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회]오공은 영물로 태자를 인도하고(2)
"네가 말하는 동녘 땅은 중원에 있지만 몹시 가난하다고 들었다.
네가 보물을 가지고 있다니 무슨 보물인지 말하여 보아야."
소승이 지금 몸에 걸치고 있는 가사는 그중 세째 보물이옵고
이 밖에도 첫째, 둘째보물이 있사옵니다."
"네 옷은 반쯤은 몸에 걸치고 있다고 하겠으나
한쪽팔은 언제나 드러나있으니
그게 어찌 보물이라고 하겠느냐?"
"이 가사는 몸전체를 감싸진 않았어요
참으로 훌륭한 보배랍니다.
이런 노래가 있습니다.
불의로 한쪽만 가린다 말라/
그 속에 진여 감추고 티끝세상 벗어났다/
만가닥 실 천개의 비늘로 정과를 이루고/
아홉구슬 열보배 원신에 합한다/
선녀들이 정성들여 함께 만들어/
성승께 내려서 몸을 맑게 해준 것이라네/
"임어하심을 보고 영접하지 않은 것은
용서받을 수있는 일이나
제 부친의 원수를 갚지 않음은
용서받지 못할 까 하나이다."
"고약한 중놈이 방자한 소리를 하는구나.
반이나 떨어진 가사를 자화자찬하는 것은 좋다만은
내가 부왕의 원수를 갚지 않았다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어디 그 까닭을 말해 보아라."
삼장은 다시 한걸음 나아가 합장을 하고 물었다.
"전하, 사람이 땅을 밟고 하늘을 이고 있으매
몇가지 은혜를 받고 있습니까?"
"네가지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첫째는 감천지개지은이니 하늘이 만물을 덮어주고
땅이 만물을 실어주는 은혜요.
둘쩨는 일월조림지은이니 해와 달이 만물을 비춰주는 은혜요,
세째는 국왕수토지은이니 임금이 마련한 강산에 살아가는 은혜요,
네째는 부모양육지은이니 부모님이 이몸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은혜이니라."
"전하의 말씀은 옳지 않습니다.
사람이 땅을 밟고 하늘을 이고 살면서
해와 달의 빛을 받고 임금의 다스림을 받는 것은
확실히 큰 은혜라 할 수 있으되 부모의
양육지은이라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태자는 발끈 성을 내며 목소리를 가다듬어 꾸짖었다.
"하는 일 없이 떠돌아다니며 얻어먹는 역군지배 중놈이,
이놈아! 부모의 양육을 받지 않았다면
사람의 몸이 대체 어디서 태어났다는 말이야?"
"전하, 소승은 알지 못하옵니다. 이 상자속에
입체화라는 보물이 있습니다.
그 보물은 앞날 오백년, 지금의 오백년
뒷날의 오백년 합헤서 천오백년에 걸친
과거, 현재, 미래의 일을 낱낱이 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물으신다면
그 까닭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소승은 여기에 대령해 있은지 오랩니다."
태자는 그 소리를 듣고 재촉이 성화같았다.
"빨리 꺼내서 내게 보여라!"
삼장이 상자 뚜껑을 열자 오공은 밖으로 뛰어나와
빼둘빼둘 근방을 걸어다녔다.
"이따위 조그만 미물이 무엇을 안다는 말이냐?"
오공은 조그만 미물이라는 말을 듣더니
금방 허리를 쭉 뻗어서 키를 석자네치로 늘렸다.
그것을 보고 군사들이 놀라고 탄복해 마지 않았다.
"이토록 빨리 자란다면 며칠이 안가서
하늘을 찌르고 말겠구나."
오공은 본래 크기로 키를 줄였다.
태자가 오공에게 물었다.
"이봐! 입체화! 이중의 말로는
그대가 과거, 현재, 미래의 길흉을 잘 안다고 한다.
그대는 거북이등을 태워서 점을 치느냐?
시조를 빼서 점을 치느냐?
아니면 복서에 의해서 사람의 화복의 점을 치느냐?"
"전 아무것도 쓰지 않습니다.
그저 세치 혓바닥으로 만사를 맞출수가 있지요."
"황당한소리, 자고로 주역은 극히 현묘하여
천하에 길흉을 미리 재어서
사람이 알게 하였고 또 주역에 근거하여
거북이 등껍질과 시초로
점을 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너는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니
네게 무슨 신통한 방법이 있다는게냐?
함부로 길흉화복을 안다고 큼소리 쳐서
인심을 현혹 시킨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전하 우선 제말을 들어보십시요.
전하는 오계국의 태자십니다.
귀국에는 오년전 큰 가뭄이 들었지요. 태자의 부왕께서는
만민의 고통을 헤아리시고 신하들과 정성을 다해
기우제를 지냈으나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를 않았습니다.
그때 종남산에서 도사 한 분이 찾아왔지요.
그는 바람과 비를 부르고 돌로 금을 만드는
고명한 분이였습니다.
부왕께서는 그를 어여삐 여기셔서 형제의 의를 맺으셨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런일이 있었습니까?"
"그래 그런일이 있었지.
그 다음 이야기를 해보아라"
그로부터 3년이 지나 그 도사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전하, 현재 귀국에 황제라고 자칭하는 자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맞았어 과연 한사람의 도사가 찾아왔고
부왕은 그와 의형제를 맺고 침식을 같이 하셨어,
그런데 삼년전에 꽃 동산을 같이 구경하던 중
그는 한가닥의 신풍을 써서 부왕이 손에 들고 있던
백옥규를 빼앗아가지고 종남산으로 돌아가고 말았다고 한다.
부왕께서는 지금도 그 도사를 잊지 못하고 계신다.
그래서 그가 바람을 타고 떠난 화원은
구경조차 하실 생각이 없으셔서
화원문을 닫은지가 삼년이나 되었다.
내 아버님외에 또 누가 황제 일 수가 있는 말이냐?"
오공은 그 말을 듣고 벙글벙글 웃었다.
태자가 이유를 물었지만 오공은 대답없이 웃기만 했다.
마침내 태자는 화를 내고 말았다.
"이놈!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않고
어째서 웃기만 하는게냐?"
"할 말은 아직도 많이 남았습니다.
허나 주위에 사람이 많으니 말씀을 드릴수가 없구요."
태자는 오공의 말에 까닭이 있으리라 짐작하고
소매를 떨쳐 군사를 물렸다.
태자를 모시던 호위무사들과 장수들은 급히 영을 전해서
삼천인마를 산문 밖에 물려 대기하도록 했다.
전상에 사람이 없게하고 태자는 상좌에 앉았다.
삼장은 그 앞에 서고 왼편에 오공이 섰다.
절의 중들도 모두 물러갔다.
오공은 그제야 정색을 하고 말했다.
"전하, 바람과 함꼐 떠난 분은 전하의 부왕이십니다.
지금 왕위에 있는 자는 기우재를 지내던 도사입니다."
"그럴리가 없다. 도사가 떠난뒤로 비와 바람은 순조롭고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들도 편안했다.
그런데 지금 황제가 나의 아버님이 아니란 말이냐?
만약 부왕께서 이 말을 들으신다면
네놈을 단칼에 죽이고 시체를 찟어 발길게다."
태자는 오공을 크게 꾸짖었다.
오공은 말을 중단하고 삼장의 의향을 물었다.
"어떻습니까? 이 사람은 내 말을 믿지 않습니다.
생각대로군요, 일이 이렇게 되면 그 보물을
이분에게 보여주고 통관문첩에 도장을 받아서
서천으로 떠나는 것이 어떨지요?"
삼장이 붉은 상자를 오공에게 건네주자 오공은 그것을 받아들고
몸을 한번 번뜩였다. 상자는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상자는 원래 오공의 털을 둔갑시킨 것인데
오공이 털을 거두어 드렸으므로
상자는 간데없이 사라지고 백옥규만 남은 것이다.
오공은 백옥규를 두 손으로 받들어 태자에게 주었다.
"이 흉측한 중놈아, 넌 바로 오년전에 그 도사로구나.
네가 우리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을 훔치고는
지금 다시 중으로 둔갑해서 그걸
바치는 구나 여봐라! 이것을 압수해라!"
명령이 내리자 삼장은 간이 콩알만해져서
오공을 손가락질하며 나무랐다.
"너 이놈 필마온아, 일을 그 따위로 해서
나한테까지 주가 끼치게 한단 말이냐?"
오공은 황급히 이를 제지했다.
"전하, 진정하십시요, 사실이 누설됩니다.
저는 입체화가 아닙니다."
그러나 태자의 노여움은 풀리지 않았다.
"너는 누구냐? 본명을 말해라,
법사로 보내서 벌을 내리겠다."
"전 이장로의 수제자로 손행자라고 합니다.
스승님과 함께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가는 길에
어젯밤 여기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오공은 스승 삼장이 밤에 황제를 꿈에 만난
사실등을 세세히 설명했다.
태자는 오공의 말을 듣고 비통한 마음에 사로잡혔지만,
내심 아직도 주저하고 있었다.
설령 저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고 서픈어치의 진실은 있다.
저자의 말을 믿는다면 성에 계신 부왕을 어떻게 해야 옳을까?
태자는 오공의 말을 믿을 수도 없고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오공은 태자가 의혹에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그 앞으로 나갔다.
"전하, 의심할 것은 없습니다.
성으로 돌아가서 모후폐하를 만나
부부의 금슬이 사년전과 비해서 어떤지
한 마디만 물어봐주십시요.
그 한마디면 제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능히 알수있을 것입니다."
태자는 그제야 겨우 마음을 정했다.
"그래, 어머님께 물어보면 되겠군."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태자는 몸을 일으키더니
백옥규를 감추고 떠나려고 했다. 오공이 그런 그를 말렸다.
"전하, 군사들이 한꺼번에 돌아간다면 비밀이 누설되어
성공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전하 혼자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것도 정양문으로 들어가지 말고 후제문으로 몰래
들어가서 다른 사람이 모르게 모후를 만나야 합니다.
저 요물은 신통력이 아주 괴장합니다.
만약 요물이 눈치라도 채는 날이면
당신들 모자의 생명도 어찌될지 모릅니다.
태자는 오공의 말에 따르기로 하고
산문을 나가 장관들에게 명령했다.
"나는 잠시 다녀올데가 있으니, 너희들은 여기서
조용히 기다려라. 내가 돌아온 다음에 너희들과 함께
성으로 돌아가겠다."
태자는 군사들을 기다리게 하고는 말을 타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오계국의 태자는 모후를 만나 진실을 알게 될것인지
흥미진진한 서유기 다음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