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국동시문학회|그림 류상애|브로콜리숲 |2022.02.08
책소개
2002년 5월 설립된 우리나라 유일의 동시문학 단체인 한국동시문학회는 다양한 담론의 동시 세미나를 개최하고, 해마다 회원들의 우수한 동시를 모아 작품집을 펴내고 있다. 이번 작품집에는 특히, 올해로 세 번째인 전국어린이시쓰기대회 어린이시 수상작들도 감상할 수 있다.
한국동시문학회
저자 : 한국동시문학회 (엮음)
2002년 5월 어린이들에게 동시를 널리 읽히고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도 동심을 찾아주기 위해서 만든 우리나라 유일의 동시문학 단체입니다.
그림 : 류상애(아녜스)
차의 푸른 빛깔처럼 맑게 살라는 뜻으로 다록이라는 호를 쓰며,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소속의 수도자이며 간호사입니다. 시 읽는 것을 좋아하고 빈종이 귀퉁이에 낙서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출판사 서평
시를 짓는 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거룩한 일
짓다.
밥을 짓고, 집을 짓고, 농사를 짓고, 옷을 짓고.....짓는다는 건 어떤 재료를 들여 만들다는 뜻이지요. 그럼 글을 짓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 라는 생각에 머뭅니다.
글자라는 재료만으로는 결코 글을 지을 수 없는 일이지요.
즉, 시를 짓는 일은 이 재료에 모든 상상력을 얹어야 하고 이를 비틀어보고 뒤집어보고 또 낯설게도 하여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거룩한 일 같아요.
그러니까 글을 짓는다는 것은 낱낱이 흩어져있는 글자 하나하나에 숨을 불어넣는 일이 되겠지요.
여기 한데 모아놓은 우수동시집 『말하는 별이 있다』에 들어 있는 시들도 그렇지요.
시인들은 일반인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보고 또 안 보이는 것들을 찾아내서 생명을 불어넣었어요. 그러자 제각기 흩어져있던 의미 없는 글자들이 살아나 뒹굴고 통통 튀고 달음질쳤어요. 우리 어린이들처럼요.
얼마나 신날까요!
이렇게 『말하는 별이 있다』에 담긴 시들도 축구공처럼 운동장에서 신나게 달리고 공중을 쓩쓩 날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한국동시문학회’ 시인들이 지은 시와 ‘어린이 시쓰기 대회’에 어린이가 지은 시들이 함께 누군가의 마음에 골~~~인! 하길 기대해요.
-여는 말 「글을 짓는 일」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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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동시의 날 기념 , 제3회 전국 어린이 시 쓰기 대회 수상작도 함께 실렸다
단칸방
나준수(대상, 부산 정관초 5학년)
아빠는 어렸을 때
단칸방이 싫으셨대요
그런데 나는
단칸방이 참 좋아요
내 얼굴 옆에
엄마 발
아빠 배 위에
동생 다리
작은 단칸방
우리집 첫 캠핑이
정말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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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벌레
강미선(최우수상, 제주 어도초 6학년)
배추에 벌레가 붙었다.
갈가리 쏠아
다 먹어버려
하얀 뼈대만 남은 배추
엄마가 화가 나서
“염치 없는 요놈의 배추벌레!”
붉그락 푸르락.
그래서 미안했는지
하얀 나비를 보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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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꽃이
설보경(우수상, 서울 개웅초 2학년)
억새꽃이
북극여우 꼬리처럼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
온 산에 여우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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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은 싫어
한태원(우수상, 대전 태평초 2학년)
동생과
공차기하다가
공이 풀숲으로 들어가서
동생이 뛰어 들어갔다
“뱀 나올지 몰라 조심해!”
소리를 질렀다.
“뱀은 아침에 안 나와!
피리를 불거나
밤이 되면 나와!”
아무 말도 못 했다.
동생 말이 사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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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술
임채원(우수상, 부산 정원초 6학년)
우리 할아버지는
술만 드시면
자꾸 하늘나라 가는 말씀만 하신다.
할아버지께서
술을 마신다는 건
슬픈 이야기를 하신다는 것
난 그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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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
이찬희(우수상, 서울 용동초 3학년)
시골에 갔다
아침 일찍 일어나보니
할아버지가 안 계셨다
논에 사는 자식들을 보러 가셨다고 했다
마당에 안개가 가득했다
저벅저벅 들리는 발자국소리
안개를 헤치며 할아버지 나타났다
멋있었다
꼭 산신령 할아버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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