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약사는 영원하리
" 응애 ~~` 응애 ~ 응애 ~ " 엄마 뱃속에서 빠져나와 세상과 처음 접하는 신호음이다. 인간으로 태여남의 고고지성(呱呱之聲)이다. 기쁨의 찬가인가 고행(苦行)의 비명(悲鳴)이련가. 귀소본능(歸巢本能)의 편안하고 아늑한 10개월의 보금자리에 대한 그리움일런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낯설고 물설은 망망대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1968년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라는 명찰을 가슴에 품는다. 1988년에 강동구약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세계인의 축제로 서울올림픽 성화(聖火)가 활활 타오를 때 1988년도에 강동약보가 탄생한다. 어느새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인간 100세의 여정으로 보면 의엿한 30세 청년으로 성장한 것이다. 초중고대학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한 가정의 가장(家長)인 모양새이다. 30년 약사회사(藥師會史)에서 의약분업과 한약사 문제가 약사들에게는 가장 커다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의약분업은 차치하고 일명 한약파동이 약사와 한의사간의 격랑을 초래한다. 약사면허증을 반납하며 각급 약사회장들도 사퇴서를 제출한다. 형식적인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반대를 하며 홀로 저항도 한다. 무책임한 임원들의 보여주기식의 행태는 꼴불견이다. 약국샷다도 전국적으로 내린다. 하루도 못견디고 다시 약국문을 열어야만 하는 나약함을 표출한다.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만이 돌아올뿐이다. 강동구약사회장으로 지방의 약사회원과 청와대를 찾아서 약사들의 뜻을 토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 최회장님 ! 약사들에게 절대로 한약조제자격시험이라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약사님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테니 걱정마시고 돌아가십시오 " 총무수석의 답변이다. 100개의 처방만을 조제할 수 있는 한약조제자격시험이라는 수모를 겪는다. 부모인 약사들의 반대에도 정략적으로 한약사(漢藥師)라는 기형아가 태여난다. 정치인의 얄팍한 입술에서 튀여나오는 사탕발림의 흰소리를 믿은 천진난만한 약사의 몰골도 떠오른다. 약사법(藥事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결단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약사에게도 의약품 조제 판매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2년 정도의 약학대학 교육이나 연수를 이수한 후 의약품조제자격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5~6년 후에는 한약학과 자체를 폐기함을 원칙으로 한다. 약사와 한약사로 구분하는 그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한약이든 양약이든 모두가 의약품일 뿐이다. 한약사를 약사회 회원으로 통합하는 큰 틀도 구성해야겠다. 대한약사회 내부의 모습은 어떠한가. 각 약학대학 동문들간의 패싸움이 암암리에 약사회를 어지럽히는 꼴불견도 지속되고 있다. 선약사(先藥師)후동문(後同門)이라는 주장이 오죽하면 입에 오르내렸을까. 선약사후동문이 아닌 선약사후약사(先藥師後藥師)가 진정한 약사를 위한 구호일텐데도 말이다. 대약회장과 지부장 선출은 몇몇 대의원들 손아귀에 좌지우지하던 시절이다. 직선제로 바뀐 오늘의 약사회 민낮은 어떠한가. 너와 나를 떠나 약사들 모두가 깊이 뉘우치고 반성을 해야 할 때가 언제이려나. 더구나 6년제까지 돌출된 오늘의 약사들의 미래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며 암울한 현실이다. 일주일에 48시간만 근무를 부르짖는 노동계와 달리 약사는 예외로만 볼 것은 아니다. 하루 평균 열두시간 홀로 약국을 지켜야만 한다. 좁은 공간에서 한숨어린 약사들이 70% 이상을 넘나드는 상황일테다. 병의원 처방건수는 약국당 어떠한가. 하루 80건 이하인 약국들도 부지기수일테다.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약사는 어느 쪽에 속할까. 블루화이(Bluwhi)라는 표현이 적당하지 않는가. 년매출과 조제건수가 평균의 50%도 않되는 약국에게는 획기적인 보상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최저생계비와 취약계층에 지원을 하듯이 말이다. 일반의약품 몇십 품목은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구입 가능한 오늘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정한 일반의약품은 약사들의 임의조제도 고려해볼 사안이 아닌가. 국민의 건강과 편의를 도모하는 측면에서도 추진해 봄이 어떨까. " 아빠 ! 아들이 의사인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나요 " " 아버님 ! 어느 편이세요 ? " 대학병원 교수인 며늘아기의 차분하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귓전을 흔드는 느낌이다. 태여날 때부터 의사 약사의 면허를 받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칠십대 후반인 노객(老客)으로 약사 여러분의 선배로서 한 마디 하련다. 그대들의 선배들이 보여준 나약한 모습의 전철(前轍)은 거두어 주기를 당부한다. 약사(弱士)가 아닌 진정한 약사(藥師)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 약사(藥師)라는 명찰은 영원히 그대들의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운명(運命)이 아니던가. 강동약보의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창간호에 자그마한 돌 하나를 얹은 약사 선배로서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부모의 슬하가 아닌 강동구 약사회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과 애착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음에 말이다.
2018년 10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