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남자” Pray 2018
한국영화, 장르:드라마, 개봉:2020.02.20. 재개봉:2021.03.24.
감독:강동헌, 제작:영화사연,스튜디오호호,
주연:박혁권,류현경,남기애,
관객:1,726명(2020.10.31.기준),
부산국제영화제초청작
“곤한 내영혼 편히 쉴곳과 풍랑 일어도 안전한 포구 폭풍까지도 다스리시는 주의 영원한 팔 의지해 주의 영원하신 팔 함께하사 항상 나를 붙드시니 어느 곳에 가든지 요동하지 않음은 주의 팔을 의지함이라”(찬송가406장)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주기도문에서)
재개발지역에서 신도수 5명에 불과한 지하 작은 개척교회를 목회하는 태욱(박혁권역)은 힘겨운 가운데서도 외국인노동자들을 돕는 착한 목사다. 주간에는 도시빈민과 외국인선교를 하고 야간에는 대리운전으로 늘 잠이 부족한 태욱은 아내와 두 딸과 병든 장모님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한 가장이기도 하다. 아내 “정인”(류현경역)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쉼없는 생활전선에 서 있지만 지갑에는 한 장의 여유도 찾을 수 없다. 거기에다가 설상가상으로 장모님(남기애역)은 암투병중이다. 교회임대료도 수개월이나 밀려 있어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는게 하나도 없는 살아도 사는게 아닌 개척교회 목회자의 일상이다. 목사와 사모가 밤낮으로 땀을 쏟아 부어도 늘 제자리에 서 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권면하기에도 벅찬 삶이 분명해 보인다. 누군가 어떤 성도들이 바라보면서 이제 목회를 접는게 옳은 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위기에서도 태욱의 신앙심과 열정은 어디에서도 식지 않고 있다.
교인 5명과 함께 예배를 마친 태욱이 성도들을 배웅하고 교회당을 정리한다. 사모인 정인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교회에도 오지 못했다. 늘 똑같은 일상이지만 오늘은 몇 명이나 온 것인지 물어보는데 기대함이 전혀 없다. 태욱의 대답도 한결같다. 교회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찾은 태욱이 음료수를 나누어 준다. 인비쉬(백종승역)가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촬영하며 고단한 삶을 찍고 있다. 밤이 되고 태욱은 거리로 나가 대리운전을 한다. 하루하루 수입이 있어야 밥이라도 굶기지 않는 현실이지만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편의점 일을 마치고 암투병중에 있는 엄마를 찾은 정인이 술을 마시고 있는 엄마를 보며 짜증을 낸다. 암수술비가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가난이 죄가 되는줄 누가 알았을까? 보험 하나 없는 엄마의 흔적에서 남아 있는건 허탈감 뿐이다. 간암수술비 5천만원은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 아니라 전혀 불가능한 위치에 있다. 힘겨운 삶과 투쟁하는 남편에게 정인이 엄마의 수술비 이야기를 하지만 무엇인가 희망을 갖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태욱 또한 어떤 답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알아 본다는 말로 남편의 책임을 다하고자 할 뿐이다. 대리운전의 시간이 더 길어지고 새벽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태욱은 잠이 든다. 그러던 어느날 대리운전을 하면서 예전의 교회 동생 동현(김준원역)을 만나게 된다. 대형교회 목사님의 아들인 동현은 태욱과 그리 가까운 관계는 아니지만 전혀 모르는 사이도 아니다. 어쩌다 동현의 불륜장면의 목격자가 된 태욱에게 동현이 많은 돈을 대리 운전비로 지불하며 못본걸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어차피 남의 일이고 굳이 남의 가정사에 개입하고 싶지도 않았던 태욱은 그가 내미는 돈도 부담스러웠지만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돈을 받는다. 동현의 대리운전 횟수는 점점 증가해 가면서 태욱의 수입도 상승모드를 탄다. 그렇게 모은 돈이 천만원이다. 태욱이 천만원정도를 모았다는 말에 고무된 정인이 엄마에게 간이식을 하기로 결심하고 병원을 찾는다. 검사비가 별도로 2백에 추가되는 금액들도 만만치 않다.
다시 절망에 빠진 정인과 부어도 부어도 물독에 물한방울 남지 않는 극심한 생활고에 지친 태욱에게 얘기치 않은 에덴의 사과 두개가 눈앞에 나타난다. 태욱에게는 자신이 무시하고 미워했던 신학대학 후배 동현의 불륜장면과 정인에게는 오래전 정인을 짝사랑했던 남자 수호(오동민역)의 하룻밤 제안이 바로 그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미혹의 영이 만든 덫이 었다. 태욱이 동현의 대리운전이 잦아 지면서 동현이 태욱에게 돈봉투를 건네며 불륜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삼으려 한다. 그러자 태욱이 동현에게 5천만원만 빌려 달라고 말하면서 두사람의 관계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관계가 서먹해진 동현이 태욱을 차에서 끌어 내려 밀쳐 버리고 떠나 버린다. 한편, 수호를 만난 정인이 엄마 수술비로 5천만원을 빌려 달라고 말하는데 수호는 돈을 줄테니 자신과 잠을 잘 것을 요구한다. 수치를 느낀 정인이 수호의 뺨을 때리며 돌아가는데 수호의 제안이 정인의 목을 조여오며 시야를 가리고 있다.
태욱의 생일날 가족이 태욱을 반기며 축하를 하는데 정인의 폰에 수호의 문자가 온다. 태욱은 정인을 의심하지만 말로서 표현을 하지는 않는다. 태욱은 동영상 촬영이 취미인 외국인을 만나 카메라 촬영법을 배우고 카메라를 빌려 간다. 그리고 동현과 내연녀의 밀회를 몰래 촬영해 USB에 담아 동현의 부친이 목회하는 대형교회를 찾아간다. 그후 태욱에게 동현이 돈 5천만원을 주겠다는 전화가 걸려 온다. 태욱이 약속장소로 나가자 동현이 5천만원을 건네면서 태욱을 납치하고 광야로 데려간다. 태욱의 옷을 벗긴 동현이 강도와 같이 광야에 홀로 남겨 둔채 차를 몰고 가버린다.
한편, 그 시간 정인은 수호와 함께 모텔로 향한다. 하룻밤에 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받게되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엄마를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 한것도 해야만 하는 절박함이 있다. 누가 정인을 욕할수 있겠는가? 옷을 벗고 관계를 하려던 그순간 병원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가 발목을 잡는다. 간이식을 위해 검사한 결과에서 정인이 임신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정인이 옷을 갈아입고 모텔을 나서며 어리석은 자신을 돌아보며 후회한다. 태욱에게는 루시퍼의 복수심이 기도의 문앞에 서 있다. 그렇게 간절한 기도를 이어 가던 태욱에게 외국인 근로자가 찾아와 하소연을 한다. 자기 아내가 지금 아이를 낳으려 하는데 돈이 없다고 목사님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돈이 없는 딱한 사정을 가진 외국인이 낯선 한국땅에서 누구하나 도움을 받을 길이 없을 때 태욱 또한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장모님의 수술비를 한푼씩 모으고 있던 태욱이 외국인 친구에게 돈을 건네는데 조건이 있다.
태욱은 외국인 친구와 함께 복수를 계획한다. 불륜을 해도 잘 먹고 잘 사는 동현에게 복수하며 똑같이 광야로 데려가 옷을 벗긴후 버려 두고 도망가는 강도가 되어 버린 것이다. 새벽마다 새벽기도회를 나가는 장모님이 죽고 나면 5천만원의 커다란 짐은 사라지게 된다는 단순한 논리에 무너진 태욱은 스스로를 자책하며 자기집 안 화장실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그 시간 외국인이 새벽기도를 가는 태욱의 장모님을 죽이기 위해 뒤쫓아 가고 있다. 화장실에서 미친 사람처럼 기도하던 태욱의 이상한 태도에 놀란 정인이 태욱을 부르자 정신이 든 태욱이 갑자기 집밖으로 뛰쳐 나가 도로로 내 달린다. 돌을 집어들고 장모님을 향해 달려가는 외국인을 그대로 덮친 태욱이 이제 그만하라고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말한다. 무엇인가 짐작한 장모님이 교회를 가다가 도로에서 멈춰 선 순간 트럭이 돌진하며 장모님을 덮쳐 버린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에 죄책감을 느낀 태욱이 장모님을 향하여 달려 가는데 피를 흘리며 죽어가던 장모님이 태욱의 손을 잡는다. 태욱이 흐느끼며 119에 전화하려 하는 그때 장모님은 그냥 두라면서 태욱을 돌려 보낸다.
죽어가는 장모님을 그대로 방치한 채 도망하는 태욱의 뒤에는 검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 진다. 교회로 달려간 태욱은 강대상위에 걸린 십자가를 보며 분노와 증오의 눈빛을 보낸다. 급기야 십자가를 내동댕이 치며 그대로 부숴 버린다. 장모님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넋을 잃고 주저 앉아 있는 태욱에게 보험회사에서 찾아 왔다. “장모님은 보험 없는데?” 딸을 사랑하고 가난한 개척교회 목사인 사위를 사랑한 장모님은 그동안 사망보험금을 여러개 들어 놓고도 딸과 사위에게는 보험들 돈이 어디 있느냐고 딴청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대형교회를 건축한 태욱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예배당 좌석에는 수많은 성도들이 함께 앉아 태욱의 설교를 듣는다. 예배가 끝나고 정인은 태어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성도들과 교제를 나누고 있다. 태욱도 성도들을 배웅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모든 성도들이 떠난후 공원에 서 교회를 바라보던 태욱이 또다른 시선과 착잡한 심경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영화는 끝이 났다.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든 마음으로 불편함을 느낀다. 개척교회 목사님들의 눈물과 한이 얼마나 클지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을 느낀다. 굴절과 고통속에서 끝내 악과 싸워 이기려는 몸부림에서 처절함을 넘어 전쟁같은 고난을 함께 느낀다. 그리스도인이 꼭 보아야 할 영화다. 특히 교회 목사님들이 보아야 할 영화가 아닌가 싶다. 2020년을 시작하며 건물마다 들어 서 있는 수많은 개척교회가 오늘은 유난히 더 많아 보이고 그속에서 들리는 눈물의 노래가 성전 밖으로 울려 퍼지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