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로 사망해도 모른다…
보건복지부, 오히려 조사 범위 축소
- 언론 보도만도 못한 복지부의 아동학대 관리 시스템
법원은 아동학대 인정! 복지부는 학대사망 아닌 일반사망?
- 유관기관 간 정보 연계 ‘법적 근거’ 없다
혁신당 김선민 의원, “아동학대 사망사건 조사·분석을 위한 기구 신설 필요”
최근 4년간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 177건 중 만 0세 피해아동이 64명(36.2%)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만 1~3세 39명, 만 4~6세 25명, 만 7~9세 21명, 만 10~12세 11명, 만 13~15세 12명, 만 16~18세 5명이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심층 분석한 결과,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은 다수의 아동학대 사건이 드러났다. 아동학대 관련 정보가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은 국가가 아동학대 예방과 아동 보호 정책 수립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언론 보도보다 못한 복지부의 아동학대 관리 시스템
1) 법원은 아동학대범죄 인정! 복지부는 학대사망 아닌 일반사망?
2020년 인천에서 라면형제 방임 및 화재 사망사건이 있었다. 김선민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이 사건은 국가아동학대시스템(現행복e음시스템)에 “일반 사망”으로 입력되어 아동학대 사망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망 아동의 친모는 아동복지법 위반(유기 및 방임)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2) 계부 성폭행·친모 방임에 중학생 투신... 복지부는 “인지하지 못했다”
2021년 청주에서 발생한 중학생들의 동반 투신 사망 사건이 있었다. 이후 계부는 성폭력처벌법(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위반으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고, 친모 역시 아동복지법(유기 및 방임)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형이 확정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관할 지자체가 아동학대 사망사건으로 인지하지 못했으며, 사건을 수사한 관할 경찰관서로부터도 사건을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3) 친모 생후 7개월 아동 질식시켜 사망… 통계 누락
2023년 광주에서 친모가 생후 7개월 아동을 질식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사건 역시 지자체가 아동학대 사망사건으로 인지하지 못해 통계에서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다.
유관기관 간 정보 연계 ‘법적 근거’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행복e음 시스템을 통해 아동학대 사건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이 지자체에서 제대로 파악되지 않거나 아동학대로 판단되지 않는 경우, 해당 사건은 시스템과 통계에 반영되지 못한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기소 여부나 재판 결과를 보건복지부가 추적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체계적인 아동학대 예방 대책 수립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초기 단계에서 아동학대 사망사건으로 분류되지 않았더라도, 이후 가해자의 학대 혐의가 밝혀져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경우조차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구조다.
복지부는 오히려 공식통계 조사항목 축소… 별도의 심층 조사·분석 기구 필요
이 같은 문제점은 이미 2019년에도 지적된 바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학술지 <형사정책연구> 2019년 봄호에 실린 논문 ‘법의부검자료를 기반으로 한 아동학대 사망의 현황과 유형’에서는 “아동학대 사망자가 정부 통계의 최대 4배 정도에 이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부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국가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아 통계에서 누락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30일에 공개한 <2023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서 오히려 기존보다 조사항목을 축소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서 제외된 항목은 사망 아동의 가구 월 소득, 학대 행위자의 최종 학력, 직업 유형, 월 소득 등이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해당 항목들이 불필요한 낙인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과, 전체 사망사례(44건) 중 해당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비율이 70~90%로 높아 통계의 신뢰도와 활용 가치가 낮아 항목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선민 의원은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방어할 능력이 없는 영아와 아동들이 학대당하고, 굶주리며, 목숨을 잃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는 아동 사망의 진정한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상황을 방치한 보건복지부는 그 책임을 인정하고,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의 비극적인 사망 사례를 통해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오히려 아동학대 사망 조사의 범위를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선민 의원은 또한 “단순한 기록용 시스템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아동학대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며, “아동학대 사건 조사를 전담할 별도의 기구를 설치해, 아동 사망의 실태와 이를 막을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아이들의 죽음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통해 또 다른 비극을 예방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