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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근 몇 차례 몸살을 앓았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대전에서 6시간 동안 심리검사 강의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24시간을 몸살로 끙끙댔습니다. 그때는 계속 잠만 잤습니다. 식사시간에 깨서 밥만 챙겨먹고 곧바로 다시 자고... 그렇게 24시간을 보냈더니 몸살기운이 없어졌습니다. 그러고는 카페에 6월 월례강의 동영상 올리느라고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월요일에 대구에 일이 있어서 갔는데, 낮에 몇 시간 정도 잤더니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오한이 들고 몸살이 왔습니다. 간신히 일어나서 7시부터 10시까지 제자들 심리검사 수퍼비전을 했습니다. 그날 밤에 잠을 충분히 못잔 상태에서 다음날 아침 6시경 KTX로 서울에 올라와서 절친한 지인의 모친상 발인에 참석하고 장지까지 다녀왔습니다. 산소가 산의 높은 곳에 위치하여 조금 많이 걸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5시부터 9시(?) 경까지 벙개를 하고, 다들 헤어졌는데, 그때부터 오한이 들고 몸살기운이 있어서 어머님댁으로 가려던 원래 계획을 변경하여 찜질방으로 갔습니다. 그때부터 다음날 저녁까지 제대로 걷기도 힘들 정도로 몸에 힘이 없고, 한기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찜질하고 자고, 목욕하고 자고, 마사지 받고 자고, 그렇게 했더니 간신히 움직일만해져서 저녁에 부강에 있는 꽃동네치료공동체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를 못시켜 낼 것 같아서 24시간 정도 굶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부터 오늘 지금 시간까지 계속 잠자고, 음악들으면서 쉬고, 카페 글 읽으면서 쉬고, 또 잠자고 그러고 있습니다. 어제밤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전복죽을 사서 데펴 먹고 오늘 아침과 점심은 일부러 굶고, 저녁식사를 조금 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링거를 맞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루만 더 견뎌보고 내일까지 안 나으면, 그때 가지."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저는 몸이 매우 건강한 편이라서, 평생을 아파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대학 입학 이후 지금까지 40년 가까이를 엄청 바쁘게 살았습니다. 하루밤은 기본이고 이틀밤 안 자고 일에 집중한 경우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한 번 어떤 일에 몰입하면 3~4달은 밥먹는 시간과 잠자는 최소시간 이외에는 일에만 온 신경과 에너지를 쏟아붇기 일쑤였습니다.
대학생활 때부터 지금까지 자판기 커피와 담배를 거의 입에 물고 살았습니다. 자판기/믹스 커피는 하루에 10~20잔 정도, 담배는 하루에 2~3갑 정도 피웠습니다. 그래도 제 몸은 늘 건강했고, 몸에 별다른 이상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정기검진을 받아도 늘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몸을 잘 받아서 태어난 것이지요.
그러니 평생을 건강관리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살았습니다. 다만 제가 취했던 방법은 피곤할 때는 푹 자는 방법이었죠. 토요일과 일요일 같은 때에는 24시간 달아서 자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또 때로는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힘들다, 오늘은 움직이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들면 그날 강의나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하루 종일 잠자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니 최근 연달아 몇 번 겪은 몸살은 매우 뜻밖이었고, "아프다는 게 이런 거구나."하고 절감했습니다. 오늘은 좀 덜하지만, 어제 같은 경우는 눕거나 앉았다가 일어나려면 한참을 쩔쩔매야 했습니다. 관절과 다리에 힘이 없어서, 몸이 일어날 수 있도록 받쳐주지를 않았던 것이죠. 기력이 쇠한 노인들이 일어나거나 몸을 움직일 때 힘이 없어서 한참을 이리저리 끙끙대야 간신히 일어나고 움직이는 것과 꼭같은 형국이었습니다.
몇 가지를 깨달았는데, 한 가지가 "내 몸이 예전같지 않구나." 하고 깨달은 겁니다. 아파보고 나서야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지요. 아프니까 단지 힘든 게 아니라, 서럽더군요. 가족 생각이 난다? 해야 하나요? 저를 보살펴 줄 사람이 없다는 느낌이 외롭고, 쓸쓸하고, 서러운 느낌으로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이리저리 지낸다 하더라도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 지금보다 더 많이 아플 때,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건강보험 납부와 건강과 관련된 각종 특약 보험에 대해서 태무심했었는데, "보험을 들어놔야 하는 거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당사자들 생각도 났습니다. 나이가 들면 보살펴 줄 사람이 없을텐데, 몸이 아플 때마다 얼마나 서러울까? 보험 하나 제대로 못들어둔 처지에 몸 아플까봐 얼마나 걱정이 많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제 몸의 "자연치유력"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겁니다. 저는 원래부터 몸이 웬만큼 아파서는 약을 먹지 않습니다. 감기 정도는 당연히 절대로 약을 안 먹고 푹 쉬면서 참고 견디고, 지금처럼 몸살이 와도 애초에 약 먹을 생각을 안합니다. "견뎌내면 지나간다."고 믿습니다. 그러던 제가 "링거를 맞아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건, 제 딴에는 엄청 많이 아팠다는 거지요. 약에 대한 불신감은 제 아버님, 어머님의 행동을 보고 거기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생긴 것 같습니다. 제 아버님, 어머님은 온갖 영양제며 약들을 쭉 진열해 놓고 사셨습니다. 특히 아버님께서는 몸에 좋다는 건 뭐든지 다 해먹는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유지하던 체력은 일정 연세가 되시니까 하루 아침에 무너지더군요. 저는 약이나 보양식품으로 체력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그건 가짜 체력입니다. 무너질 때는 한 순간에 무너집니다.
저는 약은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트린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자연치유제"의 생산을 중단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심한 질병이 아니라면 웬만한 경우에는 약을 먹지 않고 자신의 몸이 갖고 있는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믿어주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의 제 몸살은 몸의 에너지가 탈진한 느낌이 심했고, 심한 근육통과 관절통이 동반되었습니다. 허벅지 안쪽과 바깥쪽 근육, 종아리 근육, 허리근육이 많이 아팠고, 양쪽 무릎관절과 왼쪽 손목관절이 상당히 아팠습니다. 물론 그쪽 부위들은 거의 힘을 쓸 수 없었지요. 간신히 걸었고, 계단을 오르내리려면 다리가 후들후들해서 아주 천천히 한 걸음씩 발을 디뎠습니다. 완전히 노인 중에서 상노인이었죠.
심한 빈뇨가 있어서 깨있는 시간에는 20~30분 간격으로 한 번씩 소변을 보러 갔습니다. 지금도 빈뇨는 여전합니다. 또 변을 시원하게 못보니까, 제 몸에 독성물질이 쌓여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제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심한 빈뇨와 배변곤란은 몸의 전체적인 에너지 수준이 떨어진 것과 관련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괄약근과 장 내부근육의 활동이 원활치 않아서이겠지요. 우리 당사자들이 빈뇨와 배변곤란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은데, "아~ 그 경험이 이런 거구나."하고 실감나게 느꼈습니다.
저는 제 몸의 에너지 수준이 평상시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가 미루어 짐작되었습니다. 심하게 아플 때는 평소의 30~40% 수준밖에 안 되어서 최소생명유지 활동만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당연히 식사를 못하지요. 저는 몸이 웬만큼 회복될 때까지는 굶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밥을 먹으면 전혀 소화를 못시켜낼 듯한 느낌이었으니까요. 다만 "죽은 잘하면 소화시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프기 시작하고 24시간이 지나서 마트에서 죽을 사서 조금 먹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체력이 70~80% 수준으로 회복되었다는 느낌이었고, 지금은 80%쯤 되는 듯합니다. 그러니 이제는 좀 살만하네요.
그런데 체력이 회복되는 것과 비례해서 몸에 아프던 근육통과 관절통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는데, 제 경험으로는 확실히 상체부터 시작해서 하체쪽으로 서서히 회복되더군요. 제 생각에 이건 중요한 깨달음인데요, 아마도 뇌를 비롯한 인체의 여러 장기관 회복에 에너지가 최우선적으로 투입되는 듯합니다. 지금도 종아리와 허벅지는 여전히 아프고, 양쪽 무릎 관절도 여전히 삐걱거립니다. 또 왼쪽 손목관절도 여전히 아픕니다. 하지만 모두 다 견딜만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제 어깨통증과 허리통증은 많이 나아졌고, 허리부터 그 위쪽으로의 상체는 전반적으로 큰 이상이 없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이제야 "살았다." 싶고 의욕도 조금씩 올라옵니다.
제 느낌으로는 오늘 하루 푹 자고 나면, 내일 오전쯤이면 몸상태가 90%쯤 돌아올 것 같습니다. 내일은 금요일인데, 토요일에 6시간 동안 강의해야 할 MMPI-2 심리검사 강의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루만에 6시간 강의자료를 만드는게 무리이지만, 그래도 오늘부터 내일 오전까지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가 이렇듯 제 몸살 경험을 자세히 묘사한 이유는 제 몸살 경험을 통해서 당사자들의 투병경험을 미루어 짐작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이번에 근육통과 관절통, 그리고 몸에 힘이 없는 느낌 등이 모두 다 "인체의 전반적인 에너지 수준 저하"와 관련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즉 에너지가 딸리니까, 몸이 아팠던 거지요.
우리 당사자들은 활성기에 흔히 몸이 아프다는 호소를 많이 합니다. 때로는 안정기에도 그러한 호소를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육이 쉽게 뭉치고, 때로는 혈관이 터지기도 합니다. 저는 그게 특정 부위의 문제이기보다도 전반적인 인체의 에너지 수준 (또는 면역력)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제 경우에도 아내와 떨어져 살면서 보살펴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양쪽 다리의 피부가 많이 나빠졌습니다. 이것저것 잘 나고, 온데가 다 벌레한테 물린 것처럼 그렇습니다. 이것도 때에 따라서 심해졌다 좋아졌다 하는데, 피부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인체의 에너지 수준(또는 면역력)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제 가정입니다.
이제는 저도 제 자신의 몸을 돌봐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우리 당사자들도 자신의 몸을 잘 돌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질환 자체도, 약물복용도, 환경적 스트레스도 모두 다 인체의 에너지를 빼앗아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신질환이 있을 때는 신체질환에도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로써 감기에 잘 걸릴 수 있겠죠. 그리고 근육통을 자주 경험할 수 있겠죠. 저는 전반적인 몸의 에너지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최상의 신체 컨디션"을 이루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죠. 가족분들도 당사자를 돌볼 때, 혹시라도 "기가 허해 있지나 않은지?", "몸에 힘이 없어서 끙끙대지나 않는지?" 관심을 기울이셔야 할 듯합니다.
"몸과 마음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 자신이 늘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금껏 몸을 소홀히 해 왔네요. 그리고 이번에 제 몸으로부터 강력한 경고를 받은 것이지요. 당사자와 가족분들 모두 정신건강 못지 않게, 신체건강도 잘 돌보시기를 기원합니다.
첫댓글 촛불님, 고생 많으셨네요.
그나마 회복 중이시라니 다행이지만, 큰 고생 하셨습니다.
벙개 모임 때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싶네요.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도 그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너무 표를 안내셔서...
많이 죄송하네요. 빨리 가시도록 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몸 시집살이 살아야 할 나이죠.
몸 눈치 보면서 잘 모시지 않으면 큰 고생할~
건강 꼼꼼히 챙기시기 바랍니다. ^^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죠?
건강 잘 챙겨셔서 하고싶은 일들 모두 이루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고마워. 많이 나았으니 괜찮아.
몸이 많이 편찮으셨군요.
평소완 좀 다르다 싶었는데 그정도 아프신진 몰랐습니다.
빨리 회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