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지도부의 이석기 체포동의안 당론채택에 관해 강원도당위원장 강선경, 광주시당위원장 장화동, 대구시당위원장 이원준, 대전시당위원장 한창민, 부산시당공동위원장 노순기, 울산시당위원장 김진영, 인천시당위원장 김성진, 전남도당위원장 윤소하, 전북도당위원장 김민아, 충남도당위원장 김학로 등은 연석회의에서 수렴된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당론이 결정된 과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위 거명된 시.도당위원장들은 9월 3일 천호선 대표, 심상정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광역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에서 과반수 이상의 참석자들이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서 ‘기권’ 내지는 ‘반대’의 의사를 표명하였으며, 체포동의안에 대한 법리적 해석문제, 국정원 개혁국면에서의 시민사회와의 균열, 국정원이 발표한 현 사건에 대한 신뢰성 결여 등을 문제 삼아 체포동의안 가결 처리에 부정적이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관하여 질문 드린다. 단지 당론채택과정에서 자신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함과 '소외'에 대한 성명서인가? 아니면 이석기 체포동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에 관하여 반대하는 주장의 성명서인가? 의사표시를 분명하게 하길 바란다. 한 가지 깊은 의문이 드는 것은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 국회의 원내의석을 가진, ‘정의당’의 시.도당을 대표할 자격을 가졌는지 의문스럽다.
시도당위원장들 또한 당내 지도부라 할 수 있을터인데, 이렇게 무턱대고 성명서부터 내 질러도 되는 것인가? 지도부간 합의 후 추후 발표해서는 안 될 정도로 긴박한 사안이었던가? 결정된 당론을 번복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때 시도당원들의 의사는 묻고 확인하였던가? 자신들의 의견이 기층당원들의 의사를 대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쯤에서 사족을 전제로 ‘이석기 체포동의안’에 관하여 한마디 건네고자 한다. 개인의 가치에 준하여 판단하건데, 체포동의안에 찬성할 수는 없다. 발언과 사고방식, 표현과 사상을 단죄하는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국정원은 내란음모죄라는 죄목을 덮어 씌우고, 이러한 정치적 국면을 통해 선거부정으로 촉발된 조직적위기를 돌파하려는 국면용으로 활용하려함에 동의할 수 없다. ‘이석기 녹취록’을 사실 그대로 믿든다 하더라도 ‘과잉’은 인정하되, ‘내란과 조작’은 인정할 수 없고 이를 법리적으로 이석기와 RO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국가기관이나 권력으로부터 사상과 표현을 단죄하는 것도 동의할 수 없고, 설령 나와 사고가 다르더라도, 내가 지지하지 않더라도, 발언과 사고방식을 이유로 체포하고 구속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근본에서 흔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나와 다른 사고체계를 다른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석기체포동의안’에 동의하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우리는 ‘이석기체포’가 사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건이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두 번째 정의당은 원내의석을 가진 공당이기에 이에 합당한 정치적 행위를 해야 하며, 수많은 정의당원들이 아직 통합진보당 분당의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현실적, 정치공학적 판단을 고려함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또한, 당론채택과정에서 "공당의 책임정치라는 측면과 함께 체포동의안의 처리는 범죄 여부를 떠나 불체포특권을 유지할 것인지 말지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체포동의안을 찬성키로 했다"는 당의 입장이 현명하다고 판단혀여 지지하기 때문이다.
이석기 그룹의 발언과 사고방식에 대한 심판은 그들을 지지했거나 선출했던 대중들에게 있다. 마찬가지로 통합진보당의 대중적 지지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도 대중의 손에 달렸다. 시도당위원장들이 당대표단과 의원단에 항의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쯤에서 정의당이 이석기그룹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비판하고 차별화를 꾀함과 동시에 대중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데 힘을 쏟는게 옳을 것이다. 또한, 안으로 파고드는 비수를 하나쯤 가지고 있다면, 거꾸로 국정원 해체운동에 힘쓰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중으로부터 이석기나 국정원이 아닌, 정치적 단죄를 역으로 받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 개인은 동의하지 못하되, 정의당 대의원으로써 ‘이석기 체포동의안’에 동의하는 ‘박형민’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