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올해로 10회 째를 맞는 세계 커피애호가들의 축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World Barista Championship, 이하 WBC)이 열린다. 한국 대표로 나서는 이종훈 바리스타(27, 리퍼블릭 오브 커피)는 지난 3월 열린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함으로써 16-18일에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세계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지난 2004년 이탈리아 WBC에 출전했던 이종훈씨에게는 5년만의 재도전이다.
야구 WBC는 한국과 일본이 두번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커피 WBC는 오랜 커피 역사를 가진 유럽이 강세다. 덴마크가 지난 9년간 4차례 우승한 것를 비롯해 노르웨이가 두 번, 영국-아일랜드-호주가 1번씩 우승했다.
국내 최고의 바리스타 중 한명인 이종훈씨는 대회 3일째인 18일 정오 무렵, 전통적 커피강국 덴마크와 영국 다음인 41번째 선수로 출전한다. 동료들은 이씨가 자나깨나 커피만 생각하는 친구라고 평한다. 이씨는 두 번째 출전하는 WBC에서 좋은 성적을 다짐했다.
▲ 제 10회 월드바리스타챔피언쉽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이종훈 바리스타 (사진 제공-바리스타 웹진)
‘리퍼블릭 오브 커피’는 지난해 8월, 이종훈 바리스타와 동료 5명이 뭉쳐 만든 팀이다. 이들은 친구이자 경쟁자이며 서로의 실력향상을 위한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바리스타들은 보통 소속된 카페의 이름을 쓰지만, 이종훈 바리스타처럼 개인적인 팀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바리스타는 ‘바 안에서 커피음료를 제조하는 사람’이라는 이탈리아어다. 2007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연기자 윤은혜의 직업이 바로 바리스타다. 예전에는 현장에서 커피를 만드는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커피열매를 볶는 일부터 손님의 취향에 맞춘 커피를 만들고 서비스하는 것까지 책임지는, 종합적인 커피 전문가를 뜻하는 말로 바뀌어가고 있다.
▲ 월드바리스타챔피언쉽은 그림처럼 3대의 에스프레소 기계를 늘어놓고 앞 선수가 커피를 만드는 동안 다음 선수가 준비한다. 가장 오른쪽은 2007년 도쿄 WBC에서 사용됐던 기계다(제공-한국바리스타협회)
WBC는 인스턴트 커피 때문에 생긴 커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벗고, 스페셜티로 불리는 고급 커피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스페셜티란 ‘품질에 자신있는 커피’로, 생산국과 등급 및 생산지역이 표시되는 커피를 말한다. WBC는 미국과 유럽의 스페셜티커피협회가 함께 주최하는 행사다.
올해 WBC에서는 무려 52개국의 바리스타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게 된다. 출전 선수들에게는 15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바리스타는 제한된 시간 안에 에스프레소(Espresso)와 카푸치노(Cappucino), 그리고 창작음료(Signature Drink)를 각각 4잔씩 만들어야 한다. 에스프레소는 커피 원액에 가까운 진한 커피,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를 우유 거품과 섞은 커피, 창작음료는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바리스타가 자유롭게 만들어낸 음료를 말한다.
채점은 크게 바리스타의 기술 평가(technical, 심판 2명) 조리된 커피의 맛 평가(sensory, 심판 4명)로 나뉜다. 기술 평가는 바리스타의 에스프레소 추출(볶아진 커피원두에서 커피성분을 뽑아내는 것)능력을 본다. 에스프레소를 ‘얼마나 같은 품질로 일정하게, 깔끔하게 뽑아내는지’가 채점 기준이다. 맛 평가는 커피의 농도와 지속성, 입으로 느끼는 감촉, 그리고 시고 달고 쓴 맛의 균형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 카푸치노와 창작음료도 우유와 에스프레소의 조화, 맛의 지속성 등 각각의 맛 기준에 따라 채점된다.
일반적인 에스프레소 기계는 버튼이 여러 개다. 에스프레소를 다양하게 추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회용 기계에는 추출 시작과 멈춤을 위한 버튼 1개뿐이다. 또한 대회 측에서 제공하는 것은 기계뿐이다. 따라서 커피의 농도와 양을 조절하고, 대회에 쓸 재료를 구성하는 것은 모두 바리스타의 능력에 달려있다.
▲ 월드바리스타챔피언쉽은 그림처럼 3대의 에스프레소 기계를 늘어놓고 앞 선수가 커피를 만드는 동안 다음 선수가 준비한다. 오른쪽이 도쿄 대회에서 사용된 기계다.(제공-한국바리스타협회)
시연하는 바리스타의 퍼포먼스도 중요하다. 관객의 호응도나 행사장의 분위기도 채점 기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회에 출전하는 바리스타는 바쁘게 음료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커피를 소개하고,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