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dy-YEenYbpI?si=QsLK411h8w0OH2Ok
[2025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담 / 박연
우, 너는 언젠가 영가들은 창문으로 다닌다는 말을 했지. 그 뒤로 밤이 되면 커튼을 쳐두었다. 낯선 영가가 갑자기 어깨를 두드릴까 봐.
두려운 일은 왜 매일 새롭게 생겨날까. 가자지구에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 소년들은 처음 보는 사람을 쏘았겠지. 총알이 통과한 어린 이마와 심장. 고구마 줄기 무침 먹으면서 봤다. 전쟁을 멈추지 않는 나이 든 얼굴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빌미로 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말을 들었어. 맨발로 거리를 걷고 싶다. 너는 내가 추워할 때 입김을 불어줄 테지. 거리에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입혀 둔 스웨터를 보자. 보라색 바탕에 웃는 얼굴이 수놓아져 있던 스웨터를 기억해? 표정이 어딘지 모르게 음흉해서, 음흉이라는 이름을 붙였잖아.
세상에 그런 음흉만 있다면 어떨까. 나무를 따뜻하게 해 줄 거라는 속셈이 이 세계에 숨겨진 비밀의 전부라면. 나는 여전히 좁은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본다. 그리고 그런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스스로를 오래 미워하고 있어.
어디로 걸어야 할까. 방향이란 게 있을까.
어디든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더 많은 숨을 살릴 수 있는 쪽으로. 와중에 스스로를 사라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너는 뭐가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해? 흩날리는 게 눈송이인 줄 알았는데 실은 이웃의 뼈를 태우고 남은 재였던 날?
갚을 것이 없는데도 자꾸만 갚으러 오는 아이들이 즐비했던 문구점
그곳에서 우리는 소란스러운 귀를 훔치는 아이들이었지. 더 이상 훔칠 귀가 없는데도 서성이기를 멈출 수 없는
어째서 세계의 비밀을 듣는 놀이를 즐겼을까
옆 나라의 수장이 계속해서 무기를 사다가 결국 소년들을 팔아버렸다는 거
어떤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조용히 잊힌다는 것
말을 아끼는 동안
너는 산뜻한 손짓으로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었다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넘어지기를 결심한 얼굴이었다
자꾸 밭은 숨을 쉬게 돼
우리 심장은 우리의 가슴이 아니라 죽어가는 이들에게 있으니까
*
우리의 얼굴을 한 영가가 창문을 두드린다
권갑하 시인 분석
2025년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심사평 부분
(심사위원 박소란 시인, 신해욱 시인, 진은영 시인)
<'가담' 외 4편은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계와 사람에 대한 관심을 아주 섬세하게, 진정 어린 어조로 그려냄으로써 마음을 끌었다 가담'은 "두려운 일이 매일 새롭게 일어나는" 속에서도 '계속해서 넘어지기"를 택할지언정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조용히" 잊히도록 내버려두지 선한 의지가 돋보였다 선량함 자체가 아니라 그 같은 담담하게 추동해내는 감각이 귀하게 여겨졌다
자신을 넘어 타자를 향해, 가까운 곳에서 멀리까지 관계의 가능성을 확장해가는 태도와 그것을 지지하는 조밀한 언어에는 특별한 울림이 있었다 응모한 작품 모두 일정한 완결성을 지니고 있는 점 역시 미더웠다.>
현대 사회의 복잡한 감정과 상황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박연의 시 <가담>에서 시 창작과 관련해 배울 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이 시는 전쟁과 폭력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를 다루며 이를 통해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러니까 전쟁과 폭력의 참혹함을 고발하는 동시에 인간의 선한 의지와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이 시가 깊이를 놓치지 않으면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죠 .
강렬한 이미지 사용도 이 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기여합니다 "총알이 통과한 어린 이마와 심장"과 같은 표현은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첫째, 첫 연의 일상과 비일상의 대비와 결합도 이 시의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합니다
"영가들은 창문으로 다닌다"는 비일상적인 장면과
커튼을 치는 일상적인 행위와 연결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며 전쟁과 일상적인 식사하는 장면의 대비는
시에 몰입감을 높이면서 시에 새로운 시각을 느끼게 하죠.
둘째 시에서 구사되는 상징과 은유도 시의 수준을 높이며 해석의 공간을 넓힙니다.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입혀 둔 스웨터"는 사회의 이중성을 상징하며 "좁은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은 희망과 아름다움을 상징하죠.
셋째 배울 점은 질문과 반문이 주는 소통의 확장입니다 "어디로 걸어야 할까. 방향이란 게 있을까."와 같은 질문은 문제를 깊이 사유하게 하고 시의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들죠.
시인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나는 여전히 좁은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본다. 그리고 그런 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스스로를 오래 미워하고 있어." 같은 표현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면서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지금까지
2025년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박연의 <가담>을 분석해보았습니다.
동아일보 시 당선작 <사력>
한국일보 시 당선작 <가담>
박연의 시 <가담>은
시의 소재와 배경 설정, 상징과 은유 기법
감정의 진솔한 표현, 일상과 비일상의 결합 등
시 창작에 있어 배울 점이 많은 시편입니다
이러한 시각과 기법들을 활용한다면
더욱 풍부하고 의미있는 작품을 창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 공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