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7,22ㄴ―8,1; 루카 17,20-25
+ 찬미 예수님
오늘 수능 시험 본 수험생들과 가족들 모두 고생하셨는데, 몸도 마음도 평안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오늘 1독서는 지혜의 본성을 말하는데, 22절에서 24절까지는 지혜 안에 있는 영의 속성을 21가지로 얘기합니다. 이는 완전한 수인 7과 역시 완전한 수 3을 곱한 숫자입니다. 지혜가 이러한 속성을 갖는 이유는 하느님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라고 지혜서는 말합니다.
구약성경은 삼위일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혜가 바로 그리스도나 성령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혜의 어떤 속성들은 그리스도의 속성을, 그리고 성령의 속성을 반영하고 있고, 오늘의 독서 말씀은 우리가 입당성가로 부른 요한복음 1장의 말씀 찬가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바리사이들은 하느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질문을 하고, 내일 복음에서 제자들은 ‘어디에서’ 그 일이 일어나느냐고 여쭙니다. 이 두 질문 사이에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종말론적 담화’라고 하는데요,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여러 다른 사건들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이것들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에 대해 말씀하시는데요, 이는 역사적으로 기원후 70년에 일어나게 되는 일이지만, 종말의 날의 표징으로 사용하시기도 합니다. 또한 당신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는 것을 종말에 대한 상징으로 묘사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는 바리사이들에게도 전해졌을 텐데요,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는 대목에 대해 그들은 궁금해했던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예수님께 질문하자 예수님은 두 가지 대답을 하시는데요, 첫째 하느님 나라는 이미 와 있고 둘째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하십니다.
바리사이들에게는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라고 말씀하시고, 이어 제자들에게는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날을 하루라도 보려고 갈망할 때가 오겠지만 보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미 와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미’와 ‘아직’ 사이의 긴장 안에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종말의 하느님 나라가 어떠할지 궁금해합니다만,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만일 누군가 그것을 속 시원하게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사이비나 이단일 가능성이 많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너희에게 ‘보라, 저기에 계시다.’, 또는 ‘보라, 여기에 계시다.’ 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나서지도 말고 따라가지도 마라.”라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시는데요, 이렇게 잘못 인도하는 종말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우리는 성체를 영하면서 예수님을 우리 안에 모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완전히 예수님이 된 것은 아닌데요, 내가 완전히 예수님이 되는 것이 나의 종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주님께서 이 세상을 다스리고 계시기에 하느님 나라는 시작되었지만, 완전히 이루어지지는 않았는데요, 그것이 완전히 이루어지는 것이 하느님 나라의 완성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리사이들처럼 하느님 나라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오느냐를 궁금해하지 말고 내가 얼마만큼 예수 그리스도가 되었나, 이 세상에 하느님의 다스리심이 얼마만큼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더 관심을 두어야 하겠습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에 대한 가톨릭교회교리서의 해설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인간의 소명은, 이 세상에서 정의와 평화에 투신하기 위해 창조주께 받은 힘과 수단을 유용하게 활용해야 하는 의무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한다.”(2820항)
첫댓글 "하느님 나라는 '이미'와 '아직' 사이의 긴장 안에 있다"
이 표현이 참 적절하며 마음에 닿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미 너희 가운데 있다"(루카17,21)
그런데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 내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해석하면 되나요?
네. already, but not yet 이라고 얘기해요.
예수님 자신이 하느님 나라 (auto basileia)이시기 때문에
예수님을 모신 개인의 내면에서도 시작되지만
예수님을 모신 곳 어디나, 이미 시작된 하느님 나라라고 보겠는데요
교회는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증거할 소명이 있지요.
즉 누군가 교회에 와서 "하느님 나라가 이런 곳이구나"하고 느낀다면, 정말 그게 참다운 교회 공동체이겠지요.
그래서 복자 황일광 시몬은 "내게 천국(하느님 나라)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백정인 나를 형제로 불러준 천주교 공동체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죽어서 가게 될 곳"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