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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고원길 10구간은 진안군의 최북단에 위치한 주천면과 용담면을 이어 걷게 된다
초반 '주천면사무소'에서 '옛광석'마을까지 약 4.5km 구간은 '주자천'을 따라 업 다운 없는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옛광석'마을에서 '와룡'마을까지 2.3km 구간은 '탁조봉 고개'를 넘는 산길을 걷게 된다
이후 '와룡'마을에서 '옥거'마을까지 3.3km 구간에서는 호수 위로 연결된 신정교, 선화교, 도실교, 용강교 등 4개의 다리를 건너며 아름다운 호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시 '옥거'마을에서 '용강산'을 넘어 '금봉재' 아래 임도까지 약 2km 구간은 비교적 완만한 소나무 숲길을 걷게 되며, 이후 종착지인 '용담면사무소'까지 약 4km 구간은 '회룡' '문화' 두 개의 마을을 거치며 거의 업 다운이 없는 평탄한 길로 마무리 한다
《주천면사무소~와룡암~금평마을~성암마을~옛광석마을~와룡마을》
(09:12) 고원길 10구간의 출발점인 주천면사무소(행정복지센터)에 도착
오늘 눈 또는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어 은근 비 아닌 눈이 내려 주기를 기대했는데, 현지에 도착하니 야속하게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탐방길에서 비가 내리면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 들이 늘어나 불편하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조급해져 여유 있는 탐방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분에 따라서는 이유 없이 비를 맞으며 걷고 싶은 날이 있으니... 오늘도 그런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주천초등학교
주천면사무소에서 1백여 미터 떨어진 주천초등학교 앞을 지난다. 1919년에 개교한 학교로 2024년 2월 기준 3,32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현재의 학생 수는 1~6학년을 합쳐 전교생이 13명이라고 한다.
나도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그 때 내가 다녔던 학교는 전교생이 보통 1,500명을 넘었었는데...
하긴 그 학교도 지금은 전교생이 체 30명을 넘지 않는다고 하니,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요즘은 인구감소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의 벚꽃나무
지금은 형색이 늙고 초라해 보이지만 봄이 되면 주변을 화사하게 수 놓을 것이다. 벚꽃은 오래된 고목에서 핀 꽃이 더 이쁘더라
도로 좌측의 '감나무골마을'
고원길은 주천초등학교를 지나 '괴정마을회관' 옆 삼거리에서 우측 '금평마을' 방향으로 이어지고
삼거리에서 들판길로 1백여 미터를 지나 우측에 보이는 '와룡암' 방향으로 들어선다
기대하던 눈 대신 비가 내려 내심 실망하고 있던 차에 좌우로 눈 쌓인 들판 건너 산자락을 휘감고 있는 운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진행 방향에서 우측으로는 지난 구간에서 걸었던 운일암반일암 계곡을 끼고 솟아 있는 '명도봉(868.9m)'이 운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좌측의 '성치산(671.2m)'도 운해를 뚫고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뒤를 돌아 보니 '주천면사무소'가 있는 '양지마을' 뒤쪽으로 '명덕봉(845.5m)'도 희미하게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도 좀 봐주고 가란다.^^
날씨는 흐리고 가랑비까지 내리고 있지만 산자락마다 운해가 피어 오르니 나름의 운치가 있다. 왠지 오늘 느낌이 좋다.
'명덕봉'을 뒤덮고 있던 운해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와룡암(臥龍庵)
와룡암은 출발점인 주천면사무소로 부터 9백여 미터 떨어진 지점에 있다
와룡암은 긍구당(肯構堂) 김중정(金重鼎, 1601~1661)이 병자호란 때 벼슬을 버리고 세상을 피해 숨어서 살던 중 유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효종 때인 1650년에 건축한 암자이다.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양식이다
본래는 주자천 건너편 암반 위에 있었는데 물 때문에 왕래가 불편하자 조선 순조 때인 1827년에 김상원(金相元)이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김중정은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1636년 첨지중추부사의 벼슬을 지냈다. 병자호란 당시 친명파의 한 사람으로, 병자호란이 치욕적인 항복으로 끝나자 할아버지 김충립(金忠立)과 함께 진안 용담의 주천으로 이주하여 후학 양성에 힘썼다.(현지 안내문)
분명 와룡암(臥龍庵)으로 알고 왔는데 기정(起亭)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어 의아했는데 안쪽에 와룡암(臥龍庵) 편액이 걸려 있다
와룡암은 자연 경관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는 정자(亭子) 보다는 사사로이 한문을 가르치는 글방인 서숙(書塾)이었다고 한다
와룡암의 바깥쪽과 안쪽에 걸려 있는 편액(起亭, 臥龍庵)의 글씨는 조선시대의 학자 도암(陶庵) 이재(李縡, 1680~1746)의 글씨라고 한다.
이재(李縡)는 와룡암을 지은 김중정이 사망(1661)한 이후인 1680년에 태어난 사람이니 편액의 글씨는 김중정의 사후에 쓰여진 것이겠다
와룡암은 중앙에 방이 있고, 좌우에 마루가 있는 구조이다
근데 이 건물에는 왠 편액이 이렇게 많이 걸려 있을까? 마루에도 기정(起亭), 긍구당(肯構堂)이라는 전서체 편액이 걸려 있다.
일설에 의하면 원래 '와룡암' 동쪽에 '기정'과 '긍구당'이라는 별도의 건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멸실되어 편액만 이곳으로 옮겨 걸어 놓았다고 한다(확실치 않음)
진안고원길 9구간 인증지점.
'와룡암'은 진안고원길 9구간과 10구간이 중첩되는 지점이다
'와룡암'에서 보는 '주신교'. 앞서 간 일행들의 모습이 보인다
'와룡암'은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8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와룡암은 주자천(朱子川) 변의 와룡암(臥龍岩) 반석 위에 세워져 있고, 건물의 소유자와 관리자는 광산 김씨 종중이다.
'와룡암'은 인근에 있는 주천서원(朱川書院) 유생들의 강당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와룡암을 벗어나니 운무에 휩싸인 들판 풍경이 아득하다
와룡암을 둘러 보느라 너무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다. 덕분에 와룡암 이후 '탁조봉 고개' 삼거리까지 약 1시간 20분 동안 일행과 떨어져 혼자 걸어야 했다.
주신교(朱新橋)
주신교는 주천면 주양리(朱陽里)와 신양리(新陽里)를 연결해주는 다리로, 이 다리를 건너면 주천면 주양리에서 신양리로 바뀌게 된다. 고원길은 '주신교'를 지나 좌측 소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주신교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
와룡암(臥龍庵)은 꿈틀거리는 용이 엎드려 있는 형상이라는 '주자천'변 와룡암(臥龍岩) 반석 위에 자리잡고 있다
명도봉(明道峰, 863m)
명덕봉(明德峰, 790.7m)
주신교를 통과한 주자천은 5백여 미터를 이어간 뒤 '성암교' 앞에서 명덕봉과 성치산 사이의 용덕리에서 흘러오는 '용덕천'과 합류하여 우측 '성암마을' 앞으로 휘어져 내려가다 '용담호'에 유입된다
하얀눈과 푸른 소나무는 언제 봐도 궁합이 잘 맞는 조합이다
금평마을 입구 소나무 숲
'금평마을' 안내 표지판
흐미~~! 어쩔꺼나~. 안그래도 일행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아 마음이 조급한데 소나무 숲을 지나자 또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몽환적인 비경이 펼쳐진다
신양리 '금평마을'로 들어가는 길
눈 덮힌 조용한 시골 풍경이 어릴적 내가 살던 고향 마을에 와 있는 듯 정겹다
‘금평(金坪)마을’은 신양리(新陽里)를 구성하는 4개 행정부락(광석·성암·금평·봉소) 중 으뜸마을로 주자천을 따라 형성된 들판 가운데에 있으며 10구간의 시점인 주천면사무소에서 1.8km쯤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다.
옛날부터 '물에 뗏목을 띄워 놓은 형국의 피난처'라고 전해 내려온 금평마을은 떼 벌(筏), 못 담(潭) 字를 사용하여 '벌담(筏潭)'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금평마을 고샅길
금평마을 버스정류장과 '금성교(金星橋)'
금성교(金星橋)
금성교는 금평(金坪)마을과 상성암(上星岩)마을을 연결해 주는 다리다
성암(星岩)마을은 성치산(671.1m)이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의 서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다.
금성교 다리 위에서 보는 주자천.
'성암(星岩)마을'은 날망(언덕)에 있다 하여 '날망뜸'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성암(星岩)이란 마을이름은 마을앞 주자천에 있는 바위에 성촌명명지기(星村命名之基, 성촌이라 명명한 터), 성촌장구지소(星村仗屨之所, 성촌이 머물렀던 곳)라는 각자(刻字)가 있는데 여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고 한다.
(성촌(星村)은 이웃 금평마을에 살았던 송일량(宋一樑)의 호)
십일거사기념비(十一居士紀念碑)
무엇을 기념하기 위해 이 비(碑)를 세웠을까?
이 비(碑)를 세운 사유가 궁금하여 집에 돌아와 검색해 보니 이 비(碑)는 이 지방 성암, 금평마을에 살던 11명의 인사들이 계(稧)를 맺고 이를 기념하여 세운 비(碑)라고 한다(출처 : 진안문화원)
비명(碑名)에 비해 비(碑)를 세운 동기는 다소 허망하다.^^
성암마을 앞 정자
'상성암마을'에서 '하성암마을'로 이동하면서 보는 주자천 건너편 풍경
이제 명도봉(868.9m) 주변의 운무가 걷혀 산세가 뚜렷하다
자세히 보니 명도봉 뒤쪽 능선 너머로 진안의 명산이며 블랙야크 100대 명산에 포함된 '구봉산(1,002m)'도 희미하게나마 그 형체를 보여주고 있다
진안군에는 우리나라 100대 명산(블랙야크)에 포함된 산이 마이산(687.4m), 운장산(1,125.7m), 구봉산(1,002m) 세 개나 있다
구봉산에 올라 용담호를 바라볼 때만 해도 7년 후 내가 용담호 수변길을 걸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시야를 조금 우측으로 돌리면 운일암반일암 계곡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명도봉(좌)과 명덕봉(우)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지나온 '금평마을'. 마을 뒤로 높이 솟아 있는 산은 주천면 용덕리에 위치한 '성치산'일 것이다
저곳은 신선들이 산다는 선계(仙界)인가?
하성암(下星岩)마을
성암마을은 농로를 따라 5백여 미터를 사이에 두고 상성암(上星岩)과 하성암(下星岩)마을로 나뉜다
'하성암마을'을 지나 벚꽃나무 가로수가 있는 수변길(面道)을 따라 약 5분 정도 걸으니 '진안군 주천하수처리장'이 나온다
'주천하수처리장'을 지나면서 고원길 오른쪽으로 흐르던 '주자천'은 '용담호'로 유입되면서 소멸한다. 지금부터는 '용담호 권역'이다
가로수 사이로 운무가 휘감고 있는 '명도봉'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
다시 운뭉에 휩싸이는 명도봉(좌)과 명덕봉(우)......멋지다!
(10:13) 오르내림도 없는 평탄한 길을 탐방을 시작한지 1시간이 지났는데도 겨우 2.9km 걸었다. 보이는 이곳저곳을 다 참견하며 혼자 걷다보니 걷는 속도가 갈수록 느려진다.ㅠ
용담호가 만수위가 되면 이곳까지 물이 찰텐데 지금은 메마른 허허벌판이다
신광석(新廣石)마을
용담호 건너편으로 '(신)광석마을이 희미하게 보인다.
광석마을은 원래 봉소동 동쪽에 있는 마을로 뒷쪽에는 넓은 바위가 깔려 있고 앞쪽에는 넓은 들이 있었는데, 마을이 용담댐 건설로 수몰되자 이주민들 중 일부가 봉소 남동쪽 지금의 자리에 새로 조성한 마을이 '(신)광석마을'이라 한다
'옛광석' 고원길 인증 지점
주변에 묘지만 보이고 마을의 흔적이 없는걸 보면 여기서 보이는 앞쪽 용담호 안에 옛날 '광석마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물 빠진 용담호. 용담댐 건설 전에는 앞으로 펼쳐진 용담호 안에 '광석마을'이 자리잡고 있었으리라
'옛광석' 인증지점을 지나 3~4분 걸으니 길가에 그럴듯하게 잘 지어 놓은 제각?이 서 있다. 하지만 그 흔한 편액 하나 달려 있지 않아 어느 문중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름 없는 제각에서 3~4백 미터를 걸으니 고원길은 갑자기 좌측에 있는 산길로 안내한다. 탁조봉 고개 입구이다
아마도 용담호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산 봉우리가 너무 비탈진 탓에 고원길을 뚫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용담댐이 건설되기 이전에는 물에 잠겨 있는 곳에 옛길이 있었을 것이고...
고원길에서 벗어나 몇 발짝 더 들어서니 비로소 온전히 물이 찬 용담호가 시원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다리는 주천면과 용담면을 이어주는 군도(郡道)인 주용로(朱龍路)의 '와룡교'이다
탁조봉 고개로 올라서며 뒤돌아 본 용담호
용담호를 뒤로 하고 고원길 10구간 탐방에서 처음으로 산길로 들어선다.
'탁조봉 고개'로 올라서는 길이다
탁조봉 고개 오르다 뒤돌아 본 풍경
방향으로 봐서 가운데 희미하게 보이는 능선이 '구봉산'능선이 아닐까 짐작해 보지만 정확하지 않다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있으나 앉아서 쉬어갈 만큼 고개가 길지는 않다
다행히 몇 일전 내린 눈이 녹아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도 오르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다
탁조봉 고개에 올라서자 오랜만에 일행들의 뒷 모습이 보인다. 와룡암에서 혼자 된 후로 처음으로 일행과 함께한다.^^
(10:50) 탁조봉 고개 삼거리. 탐방 시작 후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탁조봉 고개를 넘어서면 행정구역도 '주천면 신양리'에서 '용담면 와룡리'로 바뀌게 된다
이정표에 삼거리에서 7백 미터 거리에 있다는 '천태산' 오르는 길은 등산로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은 아닌 듯 싶다. 천태산 오르는 길은 주봉인 '성치산'에 오르는 등산로 중 하나인 듯.
탁조봉 삼거리에서 와룡마을까지는 일행과 함께...
겨울 산길을 걸을 땐 조심 또 조심...
(10:09) 5.3km 지점 통과. 이제 겨우 전체 구간의 1/3을 걸었다
탁조봉 고갯길은 오르는 길에 비해 내리는 길은 더 완만하다
(11:17) 탁조봉 고개 산길로 들어선지 35분만에 산길을 빠져나와 2차선 도로인 '와룡길'을 따라 오른쪽 방향으로 이어간다
왼쪽 방향으로 진행하면 '와룡마을'과 '진안국제캠핑장'이 있다
'성치산' 등산 안내도. 조금전에 탁조봉 고개 삼거리 이정표에서 보았던 '천태산'은 성치산 능선상의 한 봉우리인 모양이다. 네이버 지도에도 '천태산'이 보이지 않는걸 보면 이곳 현지민들만 알고 있는 산인 듯.
가운데 멀리 우뚝 솟아 있는 산이 '천태산'인가? 왼쪽에 뾰쪽하게 보이는 봉우리는 '탁조봉'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만그만한 산들이 가까이 모여 있어 정확하게는 모르겠고 지도를 보며 어림잡아 짐작만 해 본다. 틀린다 해서 뭐랄 사람도 없고...^^
진행 방향으로 뾰쪽하게 솟아 있는 산은 누가 뭐래도 용담면 송풍리의 '봉화산(670.6m)'일 것이다
와룡길을 따라 2~3백 미터 걸으니 삼거리가 나오고 고원길은 삼거리에서 군도(郡道)인 주용로(朱龍路)를 만나 좌측 방향으로 이어진다.
삼거리에는 버스정류장과 건너편에 '리용미술관'이라 쓰인 건물이 보인다
주용로(朱龍路)
'주용로'는 주천면과 용담면을 연결하는 도로라는 의미일 것이다
와룡마을 버스정류장
리용미술관
(11:23) 진행 방향의 '신정교' 교각 아래 모여 있는 일행들의 모습이 보인다.
첫댓글 수려한 풍경사진과 해박한 설명들... 잘보고 갑니다... 사진 감사드리고요~^^.
항상 감사합니다
상세한 해설과 멋진 풍광 감사드립니다
와~~
대단하세요
덕분에 추억속으로 빠져듭니다
저는 제가 제일 꼴찌 출발인줄 알았는데...
맨두 후미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느라고 와룡암을 대충보았지요
내부까지 상세하게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