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의 일상 규례들(I) [신 23장]
[내용개요]
본장에서는 계속해서 각종 사회 규례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본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규례는 사실 이스라엘의 정결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담고 있다. 남자 중 신낭이 상한 자나 거세된 자, 암몬과 모압 자손은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는 것을 금하고 있다(1-8절). 다음으로 전쟁 중에 진 안에서 금해야 할 규례가 나타나며(9-14절), 종을 위한 규례와 창기와 미동에 대한 금지, 동족에게 이자를 받고 꾸어 주지 말 것을 명하는 규례가 나타난다(15-20절). 그리고 하나님께 서원한 것은 반드시 갚아야 하며 이웃의 소산을 도둑질하지 않도록 금하고 있다(21-25절).
[강 해]
이 세상의 어떤 다른 나라와도 구별되는 신정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던 이스라엘 사회 속에 사는 백성들이 살아야 할 삶의 구체적인 방향이 이곳에 제시되어 있습니다. 다양하고 세밀하게 규정된 규례들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서 매우 세세하게 관심과 애정을 베푸시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1. 여호와의 총회에서 제외될 자들
1) 영원히 제외될 자들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임인 이스라엘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할 자들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총회에 들어온다는 말의 뜻에 대해서는 논안이 많이 있지만 아마도 이스라엘 백성으로 귀화하거나 결혼해서 공식적인 예배 의식에 참여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자들은 영원히 징벌을 받아 구원의 은혜를 받을 수 없는 자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a. 여호와의 총회(삿20:2)
b. 총회란 백성들의 모임을 뜻함(행19:39)
2) 일정 기간 동안 제외될 자들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하되 영원히는 아니고 일정 기간만 금지된 사람들은 성기를 상한 사람들과 사생자들이었습니다. 신낭이 상한 자는 몸의 일부를 상했으므로 이스라엘에서 공직에 오르거나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 배제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생자는 아마도 음행으로 인해 생겨난 자를 의미하는 것 같으며 그들 역시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10대 후에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는 것이 허락되었습니다. 또한 에돔 사람들과 애굽 사람들은 삼 대 후에 유입이 허락되었습니다. 이러한 규례들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도 역시 이러한 공동체의 순수성과 정결성을 유지하기 위한 각오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a. 이스라엘 자손 총회(민16:2)
b. 하늘에 기록된 장자들의 총회(히12:23)
2. 진중의 정결 규례
1) 몽설한 자의 정결례
이스라엘 진중의 정결을 위한 조치가 율법에 규정되었습니다. 그것은 몽정으로 부정해진 사람을 정결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밤에 성적인 꿈으로 인해 몽정한 사람은 진 밖으로 나갔다가 해질 때에 목욕하고서 들어오도록 하였습니다.
a.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진을 침(민9:23)
b. 각 지파별로 질서 있게 진침(민1:51-52)
2) 변소의 규레에 관하여
율법은 변소에 대하여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변소는 반드시 진 밖에 설치해야 했고 변을 본 후에는 땅을 파서 흙으로 변을 덮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단순히 위생적인 차원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무의식중에 발생하는 몽정이라든가 기본적인 생리 현상인 배변, 또한 여성들의 월경 등을 부정한 것으로 보고 정결례를 행하도록 하는 것은 의식적인 부정함을 가르침으로써 이스라엘 백성들이 구별된 삶을 살게 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러한 의식상의 정결함을 위해 행동할 때에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거룩하신 하나님의 본을 좇아서 그 일을 해야 했습니다.
a. 이스라엘 진에는 여호와의 보호가 나타남(출33:14)
b. 여호와의 구름으로 진을 덮어 줌(시105:39)
3. 이웃 사랑의 규례
1) 도망쳐 온 노예에 관한 규레
종이 주인의 핍박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쳤을 경우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 율법이 있었습니다. 그럴 경우에 다시 그 종을 종래의 주인에게로 돌려보낸다면 더욱 심각한 사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그 종이 선택하는 곳에 거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보호의 혜택을 받는 것은 도망친 모든 노예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불공정한 주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도망친 노예에만 해당될 것입니다. 이 법 역시 긍휼을 베풀어 억울한 일을 당한 이웃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웃 사랑은 자유인만이 아닌 노예에까지 확대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a. 종은 낮은 신분이라고 묘사됨(창19:2)
b. 출생 때부터 종 되는 경우(출21:4)
2) 창기를 용납하지 말 것
한편 율법은 이스라엘 사회에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바로 창기와 미동들이었습니다. 그러한 성적 타락의 매개자들은 이스라엘에서 용납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번 돈은 어떤 서원이나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로도 사용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율법은 단호하게 성적인 범죄를 용납하지 않고 있습니다.
a. 딸을 더럽혀 창기가 되게 말아야 함(레19:29)
b. 제사장은 창기와 결혼할 수 없음(레21:7,14)
4.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규례
1) 서원에 관한 규례
하나님을 향한 서원을 행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지켜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을 향해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하나님 경외의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분명하게 하나님 앞에 약속하며 서원했을 경우에는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서원이 더딜 때에 반드시 요구하신다고 했습니다.
a. 예물에 대해 서원함(시76:11)
b. 서원에 대해 남용하지 말 것(마15:4-6)
2) 고리 대금업과 굶주린 이웃에 관한 규례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 형제들에게 돈을 꾸어 줄 때 그 이자를 받으면 안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형제가 아닌 외국인에게는 이자를 받을 수 있으나 이스라엘 백성들끼리는 이자를 받지 말라고 명하시면서 그렇게 하면 범사에 축복을 주리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이것은 나그네와 과부, 고아 등의 약자에 대한 보호와 더불어 경제적인 측면에서 연약한 이웃을 사랑하라는 구체적인 율법 조항이었습니다. 아울러 가난한 자들이 굶주렸을 때 이웃의 포도원이나 곡식 밭에서 그릇에 담아가지는 않고 낫으로 베어가지는 않더라도 배불리 먹고 손으로 곡식을 따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규례에는 사랑과 공의가 날줄과 씨줄로 엮여 있는 컷을 볼 수 있습니다. 굶주린 이웃을 위한 자비를 베풀되 굶주림을 해결하는 것 이상의 반출이 있을 경우에는 심각한 손해가 갈 것이므로 그것은 금하는 조화로운 율법인 것입니다.
a. 여호와의 진노로 굶주림(사9:19-20)
b. 여호와께서 굶주림을 채워 주심(마6:11)
결론
본장에서도 모세는 전장의 내용과 연결하여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에 대하여 상세한 규례를 명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주변의 다른 민족과는 명백히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 나가야 하는 민족이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일에 있어서는 물론이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있어서도 균형이 잡힌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이 신앙의 두 토대가 굳건해야 하나님의 사랑받는 민족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들 역시 이러한 두 중요한 삶의 푯대를 향하여 달음질하는 생애를 살아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성도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단어해설]
1절. 여호와의 총회.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나 이스라엘 백성들 전체가 드리는 공적 예배 의식을 가리킨다.
2절. 사생자. 원어 <rzEm]m':맘제르>. 본래는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태어난 자를 가리킴. 여기서는 비도덕적인 성관계에서 태어난 모든 자를 가리킴.
4절. 브돌. 유브라데 강 상류에 위치한 성읍. 갈그미스 남쪽 20km 지점에 있다. 오늘날의 '텔 아마르'(Tell-Ahmar).
7절. 에돔 사람. 야곱의 형제인 에서의 후손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과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님. 미워하지 말라. '미워하다'라는 듯의 <b[;T':타아브>는 도덕적, 종교적 원인으로 상대방을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것을 말한다.
10절. 몽설함으로. 원어 <hrEQ]mi:믹케레>. 남자가 무의식중에 사정하는 현상.
14절. 불합한 것. '발가벗다'라는 뜻의 <hl;[;:아라>에서 유래된 말로 정액이나 월경 등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배설물을 의미.
17절. 창기. 원어 <hv;dEq]:케데솨>는 돈을 목적으로 직업적으로 매춘하는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닌 고대 근동의 신전에 속하여 종교적 매춘 행위를 하는 창기를 가리킨다. (참조,창38:21).
미동. 원어 <vdEq;:카데쉬>. 성전에서 몸을 파는 남창을 가리킴.
18절. 가증한 것. 원어 <hb'[e/T:토에바>. '심히 싫어하다, 구역질 나다'라는 뜻. 하나님의 거룩함에 배치되는 것을 가리킬 때 사용.
21절 .서원하거든. 원어 <rd<n<:나다르>는 하나님께 대한 헌신의 약속을 가리킴.
24절. 그릇에 담지 말 것이요. 기본적인 생존 이외에 경제적 목적으로 남의 소득을 취하는 것을 금하는 규례.
[신학주제]
공동체와 개인. 성경에서 이스라엘은 항상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로 존재한다. 따라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공동의 언약과 책임을 지고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그러므로 율법의 요구 또한 개인보다는 전체로서의 규범에 집중되고 있다. 본 장에 나타난 성결 규례도 여호와의 총회라는 집단을 중심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개인에 대한 도덕적인 요구도 실제로는 개념적 범죄가 야기시키는 갈등과 분열을 통해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공동체 우선주의는 이자에 관한 규례에서 좀더 확대되고 있다. 자신의 정당한 소득을 타인에게 빌려줌으로써 발생하는 이자는 그것이 고리 대금이 아닌 경우에는 타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동족간에 이자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개인의 정당한 노력에 의한 소득이라도 그것이 공동체 안에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할 경우는 전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을 감수해야 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 우선 정신은 신약의 영적 이스라엘에게도 이어지며 엡1:4에 나타나는 하나 됨의 사상으로 발전된다.
[영적교훈]
하나님은 신낭이 상한 자나 사생자는 하나님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다. 즉 도덕적으로 순결하지 못한 자는 거룩한 하나님의 총회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이는 하나님께 찬양하고 예배 드리는 성도들의 자세를 가르쳐 준다. 일상의 삶 속에서 말씀대로 살지 못하면서도 주일에 예배를 드리는 것은 하나님께서 받지 않으신다. 그러므로 성도는 먼저 자신의 성결한 삶을 통해 하나님께 예배 드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