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다닌다. 눈 앞으로 지나다가 가끔은 시선이 마주치고 어깨도 부?히곤 하는 사람들, 나를 포함한 그들에겐 존재감이라는 것을 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저마다의 살아가는 목적과 과정을 가지고 있을 우리는 세상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받으며 숨을 쉬고 있는 것일까?
만수는 차에 치인지도 모른 채, 다리 난간 너머로 떨어져 버렸지만, 죽은 흔적조차 남지 않은 투명인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가족에 있어서 한없는 존재감으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시대가 그에게 그런 존재감과 의미를 부여했는지, 아니면 그의 착한 심성이 선물과도 같은 복을 주어 그런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가 그냥 악착같이 먹고사는 일에 집착을 해서 그랬던지, 그는 전도유망했던 형의 죽음 이후로 머릿수 많은 가족들을 뒷바라지하고 먹여살린 거대한 존재였다. 소설은 어쩌면 의도적으로 그런 그의 고난과 존재감에 대한 해피엔딩을 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안타까움과 설핏한 비참함이 마음에 더욱 익숙함으로 각인된다. 해피엔딩은 오히려 정신승리 내지는 대리만족의 비현실성으로 내몰았을 억지가 되었을 것이다. 픽션 속 만수의 비극은 논픽션을 살아가는 사람들 대다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대에 순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일까? 살아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발전을 위해 선거때마다 여당을 찍고, 독재와 고문과 최루탄 가스가 난무하는 세월 속에서 회사만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착실히 돈을 모아야 했던 만수는 가난한 집안을 살리기 위해 그래야만 했다. 그러나 어려워진 회사를 살리겠다며 공장을 헐값에 넘기고 튀어버린 사장에게 이용당하고, 순진하게도 업무방해와 공장점거 혐의로 씌워진 엄청난 벌금을 자기 손으로 메꾸어 나가는 모습은 시대에 아무런 생각없이 살아간다는 것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시대를 비판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반대로 어리석지 않은 것일까? 회사의 부당한 노동환경에 대해 노조를 만들고 회사를 비판하려 했던 이들 역시 관리자들과 공안의 탄압에 무기력하게 도망을 쳐야했고, 노동운동을 이끌던 학출은 자신의 아이를 버려둔 채, 자신의 살길을 찾아 해외로 나가버린다. 여성동지들을 성폭행하여 임신시킨 남자는 자신의 무기력함을 여자한테 의지한 채 평생을 무의미하게 살아간다. 시대에 순응한다는 것이 어리석음이라면, 시대를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이기도 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한다.
남한사회의 현대사 안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모습을 만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관점은 결국 우리는 모두 투명인간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소설이 말하는 시대를 겪어 온 우리 아버지의 세대, 형이나 삼촌의 세대가 지금 우리의 주변에서 보여준 것은 시대의 파도 위에서 착실하고 꾸준하게 걸어 온 모습이다. 그 모습은 만수처럼 착실하게 살아왔고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면서도 세월호 기사를 내보내는 방송에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어른들도 있고, 학생때엔 선후배 동원하여 열심히 데모에 참가하며 정권을 비판했지만 지금은 가정을 꾸리고 직장에서 잘리지 않으려 애쓰는 형도 있으며, 바짝 올라버린 땅값과 건물값에 횡재한 기분으로 부를 누리며 별 생각없이 살거나, 반대로 내쫓겨 비닐하우스나 가건물에서 불안한 시간들을 보내거나 절박함에 하늘가까이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은 점점 첨예해지고, 몸부림은 점점 보편이 되어가며 세상에는 점점 투명인간이 많아진다. 아니 넘쳐난다. 모든 것이 불안해지고 불명확한 시대에 자의든 타의든 투명인간이 되어간다는 것, 부대끼고 아웅다웅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정말 이렇게 투명인간이 되어가는 것을 받아들이기만 해야하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살짝 해 보았다. 순응의 어리석음과 반발의 무책임함이 보여주었듯, 투명인간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 역시 의미의 딜레마를 가질 수 밖에 없겠지만, 고민의 지점에서 난 이 소설의 결말이 던지는 무책임함 내지는 불안이나 위기같은 긴장을 느꼈다. 그래서 내 얼굴을 살짝 거울에 비추어보았다. 난 아직까지는 눈에 보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다닌다. 눈 앞으로 지나다가 가끔은 시선이 마주치고 어깨도 부?히곤 하는 사람들, 나를 포함한 그들에겐 존재감이라는 것을 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저마다의 살아가는 목적과 과정을 가지고 있을 우리는 세상에서 어떤 의미를 부여받으며 숨을 쉬고 있는 것일까?
만수는 차에 치인지도 모른 채, 다리 난간 너머로 떨어져 버렸지만, 죽은 흔적조차 남지 않은 투명인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가족에 있어서 한없는 존재감으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시대가 그에게 그런 존재감과 의미를 부여했는지, 아니면 그의 착한 심성이 선물과도 같은 복을 주어 그런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가 그냥 악착같이 먹고사는 일에 집착을 해서 그랬던지, 그는 전도유망했던 형의 죽음 이후로 머릿수 많은 가족들을 뒷바라지하고 먹여살린 거대한 존재였다. 소설은 어쩌면 의도적으로 그런 그의 고난과 존재감에 대한 해피엔딩을 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안타까움과 설핏한 비참함이 마음에 더욱 익숙함으로 각인된다. 해피엔딩은 오히려 정신승리 내지는 대리만족의 비현실성으로 내몰았을 억지가 되었을 것이다. 픽션 속 만수의 비극은 논픽션을 살아가는 사람들 대다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대에 순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일까? 살아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발전을 위해 선거때마다 여당을 찍고, 독재와 고문과 최루탄 가스가 난무하는 세월 속에서 회사만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착실히 돈을 모아야 했던 만수는 가난한 집안을 살리기 위해 그래야만 했다. 그러나 어려워진 회사를 살리겠다며 공장을 헐값에 넘기고 튀어버린 사장에게 이용당하고, 순진하게도 업무방해와 공장점거 혐의로 씌워진 엄청난 벌금을 자기 손으로 메꾸어 나가는 모습은 시대에 아무런 생각없이 살아간다는 것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시대를 비판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반대로 어리석지 않은 것일까? 회사의 부당한 노동환경에 대해 노조를 만들고 회사를 비판하려 했던 이들 역시 관리자들과 공안의 탄압에 무기력하게 도망을 쳐야했고, 노동운동을 이끌던 학출은 자신의 아이를 버려둔 채, 자신의 살길을 찾아 해외로 나가버린다. 여성동지들을 성폭행하여 임신시킨 남자는 자신의 무기력함을 여자한테 의지한 채 평생을 무의미하게 살아간다. 시대에 순응한다는 것이 어리석음이라면, 시대를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이기도 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한다.
남한사회의 현대사 안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모습을 만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관점은 결국 우리는 모두 투명인간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소설이 말하는 시대를 겪어 온 우리 아버지의 세대, 형이나 삼촌의 세대가 지금 우리의 주변에서 보여준 것은 시대의 파도 위에서 착실하고 꾸준하게 걸어 온 모습이다. 그 모습은 만수처럼 착실하게 살아왔고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면서도 세월호 기사를 내보내는 방송에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어른들도 있고, 학생때엔 선후배 동원하여 열심히 데모에 참가하며 정권을 비판했지만 지금은 가정을 꾸리고 직장에서 잘리지 않으려 애쓰는 형도 있으며, 바짝 올라버린 땅값과 건물값에 횡재한 기분으로 부를 누리며 별 생각없이 살거나, 반대로 내쫓겨 비닐하우스나 가건물에서 불안한 시간들을 보내거나 절박함에 하늘가까이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은 점점 첨예해지고, 몸부림은 점점 보편이 되어가며 세상에는 점점 투명인간이 많아진다. 아니 넘쳐난다. 모든 것이 불안해지고 불명확한 시대에 자의든 타의든 투명인간이 되어간다는 것, 부대끼고 아웅다웅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게 투명인간이 된다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정말 이렇게 투명인간이 되어가는 것을 받아들이기만 해야하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살짝 해 보았다. 순응의 어리석음과 반발의 무책임함이 보여주었듯, 투명인간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 역시 의미의 딜레마를 가질 수 밖에 없겠지만, 고민의 지점에서 난 이 소설의 결말이 던지는 무책임함 내지는 불안이나 위기같은 긴장을 느꼈다. 그래서 내 얼굴을 살짝 거울에 비추어보았다. 난 아직까지는 눈에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