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끔 강인지 바다인지 헷갈리는 곳이 있다. 아무리 얕은 바다에 가도 그 근방에 가면 바다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바다냄새는 나지 않고 갈매기는 나는 드넓은 강을 만나면 그렇다. 학창시절 그림 그리기에 빠져 학업을 게을리했던 나는 특히 사회 과학 지리 분야에 어두워 모지리같은 면이 있기에 그때마다 늘 바보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여기는 강인가요? 바다인가요?” 그럼 항상 여기는 바다지. 라는 답이 돌아왔다
강진만생태공원은 탐진강 하구와 강진천이 만나는 기수지역이 형성되어 남해안 11개 하구 평균보다 2배 많은 1,131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소하천 정비사업 등으로 갈대숲이 일부 사라졌음에도 탐진강은 좌우로 펼쳐진 20만평의 갈대군락지와 청정 갯벌을 자랑하며 천연기념물 201호인 큰고니 등 철새 집단서식지 등 생태가 살아 숨 쉬는 천혜의 자연공간이며, 다산 선생의 유배길, 남해안 제주도행 대표 뱃길 남당포구, 1919년 전남지역 최초최대 규모의 독립만세 운동이 펼쳐진 남포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이다. 2014년부터 조성하고 있는 강진만생태공원은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군민과 관광객의 쉼터로, 생태자원의 산 교육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한다.
생태공원은 터미널에서 약 3km 떨어져 있어 비교적 강진 읍내와 가깝다. 걷기엔 약간 멀고 버스는 배차간격이 멀어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비 4500원) 겨울이라 일몰시간이 빨라진 요즘 서둘러 가야 낙조를 볼수 있을 터였다. 강진만생태공원을 목적지로 부탁드리니 휑~한 주차장에 택시가 멈춰섰다. 주변에 관광 안내소와 공용 화장실이 보이는 걸 보니 맞게 도착한 듯 싶었다.
“범선 너머에는 강진만의 아름다운 갈대와 짱뚱어가 놀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 저 펜스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면 남포호라는 범선 모형의 전망대가 있고 본격적으로 생태공원이 시작된다.
| 남포호 전망대
갈대축제장(남포축구장)과 갈대숲을 연결하기 위한 교량으로 갈대숲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위해 조성되었다. 또한 야간 탐방객과 나이트투어 편의를 위해 생태환경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범선과 주변에 경관 조명을 설치하여 주말 야간에 제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이 귀여운 녀석이 강진에서 만든 짱뚱어 캐릭터인 모양인데 뒤에서 나오겠지만 실제 모습은 존못이다..(짱뚱어야 미안..) 강진 맛집을 검색하면 짱뚱어탕이 나오는데 미꾸라지보다 자양강장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맛은 추어탕과 비슷하다고..
자전거길과 범선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 남파랑길 이정표를 볼 수 있다. 강진만생태공원은 강진만 해안도로와 자전거 도로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겨울이라 블랙아이스로 자전거는 비시즌이지만 가을에 금빛 갈대를 따라 해안을 달려 내도까지 가보면 어떨까 궁금해진다.
범선 아래에는 강진만에서만 볼 수 있는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강진의 주요관광지들을 소개하고 있다. 계단을 따라 범선 위로 오르면 작은 전망대를 만나는대 망원경으로 강진만의 생태를 좀더 면밀하게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강진만생태공원
추위에 말라버린 장미들
생태탐방로 데크길은 총 길이가 약 4.16km인데 생태 고나찰과 갈대숲에 파뭍히도록 낮게 설치된 데크는 만조시 월 2~3회 일부시간 이용을 금하고 있다.
물이 빠졌을 때였는 지 갯벌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짱뚱어는 볼 수 없었다. 추워서 안나오는 것인지.. 고니에게 먹힐까 조심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 짱뚱어
짱뚱어는 망둑어과에 속하는 갯벌 물고기. 망둑어는 색깔이 화려하거나 황토색이지만 짱뚱어는 짙은 갈색이다. 망둑어에는 없는 푸른 반점이 있고 아래 눈시울이 잘 발달되어 감았다 떴다 할 수 있다. 적을 위협할 때 등의 볏을 세우며 부성애가 강한 어류로 수컷은 새끼들이 부화할 때까지 알을 지킨다. 짱뚱어는 초식성으로 동식물성 플라크톤을 먹거나 갯벌을 훑어서 개흙 표면의 톨말류(규조류)를 먹는다. 갯벌이 많은 서남해의 주요 별미로 추어탕과 비슷한 탕요리로 주로 해먹는다.
바다 뒤로 낙조가 떨어지는 것을 기대했는데 산 너머로 떨어진다. 조금 아쉽지만 맑은 날씨 덕에 나름 진한 노을을 볼 수 있었다.
좌우 어느쪽으로 가도 반대쪽에서 만나게 되는 연인만갈대길. 갈대 사이로 끊임없이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눈을 뽀독뽀독 밟아나가다보면 어느새 백조다리에 닿는다.
남해안 최대 생태다양성의 보고인 강진만은 약 20만평에 달하는 갈대군락지와 26.2km의 청정 갯벌로 매년 2,500여 마리의 큰고니가 찾아오는 집단서식지이며 1급 수달, 2급 큰고니, 큰 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등 멸종위기종이 산다고 한다.
생태놀이터 백조 조형물
| 고니
백조의 순우리말. 기러기목 오리과 고니속에 속하는 조류. 이름대로 호주에 사는 흑고니를 제외하면 깃털이 새하얗다. 단순한 흰색이 아니라 깃털이 물에 젖는 것을 막기위해 존재하는 기름기 그루밍 덕분에 몸에 윤기가 흘러서 깨끗한 물에 사는 고니를 햇빛이 쨍한 날 가까이서 보면 눈이 부실 정도로 희다.
강진만생태공원 탐방로 안내
노을이 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캄캄해졌다. 조명이 잘 되어 있어서 무섭거나 불편하진 않았지만 금새 바람이 차가워졌다. 아직 시간은 이르지만 컨디션 조절을 위해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 첫째날 일정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
남도답사 1번지 강진의 명소와 주요 관광지 지도
https://www.gangjin.go.kr/contents/24209/tourcity_2022_min.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