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감독의 『공조, Confidential Assignment』
남북 공조수사 프로젝트
2012년 극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로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김성훈 감독이 4년 만에 완성한 액션물 『공조, Confidential Assignment, 2016, 125분』는 현 빈, 유해진, 김주혁이라는 선 굵은 연기자를 배치하고, 남북 대결 설정물이 아닌 감추어진 비밀인 북한에서 비밀리에 제작된 위폐 동판을 두고 남북이 공조(共助)하여 범인을 찾아내는 구도로 영화가 전개된다.
영화는 북한 최대범죄 조직의 리더가 된 차기성(김주혁)을 잡기위해 세련된 북한형사 림철령(현빈)과 좀 떨어진 듯한 나약한 남한형사 강진태(유해진)가 공조한다. 힘 대결의 우위에 서왔던 남북 대결구도의 영화 모습과 달리 이 영화는 찌질한 강진태 모습에 작정하고 흥행코드로 가고 있음을 간파하게 된다. 남한에서 대결을 벌이는 북북 갈등 설정도 흥미를 배가시킨다.
윤제균 제작의 영화, 평양인근 215 공장, 화폐공장의 내부가 카메라에 잡히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범죄 조직이 공장에 진입한다. 밖에서 지켜보던 철령은 지원을 무시하고 사건 현장으로 바로 발길을 향한다. 공장 인력은 무참히 살육을 당한다. 달러를 찍어 대던 동판(명도전)인 수퍼노트를 탈취한 차기성 대좌가 중국을 거쳐 서울로 잠입첩보가 뜨며 프롤로그가 끝난다.
특수 정예부대 출신의 북한형사 철령(실은 인민보안부 평양 12지구 수사대 특수과 소좌)은 동판 탈취 세력에 의해 작전 중 아내를 잃고(기성의 총에), 동료들을 잃는 아픔을 겪는다. 북한은 남한으로 도피한 기성을 잡기 위한 남북 역사상 최초 3일간의 비공식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동판을 회수하는 임무를 복수심에 불타는 철령에게 맡기고 서울에 파견한다.
경쾌한 음악이 깔리면서 동네에서 잡범을 추격하던 진태는 딸의 전화에 잡범을 놓친다. 징계가 떨어지고, ‘선체포 후보고’를 말하는 후배에게서 코믹분위기가 연출된다. 철령은 고문 후 일주일 후 북남간 장관급회의가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진태는 가족에게도 봉이 되는 집안 상황이 연출된다. 남쪽에서는 진태에게 국정원의 지시 아래 임무을 맡긴다는 연락을 받는다.
남한은 우선 기성을 체포하는 작전을 짜고, 정직 해제와 일계급 특진을 내걸고, 위장 수사 전문가이자 코앞의 용의자 검거 실패로 삼 개월 정직 중인 생계형 종로서 강력반 형사 진태에게 북한의 속내를 떠보기 위해 3일간 24시간 북한형사를 밀착 감시하면서 북측의 임무 완수를 방해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과감한 철령의 액션과 부드러운 말솜씨의 진태가 어울린다.
북에서 대표단이 내려오고 공조 수칙1호 북측 총기는 남에서 관리한다. 삼겹살집에서 고기를 먹는 두 형사, 밥 먹다가 손을 제압당한 진태는 공조 수칙2호 비밀수사, 감시카메라 얘기를 들먹이며 철령을 떠보려고 한다. 철령은 한심한 진태를 보고 수사관이 아니라 관광안내원 같다는 등 핀잔을 주는가 하면 진태를 수갑채우고 명동 고가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진태는 지속적으로 과학수사를 얘기하는 등 언행에 가벼움을 노출한다. 차기성의 부하 박명우는 마약을 거래하며 검은 조직과 거래하며 자금을 모은다. 소음기 총 공격을 하며 무한 점핑과 추락을 반복하며 질주하는 박명우, 이태원에서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지고 사건은 커져간다. 차기성이 수사당국에 의해 중국 이름으로 입국했음이 밝혀진다.
잔머리로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겠다는 지시, 집에 데려가서 철령과 잠도 자고, 핸드폰 칩을 바꾸라는 지시도 받지만 오히려 역이용 당한다. 철령의 과감한 행동에 수갑까지 채우고 다니겠다는 진태, 소주를 마시면서 형사라는 표시라며 철령에게 전자 발찌를 채우는 행동도 코믹하게 다가온다. 술에 취해 진태는 철령에게 차기성을 잡으면 1억 만 달라고 넋두리를 한다.
영화는 1) 아침 식사, 침실, 거실 등 진태의 집안 2) 전화 목소리를 포함한 수사 당국 3) 두 형사가 이동하며 현장과 부닥치는 지하면세점, 중국집, 택시 4) 리조트, 부두 등 범죄 조직이 사용하는 공간을 배경으로 사용한다. 액션과 음악은 수시로 나타나면서 삼합회, 조폭, 북한 범죄조직, 국정원, 경찰이 등장하는 액션영화의 기본 공식을 따라간다.
진태의 통화내용을 다 듣고 있는 철령, 전자 발찌의 비밀이 들통 나는 씬, 부인으로 부터 칼 맞으면 쫑 낸다고 구박당하는 진태, 부검실에서 나온 위폐, 회담이 끝나고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뉴스, 북한식 조랭이 떡국을 대접받는 철령, 아이폰을 사달라고 떼쓰는 딸 등의 잔잔한 일상에서 ‘핸드폰 도청당하고 있다.’는 말에 진태는 철령에게 사실을 말하라고 다그친다.
마침내 범죄조직이 있는 리조트에 도착한 두 형사, ‘연아 아이폰 사주라우요!’하면서 돈을 건네는 철령은 가족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확실한 공조의 시작이다. 방에서는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철령은 방에 침투하기 위해 단독으로 뛰어내린다. ‘수칙3조 10M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하면서 합세하는 진태, 총격전이 벌어지고 기성이 도주하자 고속도로 추격전이 벌어진다.
터널에서 총격전 뒤, 대교 위에서 마침내 기성의 차가 뒤집히고, 차에서 빠져나오는 기성, 기성은 대교에서 바다로 뛰어내린다. 동판을 가지고 복귀하라고 하는 진태, 진영에 복귀해서 실력을 입증받은 철령, 북으로의 귀환을 기다리던 철령은 진태로부터 가족이 발전소에 기성에게 잡혀있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고 반드시 복귀하겠다고 상관의 허락을 받고 동판을 들고 간다.
시한폭탄에 감긴 연아와 연아엄마는 결국 철령의 도움으로 풀려난다. 집으로 가던 진태는 차를 돌려 철령과 합류한다. 총격전이 벌어지고, 부하 모두가 사라진 뒤, 남은 세 사람, 마침내 부두가의 총격전에서 기성이 철령의 총에 맞고 쓰러지고, 남은 두 형사는 기진맥진한 채 ,공화국의 자랑, 인정받는 형사같은 농담을 던진다. 진태는 가방을 물속으로 던진다. 사건이 끝난 뒤 경찰차가 도착한다. ‘참 빨리도 온다.’라며 엔딩 크레딧이 떠오른다.
에필로그는 1년후 평양, 남한 출신에 의한 평양 최초의 연쇄살인 사건에서 공조수사를 벌이며 다시 만나는 두 사람을 보여준다. 감독은 『공조』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진솔해지는 등장인물의 성격에 따른 감정선과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해내고 있다. 『럭키』에서 살벌함과 코믹함의 접점에서 만났던 유해진은 『공조』에서도 그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철저하게 관객들이 즐길만한 액션으로 승점을 챙기겠다는 감독의 전략은 성공했다. 남북 형사들인 진태의 수다, 호들갑, 잔머리와 철령의 무뚝뚝함, 저돌적 실행력, 사명감 같은 판이한 성격도 이 영화에 감칠맛을 준다. 조건을 제외하면 철령에게 호감이 간다. 장석용/영화평론가, 한국영상작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