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화(萬海華)
임보 (시인, 충북대교수)
천만 성운(星雲)의 별들 중 가장 빛나는 지구
지상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금수강산
산 가운데 으뜸인 백두대간의 설악
살악의 심장인 맑은 백담의 계곡에서
이 시대의 가장 거룩한 님을 기리는
성스러운 축전을 경건히 펼치노니
한때, 이 강토가 어지러웠던 시절
잠든 백의(白衣)의 푸른 혼을 일깨운 지사(志士)로
잔악한 야만(野蠻)의 멱살을 잡아 뒤흔들던 투사(鬪士)로
사찰(寺刹)의 낡은 빗장을 열어제친 유신의 선사(禪師)로
만인의 흉금을 사로잡은 사랑의 시인(詩人)으로
섬광처럼 이 땅에 오신 님, 만해(萬海)여,
개울이 모여 여울을 만들고
여울이 모여 강물이 되던가?
천의 강하가 모여 바다를 이루고
일만 바다가 모여 만해(萬海)가 아니던가?
만해, 당신은 삼라만상을 다 안은 자비요
억만 중생을 기르는 무궁한 생명수로다
님이 뿌린 정기(精氣)의 씨앗은 싹이 돋고 자라
어느덧 한 그루 거목으로 굳게 뿌리를 내렸나니
이제 너울거리는 무성한 가지마다 꽃이 피어나
눈부신 광채, 신묘한 향훈(香薰)이 팔황(八荒)을 감싸도다
의기(義氣)와 자애(慈愛)의 혼이 빚어낸 만다라화(曼茶羅華),
세상을 환히 밝히는 만해화(萬海華)여!
산들은 하늘을 향해 더욱 높이 치솟고
강들은 하늘을 향해 더욱 도도히 흐르는구나
뭍에 실려가는 무량(無量)의 초목금수(草木禽獸)들도
물에 실려가는 억만(億萬)의 어하해패들도
성하(盛夏)의 눈부신 태양아래
푸른 등들을 뒤채며 구원(久遠)의 꽃을 찬미하는 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