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버스 정류장에서 비닐봉지에 싸여 발견된 그림 한 점이 다음달 크리스티 경매에서 최대 3200만 달러(약 440억원)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NBC 뉴스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이집트 피신 중의 휴식'이다. 요셉과 마리아가 헤롯왕의 핍박을 피해 아기 예수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다 잠시 숨을 돌리는 장면을 그렸다. 가로 62.9cm, 세로 46.2cm의 크지 않은 그림이다. 티치아노 베첼리오는 서양 미술의 기본이 된 '캔버스 유채화'(oil on canvas) 기법을 개척한 거장으로 유명하다.
16세기의 첫 10년에 당시 20세의 티티안(티치아노 베첼리오의 별명)이 베네치아에서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명화는 사람으로 치자면 기구한 일생을 보냈다. 맨처음 기록으로 확인된 주인은 베테치아 향신료 상인이었다. 바르톨로메오 델라 네이브로 벨리니, 조르지오네, 틴토레토, 베로네제 등의 작품을 비롯해 230여 점을 소장하고 있었다. 그 뒤 로마 교황 샤를 6세, 마리아 테레사,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빌헬름 공작과 헝가리 보헤미아 왕비 부부, 로마 교황 조지프 2세 등의 손을 거쳤다.
1809년 나폴레옹 군이 빈을 점령했을 때 약탈해 파리로 옮겨졌다. 1815년 빈으로 반환돼 부호들의 소장품으로 여러 손을 탔다. 스코틀랜드 지주가 사망하자 크리스티 경매에 부쳐져 잉글랜드 남서부 월트셔의 4대 바스 후작 존 알렉산더 틴이 소장하게 됐다.
그런데 틴의 후손들이 1995년 월트셔의 자택 롱글릿 하우스에서 이 명화를 도둑 맞았다. 7년 동안 행적이 묘연했다가 미술탐정 찰스 힐이 런던의 버스 정류장에서 비닐봉지에 담긴 그림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누가 이 그림을 훔쳤으며, 어디에 이 그림이 보관돼 있었을까 궁금증이 일었지만 어느 것도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기구한 운명의 이 명화는 다음달 2~10일 크리스티 경매가 실시하는 '골동품에서 20세기에 살아난 예술'에 나와 최소 1900만 달러(약 263억원)에서 최대 3170만 달러(약 438억원)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된다.