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노블에너지가 이스라엘 앞바다 '리바이어던 광구'에서 발견해낸 셰일가스 규모. ⓒ로열더치셸 홈페이지 캡쳐
이스라엘에도 석유와 천연가스가 있다. 한국 동해의 울산 앞바다 광구처럼 찔끔거리는 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수준의 매장량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부와 세계 유대인 사회는 몇 년 이내로 이스라엘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지중해에서 찾아낸 셰일가스
2010년 12월 30일 美‘월스트리트저널’은 美노블에너지가 이스라엘 연안에 있는 ‘리바이어던 광구’에 천연가스 4,531억㎥이 매장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는 2000년 이후 발견된 천연가스 매장량 가운데 최대라고.
美지질조사국이 발표한 내용도 노블에너지 측의 의견을 뒷받침했다. 2010년 3월 이스라엘 연안에 매장돼 있는 천연가스가 미국의 절반 수준인 3조 4,547㎥ 가량 되며, 석유도 17억 배럴(1배럴 158.9리터) 이상 매장돼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스라엘을 흥분케 한 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셰일석유 또한 어마어마한 양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 에너지 기구인 세계에너지협회(WEC)에 따르면, 이스라엘 사막지역인 시펠라 분지 일대에 셰일석유 2,50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2,600억 배럴의 석유 매장량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셰일가스와 셰일석유 매장이 ‘카더라’가 아닌 사실로 확인되자 재빠르게 움직인 사람들이 있다. 美노블에너지와 이스라엘 업체 ‘IEI’다.
노블에너지는 ‘리바이어던 광구’에서 발견한 셰일가스 탐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매장량은 셰일가스 5,380억㎥, 액화 천연가스 3,400만 배럴, 원유 6억 배럴이다. 이에 미국, 호주의 거대 자본들이 ‘리바이어던 광구’에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노블에너지 측은 느긋한 모습이다. 셰일가스와 액화 천연가스 생산은 2016년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의 유가 하락으로 인한 셰일가스 채산성 악화 때문이 아니라 ‘거시전략’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로스차일드도 투자한 셰일석유 업체 IEI
노블에너지 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곳은 ‘IEI’다.
세계 수위를 다투는 석유기업 ‘로열더치셸’에서 36년 동안 일했던 셰일층 자원 전문가 해롤드 바인거 박사는 회사를 그만 둔 뒤 ‘IEI’의 설립을 거들었다. 이스라엘에 수 년 이내에 세계적인 산유국이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셰일층 자원에 대한 특허만 266개를 갖고 있다는 해롤드 바인거 박사는 ‘IEI’에 합류하느라 국적도 이스라엘로 바꿨다.
▲ IEI 홈페이지의 경영진 소개. 해롤드 바인거 박사의 모습이 보인다. ⓒIEI 홈페이지 캡쳐
‘IEI’의 정식명칭은 ‘이스라엘 에너지 이니셔티브’다. 美소형증시에 상장돼 있는 ‘지니 오일 앤 개스’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IEI는 예루살렘 남서쪽 50km에 있는 시펠라 분지 일대 238㎢에 대한 독점개발권을 얻은 뒤 2013년부터 이 지역에서 셰일석유 탐사를 시작했다. 탐사 결과는 400억 배럴의 셰일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것.
이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굴지의 투자자들이 몰려왔다. IEI는 그 가운데 호주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과 세계금융황제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영국 책임자를 맡고 있는 제이콥 로스차일드 남작으로부터 각각 1,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하지만 IEI는 개발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이들도 발전전략을 충분히 살핀 다음 시장이 성숙되면 대량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회사 홈페이지에 밝힌 계획을 보면, 2016년부터 시험 시추를 시작,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간다고 해 놨다.
노블에너지나 IEI는 ‘느긋한’ 표정이라면, 이스라엘 정부는 상당히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회사가 탐사한 것 외에도 국토 곳곳에 셰일가스와 셰일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해도, 2,500억㎥의 매장량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타마르 가스전, 283억㎥의 매장량을 가진 마리-B 가스전, 200억㎥의 매장량을 가진 달리트 가스전 등이 있다.
한때 분쟁지역이었던 골란고원 인근에도 셰일석유가 대규모로 매장돼 있다는 소식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가스·석유 발견에 배 아픈 아랍
이스라엘 곳곳에 셰일가스와 셰일석유가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변 아랍국가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눈을 번뜩이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우리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다.
▲ 2014년 4월까지 이스라엘 인근 해상에서 발견된 셰일가스전. ⓒ조선비즈 보도화면 캡쳐-코트라 자료제공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1999년 가자 지구 연안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되자 英브리티쉬 가스 그룹, 레바논 CCC 등과 계약을 맺고 이를 개발하려고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2000년 이 가스전에 대한 시험 채굴을 한 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 시작했으나, 2006년 하마스가 집권한 뒤 이스라엘과 전쟁 불사를 외치면서, 가자 지역이 봉쇄돼 천연가스 개발은 물 건너가게 된 일이 있었다.
이후 2010년 이스라엘 해안의 ‘리바이어던 광구’와 ‘타마르 광구’ 등에서 천연가스 매장사실이 드러나자 “이 지역 자원은 모두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레바논과 이란 또한 이스라엘이 발견한 셰일가스와 셰일석유를 탐내며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와 똑같은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이 같은 요구를 모두 무시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셰일가스와 셰일석유 개발을 장기계획으로 추진하면서 몇 년 동안 개발을 하지 않자 지금은 잠잠한 상태다.
한편 2011년 초 재스민 혁명 이후 ‘무슬림 형제단’의 영향을 받은 이집트 같은 국가들은 이스라엘에서 셰일가스와 셰일석유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긴장하고 있다.
이집트는 2011년 초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에 천연가스를 공급했던 나라다. 하지만 ‘무슬림 형제단’의 지지를 얻은 무르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시나이 반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테러조직들이 천연가스 공급파이프를 계속 파괴해 현재는 천연가스 공급계약이 파기된 상태라고 한다.
이스라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끊은 이집트에서는 최근 에너지 수요량이 급증해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인근의 요르단, 터키 등과 같은 곳에서도 천연가스 수요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가스-석유 내세워 아랍 무슬림과 화해?
상황이 이처럼 역전되었을 때 한국인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동안 싸워 온 주변 아랍 국가들을 골탕 먹이지는 않았을까. 최근 이스라엘이 선택한 길을 보면 놀랍다.
2014년 12월 14일 美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이 앞으로 생산할 천연가스가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화해를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바이어던 광구와 타마르 광구에서 셰일가스를 개발 중인 美노블에너지가 2014년 들어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천연가스 공급을 맺었다고 한다. 이집트와는 천연가스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노블에너지 측이 여기서 더 나아가 터키에게도 천연가스를 공급하게 되면, 그동안 서유럽 지역의 천연가스 공급능력을 통해 ‘철권’을 휘두르던 러시아의 영향력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평가다.
노블에너지 측의 이 같은 노력에 이스라엘은 물론 美정부도 적극 환영하고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설명이었다.
▲ 현재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인근에 건설돼 있는 석유·가스 공급 파이프라인 지도. 앞으로는 이 지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美에너지정보처(IEA) 자료 캡쳐
‘석유재벌’ 될 이스라엘, 미래전략은 ‘근검절약’
이스라엘이 발견한 셰일가스와 셰일석유는 캐나다와 미국에도 상당량이 매장돼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셰일가스와 셰일석유가 국제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지 못한 이유는 채산성 때문이다.
일반적인 석유와 천연가스는 시추공을 뚫어 가스층 또는 원유 매장층에 닿는 동시에 분출된다. 하지만 셰일가스와 셰일석유는 일종의 ‘추출과정’을 거쳐야 한다. 유기물이 많은 ‘셰일(Shale)층’에 석유와 가스가 섞여 있어서다.
때문에 석유 전문가들은 원유가격이 평균 배럴 당 60달러 이상이 되어야 그나마 채산성을 맞출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세계 주요 산유국들이 경쟁적으로 석유를 생산하고 있어 원유가격은 40달러 대까지 추락했다. 때문에 캐나다와 미국의 셰일석유 개발도 주춤한 상태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셰일가스와 셰일석유를 개발하지 않는 이유는 채산성과는 전혀 다른 데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2010년 리바이어던 광구와 타마르 광구, 시펠라 유전 등에서 대규모 셰일가스와 셰일석유를 발견한 뒤 범정부 차원에서 ‘천연가스 및 석유 생산 시 발생수익 및 국가자원 배분전략’을 짜고 있다고 한다.
이 전략은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지만, 일부 목표는 나왔다고 한다. 그 중 하나는 석유 및 천연가스 의존도를 대폭 줄인다는 것이다.
▲ 이스라엘은 셰일가스와 셰일석유 개발을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한 다음 실행에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사진은 IEI의 셰일석유 개발 계획표. ⓒIEI 홈페이지 캡쳐
2014년 12월 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총리실이 주최한 ‘대체연료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 정부는 이동 수단의 석유 의존도를 2025년까지 현재의 60%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 부분은 태양광 발전, 전기차, 메탄올 연료 등을 적극 개발해 채우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대체연료 회의’에서 BMW, 토요타 등 세계 대형 자동차 업체 등과 협력해 석유 의존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방법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하는 셰일가스와 셰일석유는 대체 어디에 사용하려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이 자원을 무기화해 중동 산유국을 엿 먹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최근 노블 에너지의 움직임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노블에너지의 행보로 미루어 볼 때, 이스라엘은 장기적으로 서유럽과 아프리카에 천연가스와 석유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다음으로 유대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과 ‘화해’를 하게 되면,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들이 자연스럽게 안정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스라엘이 셰일가스와 셰일석유 수출을 통해 벌어들일 돈의 규모를 계산하기 보다는, 이 수입을 어떻게 관리할 지에 대해 더욱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는 셰일가스·석유의 수출 허용량, 생산량에 부과하게 될 로열티와 세금 비율, 그 수입의 관리 및 운영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이스라엘 정관계에서는 노르웨이와 같은 국부펀드를 만들거나 미래기술 개발에 투자하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보편적 복지’라든지 ‘퍼주기식 예산활용’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 생존전략’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어찌됐건 이스라엘이 이 천연자원을 ‘나쁜 쪽’으로 사용하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외부의 ‘거대세력’이 이 자원을 노리고 침략하지만 않는다면, 황무지처럼 보이던 이스라엘은 조만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출처 / 뉴데일리 -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232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