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모인 우리, 더 얘기해보자!
3시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 보아 경수가 도서관 1층으로 모였습니다. 둥근 탁자에 둘러앉아 이번 활동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동물, 찾아보고 싶은 동물을 찾아보았습니다.
<야생동물 흔적도감>을 가져와 어떤 동물을 찾아볼 수 있을까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찾아본 것은 ‘두더지’였습니다. 보아 경수 모두 동네에서 두더지를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두더지가 땅을 파면서 이동할 때의 흔적, 배설물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어디를 가면 야생동물들을 많이 볼 수 있을까?” “직접 본 경험도 좋고,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제보도 좋으니까 우리가 찾아갈 만한 곳이 있을까?”
저보다 보아 경수가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장소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야생동물을 찾을 만한 곳이라곤 시루봉 밖에 몰랐습니다.
“시루봉에는 별로 없을 것 같고, 우리 휴양림 가봐요!” 보아가 제안해주었습니다. 경수까지 동의한 뒤, 태백고원자연휴양림으로 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 책을 대출할 수 있을까?” 흔적을 한 번에 알아보기엔 문헌 연구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책을 들고 나가서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도서관에 대해서 잘 아는 보아가 보아의 이름으로 대출해주었습니다.
도서관을 나서며 경수 보아가 한 목소리로 “선생님, 반대편에서 버스 타야지 가요!” 알려주었습니다. 마을의 주인으로서 잘 안내해주고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휴양림, 숲으로 가는 길
버스를 타고 15분쯤 이동하여 휴양림 정류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헤메이고 있는 저에게 경수가 말해주었습니다. “선생님, 저 이쪽에 살고, 여기 와봤어요.” 경수에게 길 안내 부탁했습니다. 경수가 앞장서서 태백고원자연휴양림으로 이끌어줬습니다.
“여기서부터 흔적을 찾아볼까요?” 경수 보아가 제안해주었습니다. 들어가는 길에서 흔적을 찾아보려 땅을 훑어보고, 배설물부터 발자국까지 고루 살펴보며 걸었습니다. 아이들이 길을 자세히 보고, 흔적들을 찾으며 이동합니다.
이동하면서도 이웃 주민들과 마주치면 인사합니다. 반갑게 인사해주시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물어봐주셨습니다.
“야생동물 흔적을 찾으면서 다니고 있어요.” 경수가 한 이웃 어른께 설명했습니다. 어른께서는 “야생동물이요? 겨울이라 보기 힘들텐데.... 그래도 얼마전에 ~은 내려온 적 있었지.” 걸음을 옮기시면서 얘기하셔서 자세히 듣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과 동물이 내려오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해보며 다시 걸었습니다.
길을 걸으며 배설물과 발자국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경수는 길 안내인 동시에 사진담당까지 맡아주었습니다. 흔적을 발견하면 대충 찍는 것이 아니라 확대하여 형태와 특징이 잘 보이도록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후에 사전과 자세히 비교해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보아는 주변에 흔적들을 먼저 발견해주었습니다. 대화하면서 걷고 있어도 흔적을 발견하면 “여기 뭐가 있어!”하며 우리를 모아주었습니다. 보아가 먼저 발견하여 크게 외쳐주고, 경수가 자세히 기록 남겨주어서 고마웠습니다. 경수도 발견하면 크게 외쳐주어서 함께 흔적들에 대해 이야기 하며 걸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걸어가며 자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집중하여 흔적을 찾으면서 거닐 때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 바람소리가 오롯이 자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가다가 밤도 주워보았습니다. “밤 껍질을 까면 뭐가 나올까?”, “벌레도 있을 것 같은데?” 밤 하나에도 마음껏 웃을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태백고원자연휴양림 입구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4시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다시 걷는다고 생각했을 때, 돌아가야할 시간이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정류장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정류장에 도착하여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경수가 자세히 남겨준 사진과 보아가 들고 다녀준 책을 꺼내 비교하였습니다. “이거는 생김새 보니까 멧돼지인 것 같은데?”, “이 사전처럼 뭉쳐져 있잖아.” 생김새를 통해 아이들이 어떤 동물이 살고 있을까 추리해봅니다.
물론 잘 모르는 흔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지역 어른 중에 이런 것 잘 아는 어른이 계실까?” 아이들에게 이웃에 야생동물을 잘 아는 전문가가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보아는 어릴 적 멧돼지 고기를 먹게 해준 아저씨가 생각난다고 합니다. “꿀벌이네에서도 꿀벌이니까 잘 알지 않을까요?” 경수가 크리스마스 행사 때, 인사드렸던 꿀벌이네 조다슬 선생님, 이재진 선생님을 말해주었습니다.
버스타고 돌아오는 길
“그 때 청솔모 선생님이 무슨 일 한다하셨던 것 같은데? 왜 청솔모였지?”
“아, 그 태백산에서 일한다고 했던 것 같아요.”
버스를 타고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길, 경수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역에 물어볼 수 있는 어른이 또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활동하면서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보아 경수 모두 배설물과 나무의 색깔이 비슷하여 구별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활동을 진행하며 전문가 분들에게 여쭤보기로 했습니다.
보아는 멧돼지를 잡아준 아저씨를, 경수는 꿀벌이네 이재진 선생님의 번호를 알아오기로 했습니다. 해리포터, 김동찬 선생님께 여쭤보면 다 아신다고 합니다. 번호를 얻을 방법을 바로 떠올린 아이들이 대단합니다.
돌아보며
오늘 활동에서 야생동물들은 찾지 못했습니다. 숲 속 친구들의 흔적은 조금이나마 찾았지만 확실하게 누구인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숲, 자연과 친해지며 집중하는 시간 속에서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오롯이 자연에 집중하며 걸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 이 활동을 구실로 지역의 어른, 이웃, 둘레 사람들에게 여쭤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관계가 생동하면 좋겠습니다. 그저 아이들과 어른들이 사람다움, 어른다움으로 복지를 이룰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