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닥콩닥, 사랑에 빠진 딸과
딸의 마음을 빼앗아 간 녀석을 찾아내려는
엄마의 ‘남자 친구 찾기’ 탐정놀이!
9명의 남자아이들 중 ‘풋사랑’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 작품의 특징
■ 심장이 자꾸 콩콩 뛰어요
“나는 이다음에 엄마랑 결혼할 거야.”, “나는 이다음에 아빠랑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한 아이 이름을 자꾸 이야기하거나, 그 아이 앞에서 괜히 얼굴을 붉힌다면……. 아이의 마음속에 이상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뜻일지 모른다. 이성 친구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의 설렘은 아이가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또 다른 낯선 감정이다. 혹여 누군가가 눈치 챌까 봐 걱정되고, 들키면 부끄러울 것 같고, 그런데도 가슴은 자꾸 콩닥콩닥 뛰는 이상한 기분. 아이들은 그렇게 야릇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일생일대 첫 비밀을 갖게 된다.
초등학교 2학년인 은교에게도 콩닥콩닥, 두근두근 이상한 감정이 찾아온다. 학교에서 방귀를 몇 번 뀌었고, 하품을 몇 번 했는지 아주 작은 일까지도 얘기하던 은교가 어느 날 엄마에게 엄청난 선언을 한다. 자기한테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생겼으며, 누구인지는 절대 비밀이라고!
머리를 예쁘게 묶어 주지도, 맛있는 쿠키를 구워 주지도 못하지만 마음은 친구처럼 잘 통한다고 믿었던 동화 작가 지망생 엄마는 배신감과 서운함에 어쩔 줄을 모른다. 품을 떠날 준비를 하는 아이에게 어느 엄마나 아빠가 하나같이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뒤이어 엄마에게 서운함보다 더 크게 밀려온 건 “내 아이가 좋아하는 애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다. 고민하던 엄마가 딸의 마음을 훔쳐 간 괘씸한 ‘그 녀석’을 알아내기 위해 생각해 낸 건 탐정놀이. 탐정이 된 엄마와 그 아이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은교는 탐정놀이를 통해서 ‘심장이 콩콩 뛰는 이상한 감정’을 어떻게 이름 짓게 될까?
“그럼 혹시 너도 좋아하는 애 있어?”
“응.”
은교가 아무렇지 않게 냉큼 대답했어요.
“정말? 누군데?”
“비밀.”
은교가 어깨를 으쓱했어요.
“뭐가 또 비밀이야. 그러지 말고 누군지 말해 봐.”
“싫어. 창피하단 말야.”
“얘기해 주면 떡볶이 사 줄게. 순대도 사 줄게.”
“정말? 음…….”
은교는 넘어올 듯 넘어올 듯하더니,
“비밀이야!”
끝내 안 넘어왔어요.
-본문 중에서
■ 추리하라, 찾아라, 남자 친구를!
아이와 부모가 서로의 마음을 직접적인 말로 표현하기 부끄러운 대화라면, 좀 더 색다른 대화법을 선택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한 시도는 자연스럽게 대화의 길을 터 주기도 한다.
엄마는 자신의 어릴 적 꿈이 명탐정이었다며, 남자 친구를 밝히기 부끄러워하는 은교에게 탐정놀이를 제안한다. 자신이 탐정이 되어 세 번의 질문을 하고 은교가 “예, 아니요.”라는 대답해 주면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맞히겠다는 게 규칙이다. 단, 서로에게 솔직해야 한다.
좋아하는 애가 누구냐는 엄마의 질문이 계속될수록 더 꾹 입을 다물던 은교는 어느새 탐정놀이에 관심을 보이고 흥미까지 느끼게 된다. 처음엔 ‘엄마가 그 아이를 맞히면 어떡하지?’라던 조바심이 ‘엄마가 정말 그 아이를 맞힐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으로 바뀐다.
탐정이 된 엄마는 은교네 반 남자아이들 사진에 번호와 이름을 써서 몽타주를 만들고, 탐정처럼 돋보기로 얼굴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고 머리가 아프도록 고민을 한다. 그렇게 엄마는 “범인의 성은 김 씨입니까?”와 “범인은 1학년 때 같은 반이었습니까?”라는 단서가 될 중요한 질문을 발견하고, 9명의 남자아이 이름을 6개로 줄이고, 다시 3개로 줄이는 데 성공한다.
남은 남자 아이는 세 명, 4번 안경태와 8번 손호범, 9번 오리온이다. 마지막 질문을 남겨 둔 엄마는 기세 등등하고, 은교는 점점 마음이 졸아든다. 하지만 어느새 은교는 엄마에게 비밀을 들키는 게 부끄러운 것보다 ‘그 애’를 두고 엄마와 나누는 시시콜콜한 대화가 더 즐겁고 신난다.
남자 친구 찾기 탐정놀이가 계속되는 동안, 엄마와 은교는 1번 개구쟁이 김대호, 2번 독서왕 강유찬, 3번 울보 김준현, 4번 개그맨 안경태, 5번 첫 짝꿍 신진교, 6번 날쌘돌이 김형우, 7번 멋쟁이 우민수, 8번 엉뚱이 손호범, 9번 모범생 오리온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아이들에 대해 새롭게 알아 간다. 더불어 엄마는 은교의 친구 관계와 성향에 대해서도 깊이 알게 된다.
엄마는 과연 안경태와 손호범과 오리온 중에서 은교가 좋아하는 그 애를 맞히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마지막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각자의 추리에 맡기는 수밖에!
기호 1번 안경태
경태는 장난을 너무 잘 쳐서 여자애들을 잘 울려. 나도 경태 때문에 두 번이나 울었어. 뒤에서 책가방을 잡아당겨서 엉덩방아 찧게 하고, 치마 입고 간 날 아이스케키도 했잖아. 내가 치마 안 입는 건 안경태 때문이야. 안경태가 안경을 꼈는데 파란 안경테거든. 그래서 우리 반 애들이 “안경태, 빨간 안경테를 줄까, 파란 안경테를 줄까” 하면서 놀려.
기호 2번 손호범
선생님이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그리라고 했어. 그런데 호범이가 원숭이를 그린 거야. 선생님이 “이게 뭐니?” 하고 물었더니 “전 원숭이가 되고 싶은데요.” 그러는 거야. 선생님이 장난하지 말고 다시 그리라고 했더니 호범이가 원숭이 옆에 사람을 그리지 뭐야. 내가 원숭이 훈련시키는 사람이 될 거냐고 했더니 자기는 원숭이한테 바나나 껍질 까 주는 사람이 될 거래.
기호 3번 오리온
리온이는 2학년 남자애들 중에서 가장 유명할걸.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의젓해서 여자애
들한테 인기가 많아. 리온이는 꿈이 천문학자래. 그래서 별자리 이야기를 아주 많이 알아. 아빠가 별을 좋아해서 별자리 이름을 따서 오리온이라고 지었대. 엄마가 과자 이름 보고 놀린 거 알면 리온이 아빠가 화낼걸.
-본문 중에서
■ 풋풋한 사랑의 줄임말, 풋사랑
사랑에는 늘 시련과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사랑이라고 해도 그건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엄마가 남자 친구를 맞힐 수 있는 결정적인 세 번째 질문을 발견하고 기쁨에 휩싸인 동안, 은교는 사랑의 슬픔에 휩싸인다. 그토록 바라던 짝꿍이 된 지 며칠 만에 그 애의 전학 소식을 알게 된다.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가슴이 울렁거리고 환호성이 터져 나오던 은교의 마음은 화산이 폭발한 한라산만큼, 파도가 넘실거리는 제주도 앞바다만큼 슬픔으로 요동친다.
하지만 은교 곁에는 탐정놀이를 통해 사소한 기억을 공유한 엄마가 있다. 처음에 엄마는 은교가 그 아이를 들킬까 봐 부끄러운 어른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슬픔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친구이다. 엄마는 지금의 이별이 영원히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방학 때 서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 준다. 또한 엄마는 은교를 통해 지금은 이름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이 어릴 적 느꼈던 낯설고 신기했던 감정을 떠올린다. 그렇게 엄마와 딸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선다.
그리고 둘은 콩닥콩닥 심장 뛰는 이상하면서도 기분 좋은 감정에 ‘풋사랑’이라는 멋진 이름을 짓는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풋사랑은 “풋, 사랑이라고?” 웃으며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감정이 깊지 않은 사랑을 일컫는 말이지만, 엄마와 은교가 만들어 낸 풋사랑은 ‘과일처럼 상큼하고 향기로운 풋풋한 사랑’의 줄임말이다. 지금 은교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야말로 얼마나 순수하고 풋풋한 감정인가.
“풋사랑? 그게 뭔데?”
“덜 익은 사과는 풋사과, 덜 익은 고추는 풋고추라고 하잖아.”
“그럼 사랑이 덜 익은 게 풋사랑이야?”
“국어사전에 깊지 않은 사랑을 풋사랑이라고 한다고 씌어 있긴 하지.”
“좀 이상해. 사랑이 깊은 것도 있고, 얕은 것도 있어?”
“그럼 이건 어때? 풋풋한 사랑의 줄임말. 그래서 풋사랑.
풋풋하다는 건 과일을 먹을 때처럼 상큼하고 향기롭다는 뜻이거든.”
-본문 중에서
■ 글과 그림 속에 숨겨진 남자 친구 찾기
은교가 좋아하는 ‘그 애’의 정체를 마지막 장에서 알고 난 뒤, 책을 처음부터 되돌려 읽는다면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 있으나, 그렇지 못했다면 되돌려 읽으면서 글 곳곳에 숨어 있는 ‘그 애’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아하, 무릎을 치는 곳이 있을 수도 있다. 그 애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면서 읽었던 느낌과는 다르게 은교의 감정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림에서도 역시 ‘그 애’의 실마리를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오무라이스 잼잼>과 <팬더댄스>로 인기 있는 조경규 화가와 화가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사랑에 빠진 은교의 감정을 아기자기한 재미와 재치로 전달한다.
또한 9명의 개성 있는 몽타주를 보면서, 자신이 탐정이 되어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것도 이 책을 새롭게 읽는 방법이다. 엄마가 생각해 낸 질문보다 더 재치 있는 질문으로 ‘그 애’를 맞히는 탐정놀이를 즐길 수 있다. 내가 탐정이라면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그리고 몇 번 만에 ‘그 애’를 알아맞힐 수 있을까.
▣ 줄거리
동화 작가 지망생인 엄마는 딸아이 은교와 친구만큼이나 가깝다고 자신만만하다. 하지만 어느 날, 은교한테 좋아하는 남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엄마는 충격에 빠지고……. 끝까지 비밀이라고 말을 안 하는 은교에게 ‘남자 친구 찾기’ 탐정놀이를 제안한다. 엄마는 9명의 남자아이 중 세 번의 질문을 통해 그 아이를 찾아야 한다. 과연 엄마는 딸의 마음을 훔쳐 간 ‘그 애’를 맞힐 수 있을까?
▣ 차례
1. 이건 정말 비밀인데… 6
2. 탐정놀이-첫 번째 질문… 17
3.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28
4. 탐정놀이-두 번째 질문… 37
5. 어, 오리온이다!… 47
6. 좋으니까 좋지… 56
7. 유레카!… 64
8. 탐정놀이-세 번째 질문… 73
9. 안녕… 82
▣ 작가 소개
글쓴이 곽미영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어린이책을 만들다가 지금은 어린이책을 기획하고 글을 씁니다. 지은 책으로는 <짜장 줄넘기><버들치랑 달리기했지><줄장지뱀이랑 숨바꼭질했지><붉은배새매랑 나무 탔지><애반딧불이랑 불꽃놀이했지> 들이 있습니다.
그린이 조경규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하고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로 일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오무라이스 잼잼><팬더댄스><차이니즈 봉봉 클럽> 들이 있고, 그린 책으로는 <열두 살 백용기의 게임 회사 정복기><귀신 잡는 방구 탐정><지도로 만나는 우리나라 역사><부글부글 시큼시큼 변했다, 변했어!> 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