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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선감스님이 대중에게 열어 보이셨다
"여러분,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슨 일이 있습니까?
당나귀 입술과 말의 주둥이를 제멋대로 놀리지 마십시오.
이 덕산 노인네한테 물으려 합니까?
나는 결코 그대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도대체 여러분들은 무슨 의심하고 염려할 것이 있습니까?
요즘 이 말법 시대에는 귀신들이 많아서
무리를 지어 선원마다 들러서는 '내가 선사다'라고
떠벌리고 다닙니다.
도대체 얼마나 선도를 알았다는 것입니까?
이 늙은이에게 말해 보십시오.
그대들은 제방의 대머리 중들이 그대들에게
닦아서 부처님이 되게 해주겠다고 하면,
그런 선원마다 다니면서 도대체 몇명이나 부처가 되었습니까?
그대들이 만약 배울 것이 없으면 또 무엇하러 찾아다닙니까?
만일 배운 것이 있다면
그대들이 배워서 알아낸 것을 가지고
이 늙은이에게 드러내어 보십시오.
한마디라도 딱 맞지 않는다면
반드시 통열하게 두드려 맞아야 할 것입니다.
그대들이 저 제방의 늙어빠진 마귀 중들에게 붙들려
'나는 수행인이다'하고 말하면서
억지로 용모를 꾸미고 차림새를 짓는 것이
흡사 도를 얻은 사람의 얼굴과 같은 표정입니다. 그려.
제멋대로 마음을 쓰지 마십시오.
수많은 세월동안
수많은 생애를 지나면서
수없이 삼계를 윤회하는 것은
모두가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마음이 생겨나면
가지가지의 법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만일 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나고죽는 바다에서 벗어나
생사를 윤회하는 고통에 얽매이지 않을 것입니다.
걷고 싶으면 걷고,
앉고 싶으면 앉을 것이지
다시 무슨 할 일이 있겠습니까?
여러분,
내가 그대 여러분들을 보니
곳곳에서 발심하여
늙어빠진 중들의 문하로 가서 불법을 배우면서
업을 짊어지고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으니,
여러분들의 눈에는 못이 박혀버리고
여러분들의 생명의 뿌리가 끊겨버리는 것이
마치 오백명의 음녀들과 비슷합니다.
'내가 왕의 덕화로 법의 깃대를 세움은
후인을 위하여 안목을 열기 위함이다'라고 말하는데,
자신을 구하기는 했습니까?
여러분,
이와같이 수행했다고 말한다면,
그대들이 '석가모니 부처님이 삼 아승기겁이 지나도록 수행하셨다'
함을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지금 어디 계십니까?
80년만에 돌아가심이 그대들과 더불어 무엇이 다릅니까?
여러분,
제멋대로 날뛰지 마십시오,
그대들에게 권합니다.
쉬고 쉬는 것과 일 없는 것 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대들이 잠시라도 한 생각을 일으키면
곧 마라의 권속이 되며 파계한 세속인이 됩니다.
그대들이 세속을 벗어나 덕산을 보러 와서는
열명씩 다섯명씩 떼를 지어 머리를 맞대고 질문을 하기에,
가르쳐 주고서 기다려 봤더니 입을 다물고 말이 없으니
그대들은 도적떼의 졸개들일 뿐입니다.
지금은 어째서 묻지 않습니까?
낡은 포대속의 송곳이 머리를 내밀지 않을 때가 뛰어난 자입니다.
나는 그대들에게 실제를 물으려는 것이니 착각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분주하게 각 선원을 돌아다니면서
'나는 선을 알고 도를 알았다' 고 말하면서
가슴을 치고 뽐내고 스스로 자랑합니다.
이러한 것을 모조리 다 토해버려야
비로소 일 없음이 될 것입니다.
그대들이 다만
바깥으로 소리와 모양에 집착하지 않고,
안으로는 주객의 지해가 없어 범과 성이 없음을 체득하면
다시 배울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 若見 諸相非相 卽見如來 >
설사 온갖 현묘한 뜻을 배웠다 한들 오직
부스럼이나 혹을 떼어먹는 귀신일 뿐이요,
모조리 요괴나 도깨비일 뿐입니다.
나의 '이것'은 허공과 같으니,
있다고 말하지만 또한 있는 것이 아니요,
없다고 말하지만 또한 없는 것이 아니며,
평범하다고 말하지만 평범한 것이 아니요,
성스럽다고 말하지만 성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일체 어디에도 안착하지 않으면
그대들이 만법과 더불어 스승이 될 것이니
이 늙은이도 감히 비방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늙은 오랑캐가
허다한 방편의 콧물과 침을 토해내어
그대들로 하여금 일 없게 하셨으니,
바깥을 향하여 구하지 마십시오.
그대들이 다시 동의하지 않고, 멋들어진 말귀들이나 모아서
마음속에다 쌓아두고는 교묘하고 번드르르하게 말을 하고
세치 혀로 말재주를 부린다든지, 가사를 폼이 나게 걸쳐서는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나는 선사다' 하고
자신을 드러낼 곳을 찾아보려고 한다든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이와같은 견해를 짓는다면,
이러한 귀신같은 놈들의 볼기를 쳐서
혀를 뽑는 지옥에 던져버릴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곳곳마다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내가 바로 조사의 맥을 이은 사람이다' 하고 말하면서,
본분의 일에 관한 질문을 받기라도 하면
입을 나무빗장처럼 닫고 있다가
문득 그들에게 보리 . 열반 . 진여 . 해탈 등을 말하여
널리 삼장의 가르침을 인용하면서
'이것이 선이요 이것이 도다' 라고 하면서
저 여염집 사람들을 속이고 있으니
참된 선과 무슨 교섭이 있겠습니까?
우리 시대에 앞선 조사님들을 비방하는 짓입니다.
이 덕산 늙은이의 현처는 그렇지 않으니,
'여기'는 부처님도 없고 법도 없습니다.
달마대사는 늙어빠지고 누린내 풍기는 오랑캐며
십지보살은 똥이나 푸는 자들입니다.
등각보살과 묘각보살은 계를 범한 범부이며,
보리와 열반은 나귀를 붙들어매는 말뚝입니다.
십이분교는 귀신의 장부요,
종기의 고름을 닦아내는 휴지일뿐입니다.
사과와 삼현과 초심과 십지는 옛 무덤이나 지키는 귀신들일 뿐입니다.
이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나 있겠습니까?
부처님은 늙은 오랑캐의 똥막대기입니다.
여러분,
착각하지 마십시오.
몸에 부스럼과 혹을 뒤집어 쓰고서 무슨 일을 배우겠다는 것입니까
배부르게 밥을 먹고나서 진여와 열반을 말하는데
피부아래 뜨거운 피가 과연 있기라도 합니까?
반드시 대장부라야만 할 것입니다.
그대들은 성인을 사랑하지 마십시오.
삼계, 시방, 세간에서
만일 한 티끌이나 한 법이라도
알만한 것이 있다고 여긴다면
그대들로 하여금 집착하게 하고
분별심을 내게하고
보호하여 유지하게 하고
귀중히 여기게 하여
모두다 하늘의 마와 외도에 떨어뜨릴 것입니다.
이것은 '배워서 알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한다면
또한 풀에 붙어있고 나무에 매달려있는 귀신이나 여우일 뿐입니다.
여러분,
이 늙은 이는
그대 여러분들에게
알고 이해해야 할만한 한 법도 줄 것이 없으며
나 스스로도 선을 알지 못합니다.
이 늙은이는 또한 선지식도 아니니,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고
그저 똥 누고 오줌 싸고 밥이나 빌어먹고
옷이나 구걸해 입는 것 뿐이니
다시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이 늙은 덕산이 그대들에게 권하는 것은
일 없음과 일찌감치 쉬어버림 만한 것이 없으니
미쳐서 날뛰는 짓을 배우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죽은 송장을 하나씩 지고
아주 기세등등하게 다니면서
곳곳마다 늙어빠진 대머리 중들의 입속을 우러르다가
그들의 콧물과 가래를 즐겨 핥아먹으면서 말합니다.
'나는 삼매에 들었으며 수행을 많이 쌓았고
성스러운 씨앗을 길렀으니 불과를 이루길 바란다.'
이러한 무리들은 이 덕산 늙은이가 보기엔
흡사 심장에 독화살을 맞은 것과 같으며
수놓는 바늘이 눈을 어지럽히는 것과 같아
앞선 조사님들을 저버리고
우리 선종을 연이어 잘못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나는 출가인이다'라고 말하여 시방 상주의 시주물을
녹여 보려하지만 물 조차도 녹여내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저 국왕의 땅위로 다닐만 하다'라고 여기지 마십시오.
부모를 맛있는 음식으로 봉양도 못하면서 어찌 죄가 없다고 하겠습니까?
마음을 잘못 쓰지 마십시오.
염라대왕이 그대들에게 신발값을 묻는 날이 있어
그대들의 콧구멍을 뚫어서 말뚝에다 매어놓고
저 묵은 빚을 받으려 할 때,
이 늙은이가 말해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그대들은 크게 복이 있는 것 같으니,
이 덕산을 만나 세상에서 벗어나게 되었구려.
그대들의 밧줄을 풀어주고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고
등에 실은 짐을 내려서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삼계육도는 그대들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다시 따로 법이 없으며
이것은 허공에 훤히 빛나고 드넓어서
걸림없이 자재로우니
그대들이 장엄을 갖추어서 얻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 1 2 3 4 5 >
부처님과 조사님들이 모두 다 이 법을 전하여
삼계육도에서 벗어나게 하시었습니다.
방대한 경전의 가르침은 다만
가지런히 하고 조리가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대들 지금 여러분들은
다른 곳에서 찾아 구하지 마십시오.
심지어 보잘것 없이 푸른 눈을 가진 오랑캐 스님인
달마대사가 이곳으로 와서
그야말로 그대들에게
오로지 일 없음 만을 가르치셨고,
그대들에게 꾸며서 지어내지 않아야할 것만을 가르치셨습니다.
옷 입고 밥 먹고, 똥 누고 오줌 눌뿐
다시
두려워 할 생사가 없고,
또한 도달할 열반이 없으며,
증득할 보리가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한명의 일 없는 사람일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팔짱을 끼고 선사 흉내를 내며
자신을 드러낼 곳을 찾아
말을 교묘하게 하여 후배들을 속여
마귀의 도에 들어가게 하면서
사람들이 큰 스님이라고 불러주길 바라며
자기의 분상에서 도무지 교섭하지도 못하면서
한갓 심식이나 알아서
기세등등하게 밤낮으로 괴이한 고사나 만들어 내는 것을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은근히 높여서
'내가 바로 강서 마조도일 대사의 종도다'라 하고
뽑내기만 일삼아서는 안됩니다.
이 덕산 늙은이는 더욱이 그대들 여러 사람들이
'내가 보니 석두 큰스님이 좋고 싫음을 알지 못하시더라'
함을 옳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늙은이가 그것을 꾸짖는 것입니다.
여러분,
그대들은 다만
성색, 명언, 구의, 경치, 기관, 도리, 선악,
범성, 취사, 반연, 염정, 명암, 유무 등의
여러 생각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만일 이렇게 알 수 있다면
비로소 일 없는 사람일 것이니,
부처님도 그대들만 못하고 조사님들도 그대들만 못합니다.
여러분,
발바닥이 닳도록 멀리 싸돌아 다니지 마십시오.
별도로 배울만한 참선의 도가 없습니다.
만일 배워서 완성할 것이 있다고 한다면
곧 입으로만 나불대기만 하지 요달하지 못한
외도의 견해일 뿐입니다.
또한 완성할만한 신통변화가 없습니다.
그대가 '신통이 있으면 곧 성인이라' 고 말한다면
여러 하늘의 용신과 오통신선과 외도와 아수라도
또한 신통이 있으니 마땅히 부처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로운 봉우리에서 홀로 잠자며 하루에 한끼만 먹고
오래 앉기만 하고 눕지 않고
하루 종일 예배하고 독경한다고 할지라도
아마 저들은 나고 죽을 것입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행은 항상함이 없으니, 이것은 생겨났다 사라진다.'
만일 삼매에 들어가고 정신을 집중하여 정려에 이르렀다고
말한다면, 니건자 등과 같은 외도의 스승들도 또한
팔만겁의 큰 삼매에 들었으나
부처님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삿된 견해를 가진 요괴들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늙은 오랑캐는 성인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늙은 오랑캐의 똥막대기일 뿐입니다.
먼저 여러분들이 좋고 싫음을 분명하게 밝혀보고자 하나,
인아견에 집착하지만 않으면
모든 성인들의 말뚝과, 보리의 말뚝과
유위해탈과 명언의 현묘한 이치가
그대들을 빠뜨리고 묶어 얽매는 것을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 생각 허망한 마음이 다하지 않으면
곧 생사가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시절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
그럭저럭 헛되이 세월을 보내지말고 시간을 아껴야 합니다.
이 늙은이가 그대들 촌놈들에게 짐을 지우려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긍정한다면 즉시에 확실하게 알아버릴 것이요
만일 긍정하지 못하겠으면 제각기 똥자루나 메고 가십시오.
이 늙은이 역시 그대들을 구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곳의 수많은 늙어빠진 중들이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서는
선을 말하고 도를 말하고 있으니
그대들은 급히 달려가서 배우고 따라하십시오.
하지만
나는 이 세간에서
끝내 여러분들에게 줄만한 법이 하나도 없습니다.
여러분,
묻고 배워서 지해를 삼으려 하지만
이 늙은이는 혀를 뽑아내는 지옥에는 들어가지 않으렵니다.
만일 한 티끌, 한 법이라도
사람들에게 열어보일 것이 있고,
삼계를 벗어나게 해주는 부처님이 있으며
법이 있다고 말한다면
모두 다 여우요 요괴들입니다.
여러분,
알고 싶습니까?
오로지 하나의 허공일 뿐이요,
알아낼 티끌조차 조금도 없습니다.
곳곳마다 맑고 광명이 시원하게 뻗으며
겉과 속이 맑고 투명하여
일 없고 의지할 것이 없고 머무를 곳이 없는데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이 늙은이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저 한명의 늙은 비구일 뿐입니다.
비록 삼계에 태어났으나
때 끼고 물듦이 없으면 되는 것이지
벗어나서 어느 곳으로 가려고 하겠습니까?
설사 갈 곳이 있다 하더라도 또한 새장 속일 뿐이라
도리어 마가 그 틈새를 알아내고야 말 것입니다.
여러분,
몸과 마음을 소유하려 하지 마십시오.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항상
저 나타난 소리와 모양을 소유하려고 하지 않으면 됩니다.
< 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 >
반드시
예전부터 해오던 일을
일시에 다 놓아버리면
즉시 굴레와 족쇄에서 탈출하여
영원히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생각도 나지 않으면
즉각 과거와 미래가 끊어지고
사념이 없게 되어
그대들의 마음을 움직일 하나의 법도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
무엇때문에 입을 열어 놀리려고 합니까?
그대들은 지해가 많으니
어찌 저 면목을 알기나 하겠습니까?
출가한 이들과 십지보살들도 저 종적을 찾아보려고 하였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하늘들이 환희하였고
땅의 신들도 발을 들어 예배하였으며
시방의 모든 부처님들도 찬탄하시고
마왕이 울며 통곡하였습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이 허공은 활발발하여 뿌리가 없고
머물 데도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속에 이르러서 눈만 깜박거리면
즉시 진성과 서로 교섭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
부처를 구하지 마십시오.
부처님은 사람을 죽인 큰 도적입니다.
수많은 사람을 속여서 음란한 마귀의 구멍에다 집어넣었습니다.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구하지 마십시오.
이들은 아주 촌놈들입니다.
한명의 당당한 대장부가 아쉽구나!
저 독약을 마시고서
선사들의 얼굴 모양을 지어보려고 하다가
귀신을 보고나서는 미쳐서 선원마다 돌아다니다가
기와를 깨서 점치는 할머니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는 것도 없는 늙어빠진 대머리 중들을 찾으면
점을 치고서 말하기를
'조사님들의 귀신에게 예를 올리고
부처님 귀신에게 예를 올리고
보리열반 귀신에게 예를 올리라' 고 합니다
어린 창녀가 이러한 줄도 모르고서
곧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하고 물으면
이 늙어빠진 대머리 중이 문득 선상을 치면서
경계를 만들고 불자를 세우면서 말합니다.
'날씨도 좋고 비도 잘 오고 등불도 좋구나!'
그리고 교묘한 말로 억지로 절목을 만들어 내고
현로와 조도와 전수로 학인을 지도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이러한 말을 취한다면
마치 보배그릇을 더러운 곳에 보관하는 것과 같고
냄새나는 똥을 가지고 전단향목이라고 여기는 것과같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저들도 대장부요 나도 또한 그러하니
누구에게 겁을 내겠습니까?
하루 종일 제방의 늙어빠진 대머리 중들의 입만 쫒아다니면서
저들에게 다가가 가래나 침을 받아먹으면서도
참회하거나 부끄러워할 줄 모르니 안타깝고도 안타깝구나!
미쳐 버렸으니 인과가 분명할 것입니다.
수고우가 쟁기와 고무래를 끌면서
눈알이 튀어나오고 기력이 충분하지 못한데도
큰 몽둥이로 등짝을 후려칩니다.
부처님의 옷과 음식을 겁탈하면서
'나는 수행을 한다' 라고 하니
만일 큰 이치를 깨닫지 못하였다면
설사 그대들이 부처님 뱃속에 들어가서 깨어나더라도
한낱 이 한개의 잘 걸어다니는 똥닦이일 뿐입니다.
일찌기 훌륭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서
곧장 육근 문의 그림자를 잘못 알고
입으로 노포를 말하는 것은
숨어있는 말이나 절묘한 글귀라,
광채가 예리하고 새로울 것이나
그대들 주인공과는 어찌 동떨어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이것은 다른 사람의 가래와 침일 뿐입니다.
다시 한 무리가 있어 셋씩 둘씩 머리를 맞대고 상량하기를
'어느 곳이 일 없이 겨울 한철 잘 지내고, 여름 한철 보내기에 좋을까?
선과 도를 마음껏 말하여 알고 이해할 수 있고
의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이와같은 견해를 지어 이익을 찾지만
어찌 이와같은 도리가 있겠습니까?
지옥에 들어갈 날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말해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가는 곳마다 나물은 한 줄기도 골라본 적 없고
한 다발의 땔나무도 해본적 없어
하루 아침에 복이 다하면
그저 풀이나 뜯어 먹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헛되이 단월의 시주물을 소비하고
참학한다고 함부로 말하면서
다시 선사들의 겉모양만을 지으니
남에게도 이익을 주지 못합니다.
자기 스스로의 경계에서는
하루 종일 다니는 곳마다
마음이 항상 사물에 이끌립니다.
그리고서 사람을 만나면 다만 요염하게 보이려고 꼬리를 흔들고
동쪽을 가리키며 서쪽을 말하는데
눈깔과 입가만 봐도 정말이지 진솔한 자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단지 이치에 유사한 말을 가지고 와서 힘껏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이 늙은이가 그대 여러분들과 무엇이 다릅니까?
훌륭한 자제인 여러분,
지금 잠시 입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취하지 마십시오.
저 독약을 먹으면 흡사 음란한 여인이 재계를 지니지 않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저 눈먼 대머리 중들과 아무런 쓰잘머리 없는 중들은
다른 사람들을 자빠뜨려 지옥에 들어가게 하고야 말 것입니다.
여러분,
책을 아무렇게나 보고서는 구절의 뜻을 찾거나
승부를 겨루지 말아야 합니다.
번갈아 가면서 입을 바꾸는 것을 어느 때에야 쉬겠습니까?
이 늙은이가 권유한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반드시 스스로 안목을 가져
'이는 부처님 말씀이고 이것은 마의 말이다' 라고
맑고 더러움을 가리라는 것이니
남의 미혹을 당하지 말아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수승한 명언이 모두 다
부처님이 한때 방편으로 베푼 것일 뿐이니
반드시 쉴 것이지
한 물건도 의지하지 마십시오,
저 수승한 언어를 알았다고 이해하고
실속없고 거짓으로 꾸민 것으로 친소를 가리고
그들의 쓸데없이 늘어놓는 말이나 기억하는 것은
모두가 자기가 직접 증득한 진리가 아닌
추측하고 헤아린 지식일 뿐입니다.
여러분,
이 늙은이는 그저 여러 제자들이 구덩이에 떨어질까
걱정될 뿐입니다.
복이 거의 없는 일을 하면서 입술을 움직이고
혀를 희롱하여
조금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는
고요한 곳에 안주하여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지 않으며
스스로 여러 경계에 미혹되어
타인을 정신없이 쫒아가고 온갖 경계를 따라 다닙니다.
이는 대개가
허공처럼 본래 일이 없어
더하거나 줄어들 수가 없다는 것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대들은 다분히
늙어빠진 까마귀가
몸은 허공에 있으나
마음은 똥무더기 위에 있으면서
단지 송장이나 찾아먹으려 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여러분,
이 덕산 늙은이가 일찌기 총림에 들어가 상량하지 않았다고
말하진 마십시오.
조금의 인정도 없이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고
업 짓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다만
여러 제자들이 분수를 지키지 못하여 사방으로 치달리고
다른 사람 집을 돌아다니는 것이
흡사 여자귀신이 말을 전하고 보내는 것처럼
사물에 의지하여 앎을 짓고
마음의 자취를 없애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았으며
자유롭게 서지 못하고서 늘 죽은 송장을 지고
칼을 쓰고 족쇄에 매여 있는 것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오백리나 천리를 걸어와서 이 덕산 면전에 이르러서는
두 발을 팔자로 떡 벌리고 서서
마치 그들의 선도가 결점이라도 있는 듯이 말하기를
'큰 스님께서는 무조건 저를 위하여 말씀해주시고
가르쳐 보여 주십시오' 라고 합니다.
이 늙은이가 전체적으로 작용하여
갑옷입은 이 촌뜨기를 크게 두들겨 패고
이 도적놈의 똥냄새나는 얼굴을 꾸짖어 보지만
도무지 좋은지 나쁜지를 알지도 못합니다.
나의 '여기'에 이르면
흡사 예주 사람이 끓인 어탕을 만나
푹 익은 고깃국으로 한끼를 잘 때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또
그대들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하고
칼과 족쇄를 제거하여
훌륭한 사람을 만들어 보려는 것입니다.
긍정합니까?
만일 긍정한다면 머물고,
긍정치 않는다면 떠나가든 말든 맘대로 하십시오.
잘들 가시오.
<정법안장 - 대혜 종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