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살차 나는 4지명들의 장고판. 박건호 5단(왼쪽)이 5시간 34분간의 격전 끝에 이창호 9단과의 반집승부에서 반집을 남겼다. 최근 대마에 칼을 빼드는 장면이 많은 이창호 9단은 대마를 괴롭히며 우세의 폭을 키웠으나 아쉬운 결말.
2020-2021 KB바둑리그 5라운드 2경기
포스코케미칼, 정관장천녹에 3-2 승리
기나긴 5시간 30여분간의 승부. 최고령 리거는 이날도 격전을 벌였다. 오후 4시에 시작한 대국은 밤 9시 30분이 넘어서야 끝을 보았다.
330수를 둔 결과는 반집차. 상대의 집을 전부 메우고 계가를 확인한 KB리그의 노장(?)은 맨 먼저 머리로 손이 갔다. 아쉬움의 발로였다. 이어 반상에서 가장 아쉬웠던 수를 가리켰다. '신산' 이창호 9단의 끝내기 반집패.
▲ 1승3패로 출발하고 있는 두 팀. 챔피언결정전에서 2017시즌에는 정관장녹천이 포스코케미칼을 꺾고, 2018시즌에는 포스코케미칼이 정관장녹천을 꺾고 우승한 바 있다.
"반집승부라는 것은 늘 이처럼 팻감 하나 차이로 갈리네요"라는 바둑TV 문도원 진행자의 안타까움이 묻어나오는 목소리. "메리 크리스마스가 안 되네요"라는 KB리그 감독이자 이창호 9단과 절친인 김영삼 9단의 유튜브 해설.
바둑TV 이희성 해설자는 "이창호 9단으로서는 굉장히 아쉬운 한 판이 됐다"면서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중반 이후로 계속 우세를 유지했는데 막판에 박건호 5단이 조금 더 세밀했다"는 총평을 전했다.
▲ 상대방의 집을 메우고 반집패를 확인한 이창호 9단의 손은 맨 먼저 머리로 향했다.
이 판의 결과가 팀 승부를 움직였다. 1승3패 간의 대결에서 포스코케미칼이 정관장천녹에 3-2로 이겼다. 랭킹 25위 이창석 6단이 5위 이동훈 9단을 잡는 수훈을 세웠고, 낮에 우승상금 1억원이 넘는 중국 주최 인터넷 대회의 결승전을 치렀던 변상일 9단이 백홍석 9단을 꺾었다.
경기 종료 시각은 9시 58분. 이번 시즌 들어 가장 빨리 끝났다. 포스코케미칼의 장고판을 전담하는 이창석ㆍ박건호 조합에 정관장천녹이 장고 이미지가 강한 이동훈ㆍ이창호 조합을 붙였으나 모두 잃으면서 어려워졌다.
▲ 이창석 6단(오른쪽)이 상대팀의 에이스들인 박영훈 9단, 이영구 9단, 이동훈 9단(왼쪽)을 차례로 꺾으며 시즌 4승1패. "성적도 좋고 내용도 좋다"는 이희성 해설자.
한편 격전을 치르고 나온 이창호 9단에게서 전날 자신의 기록(연간 승률)이 32년 만에 깨진 것에 대한 소회를 들을 수 있었다. KB리그 안성문 전문기자에 따르면 이창호 9단의 첫마디는 "대견합니다"라는 애정어린 칭찬.
이창호 9단은 이어서 "90% 승률도 넘을 수 있었는데…"라면서 "내년에는 더 잘할 거라 봅니다"라는 격려의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레전드'에게서 자신의 기록이 깨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낮에 중국 주최의 인터넷 대회 결승1국을 치렀던 변상일 9단(오른쪽)이 입단 전에 지도를 받았던 백홍석 9단을 꺾고 팀 승리를 결정했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포스트시즌에 오를 네 팀을 가리는 정규시즌은 26일 바둑메카의정부와 한국물가정보가 5라운드 3경기에서 맞선다. 개별대진은 설현준-강동윤(1:0), 김지석-박하민(3:1), 박상진-안정기(0-2), 이원영-허영호(5:2), 문민종-신민준(0-0, 괄호 안은 상대전적).
2020-2021 바둑리그의 팀상금은 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정규시즌 매판 승패에 따라 장고판은 360만원과 70만원, 속기판은 320만원과 60만원의 대국료를 차등지급한다.
▲ 전기 신인왕 문유빈 4단(오른쪽)이 리그 최다승자 최철한 9단을 상대로 지난 1월에 불계승한 데 이어 2연승을 거뒀다.
▲ 우리나이 서른에 데뷔한 최광호 3단(왼쪽)이 연패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자기 바둑을 못 두면서 김명훈 7단의 힘에 밀렸다.
▲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검토실은 한산했다.
▲ 포스코케미칼의 장고대국을 도맡고 있는 이창석 6단(왼쪽)과 박건호 5단. 2시간 대국이 네 번째인 박건호는 "지난 번에 1시간 대국에 한 번 나갔었는데 속기바둑을 두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 최고참 리거인 이창호 9단은 매 경기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을 보여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