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일: 요트 1차목적지 도착-완전 관해 판정
2013년 11월 8일 금요일. 기온이 뚝 떨어짐 4-14도
체중: 64.60㎏
진료실에 들어서는 나를 보고 주치의 이종석교수가 반가이 먼저 인사했다. 표정이 밝았다.
"조계환님이시죠. 많이 좋아졌습니다. 유지 치료를 해도 되겠습니다."
그저께 찍은 펫 사진과 항암 시작시의 펫 사진을 찾아 보여준다. 모니터 앞에 코끝이 닿도록 다가앉았다. 아내도 길게 목을 뺀다. 목 주위에 포도송이처럼 흑점을 그려 놓은 5-6개의 멍울, 가슴부위에 단추 같이 박혀있는 하나의 점, 두 개의 콩팥 중 왼쪽 콩팥을 거의 가린, 떡 절편처럼 네모나게 생긴 큰 덩어리가 시작할 때의 사진이다. 그것이 지우개로 지운 듯이 싹없어졌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완전 관햅니까?"
"네, 완전 관해로 보입니다."
아내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완전 관해라 해도 여포성은 근치가 어렵기 때문에 오늘 표적치료제 주사 맞으시고 내년 1월에, 그러니까 두달 간격으로 주사를 맞도록 할 겁니다. 식사나 운동, 치료 받을 때처럼 관리 잘 하시고."
주치의는 보험기간이 2년이니까 그 기간 중 비싼 리툭시 맵을 맞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리툭시 맵은 삼백만원씩 하는 고가약이라는데 어느 말씀이라고 감히 거역하겠는가.
완치가 어렵니 어쩌구 해도 완전관해란 말은 희망이 보인다는 뜻이다. 삼국지 여포가 끝내 목매 자살 하듯 항암제의 공격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그 놈의 사체가 소변으로 모두 배출되고 내 몸에는 살아 있는 놈이 없다는 말이겠지. 으스스했던 대기가 따뜻한 기온으로 바뀌었다. 혈관이 따뜻해진다. 164일을 대양을 항해한 요트가 1차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다시 출항하기 위해 정비를 해야 한다. 즉 유지치료다.
항암치료는 네 가지 주사약을 썼고 유지치료는 한 가지 주사약이다. 유지치료용 맙테라(리툭시 맵)는 항암에 들어간 용량과 같다. 그런데 6차 항암에서 세 시간 반 걸렸는데 오늘 유지치료는 네시간 걸렸다. 오후에 바쁜 스케쥴 때문에 안절부절 간호사를 재촉한 결과가 그 정도다. 어떻든 오늘은 해피데이다.
오후에는 기운이 펄펄한 내가 아들의 병원으로 차를 운전해 갔다. 네 시까지 도착해야 했다. 항암주사를 맞은 아들은 베란다의 빨래처럼 축 늘어졌다. 빨리 기운을 차려야지, 말은 못하고 마음으로만 응원한다. 온탕 냉탕이 공존하는 우리 집이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의 입맛을 살릴까 싶어 청계산 느티나무 밑의 곤드레 집에 들렸다. 그런데 주인공인 아들은 한 수저 들고는 숟갈을 놓아 버린다. 여기저기 다녀 본 곤드레밥 집 중 제일 내 입에 맞는 집인데 말이다. 특히 비벼 먹도록 내 놓는 강된장이나 두부조림이 맛있다. 아들의 남은 밥을 포장해 달라는 아내의 표정이 어두웠다.
나의컨디션: 워킹 하지않음, 근력운동 하지 않음. 반신욕 20분.
사우나 5분. 냉탕3분, 기력 82%
수면시간 10시30분 취침, 6시 기상(11시30분, 3시,5시 3번 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