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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카카리키 앵무 / 이주경
조용히 우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주전자 물 끓는 소리보다 작게 울어도 가둔다 미풍에 머리카락 날리는 소리보다 작게 울어도 가둔다 창문보다 낮게 목소리를 죽이는 아이, 이웃집엔 중문도 방음벽도 없단다 얌전히 울면 해바라기 씨를 가득 줄 테야
호기심 많은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탁자 위에 놓인 꽃병을 쪼아대도 가둔다 짧고 단단한 부리로 백합 꽃잎을 쪼아대도 가둔다 동글동글한 눈빛으로 수도꼭지를 툭툭 건드려도 가둔다 집안에서 제일 예민한 각도로 웅크리는 아이, 이웃집엔 꽃병도 수도꼭지도 없단다 너의 호기심을 잠그면 해바라기 밭을 줄 테야
혼자 놀기 좋아하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오후 햇살이 올리브색 깃털 위로 미끄러져도 가둔다 건반 위를 콩콩 뛰어다니기만 해도 가둔다 깨지지 않는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해도 가둔다 방안에서 깃털을 고르는 아이, 이웃집엔 햇살도 거울도 없단다 방안 가득 네 꿈을 펼친다면 새장을 통째로 줄 테야
아파트 밖을 나서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창문 여는 소리만 들려도 가둔다 놀이터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높아져도 가둔다 마오리족의 깃털처럼 가벼워지려는 아이를 가둔다 창살 안에서 노란 깃털을 뽐내는 아이, 이웃집엔 너 같은 아이도 악보도 없단다 내 앞에서만 노래하면 새장을 요람처럼 흔들어 줄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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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 시]
고요한 영혼의 시위를 당겨라
박남준 시인.
‘신춘 병’이라는 오직 문청이라 분류 지칭되는 종족에게만 대책 없이 전염되고 일사불란하게 치유를 거부하는 지독한 병이 세대를 초월해서 아직도 유효한가 보다.
일천여 편이 넘는 투고 시가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왔다. 모두 열두 분의 44편이었다.
“필락경풍우 시성읍귀신(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 붓을 들어 떨치면 비바람이 놀라고 시를 지어 이루면 귀신도 울고 가는 이라며 두보가 이백을 일러 존경을 표한 헌사가 있다.
모름지기 시를 짓는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문장을 꿈꾸어야 하지 않는가.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라고 젊은 날 시마에 빠져 시의 날을 벼리기도, 그렇지 못한 남루한 시적 재능을 자학하던 시절이 있었다.
발칙 풍부하고 패기 넘치는 상상력, 갓 건져 올린 물고기의 비늘에 파닥거리는 윤슬, 우주를 들이마신 숨을 멈추며 이윽고 고요한 내면의 시위를 당긴 숨 가쁘도록 팽팽한 긴장, 수면을 차고 튀어 오른 물방울에 비친 영혼의 무게.
신춘문예 심사를 하다가 위와 같은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기쁨을 누리는 순간이다. 잊고 있었던 호승심이 일기도 부러움에 눈꺼풀이 가만히 내리 감기기도 한다.
「카카리키 앵무」외 2편과 「컨베이어 벨트」외 3편, 두사람의 작품을 두고 아주 잠시 머리를 맞댔다.
기성의 시문법, 감각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훈련도 쉽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심사위원으로 대표되는 기성의 미적 감각과 안목을 돌파 해주는 그러한 신선함 속에 시적 설득력을 발휘하는 새 목소리, 새 힘을 우리는 기다리는 것이다. 적어도 그런 의욕과 모험의 열정을 기대하는 것.
기준이 그러했다. 「자석 수평계」, 「새점」, 비록 완성도가 높은 수준작이기는 하지만 기성세대와 크게 다를바없는 작품은 적어도 신춘에서는 보류하기로 했다.
당선작은 왜 꼭 한사람이어야 할까. 「들깨꽃 부각」은 시대상황과 맞물려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시란, 시인이란 내일을 향한 날카로운 예각의 안테나를 갈고 닦고 기다려야 한다. 뮤즈의 샘물이 가득 차오르기 까지.
「카카리키 앵무」는 사회문제로 떠오른 층간소음문제, 육아, 가족, 교육문제 등을 반려동물을 통해 바라본 작품이다. 당선작을 받쳐주는 다른 작품의 수준이 조금은 고른 이에게 마음이 더 기울였다. 또한 시를 끌고 나가는 뒷힘과 함께 당선자 쪽의 발랄과 생기가 우리의 의도에 더 맞는 것으로 여겼다. 부디 당선작이 대표작이 된 시인으로 머물지 않기를 바라며 당선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박남준·김사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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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시]
치열하게 꿈꾸는 시인이 될 것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배 한 척, 넘실대는 파도를 가로질러 수평선으로 향합니다. 때론 기우뚱 방향을 잃기도 하지요. 시에 대한 갈증과 물음을 가득 싣고 떠난 배처럼, 시는 가까이 존재하지만 확 잡히지 않는 또 다른 나였습니다.
아우성처럼 쏟아지는 많은 말들을 마음속으로 다시 밀어 넣습니다. 10대 때부터 함께 한 ‘시’이지만, 모든 것이 치열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핑계일 테니까요. 차곡차곡 접어 둔 못다 한 언어들은 앞으로 써야 할 작품 속에 녹여내면 되지 않을까요.
시를 쓰면서 조금 깨달은 게 있습니다. ‘시’는 언제나 그 과정 속에 놓여 있기에, 매 순간 새롭고 치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 어렵고 힘들지만 참 설레이고 행복한 일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넘치게 받은 당선 소식에 감사하고 기쁜 마음입니다. 부족한 제 자신을 다독이면서 더 힘을 내라는 메세지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먼저 부족하지만 가능성을 보시고 선택해주신 김사인 시인님, 박남준 시인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창살에 갇히지 않고 훨훨 날아갈 수 있는 시인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조말선 선생님, 시의 내밀성을 찾지 못하고 추위에 떨고 있는 제가 많이 안타까우셨죠. 시의 바닥과 그 깊이를 채워주시려고 하신 마음 알기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신 사유와 인식, 그리고 대상의 속성으로 새로움을 발견해내는, 이미지와 묘사를 잃지 않는 시인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시를 쓰는 과정에서 함께 한 신정민 선생님, 강영환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시’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많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누던 다정한 지평 선생님들, 저보다 더 많이 기뻐해 주시는 모습에 울컥했습니다.
애정어린 잔소리로 응원해 준 사랑하는 남편과 딸 시현, 기뻐해 주시는 아버님, 버팀목과 안식처인 김경남 나의 엄마, 현승, 현준 사랑하는 가족을 비롯해,
진심으로 기뻐해 주시는 소중한 지인분들과 나의 사랑하는 벗들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딸이 글쓰는 걸 늘 응원해주셨던 그리운 아버지, 아직 늦지 않았지요, 치열하게 꿈꾸는 시인이 되겠습니다.
△ 이주경 씨는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부산광역시와 김해장유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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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정보: 카카리키는 뉴질랜드 출신의 중소형 앵무로, 마오리어로 '작은 앵무'를 뜻합니다. 주로 녹색 깃털에 빨간색 또는 노란색 무늬가 있으며, 깃털의 색상에 따라 붉은 이마 앵무(Red-fronted)와 노란 이마 앵무(Yellow-fronted)로 나닙니다
• 특징: 매우 활발하고 호기심이 많아 수시로 뛰어다니거나 날아다니기를 좋아합니다. 카카리키는 특히 목욕을 즐기며, 물장난을 좋아하는 앵무새로 유명합니다. 활동적인 성격 때문에 넓은 케이지와 충분한 운동 공간이 필요합니다
지능: 높은 지능을 갖추고 있어 간단한 트릭 훈련이 가능하며, 환경 변화나 새로운 장난감에도 잘 적응합니다. 말하기 능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다양한 소리를 흉내 낼 수 있습니다. 꾸준한 훈련을 통해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수명: 평균 수명은 10-15년으로, 적절한 영양과 환
경을 제공하면 최대 20년까지도 살 수 있습니다.
챗 GPT분석
1. 제목의 의미
**〈카카리키 앵무〉**는 자유로운 영혼과 호기심을 상징하는 노란 깃털의 앵무새를 통해 억압받는 존재와 그 본성을 묘사합니다. 제목은 구속된 상황 속에서도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2. 주제
사회적 억압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자유와 창의성의 본질. 시는 인간의 순수한 본성과 자유로운 영혼이 사회적 규율과 통제 속에서도 억압되지 않음을 강조하며, 조건부로 허용되는 자유를 비판합니다.
3. 상징 분석
창살: 억압과 구속의 상징
해바라기 씨: 제한적 보상, 순응의 대가
노란 깃털: 아이들의 순수함과 자유로운 영혼
새장: 사회적 규율과 통제의 공간
노래: 자발적인 표현과 자유의 상징
4. 구조 분석
3단 구조
1. 억압의 시작: 창살 속에 갇힌 아이의 감정과 표현 억제.
2. 억압의 심화: 창의성과 독립성을 억압당하는 모습.
3. 자유에 대한 갈망: 외부 세계로 나아가려는 욕망과 제한된 자유.
세부 내용:
1연: 감정의 억압 - 아이의 울음을 제한하고 순응을 강요함.
2연: 호기심의 억압 - 아이의 탐구심과 창의성을 제한함.
3연: 독립성의 억압 - 아이의 자립성과 내적 자유를 억누름.
4연: 외부 세계로의 갈망 - 외부로 나아가려는 욕망조차 통제당함.
5. 이미지의 연쇄
동일 이미지의 연쇄
창살 → 억압의 구조를 반복적으로 드러냄.
노란 깃털 → 자유와 본성의 상징으로 지속적으로 나타남.
이미지 확장
1. 창살 → 억압의 구조 → 새장 (사회적 규율)
2. 노란 깃털 → 자유의 상징 → 노래 (표현의 갈망) → 새장의 요람처럼 흔들림 (조건부 자유)
3. 해바라기 씨 → 보상의 은유 → 해바라기 밭 (억압 속 허울뿐인 희망)
6. 연단위 분석
1연: 억압의 시작
"조용히 우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주전자 물 끓는 소리보다 작게 울어도 가둔다 미풍에 머리카락 날리는 소리보다 작게 울어도 가둔다 창문보다 낮게 목소리를 죽이는 아이, 이웃집엔 중문도 방음벽도 없단다 얌전히 울면 해바라기 씨를 가득 줄 테야"
아이의 울음을 억압하며 순응을 강요하는 모습. 해바라기 씨는 억압의 대가로 주어지는 보상을 상징합니다.
2연: 호기심의 억압
"호기심 많은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탁자 위에 놓인 꽃병을 쪼아대도 가둔다 짧고 단단한 부리로 백합 꽃잎을 쪼아대도 가둔다 동글동글한 눈빛으로 수도꼭지를 툭툭 건드려도 가둔다 집안에서 제일 예민한 각도로 웅크리는 아이, 이웃집엔 꽃병도 수도꼭지도 없단다 너의 호기심을 잠그면 해바라기 밭을 줄 테야"
아이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억압하며 순응을 요구하는 모습. "해바라기 밭"은 허울뿐인 희망과 보상을 상징합니다.
3연: 독립성의 억압
"혼자 놀기 좋아하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오후 햇살이 올리브색 깃털 위로 미끄러져도 가둔다 건반 위를 콩콩 뛰어다니기만 해도 가둔다 깨지지 않는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해도 가둔다 방안에서 깃털을 고르는 아이, 이웃집엔 햇살도 거울도 없단다 방안 가득 네 꿈을 펼친다면 새장을 통째로 줄 테야"
아이의 독립성과 내적 자유를 억제하며, 조건부 자유를 제시하는 모습. "새장을 통째로 줄 테야"는 억압된 자유의 허울을 상징합니다.
4연: 외부 세계로의 갈망
"아파트 밖을 나서는 아이를 창살에 가둔다 창문 여는 소리만 들려도 가둔다 놀이터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높아져도 가둔다 마오리족의 깃털처럼 가벼워지려는 아이를 가둔다 창살 안에서 노란 깃털을 뽐내는 아이, 이웃집엔 너 같은 아이도 악보도 없단다 내 앞에서만 노래하면 새장을 요람처럼 흔들어 줄 테야"
외부로 나가려는 욕망마저 억압당하며, 창살 속에 갇힌 자유와 본성을 드러냅니다. "노란 깃털"은 여전히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이며, "새장을 요람처럼 흔들어 줄 테야"는 조건부 자유의 허상을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