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산업, 여전히 매력적”
질적 성장 추구해야…사업자/소비자 구분 등
다단계판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외형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다단계판매업계는 지난 2006년 매출액이 4조 원대에서 1조 원대로 주저앉는 등 급전직하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에는 비슷한 매출 추이를 보이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여기에 공제조합의 등장 이후 공정위, 지자체, 시민단체, 언론 심지어 인터넷 카페에서조차 업계를 감시하면서 자정작용이 이뤄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단계 제품 좋은데 회원가입 어려워”
질적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판매원과 소비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다단계산업의 전반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판매원의 청약철회 가능 기간을 3개월, 소비자는 14일로 구분하는 등 법상 판매원과 소비자는 명백히 구분돼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전업으로 하든 부업으로 하든 소비만 하든 모든 이들을 판매원으로 보고 있다. 법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단계판매는 상위 판매원이 후원수당을 독식하는 구조’라는 오해를 받는 지점이기도 하다.
판매원과 소비자의 구분은 다단계판매 시장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인, 가족 등으로부터 다단계판매 제품을 건네받아 사용해 본 다수의 소비자들에 따르면 다단계판매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불편한 점으로 ‘회원가입’을 꼽는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제품 이름이나 업체명을 검색하고 공식 사이트에서 제품을 사려고 해도 추천인이 없으면 가입이 안 되거나, 회원가입시 나오는 판매원(사업자)이라는 문구에 거부감을 느끼고 가입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면 요즘의 인터넷·모바일 쇼핑 사이트는 소비자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톡 ID를 연동해 회원가입을 대신하고 있다. 이는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인터넷 재판매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한 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써보고 재구매를 하려고 해도 다단계업체 사이트에는 회원가입을 하지 않으면 제품조차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네이버쇼핑을 통해 다단계 제품을 사면 회원가입 없이도 살 수 있어서 굳이 공식 사이트에서 구매하지 않는다”고.
업체 입장도 난감하다. 회원가입을 최대한 간편하게 하고 싶어도 방문판매법과 충돌해서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모 국내 업체 관계자는 “추천인이 없는 경우 자동으로 추천인을 배정하는 제도를 도입해 현재도 비교적 간편하게 회원가입이 가능하다”면서 “일반 쇼핑몰과 회원가입 과정을 비슷하게 하려고 시도했지만, 판매원 수첩·등록증을 줘야한다는 방문판매법 조항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교육 중심의 사업을 경계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같은 경우는 다단계기업이 직접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제품을 팔고 있는데,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을 늘리는 방법이 현시점에 맞는 방법이라고 본다”며 “한국에서는 여전히 ‘무점포 대면판매의 핵심 역량은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시대착오적이고 지나치게 교육에 경도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허위·과대광고 등 대부분의 사건·사고는 교육 중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대내외적 사업환경 악화에도 ‘선방’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는 지난 7월 30일 ‘2023년도 다단계판매업자 주요정보’를 공개하면서 “다단계판매시장의 매출액은 2015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한 이후, 대체적으로 5조 원 안팎의 매출 규모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정위 자료를 보면, 다단계판매업계는 지난 2015년 처음으로 매출액 5조 원을 돌파한 이후 약 10년간 큰 사건·사고 없이 4조 후반대에서 5조 원대의 비슷한 매출 추이를 보이고 있다.
또, 다단계판매산업의 매출액은 2008~2015년 8년 연속 매출이 올랐다. 이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던 시기이고, 2020~2022년에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내외적인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꾸준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 다단계판매와 비슷한 품목을 판매하는 TV홈쇼핑은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이 확대되면서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홈쇼핑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16조 2,700억 원에서 2021년 14조 7,460억 원으로 무려 9.4% 줄었다. 올해 역시 14조 3,070억 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쇼핑 시장이 감소세를 보이는 원인으로는 OTT, 유튜브, 틱톡 등을 시청하는 이들은 늘어나고 TV 시청자 수는 감소했다는 점이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의 성장으로 정보통신기술이 급격한 속도로 발달했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제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의 비전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다단계판매기업들이 제품 품질에 계속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이 유통산업의 체질이 바뀌는 와중에도 선방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지 않았겠느냐”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출처 : http://www.mknews.kr/?mid=view&no=40711&cate=A&page_size=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