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 한밤중의 코골이 전쟁
<걸어서 환장 속으로> 라는 TV 프로에서 파리에 여행을 간 부부가 한방에서 잠을 자다가 남편이 한밤중에 코를 너무 곯아대자 아내가 코를 비틀어 남편이 화들짝 놀라 고함을 치며 방에서 쫓겨나오는 장면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장면은 어릴 적의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였습니다. 1966년 강원도 양양에서 살 때였습니다. 아버지가 지점장으로 계신 농협의 사택은 일본식 적산가옥(敵産家屋)이었습니다. 거실은 다다미방이고 큰방과 작은 방의 경계는 미닫이 장지문으로 이뤄졌습니다. 낮에는 이 문을 열어 놓았고 밤에는 장지문을 닫아 아버지와 어머니가 큰방에서 주무셨고, 작은 방에서는 저와 여동생 그리고 집안일을 돕는 누나와 함께 잤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술에 취하여 집에 돌아오셨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술을 드시는 날에는 유난스럽게 코골이를 하십니다. 어떤 때는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을 지경이었으니까요. 그날도 예외 없이 코를 고시면서 주무시는데 드르렁거리는 소리를 내시다 잠시 숨을 멈추기도 하였습니다. 그럴 때 제 마음이 조마조마해졌습니다.
혹시 저러다 아주 많이 숨을 쉬지 못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염려는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코를 심하게 골고 계시다가 숨이 멈추어 한참 있어도 숨을 쉬지 않자 어머니가 코를 잡아 흔드셨나 봅니다. 아버님이 숨을 쉬려고 하는데 코가 막히고 통증이 생겨 벌떡 일어나셨는데 원인이 어머니의 손길이었다는 것을 아시고 화가 치밀어 오르셨나 봅니다.
“이 여편네가 사람을 잡으려 하나?” 하시면서 손을 휘둘렀는데 그만 어머니의 눈덩이를 치게 된 것입니다. 어머니의 외마디 소리에 놀라 일어나 문을 열고 전등을 켜니 두 분이 서로 머쓱한 모습을 지으시며 문 닫고 얼른 가서 잠을 자라고 하더군요.
이튿날 어머니의 눈은 퍼렇게 멍들어 있었고, 아버지는 미안하였는지 헛기침만 연발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외식하자며 우리 가족을 데리고 중국집에 가서 탕수육과 팔보채 그리고 짜장면을 싫건 먹도록 사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멍이 든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린 채 말입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던데 정말 두 분은 때로는 다투기도 하시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면서 살아오셨습니다. TV에서 코골이 남편의 수난을 보면서 부모님의 웃지 못할 코미디 같은 상황이지만 저희는 중국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호기를 얻을 수 있었던 ironical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잠 15:17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진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