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2일 "나의 첫 셀프이발 체험담" 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적이 있었다. 벌써 1년 7개월이 흘러간다. 나의 첫 셀프이발은 그해 추석때 첫며느리에 의해 시작되었다. 평소 며느리가 손자의 머리를 직접 깎아준다는 얘기를 집사람으로부터 듣고서 이번 추석 때 이발도구를 챙겨서 내려오라고 했다.
처음엔 농담이겠거니 하고 추석전에 다시 며느리가 집사람에게 이발도구를 챙겨 가야하는지를 물었고 집사람이 나에게 되물어 꼭 챙겨오라고 했다. 그 당시 며느리도 이발도구를 구입하여 손자의 머리를 직접 깎아 주고 있었지만 실력으로 보면 초보자 수준이였다. 때문에 성인의 머리를 깎아 본 경험이 없어 내심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며누리가 시아버지 머리를 깎아 드려야 하니 더 더욱 그러했다. 추석휴가 기간동안 눈치만 보고 있는 며느리에게 실력발휘를 해 보라고 했다. 첫 셀프이발치고는 꽤 만족할 수준이였다. 집사람은 옆에서 참관을 하면서 유심히 지켜 보고 있었다. 내 머리를 얼마나 잘 깎아 주는지의 호기심과 앞으로 그 일을 자신이 해야할 것에 대한 부담감을 함께 느끼면서 말이다.
머리를 어떻게 깎던 잔소리를 하지 않을 테니 앞으로는 직접 내 머리를 손질해 달라고 부탁아닌 강요를 했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처음부터 자신이 없다고 했지만 며느리에게 이발도구를 구입해서 보내라고 했다. 2달 후 처음으로 집사람이 셀프이발을 시도했다. 이발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나의 주문에 따라 머리를 깎는 노심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남자이발 5분이면 끊나는 것을 장장 1시간 이상이나 걸렸고 더우기 너무 신중한 탓에 마치 빵모자를 덮어 씌운 헤어 스타일임에도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모든 일이 다 그러하듯 첫경험이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동안 새벽공부를 하면서 확실하게 터득한 것은 처음엔 실수 투성이지만 횟수를 거듭할 수록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살아 오면서 내 주도적인 성향 때문에 웬만한 집안 일이나 중요한 결정사항에 대해서도 내가 일방적으로 끌고 온 것이 참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나의 성격이라기 보다 그동안 회사 생활로 인한 학습된 업무처리의 습관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도 있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어 준다는 말이 있듯이 기회를 주면 누구나 능력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내가 울 며느리나 집사람에게 셀프이발을 시키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사소한 일에서 자기 효능감을 찾게되면 자신감을 얻어 엄청난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셀프이발을 시작한지 약 20개월동안 9~10번 정도 이발을 한 것 같다. 그중에서 며느리가 2번 나머지 7~8번 정도는 집사람이 했다.
이제 며느리의 실력은 준전문가 수준이고 집사람의 실력은 아마츄어 중급수준 정도이다. 아마도 앞으로 20개월후면 둘다 실력이 출중하게 향상되리라 본다. 며느리의 경우 손녀의 머리도 셀프미용을 하고 있어 미용이나 이발이 제2의 취미생활 또는 직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배려와 투자가 이루어 져야 한다.
난 내 머리를 셀프이발해 주는 사람에게 이발요금의 거의 2배에 해당하는 수고비를 지불한다. 이는 수고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전문가 수준까지 실력을 끌여 올리라는 나의 인센티브 전략이기도 하다. 또한 셀프이발을 통해 남을 즐겁게 해 주는 것이 나의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도록 일깨워 주기 위함이다.
더우기 나이 들어 할일이 없을 때 주변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다. 현실로 다가 올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어느시점에 집사람으로부터 셀프이발 기술을 전수받아 부부가 함께 이발 봉사활동을 하는 노후생활을 꿈꿔 본다. 상상만 해도 설레이고 행복해 진다.
참고로 울 집사람이 2번째 셀프이발 전후 기념사진을 포스팅해 본다. 지금은 이보다 실력이 휠씬 향상이 되었지만 기념사진을 남기지 못해 아쉽다. 다음에 다시 포스팅할 것을 약속드리며 내 마음을 받아 준 사부님(집사람)과 왕사부님(며느리)께 감사를 표한다. 여러분들께서도 셀프이발에 동참하여 선순환 효과가 활성화 되길 기대해 본다.
<BEFORE>
<AF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