으면 뻔뻔해지는 게 간편하다. 셍굼의 반응이 딱 그랬다.

 

씨바 전쟁하는데 뭘 그렇게 말이 많아. 싸워서 이기는 편이 짱먹는 거지.”

 

기분 나쁜 태도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5

 

패주는 계속됐다. 테무진은 부하와 백성들의 숫자를 계속 줄여나갔다. 주군 쿠일다르를 잃은 망구트족과 주르체데이가 이끄는 오로이드족과도 훗날을 기약한 채 헤어졌다. 테무진은 가족들, 즉 어머니 헐룬과 아내 보르테, 자식들과도 이별했다. 저번 편에 설명한대로 모두의 안전을 위해 최종적으로 혼자 남을 생각이었다.

 

 

 

 

 

 

테무진은 몽골초원 북동쪽 끝, 현재의 몽골국경 바깥에 있는 황량한 지대로 사라졌다. 자무카-옹 칸 군의 추격이 마침내 멈췄다. 모든 세력을 잃고 초원 바깥으로 퇴장한 테무진을 더 이상 쫓아갈 필요가 없었다. 테무진은 변방의 작은 호숫가에 이르렀다. 이 호수가 바로 발주나 호수.

 

 

 

발주나 호숫가

 

호수라 부르기엔 당시의 수량이 너무 적었는지, 아니면 그날의 기후가 좋지 않아서였는지 호수는 온통 흙탕물이었다. 연명할 음식도 없었다. 사냥한 고기는 다 떨어졌고, 패주하는 길에 이제 영영 헤어질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징발하지도 않았다.

 

부하와 백성들에게 마지막까지 도리를 다하려는 모습엔 분명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테무진은 뜨겁다기보다는 차가운, 정확하게는 철저한 사람이었다. 이제 더 이상 백성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게 됐으니 식량과 물자를 징발하는 건 정당한 세금이 아니라 착취라는 판단이었다. 테무진은 지금껏 보여준 모습으로도 은퇴 자금을 요구할 수 있는 군주였는데 말이다.

 

식량은커녕 맑은 물조차 남아있지 않은 실패자. 영웅의 최후치고는 너무나 비참하고 쓸쓸했다. 테무진은 혼자서 사고나 병으로, 혹은 굶어서 죽어가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역사를 소설보다 더 소설적으로 만들곤 하는 극적인 변수가... 테무진의 곁에는 살 길을 찾아 떠나라는 명령을 끝까지 거부한 19명의 전사들이 남아있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아무 생각도 없었다. 이 시점에서 테무진이 재기할 확률은 고민할 것도 없이 0%였다. 그는 그냥 실패자도 아니고, 실패한 노인이었다. 아무 조건 없이 함께 죽을 생각이었다는 얘기다. 상식적인 상황에서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보다 더 마법적인 것은 19명 각각의 캐릭터였다. 19명 중에 테무진의 친족은 친동생 카사르와 벨구테이 뿐이었다(벨구테이는 없었을 수도 있다.). 나머지 17명 중 최소한 4~5 명은 네 마리 말네 마리 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3~4명은 가족을 돌보게 하기 위해 초원에 남겨뒀을 수도 있고, 정신없는 패주길에 통신이 끊어져버렸을 수도 있다. 어쨌든 17명이 누구누구였는지, 각각의 인물은 기록되어있지 않다. 전해진다고 할지라도 모두 구전역사라 정확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은 분명하다.

 

19명의 전사들은 출신 종족, 출신 계급, 종교가 각자 달랐다. 이들을 묶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었다. 역사는 이들이 9개 종족(부족) 출신이라고 기록한다. 모국어도 몽골어, 타타르어, 투르크어, 위구르어, 아랍어 등 중구난방이었다. 종교로 가면 더 가관이다. 예나 지금이나 종교는 각종 분쟁의 주요 원인이고,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가장 흔한 기준이다. 그런데 이 19명엔 테무진처럼 무속(텡그리즘)을 믿는 이는 물론 불교도, 기독교도, 이슬람교도까지 있었다.

 

한마디로 한 편이 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집단이었다. 혈통과 언어, 종교, 문화, 지연 등 근대 이전의 사회에서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전통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다. 오직 테무진에 대한 충성심으로만 뭉친 사람들이다.

 

 

 

 

허나, 테무진에 대한 충성심만으로는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 충성심은 테무진이라는 개인과의 사적인 관계에 가깝다. 돌처럼 단단하게 결속된 하나의 팀이 되려면 목숨을 버리고서라도 공유할만한 가치가 존재해야 한다. 이 가치란 무얼까. 이익일까? 물론 이익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몰락한 군주와 죽음을 함께하는 순장조가 되려는 이익집단은 있을 수 없다.

 

19명의 전사들은 출신과 언어, 종교 등의 배경과 상관없이 테무진이 대변하는 가치에 베팅했다. 세 가지로 압축하면,

 

1. 평등

2. 통합

3. 초원통일이 가져올 평화

 

19명의 결사대는 테무진이 추구하는 사회 구조에 동의한 사람들이다. 너무 근대적이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저명한 사학자 잭 웨더포드는 테무진을 포함한 20명의 전사집단을 근대적 시민결사체로 표현했다. 발주나 호숫가에 모여든 20명의 초라한 패잔병은 세계 최초로 결성된 근대적 집단이며, 역사상 가장 먼저 등장한 근대국가의 기본 틀이다.

 

(여기서 재밌는 얘기를 좀 하고 싶다. 몽골에 갔는데 만약 8명의 전사를 표현한 동상이나 기념물을 보면, 그건 100% 네 마리 말과 네 마리 개다. 9명이라면 그 중 한 명은 테무진이다. 19명이라면 당연히 발주나의 전사들이다. 20명이라면 역시 한 명은 테무진이다. 발주나의 멤버들을 자세히 보면, 복식과 생김새, 헤어스타일이 제각각일 것이다.)

 

근데 이 멋진 20, 먹을 게 없어 쫄쫄 굶고 있었다...

 

 

6

 

카사르가 없었다면, 20명의 결사대는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역사를 내버려두고 굶어죽었을지도 모른다. 카사르는 어디 먹을 게 없나 호숫가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무리에서 떨어져 헤매고 있는 억세게 운 나쁜 야생마 한 마리를 보았다.

 

 

 

 

카사르, 소문난 명사수 아닌가. 그는 득달같이 화살을 날려 야생마를 사냥했다. 먹을 게 생겼다! 그런데 고기를 요리할 도구도, 그릇도 없었다. 그냥 생식을 해야 하나? 그러다 배고픔이 아니라 식중독으로 전멸할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기똥찬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아 저기, 어렸을 때 우리 부족 어른들한테 들은 게 있어요. 우리 조상님들은 옛날 옛적에, 사람이 그릇을 쓰지 않던 시절에 이렇게 고기를 요리해먹었다고 합니다. 불을 피워서 큰 돌멩이들을 굽는 거예요. 겁나게 뜨거워질 때까지.”

 

아니, 고기가 아니라 돌을 굽는다구?”

 

고기를 잘라서 바로 구우면 타서 버리는 부분이 많은데다가 기름과 피가 흘러 아까운 영양분을 놓치게 되잖아요. 돌을 굽는 겁니다. 그리고 말의 배를 갈라 뱃속에 돌을 채워넣는 거예요. 그러면 말이 통째로 익어서 음식이 된다는 겁니다. 겉의 가죽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게 그릇 역할을 해서 고기가 상하는 속도도 느려지고요.”

 

오호라...”

 

구전으로 이어져 내려온 고대의 요리법은 배고픈 사내들에게 기가 막힌 요리가 되었다. 인간은 적응이 빠른 동물이다. 유목민의 신체는 영양을 섭취하고 보존하는 방식이 농경문명 사람들과 전혀 다르다. 탄수화물과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는 농경문화인들은 초식동물과 비슷하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의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고기를 먹는 유목민들은 육식동물과 비슷해진다. 20일을 굶어도 한 번 사냥에 성공하면 기록적인 폭식을 해서 다음 20일을 버티는 사자처럼, 한 번에 상당한 양의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거꾸로 극소량의 음식, 예를 들면 분말로 만든 가축의 젖을 물에 탄 것 따위를 다루 한두 번만 마시면서 사나흘을 버틸 수도 있다. 아사 직전까지 갔던 20명의 사내들은 말 한 마리를 증발시킬 기세였으리라.

 

배고픔에서 해방된 19명의 사내들은 테무진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테무진은 잠시나마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테무진은 건배를 제의했다. 충성맹세를 수락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술도, 술잔도 없었다. 마실 거라곤 발주나의 흙탕물뿐이었다. 두 손으로 흙탕물을 받쳐 담고 동시에 머리 위로 높이 올리고는, 다함께 원샷했다. 역사는 이 사건을 발주나의 맹약이라 부른다.

 

삼국지에 도원결의가 있다면, 몽골에는 발주나의 맹약이 있다. 발주나 맹약은 사실로 기록된 역사에서 가장 전설적인 순간 중 하나다.

 

테무진이 추구하던 가치가 아무리 독보적이라 하더라도, 그때까지 테무진은 영향력과 위상 등에서 세계 각지에서 지 할 일을 하고 있던 수많은 군주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러나 발주나 맹약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진다. 업적의 규모, 업적을 이루는 속도, 자신감, 인간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테무진이라는 인간은 헐룬이 첫 출산을 할 때부터 존재했지만, 영웅 테무진은 발주나에서 탄생했다.

 

 

 

 

세계정복도 몽골제국의 정체성도, 바로 이 발주나 맹약에서 시작되고 성립된다. 이곳에서 테무진은 사회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완전한 사상적 정립을 이룬다. 테무진은 발주나에서 비로소 완성된 사상가이자 혁명가, 정치가로 성장한다.

 

또한 카라칼지드 사막 전투 패배는 테무진에게 학습의 끝, 마침표였다. 참으로 오랜 공부였다. 발주나 맹약 이후 테무진은 흡사 전술의 신이라고 부를 만한 능력을 발휘한다.

 

발주나의 현대 몽골어 지명은 ‘고르왕 노르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발주나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지금 이곳엔 테무진 탄생 800주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본 기자의 생각도 800주년 기념비를 발주나에 세우기로 결정한 사람의 그것과 같다. 발주나 맹약은 <테무진to the>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7

 

결혼비행을 끝낸 공주개미가 있다. 뱃속엔 수개미의 정자가 터질 듯이 채워져 있다. 공주개미는 날개가 떨어지면서 초보 여왕개미가 된다. 비록 한 마리의 작은 곤충이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존재다. 뱃속에 자식들이 건설할 거대한 도시 전체가 들어 있다. 그러나 도시는커녕 동네를 만드는 데까지나마 성공하는 여왕개미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래의 도시는 이미 존재하는 다른 도시의 병정개미, 사마귀 등 육식곤충을 만나는 순간 사라진다. 어린애가 무심코 밟아도 간단히 끝나고, 고양이가 장난으로 죽일 수도 있으며, 참새가 쪼아 먹을 수도 있다.

 

테무진의 결사대가 딱 그랬다. 겨우 20명이다. 별 볼 일 없는 도적떼에 걸려도 깨끗이 절멸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발주나 호숫가로 이동해오는 한 부족과 얄짤없이 마주치고 말았다. 부족이라면 최소 수백 명의 전사와 그 몇 배에 달하는 일반백성, 다시 그 십 수 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가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의 부족의 이름은 ‘고롤라스. ‘초스 차간이라는 사람이 부족을 이끄는 대장이었다. 초스 차간이 자기 군사들에게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20명의 결사대는 그길로 저승 행이었다. 그러나 정 반대 상황이 일어났다.

 

초스 차간은 위해를 가하기는커녕 부족 전체를 이끌고 테무진에게 “저항 없이귀순했다. 멀쩡한 부족 하나가, 어떤 이익도 바라보지 않고 지도자와 백성들 전부가, 불과 19명의 패잔병만 거느린 실패자에게 자신들의 미래를 맡긴다? 아니 이 사람들 대체 왜 그랬을까.

 

자무카가 ‘난 놈이었다면 테무진은 된 놈이었다. 잘난 인간을 동경하고 그의 재능을 사랑하는 것, 우월한 타인의 카리스마에 의지하려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다. 그러나 그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재능을 사랑하는 것과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은 실패를 용서받지 못한다.

 

반면 후천적인 노력으로 품성과 세계관이 완성된 사람의 경우, 대중은 그 사람 자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한다. 사람은 영악하지만 한편으로 순수한 동물이기도 해서, 이런 인물에게는 이익을 생각지 않거나 더 나아가 불이익을 감수하고서까지 충성하려고 한다. 초원 대중에게 테무진은 따르고 싶은 사람을 넘어 지켜줘야 할 사람이 되어 있었다. 고롤라스족 귀순 사건은 초원에 테무진의 인격과 공정함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잘 보여준다.

 

고롤라스족의 합류로 불과 20명이던 테무진 울루스는 무력행사가 가능한 단위의 집단이 되었다. 이제 테무진이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사냥이었다.

 

 

8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사냥은 유목민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작하는 첫 단계다. 고롤라스족의 가축을 확보한 테무진과 그의 부하들은 담비와 다람쥐 등 식량 가치는 별로 없으나 고급 가죽제품의 재료가 되는 작은 동물을 집중적으로 사냥한 것으로 보인다. 모피를 포함한 가죽제품은 가난한 초원 유목민들이 외부세계와 교역을 하기 위해 쟁여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실탄이었다.

 

 

몽골의 수제 스카프

 

당시 테무진은 실크로드의 동쪽 끝에 처박혀 있었지만, 상인들은 어디에 돈이 있는지 귀신같이 아는 법이다. 카라반(대상, 낙타를 타고 이동하는 상단)이 테무진을 찾아왔다. 몽골 비사에는 사르탁사람들이라고 되어 있고, 무리의 대장은 아산(이슬람식 이름인 핫산으로 추정된다.)’이라고 한다.

 

몽골인들이 ‘사르탁이라고 표현한 사람들은 바로 이슬람을 믿는 (주로) 아랍인이다. 정확한 경계를 가진 단어는 아니지만, 대체로 상인을 지칭한 것이라 보면 된다. 아산은 유목민들에게 뭐가 필요한 지도 기가 막히게 알았다. 그는 천 마리의 거세한 숫양을 몰고 왔다. 장사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끌고 오진 않았을 터. 분명 테무진에게 팔기 위해 초원을 가로지르면서 물물교환으로 수십 마리 단위씩 수집했을 것이다.

 

 

 

 

테무진이 기다리던 게 왔다. 그는 담비와 다람쥐 가죽제품을 천 마리의 거세한 숫양과 바꿨다. 거세한 숫양은 생식능력이 없고 젖도 생산하지 못한다. 생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부터는 고기의 질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수록 털과 가죽의 질도 떨어진다. 생후 2년부터는 도축할수록 이익인 동물이 거세양이다.

 

천 마리의 거세양은 곧 즉시 식량으로 전환 가능한 천 마리분의 동물이다. 양은 수컷이 100kg이 조금 넘는데,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몽골초원의 양은 세계의 양들 중에서 덩치가 가장 작다. 여기에 뼈 무게까지 감안해 마리당 50kg의 고기가 나온다고 하자. 테무진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5kg 50톤가량의 고기, 그것도 아주 질 좋은 고기를 확보한 것이다.

 

이건, 당연히 전투식량이다. 테무진은 전투를, 그것도 엄청난 전력이 충돌하는 대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체 뭘 믿고? 서부의 나이만을 빼면, 옹 칸과 자무카는 초원의 중부와 동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초원 바깥으로 쫓겨난 테무진의 직속 부하는 19명에 불과했다. 고롤라스족의 전사를 더한다 하더라도 그야말로 한줌의 전력이었다.

 

반면 옹 칸은 수만 명의 전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연히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면밀히 준비한 후에 공격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오히려 우리는 발주나의 맹약 이후 달라진 테무진의 자신감과 대담함, 정확한 전술적 판단을 알 수 있다.

 

정보가 퍼지는 초원의 구조에 대해서는 한두 번 설명한 게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으로 서서히 군세를 키워봤자 소문 다 난다. 저 여?어요~ 하며 테무진의 위치를 친절히 알려주는 셈이다. 따라서 현재의 세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출정에 나서야 한다. 적이 승리에 가장 취해 있을 때, 아무런 준비도 정보도 없을 때 돌연히 나타나 준비할 틈을 주지 않고 공격하는 전격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20명으로 전격전을? 그리고 20명을 위해 50톤의 단백질과 지방을 준비한다? 어떻게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테무진은 생애 최대의 도박을 하려하고 있었다. 그는 때를 기다리며 1203년 여름을 발주나 호숫가에서 보낸다.

 

 

9

 

19명의 결사대는 테무진 개인한테도 목숨을 걸었지만, 더 정확하게는 테무진이 추구하는 가치에 올인했다. 충성맹세를 수락한다는 건 자동적으로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결국 단 한 번에 초원 중앙-동부의 패권을 되찾는 전투를 해야 하는데, 제로의 가능성을 그나마 1%의 가능성으로 올리려면 도박을 하는 수밖에 없는 거다.

 

어쩌면, 만에 하나, 그러니까 0.1%의 확률로, 테무진이 초원에 재출현하는 즉시 전투를 벌일 만한 전력이 모여들지도 모른다. 테무진의 도박엔 나름의 패가 있었다.

 

테무진은 초원과 아슬아슬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었다. 헐룬과 보르테 등 가족들의 행방을 모를 리 없었다. 당연히 연락이 오간다. 테무진은 초원의 민심이 여전히 자신에게 있음은 물론, 오히려 지지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초원 민중들에게 테무진은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다가, 사람이 너무 정직한 나머지 비열한 자들에게 배신당한 비운의 영웅이자 선량한 피해자였다. 여우에 조롱당하는 사자를 보는 심정이었으리라.

 

뿐만 아니라 초원사람들은 테무진에게 커다란 부채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부하와 백성들을 안전하게 방생한 독특한 퇴각방법은 초원 사람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고 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감동적인 사건이었다. 바꿔 생각하면 자신들은 이렇게나 도덕적인 테무진을 지켜주지 못하고 겨우 19명의 부하와 함께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런 종류의 부채의식은 초원 사람들이 역사상 처음 겪는 감정이었다.

 

 

 

 

테무진이 사라지자 평등정책과 공정한 분배, 복지도 사라졌다. 평민 이하 계급의 사람들은 다시 귀족들에게 착취당하는 이전의 처지로 돌아갔다. 이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들은 공정한 사회를 한 번 경험해보거나 혹은 구경이라도 해봤기 때문이다. 이런 게 가능하다는 걸 모른 채로 살면, 세상이 원래 그러려니 하면서 살게 된다. 하지만 다른 가치를 한 번 알게 되면, 싸워서 얻어내야 할 무언가가 된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말해, 테무진은 자신의 등장을 정치적 이벤트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말이다... 세상에 먹고사니즘보다 강한 게 있을까. 자신과 가족, 부족의 생명과 재산을 걸고 19명의 부하만 거느린 실패한 군주, 자신보다 수천 배 강력한 적에게 이제 곧 궤멸당할 게 분명한 군주와 함께하려고 만사 제치고 달려갈 인간이 존재할까?

 

뭐, 한두 명 쯤은 있을지도...

 

1203년 가을. 테무진은 자무카와 옹 칸이 승리를 축하하는 대대적인 잔치를 벌인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잔치를 바로 하지 않은 이유는 초원 유목민들이 가축을 도살하는 계절을 엄격히 지키기 때문이다. 먹을 걸 잔뜩 쌓아놔야 잔치를 할 거 아닌가. 또 잔치는 준비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한 철 정도는 거르는 게 자연스럽다.

 

20명의 결사대가 초원 권력의 중심부를 향해 출정을 시작했다.

 

 

10

 

적을 치려면 적이 무방비상태일 때가 가장 좋다. 초원에선 잔치만큼 무방비일 때가 없다. 큰 잔치는 사나흘에 걸쳐 계속되는데, 초원 사람들은 상상을 초월한 폭음을 한다. 잔치의 풍경이 어땠을지, 지난 기사 제 5<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 설명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와 본다.

 

: 몽골사람들은 한 번 술을 마시면 '필름이 끊길 때까지' 들이붓는 습관이 있다. 이 습관은 훗날 몽골제국의 궁정에 출사하게 된 중국인, 아랍인 학자들을 경악시켰다. 몽골인들은 불과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아 유라시아대륙의 황금핏줄이 되었다. 그래서 가난한 초원의 소박(?)하고 거친 습관이 세계 권력의 중심부에 그대로 이식된다. 술잔이 날아댕기고 한 쪽에선 신나게 오바이트하고 있고... 결국 국무회의, 궁중의식 등 모든 모임은 '전원 기절'로 끝나게 되어 있다(특히 여자가 술판에 껴 남자들과 함께 고성방가를 지르는 모습에 중국과 아랍 대신들은 아연실색했다.).

 

이러니 적이 잔치중일 때야말로 선제공격을 할 절호의 찬스였다. 물론 잔치 중인 적은 공격해선 안 된다는 룰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옹 칸이 저지른 짓들을 생각하면 테무진은 옹 칸에게 무슨 속임수를 써도 욕을 먹을 리가 없었다.

 

마침 카사르의 처자식들이 카라칼지드 사막 전투에서 패하는 과정에서 포로가 되어 커레이트에 억류되어 있었다. 테무진은 이를 이용하기로 한다. 카사르는 테무진의 밀명을 받고 이제 곧 잔치가 시작되려는 커레이트 쿠리엔을 향해 먼저 출발했다.

 

 

 

 

카사르는 사자를 보내 옹 칸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옹 칸 님, 저 카사르입니다. 테무진의 동생 말입니다. 이렇게 사자를 보내는 이유는... 그저 좀 살려주십사 부탁드리려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당연히 테무진 형님 편입니다. 하지만 전투에 지고 달아난 형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초원 어디에도 없어요. 죽었거나 다른 나라로 간 모양입니다. 저는 혼자서 초원을 헤매며 나무 뿌리를 베고 별을 바라보며 잠드는 처지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아내와 자식이 옹 칸 님에게 있습니다. 가족이 걱정되고 또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청컨대 허락해주시면 저는 가족이 있는 커레이트로 가서 칸 아버지를 섬기며 살고 싶습니다.”

 

어떻게 속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옹 칸은 이투르겐이라는 사람을 보내 이제 곧 자신의 부하가 될 카사르를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다. 잔치하는 것도 즐거운데 명사수에 천하장사인 야수까지 득템하게 되다니 여러모로 즐거웠을 것이다. 게다가 카사르와도 재회하지 못했을 정도면 이제 테무진은 완전히 아웃 오브 이세상이 아닌가. 허허허.

 

그러는 동안 카사르가 보낸 사자는 잔치판의 모습을 면밀히 관찰해 보고하고 있었다.

 

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커다란 황금 장막(게르와 다르다. 장막은 하늘만 가린 텐트다.)을 쳐 놓고 있습니다. 경계병도 없습니다.”

 

하긴 자무카와 옹 칸의 유일한 적인 테무진이 사라졌으니 경계를 할 필요도 없었다. 나이만만 빼면 초원 전체가 지들 거였으니까.

 

테무진은 사자들과 함께 온 이투르겐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죽이는 게 맞긴 한데, 사실 이투르겐은 괜찮은 양반으로 평판이 좋았다. 보스의 명령을 따랐을 뿐인 선량한 사람을 해쳐도 되는 걸까? 이투르겐을 붙들어 억류하는 과정에서도 테무진의 부하들이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이 나온다. 테무진을 중심으로 한 집단이 발주나 맹약 이후 적에게까지 도덕적 책임감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고민하던 테무진은 이투르겐을 카사르에게 넘기며 알아서 하라고 한다. 테무진과 닮은 구석이 거의 없는 카사르는 별다른 고민 없이 그 자리에서 이투르겐을 베어 죽여 버렸다.

 

테무진은 3~4일간의 전투행군을 시작했다.

 

 

 

 

잔치가 끝나기 직전을 노려야 한다. 잔치 막바지에 이를수록 적은 더 많은 술을 마시고, 체력과 컨디션은 바닥까지 떨어진다. 이미 초원에 남아있던 중요한 부하들과 가족들은 테무진에 합류했었을 것이다. 이들은 테무진이 살아서 나타났으며 자무카와 옹 칸을 향해 진격중이라는 사실을 초원에 퍼트린 채였다.

 

기적이 일어났다.

 

 

11

 

카라칼지드 전투 직후 떨어져나갔던 부하들과 백성들은 물론, 테무진을 지지하던 부족/씨족들이 소식을 듣자마자 일고의 고민도 없이 무기를 챙겨들고 전속력으로 테무진에게 집결했다. 많은 이들이 자신만 온 게 아니라, 친구와 친지들을 설득해 함께 데려왔다. 심지어 새로 합류하는 집단도 많았다.

 

 

우리도 데려가요!

 

테무진은 적에게 들키지 않도록 산과 계곡을 돌아 우회해 행군했는데, 자무카와 옹 칸의 잔치판을 칠 때까지 한 번도 이동을 멈추지 않았다. 테무진은 마치 철가루가 뿌려진 종이를 지나가는 자석처럼 초원 사람들을 흡수했다. 급기야 공격 직전에 이르자 테무진은 이전까지 자신이 가졌던 최대 병력보다도 많은 전사들에게 충성을 맹세 받고 있었다.

 

단 며칠 만에, 추정컨대 약 사흘 만에 그것도 행군 중에 벌어진 일이다. 커레이트족과 친 자무카 세력(메르키트 족도 포함된다.), 나이만을 제외한 초원세계 전부가 테무진 울루스가 되었다. 모이고 나니까 커진 거지, 이동 중인 테무진의 루트를 따라 합류한 사람들의 입장에선 단 20명의 결사대에 합류하기 위해 1초도 고민하지 않은 것이다. 무슨 약속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익이나 안전에 대한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며, 철저히 망하는 길밖엔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며칠 전까지 테무진은 19명의 결사대와 부족 하나를 이끄는 대장이었다. 지금 그는 수만 명의 전사와 수십 만 명의 백성, 천만 마리가 넘는 가축을 다스리는 칸이 되어 있었다. 이는 속도와 스케일 등 모든 면에서 역사상 유래가 없는 대사건이다. 우리가 흔하게 쓰는 문장 하나로 간단히 표현할 수 있겠다. 민심이 천심이다.

 

테무진은 쉬지 않았다. 적이 알기 전에 쳐야 한다. 난데없이 나타난 수만 명의 전사들이 며칠간의 폭음으로 흥청망청한 잔치판을 천둥처럼 덮쳤다.

 

 

 

 

커레이트와 자무카 울루스의 전사들이 얼마나 놀랐을지는 상상에 맡기는 수밖에 없겠다. 더 놀라운 건 공격이 개시되는 시점에서, 테무진 군이 이미 잔치판은 물론이고 옹 칸과 자무카 군 병력 전체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며칠 만에 급조된 수만 명의 병사를 가지고, 훈련은 물론이고 역할분담과 조직개편을 할 틈도 없이 해낸 일이다. 테무진은 현장 지휘력과 카리스마에서도 정점에 올라서고 있었다.

 

전술이랄 것도 전황이랄 것도 없었다. 포위당한 측이 얼마나 버티느냐의 문제일 뿐. 커레이트와 자무카 울루스의 병사들은 자지도 않고 3일 밤낮을 극렬하게 저항했다.

 

 

 

그런데 3일 밤낮이 지나자, 갑자기 모두들 무기를 내려놓고 전면 항복을 선언하는 게 아닌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12

 

저항군 대장 역할을 맡았던 사내가 테무진 앞에 걸어나왔다. 그의 이름은 카닥’. 지난 편, 카라칼지드 전투에서 자무카-옹 칸 연합군의 제1선봉을 맡았다가 쿠일다르에게 털린 그 카닥 용사다. 어쨌든 테무진도 황당했을 것이다.

 

질 게 뻔한 상태에서 3일간 그토록 악랄하게 저항한 건 뭐고, 또 그렇게 싸우다가 갑자기 항복하는 건 도대체 뭐냐?”

 

그건 옹 칸님과 셍굼 왕자님이 도망갔기 때문입니다...”

 

옹 칸과 셍굼은 친위대가 필사적으로 뚫은 퇴로를 통해 간신히 살아나올 수 있었다. 자무카도 가까스로 몸을 빠져나와 나이만으로 도망 중이었다. 자무카 입장에서 천만다행인 건, 커레이트족이 주최한 잔치였다는 사실. 자무카는 잔치의 손님이었던 만큼 그의 세력 대부분은 테무진의 기습포위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 옹 칸과 셍굼이 어떤 분들이든, 어쨌든 제게는 주군입니다. 모자란 사람일지라도 제가 충성을 맹세한 저의 칸입니다. 제 칸이 죽는 꼴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도록 도망에 성공할 때까지 저항한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부하들을 희생시킬 필요가 없으니 투항한 것입니다. , 저를 죽이고 싶으시면 죽겠습니다. 뜻대로 하십시오.”

 

14<에너미 앳 더 게이트>편을 본 독자라면 테무진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금방 짐작할 것이다.

 

남자라면 응당 이 사내처럼 행동해야 하지 않겠는가? 훌륭한 사람이다.”

 

테무진은 카닥을 살려주고 자신의 부하로 삼았다. 카닥만 산 게 아니었다. 테무진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커레이트족 백성 전부를 그 자리에서 울루스의 구성원으로 흡수했다. 테무진은 커레이트를 물리치지 않았다. 그는 커레이트를 삼켰다’.

 

서쪽의 나이만을 제외한 초원 전체가 테무진의 나라가 되었다. 발주나 호수를 떠난 지 약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자무카는 자신을 지지하는 몽골 씨족과 여타 추종세력을 이끌고 나이만으로 떠났다. 메르키트족도 자무카의 움직임을 따라 나이만에 붙었다. 테무진의 남은 적들 전부가 자무카가 있는 나이만으로 모여들었다. 과거는 중요하지 않았다. 테무진에 대항해야한다는 공통점만으로 한 편이 되기에 충분했다. 옹 칸과 셍굼도 나이만을 향해 도망치는 중이었다.

 

테무진과 나이만-자무카 연합의 초원통일전쟁이 다가오고 있었다. 테무진도 알고 있었을까? 그는 초원을 통일하기까지 단 한 번의 전쟁만 남겨놓고 있었다.

 

 

Outro

 

테무진이 전후 정리를 하는 동안 옹 칸과 셍굼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고. 나이만의 통치자 타양 칸은 몽골 따위는 간단히 쳐부술 수 있다며 공공연하게 전쟁을 암시하는데...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몽골비사>에는 자무카가 커레이트족 내에서 옹 칸을 폐위시키는 쿠데타를 모의한 후, 계획이 탄로나자 별다른 손실 없이 자신의 세력을 이끌고 나이만과 연합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기록이 맞다면 테무진이 커레이트를 정벌할 때 자무카는 현장에 없었다.

 

그러나 자무카와 옹 칸 사이에 결속력이 떨어졌을 뿐, 테무진의 기습 포위공격을 함께 받았다고 결론짓는 역사학자들도 많다. 나는 이 쪽에 무게를 싣고 이번 편을 쓰는 한편, 논쟁이 되는 부분은 최대한 피했다. 어느 쪽이 진실이더라도 다음과 같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 당시 자무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테무진의 커레이트족 흡수를 지켜보는 수밖에. 옹 칸과 함께 있었든 나이만에 있었든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자무카는 연합세력인 옹 칸과 커레이트족을 잃었을 뿐 건재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무카의 군사적 능력을 중심으로 반 테무진 연합이 형성된다.

 

테무진

vs

자무카(자무카 파 몽골씨족 & 자무카 지지세력) + 나이만 + 메르키트

 

자,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납시다.

 

 

(다음 편 '싸움의 기술'에서 계속)

 

 

 

원문을 보시려면 여기 클릭 : http://www.ddanzi.com/news/322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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