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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수능 연습 ❷ 극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극적 상황] 왱손이가 거지들과 함께 사는 뜸막에 한 나그네가 찾아든다. 하룻밤을 같이 지내면서 나그네는 왱손이와 늙은 거지를 통해 그 뜸막의 원래 주인이었던 송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S# 81. 눈에 덮인 고갯길 (황혼)
(나그네, 고갯마루에 서서 저 아래 눈 속에 묻힌 뜸막을 바라보고 섰다.)
나그네(E.*): 아버지의 뼈가 묻혀 있고 어머니가 떠나고 제가 태어난 이곳에서 저도 아버지처럼 살구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 저절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DIS.*)
S# 82. 가마 (현재) (밤)
(조용히 말문을 닫는 나그네.)
왱손이: (차분히) 자네 아버님의 혼이 자네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일세. 아마 그게 또 사람의 본시부터 타고난 길인지 모르네만…….
나그네: 영감님을 여기서 만나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왱손이: 암! 그렇고말고. 더욱이 자네 아버님의 죽음을 보게 된 나로선 그분을 잊을래야 잊을 수 없고. 따라서 여기서 떠날래야 떠날 수도 없었다네. 나에겐 그만큼 사무친 것이지. 자네 아버지의 죽음이…….
나그네: 네. 내일은 꼭 아버지 뼈가 묻힌 데를 찾구 싶습니다.
왱손이: 음……. (가만히 그를 보더니) 찾아갈 필요도 없다네…….
나그네: (자못 놀란다.) 네? 무슨 말씀입니까?
왱손이: 내 그 사연을 자네에게 얘기하지…….
나그네: ……. (본다.)
왱손이: 자네가 아버지를 마지막 봤을 때 실은 그분은 아직 돌아가시진 않았었지…….
나그네: 네?
왱손이: 자네 어머니가 떠난 다음 날이었다네……. (DIS.)
S# 83. 작업장 (회상) (낮)
(물레를 돌리는 송 영감. 전*을 잡은 손길이 후들후들 떨린다. 간신히 의자에 의지해 작업하고 있는 송 영감.)
왱손이(E.): 그분은 그때 자네의 양육 문제와 겨우살이 때문에 마지막으로 한 가마 독을 굽지 않을 수 없었다네. 그래서 독 짓기에 온갖 힘을 기울이셨지. 그건 몹시 고달프고 초조한 작업이었다오…….
S# 84. 건조장 (낮)
(송 영감, 비틀거리며 온다. 그리고 쭉 늘어선 독들을 초조하게 운반하기 시작한다. 금시 비지땀이 솟은 송 영감. 왱손이, 안타깝기만 하다. 같이 독을 운반한다.)
왱손이(E.): 그러나 송 영감이 그렇게 일을 서둔 건 단지 언제 다시 눈이 쏟아질지 모르는 겨울 날씨나 몸이 불편했기 때문에만은 아니었다네. 오히려 도망간 제자 놈이 만든 독하고 자기 독을 겨누어 보자는 그야말로 호주다운 기백 탓이었다네…….
S# 85. 가마 안 (낮)
(영감, 왱손이에게 가마 속의 독을 자기 것과 제자 것을 따로따로 놓게 한다. 거칠게 숨을 들이쉬는 송 영감. 가름된 독과 독들의 즐비.)
늙은 거지(E.): 결국 송 영감은 채 마르지 않았던 자기 독을 그놈 것과 따로따로 가마 속에 넣게 했다네.
(아궁이에 나뭇단을 넣는 송 영감, 불길을 살핀다. 초췌한 빛이 역력한 그의 얼굴. 비틀거리며 곁 창에도 나무를 넣는다. 연돌 불꽃과 함께 충천하는 연기.)
늙은 거지(E.): 그러고부터 나흘 낮밤을 꼬박 가마에 매달렸지. 그건 정말 무서운 집념과 기백이었네. 그런데 마지막 나흘째 되는 날 밤이었다네…….
(눈부신 불길. 송 영감이 그만 쓰러지고 만다.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때였다.)
(E.) 뚜왕!
(소스라쳐 눈을 뜨는 송 영감.)
(E.) (연이어) 뚜왕! 뚜왕!
<중략>
(E.) 뚜왕! 뚜왕!
(독은 계속 터진다.)
왱손이: 기어이 마르지 않았던 송 영감의 독이 무참히 터지고 만 것일세……. (DIS.)
S# 86. 뜸막 안 (저녁)
(죽은 듯 눈 감고 누운 송 영감. 그의 앞에 방물장수가 서 있다. 송 영감 눈이 뜨인다.)
송 영감: (한참 동안 천정을 보다가) 아주머니! 우리 돌일 부탁하겠수…….
방물장수: (반가워) 잘 생각하셨죠. 아, 그 댁이야!
송 영감: 어서 애나 불러다 주시오…….
방물장수: (끄덕이며) 네, 그러지요……. (뒤돌아서려다가) 애들이라 영감님이 죽었다고 해야 할 거요…….
송 영감: ……. (묵묵부답.)
방물장수: 그러니까 죽은 척하고 눈을 꼭 감구 계슈. (안됐다는 듯) 아이구! 쯧쯧!
- 황순원 원작, 신봉승·여수중 각색, ‘독 짓는 늙은이’
*E.: ‘Effect’의 약자. 효과음.
*DIS.: ‘Dissolve’의 약자. 앞 화면이 사라짐과 동시에 다른 화면이 서서히 나타나게 하는 영화 기법.
*전: 물건의 위쪽 가장자리가 조금 넓적하게 된 부분.
01 윗글의 장면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S# 81의 등장인물은 혼잣말로 해당 공간으로 돌아온 이유를 말하고 있다.
② S# 82의 등장인물은 방문자에게 어떤 인물의 삶의 내력을 들려주려 하고 있다.
③ S# 83에서는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대사를 통해 등장인물의 회상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④ S# 84에서는 현재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등장인물의 변명을 통해 갈등 발생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⑤ S# 86에서 등장인물이 자식을 부탁하게 되는 이유는 S# 85에서 발생한 상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02 ‘송 영감의 죽음’을 중심으로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그네는 어린 시절 ‘송 영감의 죽음’을 사실로 믿고 집을 떠나게 된다.
② 왱손이는 ‘송 영감의 죽음’에 영향을 받아 뜸막을 지키며 살아가게 된다.
③ 나그네는 ‘송 영감의 죽음’이 발생한 것이 자신의 행동 때문이라고 자책한다.
④ 스승과 제자의 독을 한 가마에 넣은 사건이 ‘송 영감의 죽음’의 한 원인이 된다.
⑤ 방물장수는 떠나는 아이를 위해 송 영감에게 ‘송 영감의 죽음’을 가장하자고 한다.
03 <보기>를 S# 85로 각색했을 때, 고려했을 사항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송 영감은 처음에 벌떡 반쯤 일어나다가 도로 주저앉으며 이상스레 빛나는 눈을 한곳에 머물린 채 귀를 기울였다. 송 영감은 가마에 넣은 독의 위치로, 지금 것은 자기가 지은 독, 지금 것도 자기가 지은 독, 하고 있었다. 이렇게 튀는 것은 거의 송 영감의 것뿐이었다. 그리고 송 영감은 또 그 튀는 소리로 해서 그것이 자기가 앓다가 일어나 처음에 지은 몇 개의 독만이 튀지 않고 남은 것을 알며, 왱손이의 거치적거린다고 거지들을 꾸짖는 소리를 멀리 들으면서 어둠 속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 황순원, ‘독 짓는 늙은이’
① 다양한 소품을 활용하여 주인공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전달한다.
②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주인공에게 일어날 일을 미리 말하게 한다.
③ 인물 간의 대화를 추가하여 주인공과 다른 인물 간의 갈등을 구체화한다.
④ 문제 상황에 변화를 주어 주인공에게 발생한 사건의 결과를 바꾸어 본다.
⑤ 장면에 어울리는 효과음을 삽입하여 주인공이 느끼는 긴장감을 실감 나게 제시한다.
도움자료
[2015 EBS 수능특강 A]
수능 연습 ❷ 극
01 ④ 02 ③ 03 ⑤
황순원 원작, 신봉승·여수중 각색, ‘독 짓는 늙은이’
해제 이 작품은 독 짓는 일에 일생을 바친 한 노인의 집념과 좌절을 통해 세계와 치열하게 대결한 한 인간의 비극적인 결말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줄거리는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감독은 단편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작과 달리 송 영감의 시선 외에 다른 등장인물의 시선을 통한 서술을 추가하였다.
주제 독 짓는 한 노인의 집념과 좌절
전체 줄거리 독 짓는 일을 하는 송 영감은 눈밭에 쓰러져 있던 젊은 여인인 옥수를 구해 준다. 이후 그들은 부부가 되는데, 그들의 아들이 일곱 살 되던 해 그동안 옥수를 찾아 헤매던 옛 애인인 석현이 찾아온다. 석현은 다시는 옥수와 헤어지지 않기 위해 송 영감 밑에서 독 짓는 일을 거든다. 결국 석현과 옥수는 야반도주를 하고 그때부터 송 영감의 삶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애써 지은 독은 깨져 버리고 병든 송 영감은 어린 아들을 양자로 보내게 된다. 송 영감은 비탄 속에 죽음을 맞이하고 세월이 흐른 뒤 장성한 아들이 송 영감의 가마를 다시 찾아온다. 그리고 그는 참회하기 위해 그 곳에 와 있던 어머니와 극적으로 상봉한다.
01 서사 구조에 대한 이해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실마리 현재 벌어지는 상황, 변명
왱손이에 의해 진술되고 있는 내용은 과거에 있었던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또한 왱손이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담담히 설명하고 있을 뿐 변명하고 있지도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실마리 혼잣말, 이유
나그네는 대화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뜸막을 바라보며 ‘저도 아버지처럼 살구 싶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② 실마리 어떤 인물의 삶의 내력
‘내 그 사연을 자네에게 얘기하지…….’에서 알 수 있듯이 왱손이는 나그네에게 송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고 있다.
③ 실마리 과거의 모습, 현재의 대사
송 영감이 죽기 전에 독을 짓는 모습은 과거 장면에 해당하고, 이 를 회상하는 왱손이의 대사는 현재 상황에서 말하는 대사에 해당 한다.
⑤ 실마리 자식을 부탁하게 되는 이유
독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한 후 송 영감은 방물장수에게 아들의 입양 문제를 부탁하고 있다.
02 작품의 내용 파악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③ 실마리 자책
‘송 영감의 죽음’은 아내와 제자의 배신과 관련 있으며, 송 영감의 아들인 나그네는 양자로 갈 무렵 죽은 척한 송 영감으로 인해 아버지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따라서 ‘송 영감의 죽음’이 발생한 것이 자신의 행동 때문이라고 자책한다는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실마리 사실로 믿고
‘자네가 아버지를 마지막 봤을 때 실은 그분은 아직 돌아가시진 않았었지…….’에서 알 수 있듯이 나그네는 양자가 되기 위해 집을 떠날 무렵 죽은 척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떠났다.
② 실마리 뜸막을 지키며
‘자네 아버님의 죽음을 보게 된 나로선 ~ 여기서 떠날래야 떠날 수도 없었다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④ 실마리 독을 한 가마에
‘송 영감이 그렇게 일을 서둔 건 ~ 오히려 도망간 제자 놈이 만든 독하고 자기 독을 겨누어 보자는’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⑤ 실마리 가장하자고
‘애들이라 영감님이 죽었다고 해야 할 거요…….’에서 확인할 수 있다.
03 원작의 일부 각색, 재구성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⑤ 실마리 효과음, 긴장감
‘뚜왕!’, ‘소스라쳐 눈을 뜨는 송 영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자신의 독이 터지는 것에 대한 송 영감의 긴장감을 효과음의 반복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실마리 생동감 넘치는 모습
‘초췌한 빛이 역력한 그의 얼굴.’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 적절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② 실마리 일어날 일
<보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송 영감, 왱손이, 거지들이어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왱손이나 늙은 거지는 당시 발생한 일을 대신 들려주는 역할을 할 뿐이지 송 영감에게 발생할 일을 예고하지는 않는다.
③ 실마리 주인공과 다른 인물 간의 갈등
나그네에게 당시 상황을 들려주는 늙은 거지와 왱손이의 대사가 나타나 있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주인공과 다른 인물 간의 갈등을 구체화하고 있지는 않다.
④ 실마리 사건의 결과를 바꾸어
이 글과 <보기> 모두 송 영감이 지은 독만 불길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고 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