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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고치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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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의감』은 명나라 말기 황실 의관을 지낸 공신(龔信)이 저술한 의학서이다. 이 책은 중국에서 간행되자마자 곧바로 조선에 수입되어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비롯한 여러 의학서에 자주 인용되었다. 『동의보감』이란 책 이름에 ‘감(鑑)’ 자가 들어간 것도 이 『고금의감』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동양의학에서 음허화동(陰虛火動), 즉 음이 부족하여 생기는 대표적 질병으로 폐결핵을 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핵은 치료가 어려워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발병 초기에는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래서 방치하기가 쉽고 당연히 병원도 찾지 않는다. 병이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악화된 다음이다. 『고금의감』에서는 병을 초기에 치료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명의(明醫), 즉 실력이 뛰어난 의사를 만나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는 제때 약을 꼬박꼬박 복용해야 한다. 약 먹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병이 낫기를 바라는 환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칙이다. 셋째는 의사가 제시한 금기사항은 반드시 지키라는 것이다. 술과 담배 같은 기호식품이나 쾌락을 추구하는 각종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건강에 해로운 줄 알지만 그것이 주는 즐거움 때문에 끊기도 어렵다. 우명의(遇明醫), 긍복약(肯服藥), 수금계(守禁戒). 병원 벽에 하나쯤 걸어놓아도 좋을법한 문구이다. 이 세 가지는 누구나 다 아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하지만 말하기는 쉬워도 이를 잘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5, 6년 전 팔순에 가까운 집안 어른 한 분이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 큰 병은 아니어서 며칠 만에 치료는 되었지만 새로운 병이 하나 발견되었다. 폐결핵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다행히 초기였다. 그 어른은 퇴원 후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면서 의사가 처방한 약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간에 맞추어 복용하고 그동안 피우던 담배도 끊었다. 담당 의사는 해당 분야의 권위자로 최근에 개발된 신약으로 치료했다. 그 결과 1년도 되지 않아 완치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아주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고금의감』에서 말한 세 가지를 모두 지킨 셈이다. 우리 몸의 질병만 그런 것이 아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에 명성을 떨치던 국내의 조선소와 해운사들이 최근 몇 달 사이에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 기업들은 모두 멀쩡한 모습이었다. 일반 국민에게는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올봄 총선이 끝나자마자 수주량이 어떻고, 용선료가 어떻고 하면서 경영상의 문제가 언론에 언급되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회생하기 어려운 상태에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진작에 명의를 만나 정확하게 진단을 받고 시키는 대로 약 잘 먹고 금기 사항 잘 지켰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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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明醫'가 돋보입니다. 오늘날 한국 의료계에는 이름 있는 '명의'는 많지만 '明醫'는 드물지 않는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