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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같은 중학교 도덕 교과서|도덕윤리인 해우소(익명)
쓰레기 라는 과격한 표현을 써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교과서에 대한 분노가 있기에 몇 자 적습니다. 중학교 도덕1 교과서의 내용을 보면 크게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OO에 대한 개념 설명, OO가 필요한 이유, OO를 왜 해야 하나/왜 중요한가/노력 이런 식입니다. 예를 들어, 도덕적 성찰이란? 도덕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 삶의 목표 설정이 중요한 이유, 가정이 소중한 이유, 도덕적 지식은 왜 중요한가? 등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조건에는 1.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이다. 2.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이다. 3.원만한 인간관계이다. 도덕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 1. 삶의 목적을 올바르게 설정하기 위해서이다. 2.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정이 소중한 이유. 먹거리와 옷, 잠자리 등 여러가지를 제공해 준다. ?? 가정을 도구적 가치로 설명?? 바람직한 친구 관계를 위한 노력 : 서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이런 당연한 내용을 꾝 설명해야 하나? 이런 당연하고 기초적인 내용을 듣는 학생들의 입장은 어떨까? 1. ~해야한다. 2. ~해야 한다. 3.~해야한다... 하..... 교육은 크게 유의미함과 학습 내용의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과연 ~해야한다. 이런 것들이 유의미한지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행복하기 위해서는 만족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노예의 도덕인가요? 다양한 재능과 꿈을 가지고 성장할 학생들에게 지금에 만족해라? 물론 어떤 의미인진 알지만 이게 수업 내용이 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당연히 학습 과제의 매력은 전혀 없지요. ~해야한다. 이래서 중요하다. 이런식으로는 누구도 매력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교과서가 이 모양이니 저는 매년 학생에게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도덕 왜 배워요?! 도덕이 중요하지만 배울 필욘 없다고 생각해요! 아 진짜 교과서가 이 따위니 학생 입장에선 그런 생각 들만도 하겠다. 도덕 재미없(었)다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내 수업이라서가 아니라) 내용이 이 모양이니 그럴만도 하지... 교과서 만드는 교수진들 정말 도덕적 성찰을 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걸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고문입니다. |
중학교 교과서 내용 중 몇 부분이 별로인건 사실입니다. 직업과 진로, 공부 단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학습이 필요한가 라는 생각도 들지요. 그런데 중학교 교과서에도 꽤나 다양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도덕적 추론 부분에 사실판단과 가치판단 도덕판단이 무슨 차이인지도 나와있고. 공리주의vs칸트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동기론적윤리 결과론적 윤리도 중학교 교과서에 있습니다. 당위와 사실에 대한 설명도 교과서에 기술되어있구요. 롤즈, 사회계약론도 전부 중학교 교과서에 나와있고 지도서에는 보충설명 더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국가의 기원을 자연발생설vs사회계약설로 대비시켜놓아 아리스토텔레스vs홉스 비교해놨습니다. 작년 통일 문제도 중학교 교과서에서 그대로 나왔던 것 처럼 교과서가 아예 쓸모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루소 문제도 중학교 교과서 '이상사회' 부분에 나왔던 게 임고에 나왔죠. 중학교 교과서 중에 대단원2가 약간 쓸모없는 느낌은 듭니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고교과정과 윤리교육에 필요한 내용들이 교과서에 기술되어 있습니다. 당장 교과서 뒷편 '찾아보기'에서 ㄱ부터 ㅎ까지 살펴보면 공자, 도가, 롤스, 맹자 칸트 등등 무수히 많은 학자들과 윤리개념들이 교과서에 모두 수록되어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플라톤이 고교 윤사책에선 가볍게 제시된 반면에 중학교 도덕2에는 무려 세 번에 걸쳐 나오구요. 보편화결과검사 아시죠? 윤사에 없습니다. 근데 중학교 도덕에는 나옵니다.소로의 시민불복종...윤사책엔 없는데 중학교 도덕책에는 있습니다. 가벼운 단원은 가볍게 나가되 정말 알아야되는 단원들은 자세히 가르쳐야 되지 않을까요? 교과서가 쓰레기라고 말씀하시는 건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시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교과서가 쓰레기라 내가 하고싶은 수업을 하겠다라는 건 전체적인 교육과정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중학교 과정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놓치면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게 될 윤사와 생윤이 더 어려워질거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를 배제한다면, 꼭 배워야 하는 학자들과 주요 윤리이론들을 아이들은 고등학교 때 처음 들어봅니다. 중학교 때 '칸트'가 무엇을 주장한 사람인지 알고 있는 학생이 고등학교 때 이해를 더 잘하지 않을까요? 생윤이 새로생기기 전에는 도덕->윤사 로 넘어오는 과정에서많은 학생들이 윤리를 포기했습니다. 당시에는 윤사 책이 국정이어서 내용이 얕아서 대부분 메가*** 인강 강사의 책으로 공부하거나 학교 선생님들이 프린트물로 보충해줄 정도로 내용이 없었습니다. 검정교과서로 바뀐 다음에 책이 다양해졌고 내용도 깊어졌지만, 여전히 우리 학생들이 윤리포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생윤은 쉽고 대충 찍어맞추면 점수따기 쉽다고 생각해서 덤비는 것이고, 윤사 인기는 여전이 없습니다. 윤리가 왜 어렵게 느껴지는 가를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시수에 비해서 배워야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시수가지고 윤사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듦니다. 또 중학교 도덕시간 = 노는시간 or 쓸모없는 시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학생들이 중학교때 뭘 배웠는지 모르고 고등학교로 넘어오지요. 중학교때 배운 수학으로 고등학교 때 이어지고, 역사의 경우 중학교때 배운 역사를 고등학교 때 또 배움으로써 되새김질 하면서 적응합니다. 중학교때 수학잘하던 애가 고등학교 때 대체로 수학 잘하고, 중학교 때 역사잘하던 애는 고등학교로 이어지면서 여전히 역사 잘합니다. 그런데 윤리/도덕의 경우에는 그게 이어지지 않습니다. 초등->중등->고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중학교 때 수업이 고등학교 수업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할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도덕' 자체를 쉽다고 느끼는 분위기와 교과서를 경시하는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요? 중학교, 고등학교 둘 다 있어본 경험으로 말씀드리면... 중학교 교과서에 칸트의 핵심 사상이 나와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까먹은것인지 담당 선생님이 안가르치신건지 몰라도 고등학교 윤사수업 나가보면 칸트를 처음 들어봤다는 겁니다. 말도 안되는 거죠. 중학교 교과서 칸트가 어디 파트에 나오나면 '타인 존중의 태도'에 나옵니다. 언뜻 보면 '타인 존중의 태도를 누가몰라 이게 무슨 교과서야 그냥 착한 말만 써놨네.'라고 말하고 제낄 수 있겠죠. 칸트가 있어도 대충 가르치고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칸트를 언급하면서 '수단으로 대우하지 않고 목적으로 대우하라'고 교과서에 있습니다. 가르쳐야 될 내용을 그냥 넘기니까 칸트가 뭔지도 애들이 모르는 겁니다. 평화적인 문제해결의 자세에 '합리적 의사소통 상황'이 나옵니다. 네 맞아요 하버마스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당연한 말이고 쓸모없는 말 같지만...전혀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교수님들이 다 노리고 쓴겁니다. 저거 가르칠 때 하버마스가 생각이 안나고 그냥 '에휴 뭐 그냥 당연한 소리'라고 넘기면 문제가 생기는 거겠죠. 과거 국정시절 도덕교과서야 말로 쓰레기 소리를 들을 만 했습니다만, 요즘 나오는 검정은 몇 부분 빼면 꽤 괜찮습니다. 도덕교과서 몇 부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배우지 않아도 될 상식선의 수준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단원 1,3,4는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열거한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서 교과서가 쓰레기라고 생각이 안들구요. 교과서를 중심으로 진도안나가면 오히려 '도덕시간=노는시간'이 되 버릴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고등학교 때 학생들이 윤리를 싫어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덕교과서=별거 없다는 편견에서 부터 '윤리'에 대한 마음이 멀어지고, 결국 재미없는 과목이 되게 되는 겁니다. 중학교 도덕교과서 내용을 포기하는 건 윤리교육 전체에 대한 포기라고 생각합니다. |
먼저 쓰레기라는 표현은 제가 어느 정도는 그렇게 느끼기도 하지만, 좀더 주목 받고자 그런 단어를 쓴 부분도 있습니다. 불쾌하셨던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저는 인터넷에 글을 거의 안쓰는데(심지어 sns도 눈팅만)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는 점은 교과에 대한 애정이라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큰 주제 1 : 도덕 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 1. 습관의 도덕을 넘어 이성의 왕국으로 가는 도덕 교과서가 되길. 초등에서는 학생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무엇이 옳고 그른지 하나하나 설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나의 관점은 중등이라면 이젠 그 과정을 넘어 이것이 왜 옳은지 그른지 스스로 사고하고 내면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정 단원을 보면 "좋은 친구란 어떤 친구일까? 먼저, 친구의 조언과 충고를 받아들일 줄 아는 친구이다. 또한 서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친구가 좋은 친구이다. 뿐만 아니라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좋은 친구이다." 저는 이 내용을 학생들에게 설명/전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특징/싫어하는 친구의 특징 포스트잇에 쓰고 칠판에 붙이기' 활동을 통해 좋은 친구의 답을 학생의 생각에서 끌어냅니다. 비정상회담의 미국 대표 타일러가 말하길 '도덕과 관련된 수업에서는 어떠한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답을 끌어내기까지의 과정을 더 비중을 둡니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 도덕 교과서는 "~가 필요한 이유/중요한 이유. ~는 왜 해야 할까? " 등의 당위 주입식 구조는 한 번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이 주제는 교과서에 나올만큼 꼭 필요한가? (도덕1을 기준으로) 교과서에 수록되었으니 무의미하지는 않겠지만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학생의 발달 단계와 맞지 않거나, 분량의 비중이 소단원으로 구성할 정도로 클 필요가 있나 하는 주제들이 있습니다. 중1 도덕에서 이 주제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순서와 상관없음) 1. 종교와 도덕의 관계, 예술과 진정한 아름다움 2.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삶의 유한성 극복 3. 도덕적 성찰 -(나의 의견에 반박의 여지가 큼) 어떤 관점에서는 부정적 의미의 자아 비판이 될 수 있음. 학생들이 스스로를 반성하는 단계가지 성숙되지 않았음. 이 시기의 학생들은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한데, 이것은 자기 개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으로써 자연스러운 현상임. 그런데 자꾸 반성해라 라고 한다면 본연의 소질과 재능을 발현시켜주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함. 4. 가정생활과 도덕, 친구 관계와 도덕 - 분량의 조정이 필요함. 방법적으로 전달이 아닌 다른 방식의 교수법을 안내해야 한다고 생각함. 큰 주제 2 : "중학교 교과서가 쓰레기라는 의견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에 대한 의견 1. "중학교 교과서에도 꽤나 다양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칸트, 롤즈,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제가 일부분이지 전체적인 내용은 "~가 필요한 이유/중요한 이유. ~는 왜 해야 할까? "가 차지합니다. 선생님 말대로 <가벼운 단원은 가볍게 나가되 정말 알아야되는 단원들은 자세히 가르쳐야 되지 않을까요?>가 필요합니다. -또한 나의 교육관은 설명 중심의 수업보다는 과정 중심, 활동 중심의 수업을(제 수업 자료 하나 첨부하겠습니다) 추구하다보니 ~해야한다 식의 자기계발서 책 같은 서술을 안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중학교 과정이라면 전통적인 교수 방법보다는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을 키울 수 있는 다채로운 교수학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2. 내용을 포기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위에서처럼 교과서의 구성과 서술 방식을 문제 삼는 것이지 내용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큰 주제 3. 댓글에 대한 반론 1. 수업준비 대충하니 휙휙 읽어보고 "뭐야 쉽네"라고하고 대충 가르치니 교과서가 쓰레기라는 오만한 소리가 나오는 거. 교과서 저자들이 누군지나 아시는지 참. 모교 교수님들도 대다수 포함되어있을 텐데. - 최근 도덕적 사고 단원을 나가고 있는데 교과서의 내용을 보면 "도덕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도덕적 갈등 상황에서 올바른 도덕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는 도덕적 사고를 통해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를 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진정으로 도덕적인 생각을 하도록 주제를 주고 모둠원끼리 의견을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단원은 신호등 토론(뭔지 잘 아실테니 설명은 생략...)과 토론인생게임이라는 두 활동을 합니다. 삼색 신호등 카드를 학생 수 만큼 직접 만들었는데... 휴 노가다입니다. 인생게임은 주사위를 굴려 해당 칸의 토론 주제에 대해 신호등 카드와 함께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활동입니다. 어드벤처 교수법과 접목된 수업인데 저 수많은 주제를 캐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충하는 선생은 아닙니다. 교과서의 내용도 수업하지만 모든 단원을 활동 중심 수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차후 활동 방법 및 자료들을 공개/공유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윤리교육 전공 출신... 2. 도덕 교과서는 당위를 가르치는 과목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 식 구성은 당연하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당위를 주입의 방법이 아닌 사고의 과정을 키우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끝! |
첫댓글 교과서를 재밌고 알차게 꾸밀 능력이 교과서 만드는 인간들한테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이대로"가 좋을 것이고 그래야만 자기들이 돈은 물론 교과 내 권력도 유지할 수 있죠. 그럼 새롭게 실력 있는 인력이 크고 있느냐 하면, 제가 보기엔 그렇지도 못합니다. 교육과정 전면 개편 과정에서 도덕윤리 교과가 독립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이런 얘기를 해도 기득권을 가진 놈들은 여전히 수수방관할 텐데, 관심을 갖고 관여한다고 해도 무의미한 게, 이걸 정상화시킬 능력이 애초에 그들에게 없기 때문이죠.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들 보면 답이 보이지 않던가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한계입니다.
1. 지금 글이 사실이라면 중학교 교과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저의 경험을 보태면 고등학교 교과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2. 이것이 구조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단지 교과서 집필자의 문제인지 하는 문제가 샹깁니다. 하지만 교과서 집필자의 문제라면 안그런 굑하서도 있어야 하는데, 그러니까 어떤 교과서는 괜찬은데 다른 교과서은 왜 그러냐의 문제여야 할텐데 그게 아니므로 구조적인 문제라고 봄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3 그러면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이냐가 문제인데 그 구조적인 문제는 도덕 또는 윤리 교과가 무엇이냐의 학문적인 문제라는 것입니다. 결국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그 구조적인 문제는 학문적인 문제
학문적인 문제라는 것입니다. 학문적인 문제가 뭘까요. 여기서 두 가지로 다시 나뉩니다. 1. 도덕발달과정 상의 문제인가. 아니면 2. 도덕 학문 방향 자체의 문제인가라는 것입니다.
4. 여기서 제 판단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저는 여기에 발달과정 상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발달과정 상의 문제라면 학생들 일부분 한두그룹은 그 발달과정에 맞을 것이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게 아니라 대다수의 학생이 문제라면 그건 학문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학문상의 문제죠. 두 가지 측면에서 얘기해볼 수 있는데, 첫째는 철학과를 의식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것은 이권이 달린 문제라서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고, 현직교사 입장에서 보더라도 철학적인 측면이 강화되면 과연 이분들이 환영하겠느냐 하는 겁니다. 이분들의 명분도 '도덕윤리교과만의 정체성' 어쩌고 하는 것이겠지만, 이분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건 자신들이 철학을 잘 모른다는 데 있죠. 그래서 철학 내용이 강화되는 데 대해선 이분들의 이해관계가 윤리교과 내 기득권 세력과 일치한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 내용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건 관철되기 어려울 듯합니다. 두 번째는, 현행 교육과정만을
놓고 보더라도, 윤리교과 인력풀에 내공을 갖춘 사람이 정말 드물다는 겁니다. 철학과 출신 교수들도 꽤 많이 들어와 있지만, 사실 실력이 있다고 할 만한 교수가 그리 많지 않죠. 이분들이 주도해서 교과서를 제작하는데, 그 일천한 내공이 교과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는 거예요. 더욱이 윤리교과의 특성이, 아무래도 여러 학문분야를 결합한 측면이 강해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전문가가 사실상 없다시피 하죠. 예컨대 정치사상만 해도, 정치학과를 기준으로 하면 여러 세부항목으로 나뉠 테고, 세부항목을 전공한 교수들이 정치학과 학생들을 가르칠 텐데, 윤리교육과의 경우 정치사상의 어떤 특정 인물을 전공한 사람이 정치사상 전반을
가르치게 됩니다. 사실상 자기도 잘 모르는 분야를 학생들한테 가르치게 되는 거죠. 아는 척하며 가르친다고 해도 정말 얕은 지식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물론 박사 때까지 전공하지 않은 분야라도 교수가 된 후에 정말 열심히 공부하면 역시 전문가가 될 수 있지만 우리 윤리교육과 교수 중에 그런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 결론은 '내공이 문제'라는 겁니다. 그런데 윤리교육과가 설립된 지 이제30년도 넘다 보니까, 각 대학 윤리교육과 교수들이 자기한테서 학위 한 사람을 교수로 내정하려는 경향이 아주 강하죠. 예전에 윤리교육과 내에서 학위 한 사람이 드물 때에는 그나마 철학과나 정치학과 출신들도 교수로 임용했지만, 최근에는
윤리교육과 내에서 학위 한 사람을 교수로 선발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는 거예요. 그러니 외연이 확장되지도 않고, 나아가 치열한 학문 경쟁에서 살아남아 교수가 되는 사람이 사실상 없죠. 그렇다고 윤리교사들이 열심히 공부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지 않습니까? 그래서 새롭게 실력을 갖춘 인력이 성장하고 있지도 못하다고 제가 말한 겁니다. 도덕윤리 교과서의 허접함은 누누히 지적되어 온 바이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온갖 욕을 얻어먹어 가며 지적해 왔지만 요즘에는 관망하려고 하고 있는데, 희망이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희망이 없는데,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저처럼 생각하는 교사라면, 그럼 그냥 자신만의 내공을 쌓기 위해 노력은 하되 발언은 자제할 것 같네요. 저처럼 생각하는 교사가 많으면 당연히 윤리교육과의 발전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 나가다간, 아무래도 어떤 혁명적인 교육과정 변화가 있을 때 도덕윤리 교과가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내공 없는 교수들도 문제지만,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많은 윤리교사들도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네요.
앞으로 혹시나 도덕윤리 교과가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정말로 왔을 때,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볼까요? 첫째는, 윤리교육과 교수들일 겁니다. 교수직을 유지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뿌리 없이 흔들리는 신세가 되겠죠. 두 번째는, 윤리 임용생들일 겁니다. 셋째는, 현직교사들이겠죠. 같은 현직교사들이라도 차라리 내공을 쌓기 위해 노력해온 교사라면 형편이 조금 더 낫게 되지 않을까요?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회과목(역사, 일반사회)을 가르치는 게 아무래도 수월할 테니까요. 그런데 많은 현직교사들은 그걸 잘 모르고 있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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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이 필요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사상이냐에 따라 다르죠. 예컨대, 자유주의냐, 민주주의냐, 공화주의냐, 공동체주의냐 등등...그런데 애매하게 조합한 '자유민주주의'를 전제한 논의라면 토론이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