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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둘레길 새로 걷기’
연일 폭염이다. 이렇게 더운 이유는, 두 개의 고기압이 위아래로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기압 두 개가 놓여 있는데 뭐? 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쉽게 설명한 기상 캐스터가 있었다. 두꺼운 솜이불 두 개를 덮어 놓은 것과 같은 효과라고. 겨울이라고 하더라도 두툼한 솜이불 두 개 안쪽이면 따뜻할 터인데, 이런 쌩~ 여름에 솜이불 두개라면… 이불 하나는 빨리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망설였다. 길나섬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 주 전에 스탬프 북을 받았는데 아직 기동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마음은 태양이다. 그렇지만 이를 따라주지 못하는 것이 바로 몸.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고 문자가 올 정도로 폭염인 상황이니 몸은 자연스럽게 움츠려든 상황이다. 가만 있어도 덥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데, 누가 등 떠밀지도 않았는데 “사서” 땡볕에 나가서 걸으려고 하니 주춤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에 더하여 설상가상으로 사흘 전에 독감에 걸렸다. 한 여름에는 개도 감기가 걸리지 않는다는데, 운 나쁘게도 독한 감기에 걸려 버렸다. 그래서 며칠째 약을 복용 중이다.
산은 늘 그 자리인 것처럼 둘레길도 늘 그 자리에 있을까? 아닐까?는 잘 모르겠지만, 일 주일 정도 길나섬을 뒤로 미룬다고 해서 문제는 될 것이 없었다. 그렇지만, 받아 놓은 숙제가 있으니 그건 또 하지 않을 수 없지 싶어서 길을 나서기로 했다. 또한 이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걷는 사람들은 또 걷기 때문이다.
나가서 걷자~하고 결심하니, 자연스럽게 걱정 포인트가 두 가지다. 우선 뜨거운 햇빛이다. 사실 작열하는 태양은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 우산을 들고 다니면 좀 나으려나? 싶었는데 오래전 생각이 났다. 한 3~4년 전, 요즘처럼 뜨거웠던 8월 어느 날 원주시 귀래면에 있는 원주 굽이길 10? 11? 코스를 걸었는데 햇빛을 막기 위해 우산을 폈다. 그런데 태양이 워낙 더우니 우산이 되었건 양산이 되었건 있으나 마나였다. 우산 안쪽은 맨 햇볕의 열기가 그대로 였고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더위 때문에 숨까지 막힐 지경이었다. 물론 우산이 어느 정도 빛의 강도를 줄었겠지만 워낙 강하다 보니 이것으로는 안되겠구나 느껴졌다. 그래서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외에는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물이다. 겨울에는 물 한 병 넣어도 거의 마시지 않은데, 여름에는 물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투명 해진다. 지리산 종주로에는 샘터가 많아 걱정할 일이 없는데, 서울 둘레길에서 물 걱정을 하는 것이 어쩌면 넌센스다. 엄밀히 말하면 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널려 있는 것이 편의점이고 또한 서울 둘레길을 지나다 만나는 공공지역에는 급수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당장 가야 할 길에서 만나는 음수대 그리고 편의점을 머리 속에 그려 두었다.
다음으로 어떻게 156킬로를 완주할까 계획이 필요한데, 나름 생각하는 방식이 있었다. 예전에 걷던 방법과 동일하게 걷기로 했다. 다만 그 방법은 주로 날씨 좋은 봄과 가을에 걷던 것인데, 여름에 그렇게 걸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적이 걱정은 되었다.
마지막으로 날씨와 교통편을 확인은 했다. 낮 최고 기온 35도로 예고되었다. 일단 한 숨부터 나왔다. 정말 왜 이렇게 더울까? 걷기로 결정한 것이 잘한 짓인가? 다시 한번 주춤하게 만든다. 한 3~4도 낮아져서 31~32도만 되도 좋을 터인데. 21도와 25도는 4도가 차이가 남에도 두 기온 사이에는 별로 체감 차이가 없는데, 31도와 35도는 체감적으로 엄청 차이가 나는 것이다. 암튼 걷기로 했으니, 현명하게 걷는 방법이나 생각하기로 했다. 대략 태양 남중 시간이 오후 2시이니 오후 2시부터 한 4시까지는 가장 취약 시간이 될 것이다. 그때는 상황을 보아서 그 이후를 판단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론을 냈다. 걷되, 일단 태양이 뜨기 전에 빨리 출발하기로.
걷기 출발지인 수서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해당 버스의 첫차다. 코로나 때문인지 예전보다 한 5분 정도 늦게 오는 것 같다. 버스에는 역시 몇몇 사람이 이미 승차해 있고, 가락시장에서 많이 내린다. 새벽에 일터로 가시는 분들.
드디어 수서역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 하차 지점이 딱 4코스 시작 지점인 수서역이다. 하지만 4코스는 다음에 걷기로 하고 오늘은 그 반대 방향인 3코스를 걷기로 한다. 물론 다시 이곳으로 올 예정이지만 일단 4코스 인증 도장을 찍었다.
이번 걷기 캠페인 때문인지, 스탬프 잉크는 빵빵하다. 번지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아주 찐하게 도장이 찍힌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찍어보는 스탬프 북이라 처음에는 어떻게 했었지? 하고 조금 어리버리 했었는데, 기억을 되살려 네모 칸 속에 그림이 잘 들어가도록 찍었다.
도장을 찍은 후 드디어 걷기 시작….. 그렇게 156킬로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첫댓글 스템프북도 빨리 받으시더니 첫발도 먼저 시작하셨네요~^^
어쩜 이런 우연?도...
예정대로라면
무더위이기에
이번주말 1코스 절반부터 시작해두려고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는데
그 긴 코로나 시국 무사히 잘 피했구나 싶은 찰나여서 였는지
딱 당첨의 기회가 저에게도..ㅠㅜ
감기 복합 증상들로 무지 고생 중인 한주 입니다.
먼저 올려주신 후기를 보며 공감도 해보고
긷게 된다면 소중한 참고 자료가 될거 같습니다~^^
컨디션 관리 잘 하셔서
완주까지 무탈하게
즐거운 걸음 되시길 응원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더워서 고생 좀 했습니다. 그늘이 있는 곳과 아닌 곳은 정말 천양지처더군요. 더군다나 감기 몸살 때문에, 약까지 먹고 걸었더니 비몽사몽과 겹쳐서 더위 속에 몽롱하게 걸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날씨는 청아해서 용마산 아차산 정상에서 보는 서울 시 뷰는 최고였고요. 무엇을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래 간만에 서울 둘레길을 걸으니 또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선생님도 이제는 감기가 나으셨으리라 생각되며, 또 힘찬 출발 여정을 시작하실 수 있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시작하신 서울둘래길 완주를 기원합니다! ^^
감사합니다. 오가는 길에 혹시 뵐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태풍 때문에 더위가 조금은 꺽일 기세라고 하네요. 여전히 덥지만요. 즐거운 한 주 되시고 주말에 또다른 길나섬을 꿈꾸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